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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님의 서재입니다.

녹림으로 시작하는 무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데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05 16:41
최근연재일 :
2023.08.21 12: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62,484
추천수 :
8,317
글자수 :
336,116

작성
23.08.1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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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새끼가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1)

DUMMY

“이거 대호채주 덕분에 이번에 얻게 된 이득이 참으로 많군. 다음번에 만나면 술이라도 사줘야 되겠어.”


이번 사태로 여러 이득을 취한 적사군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눈앞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었다.


“그나저나, 지금 이 상황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지, 그것도 궁금해지는군.”


적사군이 차를 홀짝이며, 웃고 있던 그 시각.


유혁은 호남을 빠져나와 대호채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난리가 났겠죠?”


“아마 그렇겠지?”


나는 싸구려 영단을 비동에 숨겨놓고 비동의 위치가 표시된 가짜 장보도를 적사군에게 넘긴 뒤, 곧장 호남을 떠났다.


‘적사군 그놈이 회련도문이란 곳에 모두 뒤집어 씌우겠다 했지 아마?’


소란이 일어나도 회련도문에서 일어날 것이니, 무고한 양민들이 피해를 볼 일은 없을 터.


이걸로 현왕의 부탁은 완료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순조롭게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유혁은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대호채에 도착했다.


산채에 돌아오자마자,

식구들에게 새롭게 합류하게 된 백선을 소개해주고, 마영에게 특이사항이 있었는지 물었다.


“내가 없는 사이 별다른 문제는 없었어?”


“예, 화양객잔과 화양기루는 여느때처럼 호황입니다. 이번 달에 두 곳에서 나온 매출만 금자 오십 냥을 넘겼고, 평가장 사건 이후, 상단들이 알아서 찾아와 통행료를 바치고 있는 덕분에 산채의 수익도 나쁘지 않습니다.”


“창고는?”


“철군방에서 전해준 소식으로는 태화현의 창고는 모두 완공되었고, 화양촌의 창고도 마무리 단계입니다. 이제 삼호채에 있는 창고만 완성되면, 강서의 유통망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


화양촌과 산채의 수익은 달에 금자 육십냥 정도.


여기에 창고가 모두 완공되면 수익이 몇배는 더 늘어날 것이다.


마영에게 산채의 재정에 대한 보고를 전해들었으니, 이번엔 산채 내부업무를 보고받을 차례.


장일에게 수하들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


“애들은 어때? 수련은 열심히 하고 있나?”


“우선 일,이,삼호채에 있는 녀석들도 전원 이류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산채의 애들 중에 희미하게나마 검기를 발현한 녀석들도 있습니다.”


“호오?”


검기(劍氣)는 일류 고수의 상징.


아직 내공이 부족하고, 이제 겨우 한발 들여놓은 수준이라 제대로 다룰 순 없겠지만, 일류에 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부족한 내공은 백선을 열심히 굴려 어떻게든 채우면 되고, 부족한 실력은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였으니까.


“마군사, 우리와 안면을 튼 상단들 중에 약재나 영약을 취급하는 곳이 있나 확인해봐.”


“영단은 제조할 생각이십니까?”


“산채에 약왕의 비전을 이은 의원이 있는데, 놀게 내버려 둘 순 없지.”


흠칫!


유혁이 배정해준 전각을 자신만의 의원(醫院)으로 꾸미고 있던 백선은 순간 알 수 없는 섬뜩함을 느꼈으나, 이내 기가 허해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유혁의 지시에 마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따로 상단들을 선별한 뒤, 구매를 의뢰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할게. 아 맞다. 그리고 애들 훈련 강도도 좀 높이고,”


“알겠습니다.”


“대형, 후기지수들이 산채에 머물기 시작한 이후로, 비홍이 여인들을 감시하느라 비호대의 활동이 멈췄는데, 이건 어떻게 합니까?”


“음, 확실히 그것도 문제긴 하네.”


대주인 그가 계속 산채에 머물고 있는 탓에 비호대가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어찌할까 고민하다, 적절한 해결책을 떠올렸다.


“걔네들 전부 백의원한테 보내버려.”


“여인들을 말입니까?”


“그래, 어차피 백의원도 옆에서 도와줄 일손이 필요할 거 아니야. 백의원한테 그 녀석들 감시하는 겸 의녀로 부리라고 언질해 줘. 비홍은 비호대로 다시 복귀시키고,”


“예.”


“후우, 그러면 이제 더 이상 보고받을 일은 없지?”


“그렇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


산채의 재정은 마를 틈이 보이지 않고, 창고 건설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뿐더러 거기에 수하들도 쑥쑥 성장하고 있다.


‘문제 될 일은 다 해결됐고, 따로 신경 쓸 일도 없으니,’


한동안은 여유롭게 평온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





호남에서 복귀한 이후로 내 일과는 단순해졌다.


매일 새벽마다 두 시진 이상 운기조식하고 아침식사 후 점심 때까지 업무를 보다, 점심 이후에는 도법과 외공등의 개인 수련을 한다.


그리고 저녁 먹고 수하들과 함께 산 아래에서 적당히 영업을 뛰다가, 해가 완전히 지면 산채에 복귀하여 다시 수련하다 취침.


사실상 식사를 제외하면 업무, 수련, 잠의 연속이었으나,


‘이것만 해도 어디야?’


온갖 사건 사고로 인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이렇게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니, 쌓여 있던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으싸.”


운기조식을 마치고,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하루 일과를 시작해 볼까?


나는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평온한 하루를 보낼 것이라 생각했다.


우연히 팽군성의 얼굴을 보기 전까진,





대충 업무를 마치고,

수련을 위해 연무장으로 향하던 도중.


“얘는 꼴이 왜 이래?”


얼굴이 푸르팅팅하게 변한 팽군성과 마주쳤다.


‘그래도 나름 미형이었던 얼굴이 상한 고기처럼 변해버리다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이냐고 물었음에도 녀석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백선을 불렀다.


“백의원, 네가 좀 봐줘야겠다.”


“예, 알겠습니다. 잠시 이쪽으로 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백선의 정중한 권유에 녀석이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갔다.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걸 보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뭐, 확인해보면 알겠지.


팽군성이 백선을 따라간 뒤,

녀석을 담당하고 있던 장일과 장삼을 불러 추궁했다.


“쟤 면상이 왜 저래? 니들이 저렇게 만들었냐?”


아무리 말을 안 들어도 그렇지 우리 수련을 도와주는 노예···아니, 비무상대를 저렇게 만들면 어떡해?

장일과 장삼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희가 그런 게 아닙니다.”


“저희도 억울합니다. 대형.”


응? 너희가 그런 게 아니야??


“그럼 쟤는? 자다가 바위에 얼굴이라도 박았대?”


“그게···다른 후기지수들과 다툼이 있었다고, 듣기로는 고기 때문에 언쟁을 벌이다 지들끼리 주먹 다툼을 벌인 모양입니다.”


“·····················”


멍한 표정으로 저 멀리 백선을 따라가는 팽군성을 바라봤다.


‘내가 어지간해선 이런 말은 잘 안 하는데,’


진짜 등신도 아니고,

나름 명문가의 제자란 것들이 저 나이 처먹고 저러고 싶을까?


진짜 여러모로 신박한 머저리 놈들이다.





팽군성과 후기지수들 사이에 다툼이 벌어진 계기는 사소했다.


그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노역을 하고, 산채 식구들의 비무 상대가 되어주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러다 산채 내에서 받는 대우로 인해 문제가 벌어졌다.


산채 식구들과 어느정도 친밀감을 쌓은 뒤부터 사람대접을 받아온 후기지수들과 달리, 팽군성은 여전히 걸어 다니는 목각인형 취급을 받았고,


때문에 다른 이들이 따뜻한 밥에 고기반찬을 먹고 있을 때, 그는 풀뿌리와 다 식은 밥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온종일 죽어라 몸을 혹사시키는데, 풀만 먹고 어디 힘이 날까?


팽군성은 후기지수들에게 고기 반찬을 나눠 받고자 했으나,


“전소협, 혹 반찬을 조금만 나눠줄 순 없겠소?”


“···미안하지만 어려울 것 같소. 내 코가 석자라.”


후기지수들은 그의 부탁을 거절했다.


예전이었다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 그의 요구를 들어줬겠지만,


혹독한 환경과 팽군성의 연이은 패배로 인해 산채에 감금되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그에 대한 반발심이 생겨난 것.


후기지수들의 거절에 팽군성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어,어찌 그깟 반찬 하나로 그리 쪼잔하게 구는 것이오?”


“쪼잔? 지금 쪼잔이라 했소?”


“이 고기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모르다니! 팽형께선 아직 배가 부른 것 같소이다.”


“그러니, 가문에 돌아갈 생각도 없이 계속 이곳에 머물러 있는 것 아니겠소?”


“뭐라?!”


그들이 유혁에게 패배한 것을 비꼬자, 팽군성도 얼굴을 붉히며 울화를 터트렸다.


“지금 말 다 한 것인가?!”


“아니, 아직 다 안 했소! 팽형의 부탁에 이리 함께 산채에 남아주었는데, 대체 이게 무슨 꼴이오?”


“맞소! 진작에 대호채주만 이겼더라면, 이렇게 고생할 필요도 없었을 것인데,”


약관이 지났다곤 하나,

그들은 아직 혈기왕성한 청년들.


언쟁이 길어지자 결국 주먹 다툼이 벌어졌고, 천문상이 중재에 나선 다음에야 비로소 싸움이 멈췄다.


“다들 진정하시오. 우리끼리 싸워봤자 달라질 것은 없지 않은가?”


천문상의 만류에 그들은 분이 풀리지 않은 표정으로 씩씩대며 물러섰다.


한편,


다른 후기지수들이 아직 분을 다 삭히지 못하고 있던 사이, 팽군성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홀로 멍 때리고 있었다.


내공이 금해진 상태에서 벌어진 주먹 다툼.


비록 자신은 혼자였고 저들의 수가 더 많았다고는 하나,


‘내가···팽가의 이공자인 내가 얻어맞았다고?’


내심 자신보다 밑이라 생각했던 그들에게 얻어맞았다는 사실과, 이러한 상황에서도 가문과 실력으로 급을 나누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


그리고 이 모든 인지하고 것을 있음에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에 팽군성은 큰 자괴감을 느꼈다.


백선에게 치료를 받은 뒤,


빈 창고로 돌아온 팽군성은, 홀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무릎 사이에 얼굴을 박았다.


‘대체 난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


가문의 신물을 찾아 금의환향할 생각으로 이곳에 남았것만, 정작 한 일이라곤 산적들을 도와준 것밖에 없었다.


자신을 믿고 함께 남아준 친우들의 믿음.

천하제일도가라는 팽가의 명성.

무인으로서의 자존심.


그 무엇도 지켜내지 못했다.


‘이제는 대호채주는커녕 그의 수하들마저 힘겹게 이기는 상황에, 과연 내가 팽가의 이름을 내걸고 당당히 도를 쥘 자격이 있을까?’


고난(苦難)


어른이 되었다곤 하나,

평생을 좁은 가문 내에서 살다 청년이 되어 이제 세상에 나온 그는 지금 이 모든 상황이 고되고 힘들었다.


‘차라리 다 포기하면···’


그가 완전히 자신감을 상실하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혼자 병신처럼 뭐하고 있냐?”


유혁이 나타났다.





백선에게 팽군성의 치료가 끝났다는 말을 전해듣고 상태를 확인하고자 그를 찾아온 유혁은, 홀로 쭈그려 앉아있는 팽군성을 보곤 당황했다.


‘이 새끼, 혼자 왜 이러고 있는 겁니까?’


[으음, 본좌도 잘 모르겠구나.]


싸움에서 발렸나?

아닌데? 백선이 이놈보다 다른 놈들 얼굴이 더 심각하다고 했었는데?


‘쩝, 이건 뭐 우울증 환자도 아니고,’


뭔가 여러 의미로 상태가 안 좋아 보였기에, 무슨 일인지 묻고자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혼자 병신처럼 뭐 하고 있냐?”


“··················”


“어쭈? 이젠 대답도 안 해?”


“···그냥 가시오.”


“너 진짜 어디 아프냐? 내상이라도 입었어?”


팽가의 도가 최강이라느니,

산적들은 모두 죽어야 한다느니,

자신만만하게 나불대던 모습은 어디 가고, 불안하게 시한부 환자처럼 축 늘어져 있는 거야?


“듣자 하니 네 친구들하고도 싸웠다며? 쯧쯧, 그 나이 처먹고 쌈박질이나 하고 참 잘하는 짓이다.”



“·····················”


“그것 때문에 그래? 왜 너답지 않게 혼자 궁상을 떨고 있어??”


“나답지 않다···라······”


팽군성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도대체 나 다운 게 무엇이오?”


그의 눈빛은 한없이 어둡고 공허함과 동시에 누구보다 간절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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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벽을 넘다(1) +6 23.08.13 4,505 131 13쪽
46 새끼가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2) +7 23.08.12 4,434 141 12쪽
» 새끼가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1) +9 23.08.11 4,559 142 12쪽
44 약왕의 비밀(2) +6 23.08.10 4,702 147 14쪽
43 약왕의 비밀(1) +5 23.08.09 4,707 154 12쪽
42 네가 왜 거기서 나와??(3) +6 23.08.08 4,991 152 15쪽
41 네가 왜 거기서 나와??(2) +11 23.08.07 5,044 146 12쪽
40 네가 왜 거기서 나와??(1) +4 23.08.06 5,174 15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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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모두가 그럴듯한 계획은 가지고 있지.(4) +6 23.08.04 5,063 1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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