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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현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삼국영웅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예서현
작품등록일 :
2022.05.11 23:23
최근연재일 :
2022.06.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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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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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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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7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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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주중적국(7)

DUMMY

부대가 복양성 아래 이르자 마음이 급했던 조조는 제일 먼저 앞으로 나가 성 주위를 살폈다.


성벽 위에는 여러 깃발이 꽂혀있었는데, 과연 ‘의’자가 적힌 백기 하나가 서문 위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이를 본 조조는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내심으로 쾌재를 불렀다.


조조군이 몰려오자 여포군이 성문을 열고 출전해왔는데, 전군은 후성이, 후군은 고순이 이끌었다.


조조는 즉시 전위를 출마시켜 후성을 상대하게 했는데, 후성은 전위에게 제대로 대적조차 하지 못하고 말을 돌려 달아났다.


전위가 뒤를 쫓아오자 이번에는 고순이 막아섰으나 고순 역시도 전위를 상대로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달아나며 군대를 물렸다.


성안으로 퇴각하는 여포의 군중이 혼란스러워지자 이 틈을 이용해 병사 한 명이 조조의 진영으로 넘어와 밀서를 바쳤는데, 전씨 문중에서 보낸 것이었다.


‘오늘밤 초경 무렵 성위에서 징이 울리거든 바로 진병하십시오. 저희가 문을 열어드릴 것입니다.’


편지를 읽은 조조는 하후돈과 하후연에게 좌군을, 조홍과 우금에게는 우군을 이끌게 한 후 자신은 악진, 전위를 대동하고 성안으로 입성하려 했는데, 악진이 나서며 말했다.


“주공께서는 성 밖에 계십시오. 저희가 일단 먼저 입성하겠습니다.”


악진은 조조를 걱정해 말한 것이었으나, 조조는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 중요한 순간에 어찌 내가 뒤로 물러서 있을 수 있겠는가? 설령 저 앞이 불구덩이라 할지라도 내가 기꺼이 앞장서 이 위기를 넘기겠소!”


바로 이 순간이 승부처라고 여긴 조조는 결사의 각오로 선두에서 병사들을 이끌었다.




이때가 시간은 초경쯤이었지만 달빛이 비치지 않아 어두웠는데, 서문 위에서 약속대로 징소리가 울리더니 해자를 건널 수 있도록 조교弔橋(양쪽 끝을 줄이나 사슬로 매달아놓은 다리)가 내려왔다.


이에 조조는 지체없이 다리를 건너 병사들을 몰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조조가 성안에 들어와보니 주변에 적군은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가 않았다.


조조는 적의 계략에 빠진 것을 알아채고 황망히 말을 되돌려 퇴각을 명했다.


그러나 그 순간 성루에서 징소리와 북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더니 사방의 성문에서 일제히 불길이 솟아올랐다.


조조가 깜짝 놀라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동쪽에서는 장료가, 서쪽에서는 성렴이 뛰쳐나와 협공을 가했다.


조조가 즉시 말을 몰아 북문으로 향하자 위월과 위속이 군사들을 몰고나왔다.


조조는 또 다시 말머리를 돌려 남문으로 달아났다.


그러나 그곳에는 고순과 후성이 길을 막고 있었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조조의 바로 뒤를 따르던 전위가 두 눈을 부릅뜨며 어금니를 앙다물고 적들을 향해 들이치니, 그 기세에 고순과 후성도 뒷걸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


미친 듯이 적진을 헤치고 전위가 조교에 이르렀으나, 조조는 미처 그의 뒤를 따르지 못했다.


전위는 조조가 보이지 않자 다시 몸을 돌려 성안으로 뛰어들어가다 악진과 마주쳤다.


“흠패! 주공께서는 어디 계시오?”


악진이 묻자 전위가 답했다.


“성문을 빠져나오다 주공과 헤어져 다시 찾고있는데 보이지가 않소.”


그러자 악진이 다급하게 말했다.


“서둘러 성으로 들어가 주공을 구합시다!”


두 장수가 성문을 돌파하려 하니 성 위에서 화살과 불덩이가 빗발치듯 쏟아져 내렸다.


악진은 말이 불덩이에 놀라 뒷걸음질치는 바람에 입성하지 못했으나, 전위는 강하게 고삐를 조이며 말을 몰아 화염을 뚫고 성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조조는 전위가 길을 열고 성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지만 사방에서 달려드는 인마에 휩쓸려 넘어지면서 전위를 뒤따라가지 못했다.


불길에 휩쓸리고 적군에 밀려 땅바닥을 뒹군 조조는 수염과 머리카락이 온통 불에 그슬렸고, 갑옷은 갈기갈기 헤져 넝마가 되었다.


여포는 조조를 찾기 위해 복양성 도처를 돌고있었는데, 마침 길가에 쓰러져 있는 조조를 향해 다가왔다.


여포를 본 조조는 땅바닥에 엎드려 손으로 얼굴을 가렸는데, 여포는 남루한 옷을 입고 있는 그가 조조인줄을 모르고 극으로 조조의 투구를 툭치며 물었다.


“조조는 어디에 있느냐?”


조조는 얼굴을 들지 못한 채 손가락으로만 저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앞에 황마를 타고 달아나는 자가 조조입니다.”


이에 여포가 조조를 버려두고 주변의 병사들과 함께 앞으로 달려갔다.


조조는 여포가 자리를 뜨자 즉시 남문으로 달아나려 했는데, 마침 전위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달려와 조조를 부축해 말에 태운 후 함께 성에서 탈출했다.


성안이 혼란스럽자 좌, 우군을 이끄는 조조의 장수들이 일제히 성을 공격해 혼전을 벌이다 날이 밝을 무렵 둔영으로 돌아왔는데, 이때까지 조조가 보이지 않자 모두 크게 걱정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조조는 전위와 함께 진지로 돌아왔고, 조조는 불안해하는 장수들의 심리상태를 읽고 일부로 크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내 어쩌다 필부의 계책에 넘어갔을 뿐이오. 오늘 일은 반드시 갚을 것이오!”


또한 그는 군심을 어루만지기 위해 몸이 상처로 얼룩졌음에도 휴식을 취하지 않고 직접 병사들을 위로했다.




조조는 여포가 진궁의 계책을 따르고 있어 속전속결로는 결판지을 수 없다고 생각해 공성병기를 만든 후 재차 복양성을 공격했다.


양군은 치열한 전투를 반복했으나, 서로 많은 인마와 물자를 소비할 뿐 승부를 가르지는 못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서로 백여 일을 대치했는데, 가을걷이가 한창이어야 할 이 때 날이 무척 가물고 메뚜기 떼가 창궐하니 큰 흉년이 들었다.


군중에 양식이 바닥난 상태에서 군량을 조달하지 못한 양 군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군대를 물렸다.


동군을 완전히 수복하지 못한 조조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끌며 견성으로 돌아갔다.


기주에 웅거하며 연주의 전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원소는 조조가 여포를 격파하지 못하고 견성으로 귀환했다는 소식을 듣고 즉각 사람을 보냈다.


원소는 사신을 통해 조조에게 가족들을 안전한 업성으로 보내라고 권했는데, 이는 허울좋은 명분일 뿐 실제 원소는 조조의 곤궁함을 이용해 그의 가족들을 인질로 잡으려는 속셈이었다.


비록 순욱과 정립 덕에 세 성을 보존할 수 있었지만, 터전인 연주의 절반을 잃은 채 조인의 별군은 견성 주변지역을 평정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고 비축된 군량조차 거의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에 조조는 더 이상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 원소의 제안을 받아들이려고 했다.




이때 마침 견성으로 복귀한 조조를 만나기 위해 정립이 돌아왔는데, 정립은 원소의 사신을 따로 불러 그가 어떤 목적으로 조조를 찾아왔는지 파악했다.


사신으로부터 원소가 조조에게 전한 말을 듣게 된 정립은 즉시 조조를 찾아가 물었다.


“제가 듣자하니 원본초가 사군께 가솔들을 보내고 우호관계를 맺자고 했다는데, 이것이 사실입니까?”


“그렇소.”


조조가 단답으로 대답하자 정립이 다시 물었다.


“사군께서는 원본초의 제안에 응하실 생각입니까?”


천하의 조조도 이 지경에서는 약해진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하오.”


그러자 정립이 분연히 말했다.


“사군께서는 일이 닥치자 이리도 쉽게 무너지려 하십니까, 아니면 지금의 어려움으로 머릿속이 복잡해 이 문제에 대해 아직 깊이 생각지 않은 것입니까? 무릇 원본초는 연, 조의 땅에 의거하여 천하를 병탄해 차지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지혜가 부족한 자인데, 어찌 사군께서는 스스로를 그보다 못하다고 여기시는 겁니까? 용이나 범 같은 위엄을 갖춘 사군이라면 능히 한신이나 팽월 같이 대업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 연주가 비록 쇠잔해 졌지만 아직 세 성이 있고 능히 사군을 위해 목숨을 바칠 전사들이 있기에 수만의 병사들이라도 우리를 항복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사군의 신이한 전략으로 문약과 지재 그리고 저 등을 부리신다면 어찌 패왕의 대업을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원컨대 사군께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립의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던 조조는 정립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내가 실로 부끄러운 생각을 하였소. 지금까지 모든 일들이 순풍에 돛단 듯 술술 풀리니 천운이 내게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소. 자고로 대업을 이루고자 하는데 지금과 같은 어려움이 어찌 없을 수 있겠는가! 중덕, 그대가 과감한 결단력으로 나를 깨우쳐줘 내가 터전을 지키게 되었소.”


이때 순욱이 조조를 만나러 왔다가 이 장면을 보고 조조에게 정립의 꿈에 대해 말하며 그를 크게 칭찬했다.


이에 조조가 다시 한번 감격해 말했다.


“그대 덕에 내가 연주를 두 번이나 보존할 수 있었으니, 그 꿈은 그대가 나의 심복이 될 것을 알려주는 꿈이었구려. 경의 이름이 립立인데, 경이 꿈에서 태양을 떠받들었으니 립자 위해 일日자를 더해 앞으로는 이름을 욱昱이라 하시오.”


조조는 다시 한번 마음을 굳히고 정신을 집중하여 휘하제장들과 난국을 타계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에 옮겼다.




한편 복양을 지켜내기는 했지만 여포도 형편이 어려운 것은 조조와 마찬가지였다.


하내의 장양은 장수 학맹郝萌을 대장으로 하여 일군의 병사와 군량 등을 보내 여포를 도왔다.


그러나 연주 일대는 대기근으로 백성들이 서로를 잡아먹을 지경이었기 때문에 장양의 원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여포도 얼마 버티지 못한 채 군을 이끌고 복양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여포는 군대를 몰아 진궁이 설란과 이봉을 통해 미리 손써놓은 이호현, 구양현句陽縣 등을 차례로 방문했지만 그곳 역시 흉년이 들었기 때문에 상황이 크게 호전되지는 않았다.


결국 여포는 진궁을 정도현으로 보내 제음태수 오자에게 군량미를 얻어오게 한 후 자신은 군대를 몰고 동쪽 승씨현으로 향했다.


여포가 승씨현에 도착하자 현령과 함께 설란과 이봉이 여포를 맞이했다.


군량문제가 급했던 여포는 승씨현의 작황 상황에 대해 물었는데, 설란이 나서 답했다.


“승씨현 역시 농작물을 메뚜기떼가 다 갉아먹어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대폭 줄었습니다. 곡식을 구하기가 어려우니 굶어죽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다만, 승씨현의 동쪽 끝 지역에 산양군 거야현에서 이주해온 이씨들의 집성촌이 있는데, 이들은 큰 세력을 이루며 만 석의 곡식을 거두어들였습니다. 비록 올해 큰 흉작이 들었다고는 하나 모르긴 몰라도 이씨 집안에는 족히 수백 석의 곡식이 저장돼 있을 것입니다.”


여포가 말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구나. 어서 사람을 보내 이씨 집안에다 곡식을 내놓으라고 하거라.”


그러자 이봉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 집안을 이끄는 이건이란 놈이 조조 휘하의 장수였는데, 얼마 전에 저희가 그놈을 처치해버렸습니다.”


작가의말

정사 삼국지 조조전 : 조조가 불길에서 벗어나려다 말에서 떨어져 왼쪽 손바닥에 화상을 입었다. 사마 누이樓異가 태조를 부축해 말에 오르게 하고 이끌고 빠져나왔다.

*조조에게 패하고 불길에 쓰러져 있던 조조를 부축해 탈출시킨 사마 벼슬에 있던 누이란 자인데 다른 기록은 전혀 없고 딱 여기에만 나오는 인물인지라 그냥 연의의 내용을 따라 전위가 구한 것으로 했습니다.

*여포가 조조를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은 연의의 허구가 아니라 정사의 주석인 헌제춘추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정사 정욱전 위략 주석 : 정립의 공으로 세 성을 보존하게 되자 순욱이 정립의 꿈을 태조에게 말해주니, 조조는 그 꿈은 정립이 자신의 심복이 되는 꿈이라 했다. 본래 이름은 '립立'이었는데, 조조가 립立자 위에 일日자를 더하게 하여 이름을 욱昱이라 고쳤다.


연의에서는 조조가 꾀를 내 화독을 얻었다고 여포를 속여 격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내용은 조조가 낙담하여 원소의 항복 권유를 받아들이려 하는 이후 스토리와 상충되는 면이 있어 제 소설에서는 제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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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중적국(7) 22.06.07 35 1 12쪽
48 주중적국(6) 22.06.05 35 2 15쪽
47 주중적국(5) 22.06.04 43 2 13쪽
46 주중적국(4) 22.06.03 32 1 17쪽
45 주중적국(3) 22.06.02 38 1 13쪽
44 주중적국(2) 22.06.02 3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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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악업악보(5) 22.05.31 35 1 12쪽
40 악업악보(4) 22.05.30 41 1 16쪽
39 악업악보(3) 22.05.30 44 3 14쪽
38 악업악보(2) 22.05.29 36 2 14쪽
37 악업악보(1) 22.05.29 4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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