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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거스 님의 서재입니다.

녹림으로 시작하는 무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데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05 16:41
최근연재일 :
2023.08.21 12:20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362,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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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7
글자수 :
336,116

작성
23.08.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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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네가 왜 거기서 나와??(2)

DUMMY

유혁은 적사군을 바라보며 속으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저 새끼가 여기서 왜 나와?’


과거 남풍염가에서 만났던 적가의 직계


그놈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너무 당혹스러운 상황이라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우연? 아니면 계획된 만남?’


[저놈이 널 만나 무슨 이득이 있다고 굳이 이런 촌극을 벌이겠느냐?]


‘그건 그렇죠?’


그럼, 어짜다 보니 이렇게 만나게 됐다는 소린데,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찝찝했다.


적가의 무인들이 적사군을 보고 당황하고 있을 때,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객잔에 울려 퍼졌다.


“딱 봐도 본가의 말단 무인인 것 같은데, 함부로 본가의 이름을 팔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내게 망발이라···”


“사,삼공자님 그게···”


“검현, 이 자들을 어찌하면 좋을까?”


적사군의 부름에 그의 뒤에 서있던 검현이 입을 열었다.


“감히 가문의 직계혈족에게 무례를 저지르고 적가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니, 마땅히 살처분해야 합니다.”


“그렇다는군.”


“사,살려주십시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무인들이 황급히 고개를 조아리며 자비를 구걸했으나, 적사군의 눈은 여전히 냉랭했다.


그러다 녀석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형장은 어찌 생각하시오?”


“···나한테 물은 거냐?”


“어찌 보면, 이 자들은 형장에게도 큰 무례를 저지른 것 아니오?”


조금 전 적가의 무인들을 바라볼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 생각될 정도로 해맑은 미소.


산채에 있던 비홍이 떠오르는 건 기분 탓이겠지?


이런 내 속내도 모른 체 녀석은 여전히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이대로 내 뜻대로 처벌하기엔 뭔가 마음에 걸리니···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려.”


그가 적가의 무인들과 나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형장이 저들을 어찌 처벌할지 결정하는 건 어떻겠소?”


나보고 직접 저놈들을 처리하라. 이 말이다.


저 새끼가 무슨 의도로 이러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에,


굳이?

라고 반문할 수도 있었으나,


“좋다. 대신, 네 녀석 장단에 맞춰주는 만큼 나도 대가를 받아야 할 거 같은데?”


아까 전 저놈들이 지랄 떤 것도 있고, 무엇보다 적가의 직계라면 이번 일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알고 있을 터.


나는 장단에 맞춰주는 대가로, 저놈에게서 이번 일과 관련된 정보를 얻어낼 생각이었다.


‘하오문에 가서 정보를 찾는 것보다 이 편이 더 빠르지,’


나의 요구에 녀석이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기껍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본인이 해줄 수 있는 적정선에서 뭐든 들어드리겠소.”


“나중에 딴말하기 없다.”


흑월도를 뽑아 들고 적가의 무인들을 향해 겨누며 말했다.


“들었지? 네놈들을 처벌할 권한이 내 손에 떨어졌다는 거. 복잡하게 가지 말고, 쉽게 쉽게 가자. 날 이기면 그냥 보내주마.”


“그,그게 정말인가?”


“설마 사내가 한 입으로 두말할까?”


이기면 그냥 보내준다는 말에 녀석들의 눈빛이 변했다.


“그 말 후회하게 해주마.”


적가의 무인들이 살기를 풍기며 검을 뽑아 들었다.


[허접하긴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놈들도 적가의 무인이긴 한 모양이구나. 안개처럼 퍼져나가는 살기(殺氣), 저것이 적가놈들이 익히는 무공의 특징이니라.]


확실히 영감님 말대로 놈들은 과할 정도로 살기가 짙었다.


아주 눈깔을 부릅뜨고 있는 게, 밤에 보면 귀신이랑 착각할 수준.


허나,


“눈깔 곱게 떠라. 개자식들아.”


귀호기와 함께 귀안을 발현시키자, 놈들은 순간 당황하며 몸을 움찔거렸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귀호도법 이초식.

귀호노분(鬼虎怒忿)


눈 깜짝할 사이 핏줄기와 함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커헉!”


“아악!!”


“크흑!!”


순식간에 벌어진 일.

녀석들이 도에 베인 상처를 부여잡으며 끙끙거렸다.


‘나름 최대한 힘 조절을 했으니, 장애가 남거나 하지는 않겠지.’


물론 최소 한 달 이상은 침상에 누워있어야 했으나, 그건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었다.


애새끼처럼 징징대는 녀석들을 향해 축객령을 내렸다.


“꺼져.”


“예,옙!”


만만히 봤던 내가 자신들보다 몇 수 위의 고수라는 걸 깨달은 녀석들은, 성치도 않은 몸으로 허겁지겁 도망쳤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적사군은 혀를 찼다.


“쯧쯧, 저런 놈들이 본가의 무인이라니, 요즘 형님들께서 손이 부족하다고 개나 소나 다 수하로 받아주더니만, 결국 이 사달이 나는군.”


방금 전 도망친 자들은 다른 형제들이 산하에 있던 잡졸(雜卒)들


적가의 상승무공을 전수받지 못한 것은 물론, 언제 사라져도 상관없는 소모품 같은 존재들이었다.


적사군은 싸늘한 표정으로 놈들을 떠나간 자리를 노려보다, 다시 해맑게 웃으며 시선을 돌렸다.


“하하, 형장의 무위에 깜짝 놀랐소. 이전보다 실력이 더 늘어난 것 같구려.”


이것은 진심이었다.


‘절정 완숙···아니 방금 전 움직임을 생각하면 사실상 벽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군. 세작들이 보낸 첩보에 의하면, 강서 지부장의 암계를 정면으로 깨부쉈다고 하더니만,’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속도.


적사군은 묘한 집착이 서린 눈빛으로 유혁을 바라봤다.


끈적한 눈빛에 당사자인 유혁은,


부르르···!


‘틀림없다. 이놈, 비홍과 동류다.’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며 뒷걸음질 쳤다.





적가의 무인들을 쫓아낸 뒤,


장단에 맞춰준 대가로 현재 호남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의외로 녀석은 순순히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현재 호남은 약왕의 유산을 찾아 매일같이 몰려드는 무림인들로 인해 난잡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오. 어떤 이들은 약왕이 남긴 영단과 비전을 손에 넣기 위해, 어떤 이들은 다른 문파가 그것을 손에 넣는 걸 막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약왕의 흔적을 찾고 있소.”


약왕의 유산을 찾고자 호남에 나타난 청의신의(靑衣神醫)


그의 뒤를 밟으면, 필히 약왕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현재 많은 무림인들이 그를 쫓고 있다고 한다.


“너희 혈룡적가는 어느 쪽이지? 원하는 쪽인가? 아니면 막고 싶은 쪽인가?”


“우리는 후자요. 본가는 예전부터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 덕에 나름대로 연단술의 조예가 깊은 가문. 굳이 약왕의 유산에 목맬 필요는 없소. 물론 그가 남긴 영단이 탐나지 않는다면 거짓이겠지만,”


놈의 말이 진심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호남의 정보를 거리낌 없이 넘겨주는 모습으로 미뤄보아, 최소한 약왕의 유산에 목매지 않는다는 건 어느정도 사실인 것 같다.


“장강 이북의 정파놈들도 본가와 마찬가지로 다른 문파들이 약왕의 유산을 손에 넣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움직이고 있다더군. 형장도 알다시피 정파 놈들이 우리 같은 사파인들을 방해하는 건 흔한 일 아니오?”


굳이 우리라고 하지 마라.

괜히 기분 나쁘니까.


담담히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자, 적사군이 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헌데, 형장도 약왕의 유산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구려.”


“어디 사는 능글맞은 아저씨의 부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게 된 것뿐이다.”


“흐음, 그렇다면 내 형장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해도 되겠소?”


“제안?”


적사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본인의 목적은 본가를 적대하는 다른 문파들이 약왕의 유산을 손에 넣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형장의 목적은 약왕의 유산을 찾는 것 아니오? 그러니 서로 손을 잡는 것이 어떻겠소?”


“동맹이라···”


확실히 이놈과 동맹을 맺는다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허나,


‘뭘 믿고?’


녀석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을뿐더러, 그 의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맹을 맺는다는 건 몹시 찝찝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내 입장에선 가장 좋은 선택지라는 것도 사실이지.’


독이 들어있을지,

약이 들어있을지 알 수 없는 항아리.


위험하다고 멀리하는 것보단,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일단 한입 정도는 마셔보기로 했다.


“동맹 제안, 받아들이도록 하지.”


“현명한 결정이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적사군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허나,

나는 차마 녀석의 손을 마주 잡지 못했는데,


“··················”


“왜 그러시오? 본인의 손이 무안해하고 있소이다.”


빨리 잡아달라는 듯 꿈틀거리고 있는 손바닥.


마치 빨리 손을 잡고 싶어 애가 타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놈 설마···약왕의 유산이 아니라, 그쪽(?)이 목적인 건 아니겠지?’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익숙한 느낌.


비홍을 데려오지 않은 걸 처음으로 후회했다.





유혁은 적사군과 동맹을 체결하곤, 곧장 움직이기로 하였다.


“본인이 파악한 정보로는 청의신의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은 형양이라고 하오.”


“형양이면 가깝군.”


형양은 이곳 예릉에서 사흘 정도의 거리.


신법을 펼치고 달리면 이틀 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바로 형양으로 가지.”


“하하, 형장은 시원시원해서 좋구려.”


그렇게 두 일행은 청의신의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형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그 시각.


형양과 소동현 사이에 펼쳐진 산길.


푸른 도포를 걸친 한 청년이 땀을 흘리며, 산속을 뒤지고 있었다.


“분명 이곳 어딘가에 있을 텐데,”


그의 손에 쥐어져 있는 장보도


그 안에는 어떠한 장소가 표시되어 있었다.


“남악(南岳)에 숨겨져 있는 건 확실하다. 허나, 그 정확한 위치를 식별해낼 수 없으니,”


청의신의(靑衣神醫) 백선은 곤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그는 가문의 유지를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백선은 약왕의 직계 후손이었으나,

어렸을 적부터 세상의 눈을 피해 숨어 살아와야 했다.


약왕은 생전 제자들의 재능과 특기가 모두 남다른 것을 고려하여, 각자 하나씩 자신의 비전을 전수해주었는데,


제자들은 약왕의 사후,


어리석게도 스스로가 약왕의 후계자임을 자처하며 크게 다투었고, 그 결과 약왕의 비전은 제자들과 함께 흩어져 버렸다.


이 사건을 두고 무림에서도 약왕의 의술이 완전히 소실되었다 말하며 안타까움을 표했으나,


천만다행이도 약왕은 죽기 전 자신과 혈족들을 모시던 시종에게 만에 하나의 상황을 대비해 자신의 비전을 맡겼고, 그로 인해 약왕의 비전은 혈족들을 통해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과거 제자들의 탐욕으로 인해 한 차례 무너진 선조의 유지.


후손들은 이 같은 전철을 반복하지 않고자 세상을 등지고, 직계혈족에게만 은밀히 그 비전을 전수하며 살아갔다.


그러다,

십오 년 전.


직계 후손이었던 백선의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으며, 일이 터졌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백선이 홀로 비전을 익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 그는 의술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고, 덕분에 서책만으로도 별 탈 없이 비전을 익혀 나갈 수 있었으나.


딱 한 가지,


연단술에 관한 것만큼은 습득할 수 없었다.


복잡하고 세세한 연단 과정을 제대로 된 표본도 없이 책으로만 배우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결국, 선조님의 의술을 후세에 전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이자, 백선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가문의 서고에서 우연히 과거 선조님이 남기신 유산에 대해 알게 되었다,


호남의 남악에 위치한 어느 동굴 안에 가문의 최상위 비전영단(秘傳靈丹)인 천류단을 숨겨 놓았다는 내용.


그것을 본 백선은 희망을 찾았다.


‘과거 선조님이 직접 만드신 천류단(天流丹)을 손에 넣는다면···’


천류단의 영기(靈氣)와 형태, 그 효능을 참고하여 제조법을 알아낼 수 있을 터.


백선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열의를 불태웠다.


‘어떻게 해서든 선조님의 유산을 찾아내야 한다. 장보도에 따르면, 절벽 중간에 있는 동굴 속에 안배해 놓으셨다고 하셨으니, 분명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는 남악 어딘가에 있을 천류단을 생각하며, 다시 힘을 내어 산을 올랐다.


이미 그것이 다른 이의 뱃속에 들어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체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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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새끼가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2) +7 23.08.12 4,434 141 12쪽
45 새끼가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1) +9 23.08.11 4,558 142 12쪽
44 약왕의 비밀(2) +6 23.08.10 4,701 147 14쪽
43 약왕의 비밀(1) +5 23.08.09 4,707 154 12쪽
42 네가 왜 거기서 나와??(3) +6 23.08.08 4,991 152 15쪽
» 네가 왜 거기서 나와??(2) +11 23.08.07 5,044 146 12쪽
40 네가 왜 거기서 나와??(1) +4 23.08.06 5,174 15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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