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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커피 님의 서재입니다.

도시 던전3: 까마귀와 뱀들의 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노란커피
작품등록일 :
2021.01.25 01:00
최근연재일 :
2021.04.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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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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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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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8,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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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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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9. 일대일 인터뷰

DUMMY

벤자민은 테라스에 나와 파티장을 내려다봤다.


아래 파티장에는 당초 계획했던 대로 여러 손님들이 모여있었다.


장소에 걸맞은 복장을 한 정치인들과 사업가, 공무원, 교수, 호사가, 조합 간부들이 음식과 술을 즐기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들 사이에서 띄엄띄엄 돌아다니는 마법사와 마녀가 보였다.


벤자민은 자신이 만든 광경을 보며 감상에 빠졌다. 당장 마녀와 마법사의 수가 얼마 되진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저 파티장에 마녀와 마법사의 수가 절반을 차지할지도 몰랐으니 말이다.


‘순조롭게 시간만 흐른다면 충분히....’


“이봐, 괜찮아?”


갑자기 끼어든 소리. 고개를 돌리니 의자에 앉은 루퍼트가 보였다. 종합 소식지 울프의 마스터 루퍼트 울프 말이다.


“미안, 뭐라고?”


“괜찮냐고? 멍하니 아래를 내려다봐서 묻는 거야.”


벤자민은 말없이 루퍼트 맞은편에 앉으며 대답했다.


“괜찮아.”


루퍼트가 물러서지 않고 다시 한번 캐물었다.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정말 괜찮아.... 왜 그리 물어보는데?”


“글쎄다? 오늘따라 어디 넋 나간 사람처럼 보여서. 너 학교 때 가끔씩 그런 표정 지었는데, 그때마다 너한테 시비 건 녀석들은 불쌍할 정도로 처맞았고. 오늘 내가 얻어맞는 게 아닐까 해서.”


벤자민은 수치심을 느끼며 자기 얼굴을 매만졌다. 변호사란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서는 안 되는 법인데... 아무리 앤드리 누님 일이 있었다지만 그걸 얼굴로 드러내다니. 벤자민은 민망함을 느끼며 루퍼트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다.... 내가 불렀는데, 불편하게 했네.”


“아니, 괜찮아. 종합 소식지 마스터되고 나서 다들 날 벌레처럼 봐 그런 표정엔 익숙하거든. 오히려 난 고마울 지경이야. 코인 소식지 나부랭이를 이런 파티에 불러주니.”


“그래, 내가 잘못했으니까. 그만해.”


루퍼트가 킬킬킬 웃고는 자세를 가다듬었다. 이제 일할 모양이었다.


“알았어. 알았어. 이제 그만할게.... 하지만 불러줘서 고맙다는 건 진심이야. 이런 거물들 파티에 참석해 기사 받아 적는 게 내 꿈이었거든. 알다시피 가십이나 쫓는 종합 소식지 기자 나부랭이는 입구에서 쫓겨나잖아?”


“종합 소식지는 제대로 된 기사를 안 쓰고, 이상한 가십거리만 만드는 족속이니까. 넌 제발 안 그랬으면 좋겠다. 다른 기자들에게 욕먹을 각오하고 너랑 단독 인터뷰 잡아준 거니까.”


루퍼트가 수첩과 펜을 꺼내며 말했다.


“이봐 말을 바로 하자고 친구. 누가 들으면 공짜로 해준 건 줄 알겠다. 저번에 내가 도와줬잖아?”


“그래서 네가 멋대로 내 친구 하워드 소설을 훔쳐다 자기 소식지에 올린 것도 고소 안 당하게 조율해 줬잖아.”


그랬다. 종합 소식지 울프에 실린 하워드의 소설 던전맨 벤은 루퍼트 이 미친놈이 멋대로 올린 글로, 나중에 하워드가 알게 돼 고소하겠다고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다. 벤자민이 간신이 중재해 말리긴 했지만 말이다.


벤자민이 약점을 꺼내자 루퍼트가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서였어. 대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랄까?”


“그냥 범죄야 미친놈아.”


“알았어. 알았어. 세세한 건 따지지 말고. 이제 인터뷰하자.”


따지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벤자민도 여기서 그만뒀다. 오늘은 자신 역시 바빴으니 말이다.


루퍼트가 수첩에 펜을 긁적인 다음 입을 열었다.


“우리끼리니까 형식은 빼고 편하게 말할 게. 이게 감정이 더 잘 묻어 나오니까.”


“편한 대로.”


“자, 그럼 첫 번째 질문. 마법사의 교육비를 낮출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된 것인지 물어봐도 될까?”


벤자민이 한쪽 주먹을 쥐었다 펴며 말했다.


“별거 아니야. 마법제품제조규격을 만들 당시 여러 마법사와 교류했고, 공통적으로 교육비가 큰 부담인 것을 알게 됐어. 그래서 이에 대해 한번 고민하게 됐지.”


“으흠....”


썩 마음에 드는 대답이 아닌지 루퍼트는 시큰둥하게 적었다. 그 모습에 벤자민이 한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유도 하나 있어.”


“개인적 이유?”


“관심 있어?”


“엄청. 빨리 말해 줄래? 급하거든.”


벤자민은 파티장 창가를 한번 바라봤다. 어릴 적 엠 바흐르스에 입학하지 못할 뻔할 때 도와준 앤드리 누님이 떠올랐다. 그녀의 말도.


‘응. 나 임신했어.’


멈칫하는 벤자민 루퍼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벤자민?”


“.... 별일 아니야. 너 내가 엠 바흐르스에서 공부한 것 알지?”


“물론, 그러다 포너트 대학으로 넘어왔잖아?”


“맞아. 도저히 마법으로는 가망이 없어서 말이야. 지금 와서는 다 지난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엄청 슬펐어.”


“세상은 비극이지. 그런데?”


“하지만 애당초 입학조차 못 할 뻔했어.”


“어째서? 네 집이 못 사는 것도 아니잖아?”


“못 사는 건 아니지만, 돈을 낭비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거든. 마법 학교는 등록금도 비싼 데다 학생이 준비해야 하는 용품 가격도 비싸지. 그렇기에 명문가라 할지라도 가능성이 없는 자식들에게는 그러한 지원을 해주지 않아. 하물며 마법도 못 쓰는 닭에게는.”


“내가 지금 슬퍼해야 하는 타이밍인가?”


“아니, 내가 닭이 아니었으면 이만큼 성공하지 못했을 테니 결과적으로는 괜찮아. 어쨌건 그때의 기억 때문에 마법 실험 도구를 싸게 만들려고 한 거야. 이게 교육비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거든. 돈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든 교육받는.”


사각. 사각. 사각. 루퍼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벤자민의 말을 받아 적었다. 반응을 보아 꽤 마음에 드는 답변인 듯했다.


“.... 좋아. 그럼, 투자자가 모인다고 할 때, 마법 실험 도구를 만드는 회사는 어디에 지을 거야?”


“그건 공식적인 논의를 거쳐 가장 합리적인 장소를 정해야겠지.”


“상식적이고, 형식적인 대답이군.”


“너도 알만한 녀석이니까. 굳이 캐묻지 않겠지? 또 다른 질문은 없어?”


루퍼트가 펜을 깨물며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 있어.... 마법 실험 도구를 값싸게 생산해 마법 학교에 공급한다면 분명 부담이 줄어들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교육비 문제가 완전히 해소할 것 같지 않은데, 이에 관해 어찌 생각해?”


“오.... 꽤나 예리한 질문이네?”


“변호사 못지않게 기자 역시 질문을 잘해야 하는 족속이거든. 대답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황실 변호사님.”


벤자민인 씨익 웃고는 대답했다. 기다리던 질문을 받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일단 대답하자면 네 말이 맞다는 거야. 마법 실험 도구 가격을 낮췄다고 교육비 문제가 확 달라지진 않겠지. 하지만 국가나 민간의 지원을 받기 훨씬 쉬워지고, 이를 시발점으로 다른 개혁이 일어날 수도 있지. 마법 재료나, 교육 시스템 등.”


“교육 시스템?”


“아, 이건 그저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야.”


“이것 봐. 난 네 개인적인 생각을 듣고 싶어 여기 온 거야. 이 비싼 양복을 사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찐 감자만 먹었다고. 내 노력에 보답 좀 해줘.”


벤자민은 난감한 척 의자 손잡이를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 너도 알다시피 현재 중앙의회에서는 마법 산업을 키우자는 의원들이 많아지고 있잖아?”


“그렇지.”


“마법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법사. 그러니 정부의 방향이 마법 산업으로 맞춰진다면 마법 교육에 대한 지원 역시 필연적인 거지.”

“뭐, 인정.”


루퍼트가 받아쓰며 말했다.


“그렇다면 마법 학교를 국내 행정에 편입시켜 지원할지도 모를 테고.”


“그건 마법사들이 반대할 것 같은데?”


“뭐, 확실히... 아니면 정부에서 마법 학교를 만들지도 모르지.”


“호오... 자세히 이야기해 봐.”


루퍼트가 펜을 쉴 새 없이 휘갈기며 재촉했다.


“말 그대로야. 정부에서 마법 학교를 세워 직접 마법사를 양성하는 거지. 그렇다면 마법 산업에 필요한 마법사도 확보할 수 있고, 산업 외적인 분야에서도 마법사를 공급받을 수 있으니.”


“재밌군.... 하지만 마법 학교가 그냥 만들고 싶다고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옳으신 말씀이야. 그래서 마법 학교를 지으려고 한다면 기존 마법 학교의 지원이나 교수들의 협력이 필요하지.”


“그게 가능할까?”


“난 그저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굳이 대답해 보라고 하면 경험이 많고, 곧 은퇴한 교수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거나, 자금이 부족한 마법 학교에 기금을 마련해주는 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 이 와중에 마법 교육 시스템에 개혁 혹은 변화가 일어날 거고.... 다시 말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야.”


루퍼트가 프흐흐흐 웃으며 수첩에 글을 써 내려갔다. 얼마나 많이 썼는지 벌써 종이를 반이나 쓴 것 같았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인터뷰가 아닌 순전히 개인적 궁금증이야.”


“뭔데?”


“이 모든 걸 언제부터 생각한 거야?”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할 수 없는데?”


“아...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마법제품제조규격’, ‘마법 실험 도구’, ‘마법 회사’, ‘마법 학교’.... 이 모든 게 그저 우연으로 생겼다고 말하는 거야? 내가 이쪽 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거 하나하나만으로 평생 업적으로 자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이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말도 안 되지. 햄릿은 결코 우연으로 만들어지지 않아. 그걸 믿는 건 오직 바보들뿐.”


벤자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테라스 밖을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파티 중이었다.


“..... 세상은 가끔 바보들에 의해 움직이기도 하는 법이야.”


“그건 바보들의 바람이고.”


“믿든 말든 상관 안 해. 난 진실만을 말할 뿐이야.”


“하.... 그러시겠지요. 황실 변호사님. 그럼 마지막 질문드려도 되겠습니까?”


“드려봐.”


“앞으로 마법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 것 같습니까?”


“글쎄? 감히 내가 말할 문제인지 의심되는군. 다만, 마법 사회는 점차 개방될 거고, 여러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는 마법사가 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 거라 생각해. 이 역시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이야.”


“그렇군. 그렇군.... 흥미로운 이야기였어. 이번에는 판매 부수 좀 나오겠는데?”


“다행인 말이군.... 그럼, 난 더 이상 너한테 빚진 게 없는 건가?”


“일단, 그렇다고 해두지. 이제 뭘 할 거야?”


루퍼트가 적어놓은 수첩과 펜을 품 안에 집어넣으며 물었다. 벤자민이 파티장을 내려다보며 대답했다.


“별거 있나? 이제 손님들 챙겨야지. 이번 파티로 마법 회사를 세울 종잣돈이 정해지는데.”


“거 참, 부럽군. 가뜩이나 부자인데, 거기다 돈을 더 쓸어 모으다니.”


“아, 갑자기 떠오른 건데. 나중에 나랑 이야기 좀 해.”


“이야기? 어떤 거?”


“종합 소식지 울프에 대한 투자 건. 내가 진심으로 투자하고 싶거든. 내 편이 되어줄 소식지가 하나 있으면 앞으로 훨씬 편할 테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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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8. 발악 +18 21.04.20 761 4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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