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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현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삼국영웅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예서현
작품등록일 :
2022.05.11 23:23
최근연재일 :
2022.06.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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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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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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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주중적국(9)

DUMMY

눈앞에 놓여있던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굶주림을 달랠 수 없었던 여포군은 약이 오른데다 상실감으로 인해 탈진, 기력저하 현상이 현저하게 증가했다.


이에 여포는 단번에 성을 빼앗고 군량을 약탈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모든 장수들을 동원해 각군을 이끌고 나왔다.


그러나 이가장의 장수들은 이전의 지시를 충실하게 따라 성안에 머무르며 굳게 지키기만 하니, 여포군은 마땅한 돌파구를 찾을 수 없었다.


병사들이 빗발치는 쇠뇌와 화살을 뚫고 성 아래까지 당도하더라도 기력이 딸려 날렵하게 성을 기어오르지 못하니 성벽에 매달리는 족족 수비병의 공격에 죽어나갔다.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한 여포가 별 수 없이 군대를 물리자 이화가 기다렸다는 듯이 군사들을 거느리고 나와 여포군을 공격하고 곧바로 성안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여포는 계속해서 성을 두드렸으나 이화와 이진은 똑같이 성안에 머무르며 굳게 지키다 서로 번갈아가며 밖으로 나와 공격하기를 반복했다.


전황이 여의치 않자 참을성이 없어진 여포가 하루는 승부를 결착決着짓기 위해 매우 강하게 병사들을 몰아붙였지만 아무런 효과 없이 더 많은 희생자만 나올 뿐이었다.


이를 보다 못한 고순이 결국 여포에게 다가가 퇴각할 것을 건의했다.


여포는 일개 지역호족 하나를 뜻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이가장을 함락시킬 만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고 자신 역시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고순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여포는 군대를 물리면서 적들이 성에서 나와 공격할 것을 대비해 방진方陣을 치고 철군했다.


이전은 여포가 여느 날과는 달리 필사적으로 공격을 퍼붓다 포기하는 것을 보고 드디어 결전의 순간이 왔음을 느끼고 이화에게 전군을 몰아 철수하는 여포를 들이치자고 말했다.


그러자 이화는 즉시 성문을 열어 이가장의 모든 장졸을 이끌고나가 여포군의 후미를 공격했다.


여포의 장졸들은 가뜩이나 힘이 달리는 상황에서 하루 종일 성과없는 전투를 치르느라 완전히 지쳐버렸기 때문에 사기 넘치고 기력이 왕성한 이가장의 병사들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특히나 이가장 4형제 중 막내인 이진이 놀라운 무용을 선보이며 여포군의 병사들을 마구 짓밟으니 나름대로 방비에도 불구하고 여포군은 후군이 괴멸되는 것을 수습하지 못했다.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병사들만 희생시킨 채 승씨현 관부로 돌아온 여포는 그곳에 남아있던 현령과 설란, 이봉을 닦달해 식량을 구해오도록 했다.


일찍이 볼 수 없던 대흉년이었지만 여포의 명을 거역하기 어려웠던 설란 등은 현 내의 모든 촌락을 탈탈 털어 겨우 약간의 먹을거리를 구해올 수 있었다.


여포는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자신이 처한 상황 속 모든 것이 불만스럽게 느껴져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큰소리를 치며 화풀이하기 시작했다.


굶주림에 허덕이던 여포군은 주인인 여포가 극심한 감정기복을 보이며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자 그야말로 군심이 피폐해져 붕괴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런데 마침 이때 오자에게 군량을 빌리러 떠났던 진궁이 승씨현으로 돌아왔다.


오자는 조조를 견제하기 위해서 여포의 무력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자신의 자산을 나누는 것에는 인색해, 정도현도 상황도 녹록치 않다는 것을 피력하며 최소한의 군량만을 진궁에게 내주었다.


변변치 않은 양의 군량을 가지고 여포를 만난 진궁은 여포에게 즉시 메뚜기떼의 피해가 덜한 연주 동쪽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여포는 얼마간의 군량이 생겼으므로 다시 이가장을 쳐들어가 분풀이를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자 진궁이 여포를 다시 설득했다.


“장군께서는 천하를 도모하는 인물인데 어찌 작은 원한에 사로잡혀 거사를 그르치려 하십니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조조가 동평국을 다시 복속시키고 군량을 얻기 위해 조홍 등을 파견했다고 합니다. 또한 조인이 이끄는 조조의 별군은 이미 성양을 격파고 구양句陽을 함락시킨 후 그 지역의 실력자인 유하劉何를 참했다고 합니다. 성양과 구양은 이곳 승씨와 오자가 있는 정도에 맞닿은 곳인데, 그곳까지 조조군이 침범한 것을 보면 조만간 동군과 제음군의 북쪽은 다시 조조의 차지가 될 것이 명확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부족한 군량을 조달하고 오자, 장막과 연횡하기 위해 산양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산양과 임성을 차지한다면 조조와 남북으로 대치하며 동으로는 원술, 서로는 장양과도 협력할 수 있으니,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할 것입니다.”


여포는 분노가 끓어올랐으나 이번에는 제대로 된 영토를 차지하고 군웅으로서 천하를 도모하려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결국 진궁의 말에 따라 동쪽으로 가 산양에 주둔했다.




한편 전투에서 승리한 이가장은 조조와 여포의 전투 및 흉년으로 연주 북부 전체가 혼란하고 불안한 상황이었지만 승리를 기념하기 성대한 행사를 준비했다.


곳간을 열고 가축을 잡아 아낌없이 음식과 술을 장만한 이가장은 우선 승리를 재물삼아 이건에게 제사를 지낸 후 축승祝勝의 기쁨을 나누며 만끽했다.


밤새 먹고 마신데다 그간의 팽팽했던 긴장감이 풀려 이가장의 모든 사람들이 다음날 오전이 지나도록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으나, 오직 이전만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후가 다 되어서야 이가장의 주요 인사들이 하나 둘 얼굴을 내비치자 이전이 이화와 이진에게 청해 함께 애기 나눌 자리를 마련했다.


잠이 아직 덜 깬 피곤한 얼굴을 한 이진이 이전에게 물었다.


“오늘 같은 날은 더 좀 푹 쉬어야 하는데, 무슨 연유로 형님과 나를 불러모았느냐?”


이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공제 형님이 조사군을 모시고 견성에 있습니다. 아직 형님께 이숙의 부고를 전하지 못했으니, 이제 제가 가서 그 소식을 전할까 합니다.”


그러자 이화가 말했다.


“옳은 말이기는 하지만 아직 연주 전역이 불안정하고 흉흉하니 조사군의 군대가 주변을 평정한 후에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숙부님, 제게 군대를 좀 내어주셨으면 합니다. 여포가 물러간 이때를 틈타 군대를 이끌고 신속히 북쪽으로 간다면 견성까지 별 탈없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공제에게 형님의 부고를 전하는 일로 군대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겠느냐?”


“삼숙, 제 안전을 위해 군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참에 군대를 거느리고 조사군의 진영에 가담하려는 것입니다. 집안의 안녕을 위해 많은 수를 이끌고 나갈 수는 없으니 제게 군사 3천만 내어주십시오.”


이전의 말에 이화와 이진은 지난밤의 숙취가 확 깨도록 놀랐다.


원래 이전은 문무양도 모두에서 매우 뛰어난 자질을 보였지만 군대를 통솔하는 일보다는 책을 읽고 학문을 익히는 것을 훨씬 선호하는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스스로 종군을 결심하였으니 그의 숙부들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성, 네가 어찌 그런 마음을 먹게 되었느냐? 너는 뛰어난 실력을 지녔음에도 병장기를 손에 쥐는 일을 꺼려하지 않았느냐?”


이진이 묻자 이전이 답했다.


“병장기를 쥐고 사람을 죽이는 것은 상서롭지 못한 일입니다. 사람을 칼로 찌르고 베어 살점과 피가 튀고, 고통과 공포로 일그러져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을 어찌 군자가 할 일이라 하겠습니까? 해서 저는 이 지옥같은 난세가 끝날 때까지 대를 잇고 가문을 보존하는 일만 신경쓰고자 하였습니다. 허나 한 집안 식구인 이숙二叔께서 죽임을 당하고 우리 이가장이 적들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니, 외면하고 피한다고 해서 현실의 불행이 우리에게 닥치지 않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배부르고 등따숩다고 해서 지금의 난세가 어찌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 될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지금 조사군은 큰 낭패에 빠졌으니, 이 시점에서 우리 이가장이 병력과 군수품을 이끌고가 도움을 준다면 우리 가문은 매우 굳건한 신임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전을 말을 경청해서 듣던 이화는 장조카가 아직 어리지만 큰 뜻을 품었음을 알고 흔쾌히 병사 3천을 내어주며 견성으로 보냈다.



한편 조조가 물러간 서주의 주목 도겸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어 더 이상 직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평소 도겸은 교만하고 호승심이 강해 여러 호걸들을 한 수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처럼 굴었는데, 큰 위기가 다가오자 그 동안 말한 바와는 달리 겁을 집어먹고 오로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서주에서 도주하려는 모습을 보이게 되니 굴욕감과 수치심에 사로잡혔다.


특히 그는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었는데,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본 신하들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할지를 상상할 때 마다 망신스럽고 치욕스런 감정을 갖게 되어 만사를 제쳐두고 상처입은 자존심을 회복하는 방법을 찾는데만 골몰하였다.


정사政事도 뒤로 한 채 식음을 전폐하고 두문불출한 도겸은 고심 끝에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는데, 그것은 바로 유비에게 서주를 양도하는 것이었다.


도겸은 기존에 서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사람에게 서주를 넘길 경우 고마움을 느끼지 못해 자신에 대한 예우를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서주에서 세가 약한 유비를 자신의 후임자로 낙점하게 되었다.


‘천하를 전전하는 것을 보면 유현덕도 야심이 있는 인물이니, 세력이 없는 그에게 서주를 건내준다면 필시 그는 나에 대해 큰 은혜를 느낄 것이다. 더욱이 그는 덕德을 내세우는 인물이니 내가 부탁한다면 내 두 자식들에 대해서도 두터운 예우를 보여주겠지.’


자신의 감정과 자존심을 제일 중시했던 도겸도 이제 권력을 내려놓아야 된다고 생각하니 자식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겸이 생각하기에 두 아들, 도상陶商과 도응陶應은 재능이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현직에서 물러나 급격히 힘이 빠질 경우 자식들이 그 동안 받던 귀한 대접을 누리지 못할까봐 자신의 입김이 통할 수 있는 인물을 찾은 것이었다.


연로한데다가 조조의 침략으로 심신이 많이 상했는데, 수일동안을 잘 먹지도 자지도 않으니 그야말로 도겸은 기력과 체력이 모두 고갈된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일을 빨리 성사시켜야 된다는 일념으로 미축을 시켜 서주의 패인牌印(지역 관청에서 사용한 공식 도장)을 가져오게 한 후 유비를 불렀다.




유비는 조조가 막 물러간 뒤라 소패로 가지 않고 서주에 머물고 있었는데 도겸이 찾는다는 기별을 받자 즉시 관부로 갔다.


유비와 단 둘이 자리하게 되자 도겸이 서주의 패인을 유비에게 넘겼는데, 유비는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사군께서는 무슨 연유로 서주의 패인을 저에게 주시는 겁니까?”


“지금 천하가 요란하고 황권이 약해지니, 황실의 권위를 세우고 종묘사직을 바로잡을 인물이 필요하오. 이 늙은이는 이제 나이가 많고 여러사람에게 무능함을 보여 이 서주를 능력있는 영웅에게 양도하고자 하오. 그러니 공은 사양하지 마시오. 내가 당장 표문을 써 조정에 올리겠소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도겸은 교활하게 자신의 목적을 감추고 대의명분으로 유비를 설득하며 자신의 행위를 아름답게 꾸몄다.


도겸은 자신이 이 정도까지 했으니 야망이 있는 유비가 응당 서주를 취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유비가 머리를 조아리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저, 유비는 공이 적고 덕이 박한 사람인데 어찌 이 서주를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더군다나 저는 대의로써 서주를 돕기 위해 왔을 뿐이니, 사군께서는 다시는 그런 말씀을 하지 말아주십시오. 행여라도 세상사람들이 저 유비가 서주를 집어삼킬 욕심으로 소패에 머무르고 있다고 의심할까 두렵습니다.”


“유공께서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오? 누가 공의 진심을 의심한단 말이오? 이 늙은이는 진심으로 서주를 다스릴만한 인물에게 양도하고자 하오. 공은 서주를 위해 조조와 싸운데다가 한황실의 종친이기까지 하니, 공보다 서주목으로 더 적합한 사람이 어디 있겠소!”


“감히 받들 수가 없는 말씀입니다. 저는 이만 물러가겠으니, 무례를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유비는 말을 마치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도겸의 제안을 거절한 유비의 심장은 미친 듯이 쿵쿵거리며 뛰고 있었다.




자신의 처소로 돌아온 이후에도 서주목이 되라는 도겸의 말은 계속 유비의 귓가에 맴돌았다.


유비는 오랫동안 서주에 머물다가는 자신의 마음이 들킬까 걱정돼 관우, 장비에게 명해 군대를 정비하여 소패로 돌아가려 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끝나자 유비가 관우, 장비를 대동하고 도겸에게 철군을 고하러 갔는데, 마침 병문안 차 서주를 방문한 공융과 진등, 미축 등이 도겸과 함께 있었다.


유비는 공융 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도겸에게 공손히 읍하며 군대를 이끌고 소패로 돌아간다고 아뢨다.


그러자 도겸이 유비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아끌며 상좌에 앉혔다.


병색이 완연한 도겸이 힘들게 자신을 잡아당기자 차마 거부하지 못한 유비가 엉거주춤하게 자리에 앉자, 도겸은 곧바로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공손한 자세를 취하며 뭇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늙은이가 늙고 기력이 쇠하니 더 이상 국가의 중임을 맡을 수가 없습니다. 여기 계신 유현덕 공은 황실의 종친이신데다가 덕이 넓고 재주가 높으므로 능히 서주를 다스릴만 하니, 이제 그에게 서주를 넘기고 이 늙은이는 휴식을 취하며 병을 다스리고자 합니다.”


도겸의 파격적인 행동에 유비는 물론이고 관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


즉흥적이었지만 도겸은 그야말로 시의적절한 행동을 통해 자신이 사심없이 깨끗하게 서주를 양도한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유비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저는 여러분을 돕기 위해 잠시 서주에 와있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인데, 제가 어찌 서주를 다스릴 수 있단 말입니까? 제가 서주를 맡는다면 천하가 저를 욕심만 많고 불의한 사람으로 여길 것입니다.”


그러자 진등이 말했다.


진등은 진작부터 유비를 적임자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이제 한실이 쇠하여 천하가 크게 어지러우니, 지금이야 말로 능력있는 영웅이 공업을 수립할 때입니다. 서주가 비록 조조로 인해 피폐해졌으나, 원래 부유한 땅이었으므로 사군께서 잘 보살핀다면 능히 예전과 같은 번영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저 진등을 비롯한 신하들은 모든 자원을 동원해 군대를 조직하여, 사군께서 위로는 군주를 바로잡아 백성을 구제하고 아래로는 땅을 분할하여 경계를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허니 제발 사군께서는 도서주의 청을 받아들이십시오.”


하지만 유비는 이미 자신이 말한 바가 있었으므로 계속해서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여러분들께서 말씀하신 바는 절대 제가 응할 수 없습니다!”


유비가 거절에 진등이 미축에게 도움을 달라는 눈짓을 보내니, 미축이 거들었다.


“도부군府郡께서 이제 연로하신데다가 병환까지 얻으셔 일을 보기 어려우니 유공께서는 사양치 마십시오.”


유비는 계속해서 감히 감당할 수 없다며 말했다.


“사대에 걸쳐 다섯 명의 공을 배출한 명문의 자재 원공로가 서주와 가까운 수춘에 있으니 그에게 서주를 양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러자 진등이 말했다.


“공로는 교만하고 사치스러운 사람인데 혼란한 서주를 어찌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공융도 말했다.


“가문이 명문인 것을 제외하면 원공로가 무엇으로 세상에 알려질 수 있단 말이오? 무덤 속 썩은 뼈에만 의지해 사는 사람은 말할 가치도 없소이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능력있는 사람에게 백성들을 맡기자는 것인데, 유공은 어찌 하늘이 돕는 일을 마다하시는 게요?”


유비는 마음이 무척 흔들렸지만 말을 번복할 수 없는 일이었으므로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관우가 말했다.


“도사군께서 이리도 간절히 서주를 양도하려 하시는데, 형님께서 서주를 맡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장비도 말했다.


“우리가 무력으로 주군을 강탈하는 것도 아니고, 서주의 여러 분들께서 호의로써 맡기려는 것인데 큰형님은 왜 이리 극구 사양하시는 게요?”


관우, 장비까지 나서 자신의 마음을 흔들자 유비가 단호하게 말했다.


“두 아우는 나를 불의한 사람으로 만들려 하는가!”


진등은 유비가 당장에 자신의 말을 바꾸지 않으리란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 유비에게 물러설 틈을 주지 않으면 그의 성격상 소패에서조차 철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즉시 분위기를 전환했다.


“모든 분들이 서주를 맡아달라 권하는데도 유공께서 거절하시니,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 하시지오. 서주에서 소패는 불과 지척의 거리이니 유공이 꼭 서주를 맡지 않더라도 우리와 계속해서 중요한 일을 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진등이 자리를 정리하자 비로소 유비는 소패로 떠날 수 있었는데, 그는 행군하는 내내 복잡한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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