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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님의 서재입니다.

녹림으로 시작하는 무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데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05 16:41
최근연재일 :
2023.08.21 12:20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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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479
추천수 :
8,317
글자수 :
336,116

작성
23.08.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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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모두가 그럴듯한 계획은 가지고 있지.(4)

DUMMY

나의 제안은 간단했다.


“네놈이 산채에 머물며 내 지시에 불만 없이 따른다면, 매달 한 번씩 나에게 비무를 청할 기회를 주지. 그리고 비무에서 네놈이 승리할 시 이 도갑을 넘겨주고 너희 모두를 풀어주마.”


도갑을 미끼로 놈을 묶어두는 것.


이놈은 제 나름대로 스스로 실력과 팽가의 소속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니, 혹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 어려운 조건은 아니잖아. 안 그래? 잘만 하면 딱 한 달만 고생하고 금의환향할 수도 있다니까?”


“··················”


안 그래도 이미 한차례 패배로 자존심을 구긴 상황,


팽가의 신물을 건 제안을 이놈이 과연 거부할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없지.’


심각한 표정으로 고심하고 있는 녀석의 표정을 보니, 이미 어느정도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아! 참고로 제안을 승낙하면 네놈뿐만이 아닌, 여기 있는 놈들도 전원 산채에 남아야 한다는 점 명심하고,”


“그,그게 무슨···!!”


“우리는 팽가와 아무 상관이 없소!”


한 사람을 위해 모두가 남아야 한다는 말에 다른 후기지수들이 반발했으나,


“꼬우면 만년하수오가 되든가.”


“···············”


땅속에 파묻어버리겠다는 협박에 다들 언제 그랬냐는 듯 합죽이가 되었다.


자신뿐만이 아닌 다른 후기지수들까지 남아야 한다는 말에 팽군성은 더욱 고심에 빠졌고, 녀석에게 다른 놈들을 설득할 시간을 주고자 잠시 자리를 비켜주기로 했다.


“그럼 내일까지 잘 생각해봐.”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쭈그려 있던 후기지수 하나가 용기를 내 물었다.


“하,함께 온 소저들은 어떻게 되었소?”


“설마 그들의 몸에 손을 댄 것은···”


이 새끼들이 사람을 뭘로 보고,


“쯧, 걱정하지 마라.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제일 안전한 놈한테 감시를 맡겼으니까.”


아무렴,

그녀들의 곁은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녀석이 지키고 있었기에, 불상사가 벌어질 걱정은 없었다.


한편,

여인들이 갇혀 있는 서쪽 창고.


동료들의 걱정과 달리,

그녀들은 다른 의미로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꺄악!”


“죄,죄송해요···!”


그녀들을 감시하고 있던 안전한 사내(?), 비홍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여인들을 갈궜다.


“네년! 아까 우리 장이 대주를 음탕한 눈빛으로 훑어봤지?!”


“예? 자,장이 대주라면, 혹시 아까 그 헌앙하신 공자님을 말씀하시는 건지···아악!”


“캭! 이년이 어딜 감히 우리 장이 대주한테 꼬리를 치려고!”


비홍이 머리채를 잡고 흔들자, 산동양가의 금지옥엽 양소양은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찔끔 흘렸다.


“아악! 죄,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네년들은 내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테니, 산채의 식구들에게 꼬리칠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을 거다. 알겠느냐?!”


“예,옙!”


그녀들은 비홍에게 위협···아니 견제받고 있었지만,


안전하다는 유혁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다.





다음 날.


사내들이 갇혀 있던 동쪽 창고로 찾아가 팽군성에게 물었다.


“그래서 대답은?”


밤 사이 동료들을 설득하느라 고생을 한 것인지, 녀석의 얼굴은 제법 수척해져 있었는데,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다른 녀석들도 잘 설득한 것 같군.”


“·····················”


사실 팽군성이 다른 후기지수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지난 밤.


“아니, 팽형 그게 무슨 말이오?! 왜 우리가 산채에 남아야 하는 것이오?!”


“맞소! 팽가에서 잃어버린 신물을 되찾는데, 어찌 우리까지 피해를 보아야 하는 거요?”


팽가의 신물을 되찾아야 하는 팽군성과 그로 인해 함께 피해를 보게 된 후기지수들의 갈등.


이 역시 유혁이 의도한 것 중 하나였다.


계속되는 이들의 갈등에 연장자였던 천문상은 직접 나서서 상황을 중재했다.


“다들 진정하게 팽소협도 그만큼 절실해서 그런 것이니,”


그는 팽군성을 성토하는 이들을 말리며 절충안을 내놓았다.


“팽소협, 차라리 이렇게 하는 건 어떻소? 제안을 받아들여 이곳에 남되, 아직 나이가 어린 이들은 풀어달라고 하는 거요. 그리하면, 그들이 이곳을 빠져나가 팽가에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지 않겠소?”


천문상이 내놓은 절충안은 나름 합리적이었으나,


“···그건 안될 말이오.”


팽군성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팽가의 내부 사정 때문이었다.


“다들 알다시피, 나는 장자인 형님과 소가주가 되기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소. 이번 협객행도 그 일환 중 하나지.”


일반적으로 가문의 후계자는 장자가 승계하는 게 원칙.


더 뛰어난 이를 후계자로 삼는다는 팽가의 가훈에 따라 소가주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었지만,


명분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그는 자신의 형인 팽군호보다 한 수 뒤떨어졌다.


당장 팽군호는 도룡(刀龍)이라는 별호와 함께 오룡 중 일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라진 팽가의 신물을 손에 넣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팽가의 신물인 오호단문도의 도갑을 가지고 가문에 복귀한다면, 가문 내의 위상이 달라지는 건 물론, 장로들의 지지를 얻어 형님을 제치고 소가주 자리에 오를 수 있소.”


“결국, 팽형의 욕심 때문에 우리까지 피해를 보란 소리 아니오!”


“그 점에 대해선 본인 역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대들도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오.”


“그게 무슨···”


“본인이 훗날 가주가 된다면, 오늘의 일을 쉽게 잊을 것 같소?”


“!!!!!!!!!!!!”


이 자리에 있는 이들 대부분이 명문문파 혹은 무가의 자제들이었고, 이 중에는 이미 후계자로 낙점된 이들이 있는 반면, 팽군성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약속하지. 본인이 가주가 된다면, 보은하는 것은 물론, 모두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돕겠소.”


팽군성의 맹세에 모두들 침묵했다.


‘가주가 된다면, 우리를 돕는다고?’


‘그렇다면···’


애당초 자신들이 이번 협객행에 참여한 이유가 무엇인가?


팽가의 자제와 연을 맺고 친분을 다지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가 단순한 친분을 넘어 은인으로 여기겠다 선언했으니,


‘팽소협이 신물을 얻고 돌아가 가주가 된다면, 본문도 팽가의 도움을 받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팽가를 뒷배로 둔다면, 사형이 아닌 내가 문주가 되는 것도···’


이것은 도박이었다.


위험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는 그런 도박(賭博).


후기지수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심에 고심을 반복했고,


끝내.


“알겠소. 팽형을 믿어보겠소.”


“본인도 팽형과 함께 남겠소이다.”


팽군성을 믿고 모든 걸 걸어보기로 했다.


후기지수들의 믿음에 팽군성은 감격하며 주먹을 꽉 쥐었다.


“모두 본인을 믿어주어서 고맙소.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팽소협이라면 대호채주 그자를 반드시 꺾을 수 있을 것이오.”


“저 역시 그럴 거라 믿고 있습니다!”


허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유혁은 누가 호구인지도 모르는 도박판엔 절대 끼지 않는다는 걸.


[자고로 판때기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다면, 네가 호구라는 걸 명심하거라]


그는 도박판에서 노인장에게 배운 가르침을 한시도 잊지 않았고,


그 가르침에 따라,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않는 편이었다.





산채에 남게 된 후기지수들이 가장 먼저 하게 된 일은 바로 아직 완공되지 않은 삼호채의 창고 건설이었다.


“허억···허억······”


“대,대체 우리가 왜 이런...”


고된 노역에 후기지수들은 땀을 흘리며, 불평불만을 내뱉었지만,


“비무를 받아주는 건 한 달에 한 번, 비무에서 이기기 전까진 내 지시에 군말 없이 따르기로 하지 않았나?”


“··················”


“뭐 하기 싫으면 말해, 마침 파놓은 땅도 많겠다. 이 기회에 나도 인형삼(人形蔘) 재배나 해보지 뭐.”


자신들을 삼(蔘)으로 만들어버리겠다는 협박에 입을 꾹 닫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단순 노역뿐만이 아니었는데,


낮에는 창고를 짓고, 남는 시간에는 산채 식구들의 비무 상대가 되어 줘야 했다.


“내공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비무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우리 애들이 요즘 허수아비만 상대하다 보니 심심하다고 하네? 그니까 너희가 상대 좀 해줘,”


“이익!!”


참으로 모욕스러운 상황에 후기지수들은 이를 갈며 반발하려 했지만,


“···알겠다.”


팽군성이 그들을 만류했다.


“팽형!”


“산적들과의 비무는 우리에게도 좋은 수련이 될 수 있을 것이오.”


그는 내공을 봉한 상태로 산적들을 상대하는 게 나름 괜찮은 수련이 될 것이라 말하며 다른 후기지수들을 설득했고,


후기지수들은 수련이라는 말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으나, 얼마지나지 않아 이 결정을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헉, 헉···자,잠깐! 조금만 쉬고······”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빨리 빨리 가자, 다음!”


한 명이 끝나면, 곧장 다음 사람이 연이어 비무를 진행하다 보니, 후기지수들은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팽군성을 제외한 후기지수는 네 명.


그에 반해 대호채의 식구는 백여 명


고작 네 명이서 백여 명을 상대해야 하니, 어찌 미치지 않을까?


“처,천형, 언제까지 이 짓을 반복해야 하는 거요?”


“본인도 모르겠소···”


“팽형은?”


“듣기론 팽소협은 실력이 뛰어나니, 산채의 대주들의 상대가 되어주기로 했다더군.”


“젠장할! 우리는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후기지수들은 팽군성의 사정이 자신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욕을 내뱉고 있었지만,


정작 그의 상황도 그리 넉넉하진 않았다.


매서운 기세로 쇄도해 오는 대부(大斧).


팽군성은 대부를 간신히 흘려냈다.


그리고 곧장 반격을 가하려던 찰나,

등 뒤에서 날아드는 쇄겸에 의해 그 뜻을 이룰 수 없었다.


“큭! 이런 개 같은!!!”


나름 점잖은 면모를 지니고 있던 그가, 왈패 못지않은 거친 입담과 함께 분노를 토해냈다.


“한 명씩 덤벼. 이 망할 놈들아!!”


“어린놈이 입이 험하군.”


“정확히는 험해졌죠.”


“음.”


후기지수들이 한 명씩 연달아 비무를 하고 있었다면, 팽군성은 장씨 삼형제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다.


똑같이 내공을 쓰지 않는 상황.

결국 기예와 완력에 의해 승부가 날 수밖에 없었는데,


완력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으니, 그는 어떻게든 기예로 저 세 사람을 쓰러트리고자 했으나, 장씨 삼형제는 서로 합을 맞춤으로써 부족한 기예를 보충했다.

“빈틈이다! 애송아!”


“커헉!”


장삼의 주먹에 옆구리를 맞은 팽군성이 신음을 토하며 바닥을 굴렀다.


“쿨럭! 이,이런 거지같은···”


“혓바닥 굴리는 거 보니 아직 팔팔한 모양이군. 비무를 계속해도 되겠어.”


비무를 계속한다는 말에 팽군성은 기겁하였다.


‘이,이런 무식한 산적놈들이!’


그는 지금 이 상황이 화가 나다 못해 눈물이 날 정도로 억울했다.


고된 노역으로 지칠 대로 지쳐있는 상태에서 홀로 세 명을 상대해야 하니, 어찌 억울하지 않을까?


‘신물만 손에 넣는다면!’


팽군성은 비무에서 승리해 도갑만 손에 넣는다면, 가문의 무인들을 동원에 대호채의 산적들을 모두 치도곤 낼 것이라 다짐했는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한 달 뒤,


“컥!”


“내가 이겼네?”


유혁은 바닥을 구르는 팽군성을 바라보며 끌끌 혀를 찼다.


“산공독과 점혈을 풀어주고,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사흘의 시간도 줬는데···쯧쯧, 저 뒤에서 아기 새 마냥 널 지켜보고 있는 친구들한테 미안하지도 않냐?”


팽군성은 절망어린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후기지수들의 모습에 발악하듯 소리쳤다.


“하,한 번! 한 번만 더···”

“어, 안돼. 한 달 뒤에 다시 와. 그리고 졌으니까 산공독 먹고 내공 봉하는 것도 잊지 말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팽군성과 절망 어린 표정으로 녀석을 노려보고 있는 후기지수들.


절치부심한 것이 무색하게도 그는 전처럼 유혁에게 처참하게 패배했고,


그로 인해 팽군성과 후기지수들은 이 지옥에 체류하는 기간을 연장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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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네가 왜 거기서 나와??(3) +6 23.08.08 4,991 152 15쪽
41 네가 왜 거기서 나와??(2) +11 23.08.07 5,044 146 12쪽
40 네가 왜 거기서 나와??(1) +4 23.08.06 5,174 15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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