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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님의 서재입니다.

녹림으로 시작하는 무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데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05 16:41
최근연재일 :
2023.08.21 12: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62,466
추천수 :
8,317
글자수 :
336,116

작성
23.07.30 12:20
조회
5,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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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글자
12쪽

지금 우리한테 공갈치는 거지?(1)

DUMMY

산채에 복귀하니, 또다시 바쁜 나날들이 이어졌다.


기존의 객잔과 기루 등의 사업체 관리부터, 새롭게 구상한 창고사업을 위해 남풍과 화양촌에 창고를 짓고, 거기에 투항한 산적들을 대호채 밑으로 흡수하는 일까지.


매일 매일을 정신없이 보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장씨 삼형제는 산적들을 관리, 계도(啓導)시키느라 더욱 정신이 없었는데,


“거기, 땅에 머리를 박고 있는데, 왜 몸이 흔들리는 거냐!”


“죄,죄송합니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네놈들은 이제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자랑스러운 우리 대호채의 밑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니 그에 걸맞는 행실과 실력을 갖춰야 한다. 알았느냐?”


“옙!!!!”


기존에 마구잡이식으로 약탈을 시도하던 놈들의 정신상태를 뜯어고치고, 얼차려와 주입식 교육을 통해 거의 세뇌에 가까운 수준으로 녀석들을 새롭게 탈바꿈 시켰다.


그렇게 약 한 달간의 정신교육 끝에,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하산을 원하는 몇몇 인원들을 제외하고, 대략 백이십에 달하는 산적들이 대호채 산하에 들어오길 희망했다.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전과 비교하면,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주는 대호채는 산적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물론, 모두를 산채 내부로 들이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기에,


흔히 속가처럼 대호채의 휘하 산채의 개념으로 녀석들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각 산채당 사십 명씩 나눠 각각 일호채(一虎寨), 이호채(二虎寨), 삼호채(三虎寨), 총 세 개의 산채를 휘하에 받아들였다.


참고로 산채 이름을 저리 지은 것은 편하게 구분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같은 대호채의 식구라는 소속감을 주기 위함.


각 산채의 채주 자리는 기존의 채주들이 모두 죽어버린 바람에, 제법 똘똘한 놈들을 골라 임명했다.


얼떨결에 식구의 수가 이백 명을 훌쩍 넘겨버리는 꼴이 되었으나, 객잔과 기루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두둑했기에, 재정적인 문제는 없었다.


정신교육을 마치고 산채를 나누자마자 내가 지시한 것은 바로 창고 건설.


“남풍과 화양촌 중간 지점에 위치한 삼호채에 창고를 지을 생각이다. 삼호채주는 창고 관리하고, 일호채와 이호채는 남풍에서 온 물건을 화양촌으로 운송하는 일을 맡는다.”


남풍에서 삼호채까지 운송하는 건 남풍에 자리 잡은 나성과 화검문에서 맡아줄 것이니, 우리는 대호산맥 내부의 운송만 맡으면 된다.


‘지금도 화양촌에서 벌어들이는 재물과 상단을 호위하며 받는 통행료로 남부럽지 않게 벌고 있긴 하지만,’


고작 이 정도론 나와 영감님의 목표를 이루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창고가 지어지고 상단들의 물건을 받기 시작하면, 기존보다 수익이 몇 배는 늘어날테니. 그 수익을 이용해 산채를 더욱 키워야 해.’


나의 장대한 계획에 영감님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것 참, 이런 방면으로는 네 녀석이 본좌보다 더 머리가 잘 굴러가는 것 같구나.]


당연하죠.

전생의 자본주의 짬밥이 어디 도망가는 건 아니니까.


창고는 이제 막 짓기 시작했으니, 완공되어 장사를 시작하려면 아직 한참은 기다려야 한다.


더군다나

당장 완공된다고 해도,

고리타분한 상단과 표국들이 자신들의 목숨줄이나 다름없는 물건들을 쉬이 맡기려 하진 않을 터.


‘그 부분은 화검문과 연가장의 이름을 걸고 보증을 선다고 하면, 안심하고 하나둘씩 맡기 시작할 테니 걱정 없겠지,’


화양촌에 지어진 객잔과 기루로 인해 연가장의 이름이 어느정도 알려졌으니, 상단들도 어느정도 신뢰를 가질 것이다.


‘이제 진짜로 하나둘씩 일이 풀려나기 시작하는구나.’


아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갈 길이 한참이었으나,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절로 기분이 뿌듯했다.


[그렇다고 너무 긴장의 끈을 놓지 말거라. 잘나가기 시작하면 필히 주변에서 질시하는 이들이 생기기 마련이니,]


‘가령 지부장 같은 놈이요?’


[그래, 본좌가 직접 그 지부장이란 녀석을 만나 본 것은 아니나, 지금까지 그놈의 행보를 보면 어떤 성향을 가진 자인지 얼추 짐작이 가더구나.]


영감님은 직접 보지 않았음에도 지부장의 성향을 거의 완벽하게 파악해냈다.


[자존심 강하고 체면을 중요시 여기면서, 정작 자신은 냉철하고, 계산적이라 생각하지. 이러한 종자들은 대개 겉으로는 대인배인 척 공명정대한 척하며 뒤로는 온갖 수작을 부리는 법이니라.]


‘정확하십니다.’


직접 대면해보지도 않고, 지부장의 성향을 이토록 정확하게 맞추다니, 역시 세월에서 오는 짬은 무시할 수 없다니까.


영감님의 말을 들으니, 지부장이 이번 일을 가지고 지랄할 것 같다라는 예감이 더욱 굳어졌다.


‘한창 대호채가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금 같은 시기에, 지부장이 수작을 부린다면 제법 골치가 아프긴 하겠지만,’


우리도 나름대로 경계하고 있으니, 별 문제 없을 것이다.


모르고 맞는 게 무섭지,

알고 있으면, 맞을 일도 무서워 할 이유도 없었으니까.


‘뭐, 그냥 의심만 사고, 넘어가면 더 좋고,’


대호채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결국은 지부장의 견제를 받게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으나,


솔직히 그다지 걱정이 되진 않았다.


‘그때가 되면···’


우리가 놈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놈이 우리의 눈치를 봐야 할 테니까





*****





한편, 그 시각


남풍염가를 무너트린 여파로 대호채의 이름은 어느새 대호산맥을 넘어 인근 현의 문파들에게 까지 전해졌는데,


“대호채? 일개 산채가 남풍염가를 멸문시켰다고?”


“아무리 남풍염가 놈들이 외지에 자리잡은 촌뜨기들이라 해도 고작 산적들에게 당하다니···”


소문을 믿지 못하는 이들부터.


“최근 강서 녹림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고 하더니만, 아무래도 뭔가 일이 터질 조짐이로구나.”


“대호채라···본문과 연을 맺은 상단들을 통해 대호채에 대한 소식을 모으도록 하거라.”


녹림의 성장을 걱정하며 경계하는 이들까지,


강서 무림의 무림인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그중 단연코 대호채의 소식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바로 복악채였다.


파충의 앞에 몰려든 복악채의 수뇌부들은 대호채의 비상(飛上)을 두고, 우려를 표하며 성토했다.


“소두령님, 대호채 놈들이 별다른 보고도 없이 움직여, 산 아래의 문파를 공격했습니다. 이는 소두령님을 가벼이 본 것이며 더 나아가 소두령님의 권위에 도전하는 일입니다!”


“맞습니다. 이번 일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게다가 들리는 소문으론, 대호채가 근방에 산채들을 휘하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이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 필히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이전부터 대호채를 아니꼽게 여기던 수뇌부들은 자신들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일을 벌인 대호채를 벌하고, 대호채주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사실 이 주장들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것으로,


지금껏 그들은 상납금만 내면, 산채들이 무슨 짓을 하든 간섭하지 않았다.


상납금만 뜯어가고 제대로 된 지원조차 안 해주면서 사사건건 간섭까지 한다면, 그 누가 녹림도가 되려 하겠는가?


이와 같이,

어느정도 기준만 정해줄 뿐,

지부가 산채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건 녹림의 오랜 불문율 중 하나였다.


헌데도, 이들이 이렇게 대호채를 성토하는 것은 바로 화양촌의 기루와 객잔 때문이었다.


‘화양촌의 객잔과 기루에서 벌어들이는 재물이 엄청나다고 하던데,’


‘젠장할, 그때 소두령님께서 그놈들한테 화양촌의 권리만 인정해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대호채가 지닌 화양촌의 권리를 빼앗기 위해 이번 일을 물고 늘어졌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는데,


“산채의 일에 지부가 관여하는 것은 녹림의 불문율을 어기는 행위요!”


“더군다나 듣자 하니, 염가와 산채들이 손을 잡고, 대호채를 먼저 쳤다고 하던데, 이를 따져보면, 오히려 대호채주는 피해자 아니오?”


“맞습니다. 이런 상황에 그들을 징계하면 대호채의 충성심이 바닥으로 떨어질뿐더러, 다른 산채들 역시 지부에 불신을 보일 겁니다.”


소열을 비롯하여 대호채에게 어느정도 우호적인 수뇌부들은 정론을 꺼내들며 그들을 나무랐다.


이는 이전부터 복악채의 수뇌부들이 두 개의 파벌로 나뉘어져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두 파벌의 언쟁이 길어지자,


결국 침묵을 유지하던 파충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대호채가 너무 크고 있으니 이 기회에 놈들을 밟아놓자, 이 말 아닌가?”


“마,맞습니다.”


“놈들에게 인정해주었던 화양촌의 권리를 다시 가져오는 것 정도라면, 충분할 것으로···”


“화양촌의 권리를 다시 가져오자라···그 말은 대호채의 숨통을 조이자는 것인데,”


파충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응시했다.


“애써 잘 키워놓은 충견을 삶아버리자는 소리로군.”


얼핏 보면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기분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그 역시 녹림의 지부장.


무위 하나만으로 이 자리까지 오른 건 아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후계 경쟁을 위해 하나라도 산채들을 더 끌어들이고 있는 마당에 그런 짓을 벌인다면, 과연 누가 나를 따를 것 같으냐?”


그는 충성심이라는 게 단순한 존경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충성이란,

대상이 느끼는 공포와 이윤이 있어야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자신이 이 자리에 앉아, 산채들의 밥그릇을 보장해 주기에 강서의 녹림도들이 자신을 따르는 거지, 그게 아니었다면, 그들이 어찌 자신을 따르겠는가?


고로 같잖은 탐욕에 눈이 멀어 그들을 내치는 건 어리석은 짓.


허나,


“그것과 별개로, 대호채가 여기서 더 커지는 걸 두고 볼 이유는 없지.”


이번 일에 대한 소식을 듣고 파충이 가장 거슬렸던 것은 대호채의 성장도, 화양촌의 수익도 아니었다.


“지부도 아닌 일개 산채가 다른 산채들을 휘하에 두고 거느리는 것은 있어선 안 될 일. 놈들이 더 설치지 못하도록 가볍게 경고를 주도록.”


그가 진정으로 거슬렸던 건,

대호채가 자신의 휘하에 산채들을 거느리며, 일종의 세력을 형성하는 하는 것이었다.


파충의 지시가 떨어지자,

소열이 나서서 고개를 숙였다.


“소두령님의 명을 받들어 제가 직접 찾아가 그들에게 경고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대호채에 나름 호의를 가지고 있던 소열은 이 정도 선에서 일이 마무리 되었다는 사실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그때,


“경고 정도로 놈들이 말을 알아듣겠습니까?”


강경파의 수뇌부,

구송지가 소열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소두령님께서 직접적으로 놈들을 질책하지 않아도 대호채를 징치할 방법은 많습니다.”


“지금···”


소열이 이를 악물고 반박하려던 찰나, 파충이 그의 말을 끊었다.


“호오? 계속해 보거라.”


“요즘 대호채에서 남풍염가가 소유하고 있던 땅을 가지고, 이상한 사업을 벌이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사업?”


“예,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소두령님께서 살짝만 손을 쓰신다면, 놈들의 사정이 궁해지지 않겠습니까?”


“흐음, 그거 괜찮은 생각이로군.”


일개 양민 출신이었던 소열과 달리, 구송지는 몰락한 가문 출신이라 나름 머리가 잘 굴러가는 인물이었다.


온건파에 속한 수뇌부들은 구송지의 제안에 눈살을 찌푸렸으나,


파충이 그의 계책을 마음에 들어하자, 차마 반대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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