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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3: 까마귀와 뱀들의 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21.01.25 01:00
최근연재일 :
2021.04.30 07: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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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8,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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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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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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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80. 아나 아가씨

DUMMY

벤자민은 루퍼트와 헤어지고 아래층 파티장에 합류했다. 파티장에는 아까 전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졌는데, 모두 벤자민을 보자 반갑게 한 마디씩 인사했다. 벤자민 역시 미소 지으며 그들에게 화답했고.


나쁘지 않은 분위기였다. 단순히 술이나 음식을 얻어먹으러 온 손님만 있는 게 아니라 진지하게 투자 건에 고민하는 이들도 있었으니.


실제로 몇몇 손님들은 벤자민에게 질문을 하곤 하였는데, 벤자민은 그에 친절히 대답해 회사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설파했다. 물론, 대놓고 말하진 않았다. 그저 듣는 귀가 있으면 알 수 있게 은밀히 말했다. 그 정도 머리는 있어야 믿을 수 있는 투자자니 말이다.


벤자민이 설명을 마칠 때마다 질문한 사업가들은 제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쓴웃음을 짓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알아먹은 듯 은밀한 미소를 짓는 이도 있었다. 그렇게 손님들을 상대하던 중 누군가 다가왔다.


“바빠 보이는군.”


“..... 교장 선생님?”


“반갑네. 벤자민 군.”


“저도 반갑습니다. 이리 파티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기 음식이랑 술이 마음에 들어서.... 그보다 이리 얼굴을 마주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구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바빴다곤 하지만 인사가 늦은 점 죄송합니다. 교장 선생님 덕분에 회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머르딘은 손을 들어 사양의 뜻을 내비치더니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는 감상에 젖은 듯한 촉촉한 눈으로 말했다.


“됐네. 어차피 자네에게 감사 인사나 들으려고 그런 것이 아니니. 나 역시 내가 바라는 게 있을 뿐이야.”


“그 바람이란 실로 옳고 정당한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시죠. 제가 살아온 인생을 걸고 약속한 건데, 교장 선생님의 바람은 현실로 이뤄질 겁니다.”


“하...! 상황이 여기까지 이른 것을 보니 그냥 빈말로 생각할 수는 없겠군.”


“그리 봐주시니 감사하군요.”


벤자민과 머르딘은 잠시 침묵을 가졌다.


“.... 회사가 세워지고 마법 실험 도구가 생기면 그때부터 진짜 시작인가?”


“예, 교장 선생님. 학생들의 실제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면 슬슬 마법 학교에 대한 지원이 논의될 것입니다.”


“지원이라... 달콤한 단어군.”


“하지만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정부 돈을 타 먹으려면 정부의 요구도 들어줘야 하니까요. 아마 조금 소란스러울 겁니다.”


“그거 걱정이군. 하지만 자네보다 인생 경험이 많은 선배로서 말하자면, 아무런 변화 없이 평화로운 것보다는 차라리 변화 있는 전쟁이 났다는 거네. 평화로운 유지는 그저 노화고, 썩어 가는 것에 불과하거든.”


“그건 동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한 가지 제안을 해도 되겠습니까?”


“뭔가? 약간 겁나는데....”


“별거 아닙니다. 혹시, 황실에서 마법 학교를 짓게 된다면 그 학교의 건설 및 운영을 맡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건....”


“예, 스카우트 제의입니다. 제가 본 마법 교수들 중 교장 선생님이 가장 뛰어나거든요. 교장선생님의 교육 방침이나 이념을 최대한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바이기도 하고요.”


머르딘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곤 입을 열었다.


“꽤 당혹스러운 제안이군.”


“다행이군요. 전 늘 놀라운 제안을 하려고 하거든요.”


“질문하지 무슨 속셈인가?”


“속셈 따위 없습니다. 그저 미래를 대비해 능력 있는 인재를 미리 포섭하려는 거죠.”


“하아..... 이 나이 먹고 스카우트라니. 당혹스럽군.”


“천천히 생각하십시오. 다만, 단순히 저와 친분이 있어 이런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는 점 기억해 주십시오. 마법 학교를 짓는 게 단순히 돈만 가지고 되는 걸 알기에 이리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교장 선생님의 인맥과 교육 경험은 분명 우리 쪽에 큰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해 이리 말씀드리는 겁니다.”


“으음.... 잠시 생각할 시간 좀 주겠나?”


“얼마든지요. 임금은 업계 최고 수준으로 준비하겠습니다.”


“하하. 그거 고마운 말이군.... 그건 그렇고 자네 가족분들이 안 보이는데, 초대 안 했나? 자리가 자리이니 참석하는 줄 알았는데?”


벤자민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초대했습니다. 분명 슬슬 올 때가 됐는데-”


“-베니?”


벤자민과 머르딘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들어오는 입구 쪽이었는데, 거기에 막 도착한 듯한 누님들과 작은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가 보였다.


“이제 왔나 보군요.”


벤자민이 말하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다들 벤자민의 부탁대로 마법사의 특색은 살리되 덜 눈에 띄는 차림으로 왔다.


“다들 어서 오시지요.”


앤드리 누님이 대표로 사과했다.


“늦어서 미안해 베니. 다들 준비한다고 좀 늦었어.”


“어쩐지.... 다들 너무 예쁘더라.”


벤자민의 말에 앤드리를 포함한 아델라, 아실리아, 앰버, 앤, 애비, 알리샤가 제각기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벤자민은 잠시 멍하니 바라봤는데, 이내 기침 소리가 갑자기 들렸다.


바로, 첫째 작은아버지인 브랜트였다.


“벤자민....”


“아, 작은아버지랑 할아버지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옷이 멋지네요.”


브랜트는 매우 언짢은 표정으로 말없이 벤자민을 바라봤다. 꽤나 어색한 순간이었는데, 다행히 머르딘 교장 선생님이 도와주셨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머르딘... 교장 선생님?”


“예, 접니다. 저도 초대받아서... 이리 만나게 돼서 반갑습니다.”


브랜트, 브룩스, 배러트, 브로디 등 작은 아버지들은 머르딘 교장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그는 엠 바흐르스의 교장이었으니.


머르딘은 말을 섞자마자 벤자민의 성과에 대해 젊은 나이임에도 대단하다고 칭찬했는데, 작은아버지들은 별다른 이야기 없이 쓴웃음만을 지을 뿐이었다.


그 사이 벤자민은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


“이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우리 가문 일이니 딱히 고마워할 필요 없다.”


“뭐, 그건 그렇죠.... 큰 누님이랑 몰딘 선배는 안 왔습니까?”


“곧 도착할 거다.”


“그렇군요.”


“큰 아이가 임신했다더군.”


벤자민은 잠시 침묵하다 어색하게 대답했다.


“.... 예, 들었습니다.”


“.... 괜찮으냐?”


“.... 예, 괜찮아야죠.”


마지못한 벤자민의 대답을 듣자 베넷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 네 아버지한테 같이 오자고 했지만, 몸이 아파 오지 못했다. 양해 부탁한다고 하더구나.”


“제 아버지가 그런 말을 했을 리 없지만, 예의상 이해한다고 해두죠. 전 딱히 상관도 안 합니다.”


베넷이 말없이 벤자민을 바라봤다. 벤자민 역시 그런 베넷을 말없이 바라봤는데, 결국 베넷은 한숨을 푹 쉬며 입을 열었다.


“평생 네 아버지와 화해하지 않을 생각이냐?”


“화해할 생각이 없다니요.... 애당초 화해할 사이도 뭣도 아닌데요.”


벤자민의 단호한 태도에 노인이 한숨을 쉬었다. 그 순간만큼은 90살 노인이란 나이에 걸맞게 매우 늙고, 약해 보였다. 한순간 동정심이 들 정도로 말이다.


“우리 집안 남자들이 다 고집이 센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넌 정도가 심하구나. 후계자 자리도 얻었고, 원하던 일도 성공했는데, 자비라는 걸 가져보는 게 어떻겠느냐?”


“아... 자비라.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제가 우리 집에서 자비라던가 관대함이라는 덕목을 배우지 못해 죽은 어머니 사진이나 붙잡고 허송세월이나 보내는 인간을 용서하기가 영 쉽지가 않군요. 부디 자비롭게 이해해 주시죠.”


벤자민의 독기 어린 말에 베넷은 그답지 않게 약한 소리를 했다.


“내가 죽어서 유언이라도 남겨야 네 아버지를 만날 거냐?”


벤자민은 할아버지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늘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할아버지도 싫었지만, 갑자기 약해진 모습을 보는 것도 썩 유쾌하지 않았다. 반칙 같다고 할까? 그 탓에 벤자민은 좋은 날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얄밉게 대답했다.


“글쎄요? 그런 날이 올지 의문이라서요. 선뜻 대답하는 게 쉽지가 않네요.”


“90살 먹은 노인보다 빨리 죽을 거 같다는 말이냐?”


“인생은 예측 불가능하거든요. 나오는데 순서는 있어도 가는데 순서는 없답니다.”


그때, 벤자민의 옆구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드레스를 입은 앤이 주먹으로 옆구리를 때린 거였다.


“할아버지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아야.... 왜? 이게 우리 집안 남자들의 대화법인데, 그건 그렇고 옷이 잘 어울리네. 가슴은 너무 파였지만.”


“예,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너무 보기 좋아서 계속 보게 된달까?”


갑자기 끼어든 제3의 목소리. 시선을 틀자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아나가 서 있는 게 보였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에 벤자민이 몸을 돌려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아나 아가씨?”


아나가 무릎을 살짝 숙여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벤자민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예, 저도 반갑습니다. 재무관님을 따라오셨습니까?”


“예, 물론. 하지만 개인적으로 와 보고 싶었답니다. 대단한 파티네요.”


“그리 봐주시니 감사하군요. 재무관님은 어디 계시죠?”


그러자 갑자기 아나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거 너무 섭섭하네요. 벤자민 변호사님은 저와 친구라고 해놓고는 절 그저 삼촌 조카로만 보시니요.....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아아.... 죄송했습니다. 요하네스 재무관님을 보지 못해서.... 마음 상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나가 눈물을 훔치는 척하며 말했다.


“그럼, 잠시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예?”


“제가 벤자민 변호사님에게 이것저것 할 이야기가 있어서요. 안 될까요?”


벤자민이 누님들을 봤다.


“어.... 급한 건가요?”


“별로요. 하지만, 거절당하면 친구에게 거부당했다는 사실에 슬퍼 눈물을 흘릴지도 모르겠어요. 삼촌한테도 하소연하고. 오해하지 마세요. 난감하게 하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니.”


“아....”


“이런, 방금 어릴 때 키우던 앵무새가 죽었던 일이 떠올랐어요.”


아나는 눈물을 참는 시늉을 하며 말했다. 벤자민이 그 모습에 기겁하며 누님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미안한데 누님들 잠시만 실례할게. 친구랑 이야기 좀 하고 올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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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6. 수여식 +20 21.04.30 1,001 48 10쪽
86 85. 할아버지와의 대화 +19 21.04.29 841 55 10쪽
85 84. 복종 +22 21.04.28 781 49 14쪽
84 83. 증명 +30 21.04.27 776 44 14쪽
83 82. 마지막 습격 +22 21.04.26 776 49 12쪽
82 81. 가족 +15 21.04.23 770 45 11쪽
» 80. 아나 아가씨 +20 21.04.22 771 50 11쪽
80 79. 일대일 인터뷰 +12 21.04.21 729 49 11쪽
79 78. 발악 +18 21.04.20 758 49 11쪽
78 77. 요동 +14 21.04.19 781 46 13쪽
77 76. 발표회 +31 21.04.16 774 5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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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4. 손님. +8 21.04.14 782 49 15쪽
74 73. 본격화 +19 21.04.13 752 56 12쪽
73 72. 펠러 공법 +21 21.04.12 775 53 12쪽
72 71. 존 앤 베넷 +28 21.04.09 792 55 13쪽
71 70. 3자 거래 +27 21.04.08 718 47 12쪽
70 69. 총독의 호출 +17 21.04.07 784 52 13쪽
69 68. 마법사 펠러 +54 21.04.06 783 55 14쪽
68 67. 협력 +18 21.04.05 765 47 14쪽
67 66. 총성 +32 21.04.02 766 49 15쪽
66 65. 그럴듯한 이유 +16 21.04.01 772 44 14쪽
65 64. 팬들 +36 21.03.31 772 50 15쪽
64 63. 변호사와 채집꾼 +22 21.03.30 764 55 13쪽
63 62. 초대 +18 21.03.29 738 52 14쪽
62 61. 파티 그리고 손님 +20 21.03.26 775 52 13쪽
61 60. 파티 참석 전 +21 21.03.25 789 49 14쪽
60 59. M&C +24 21.03.24 778 5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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