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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현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삼국영웅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예서현
작품등록일 :
2022.05.11 23:23
최근연재일 :
2022.06.19 21:47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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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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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글자수 :
396,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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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1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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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주중적국(1)

DUMMY

조조는 견성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계속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상태에 놓여있었다.


그는 다시 서주를 침공하기 위하여 참모들과 장수들을 재촉해 여러 가지 준비를 진행하는 동시에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던 원충과 변양이 관할하는 패국과 구강군까지 모두 쓸어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조조가 부친의 복수와 자신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 그 어떤 행동이라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가감없이 드러내자, 연주의 사대부들은 조조가 자신들의 기대와 다른 인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 얼마간 지속되자 결국 진궁이 조조를 찾아가 직언했다.


“작년 서주 출정에서 백성들을 학살해 크나큰 오점을 남기셨는데, 왜 또 다시 서주를 침공하려 하십니까? 더욱이 서주로는 모자라 이번에는 패국과 구강군의 백성들까지 모조리 도륙낸다 하시니, 어찌 공이 인仁과 의義를 아는 선비라 할 수 있겠습니까?”


“효孝는 백행百行의 근본으로 부모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닌가! 도겸이 내 아버님과 가족들을 죽였으니, 나는 반드시 그 원한을 풀어야겠소!”


“존부께서 해를 입으신 것에 대해서는 마땅히 도겸에게만 죄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억울하게 죽은 서주의 백성들이 공과 무슨 원수진 일이 있단 말입니까?”


진궁이 계속해서 따져묻자 조조는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도겸을 도서주라 부르니 도겸이 곧 서주가 아니겠소? 그러니 나의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서주의 모든 사람들을 죽여야만 하오!”


조조의 말도 안되는 소리에 진궁이 흥분해 소리쳤다.


“그런 해괴한 논리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공은 이런 사람이었습니까? 고작 이 연주에서 작은 권력을 잡자마자 폭정과 전횡을 일삼으려 하니, 공은 태생부터가 동탁과 같은 부류의 사람입니다!”


그러자 조조 역시 언성을 높였다.


“이보시게, 공대! 나에게 패왕의 길을 가라고 한 것이 누구였는지 잊었는가?”


“인의로써 천하를 다스리는 것이 정치의 기본입니다! 다만 세상에는 인과 의만으로는 교화할 수 없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니, 힘과 무력은 이런 경우에만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또한 패도를 행함에 있어서도 반드시 법도法度의 엄정함이 뒤따라야 하는데, 공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기분 내키는 대로 무력을 사용하니, 이는 패도가 아니라 더럽고 천한 폭력일 뿐입니다!”


“이런 한심한 인사 같으니... 그럼 도대체 왕도와 패도를 얼마큼씩 나눠서 사용해야 밝고 정의로운 것인가? 시시각각 끊임없이 변하는 난세에서 그런 것을 따지고 앉아있느니 나는 차라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시라도 빨리 이 무질서를 바로 잡는 길을 택할 것이다!”


“궤변입니다! 분노가 어찌 정의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공이 부친의 원수를 갚는다는 구실로 무고한 사람들을 해치고 백성들에게 공포감을 주어 모두 공에게 복종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공과 동탁이 다를 바가 무엇입니까?”


“나, 조맹덕은 천하의 안정을 위해서만 힘과 무력을 사용한다!”


“천하의 만백성이 똑같은 생명이거늘 어찌 공은 그토록 많은 사람을 죽여놓고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시켰다고 말한단 말입니까?”


“환란이 계속돼 천하 곳곳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보다는 서주인의 희생으로 재앙을 끝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은 왜 하지 못하는가? 제각각 모두 똑같은 가치의 생명이라면 많이 죽는 것보다는 적게 죽는 것이 당연히 더 이로운 것 아니겠는가? 서주를 희생시켰기 때문에 감히 연주와 예주에서는 그 누구도 나와 맞서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전투가 사라진 연주와 예주의 백성들은 평안을 얻을 것이다. 또한 조만간 서주가 내게 속하게 되면 그곳 또한 태평스러워질 것이니, 이것이 바로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킨 것 아니겠는가?”


“이런 억지같은 주장으로 자신을 합리화시키려 하다니,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세간에 공이 여백사의 가족들을 죽였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렇다면 지난날 성고에서 죽은 사람들은 어떤 대의를 위해 희생된 것입니까? 설마하니 공이 대의이고 정의라는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진궁이 여백사의 일을 언급하자 조조는 노골적으로 분노를 드러내며 폭발했다.


“감히 네놈이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계속 나를 의심하고 있었구나! 너의 말대로 이 난세에는 내가 대의니라. 내가 아니면 천하의 혼란을 수습할 자가 없으니, 나의 안위를 위협할 수 있는 것들은, 그것이 실제든 아니든 모두 제거되어야 마땅한 법! 천하를 안정시키면 내가 옳다는 것이 증명될 것이니, 나는 그때까지 그 어떤 오명도 짊어질 각오가 되어 있다.”


조조는 진궁이 전혀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계속 노려보고 있자 물러가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네놈이 제법 큰 뜻을 가지고 있는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일개서생一介書生에 불과했구나. 이제 그만 그 입을 다물고 나가보거라.”


진궁은 조조가 평소에 자신을 대했던 태도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자 그 동안 조조의 가식에 놀아났다는 생각이 들어 몹시 치욕스러웠다.


‘좋지 못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제일 먼저 궐기해 동탁과 싸우는데 앞장서 의기있는 사람이라 여겼거늘, 개인적인 원한과 분노조차 통제하지 못하고 궤변이나 늘어놓을 줄이야... 저런 인사를 한때나마 영웅으로 생각하였으니, 나는 저자의 말대로 형편없는 안목으로 그저 글줄이나 읊을줄 아는 어리석은 서생 나부랭이였구나.’


진궁은 화가 나고 부끄러운 마음에 즉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진궁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조조를 찾아가는 것을 우연히 본 순욱은 조조의 집무실까지 쫓아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는데, 설전 끝에 진궁이 자리를 박차고 떠나자 즉시 안으로 들어가 조조를 만났다.


“제가 병가의 서적을 여러 권 읽었지만 광인지계狂人之計라는 것이 있는 줄은 오늘에서야 알게되었습니다.”


“문약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은 내 심사가 좋지 못하니 그만 물러가시오!”


조조가 순욱의 말에 관심이 없다는 듯 냉정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으나, 순욱은 계속 말했다.


“제가 잘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주공, 만약 광인지계라는 것이 있다면, 미치광이 혼자 떠드는 것 보다는 그 주변의 믿을만한 사람이 미치광이가 스스로 말한 바를 정말 실행에 옮길지도 모른다고 선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감히 그대는 내가 미쳤다는 것인가?”


조조는 진궁에 이어 순욱을 윽박지르듯이 몰아세웠다.


그러나 순욱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어찌 그런 당치도 않은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지금 주공께서 스스로 미치광이처럼 보여지고 싶어 이상한 행동을 하시니 제가 짐작되는 바가 있어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을 올리는 것입니다.”


순욱이 사뭇 공손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재차 말하자, 그제서야 조조가 평소의 이성적인 모습을 보이며 대답했다.


“내가 분노해 서주를 다시 칠 준비를 서두른다는 소문이 났으니, 천하의 사람들은 이번 봄이 지나면 우리가 반드시 군대를 일으킨다고 여길 것이오. 그럼 나와 다툴만한 군세를 가지지 못한 원충과 변양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틀림없이 봄이 끝나기 전에 그 땅을 포기할 것이고, 우리의 무자비한 모습을 이미 경험한 서주 역시 변변한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니, 나는 단 한번의 출병으로 서주 전체와 패국, 구강군을 접수할 수 있을 것이오. 두 주(연주와 서주)를 손아귀에 넣고 예주와 양주의 일부를 차지하게 된다면, 나에게 우호적인 예주의 군국은 자연스럽게 귀의해올 것이며 양주로 흘러들어간 원술 따위는 일거에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니, 천하의 주도권은 원소로부터 나 조맹덕에게 넘어올 것이오!”


조조의 입에서 나온 계책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통제를 잃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감정적으로 아무렇게나 내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상대를 굴복시키는 심리전은 그야말로 조조가 천부적인 전략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그러나 순욱은 조조의 행동을 통해 어느 정도 의도를 짐작하고 있었으므로 조조를 칭찬하면서도 서주의 백성들에게 피해가 덜 미치도록 그를 설득했다.


“참으로 엄청난 전략입니다. 그런데 주공, 지난 겨울의 일은 전략상 불가피하였지만, 이제는 주변에 주공께서 대담하고 무서운 행동을 쉽게 행할 수 있다는 확신을 충분히 주었으므로 다음번 원정에서는 백성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신경을 쓰셔야 할 것입니다.”


그러자 조조가 ‘하하하’하고 크게 웃더니 이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문약, 어찌 그리 순진하시오. 만약 다음 원정길에 내가 지난번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어찌 생각할 것 같소? 조조가 아비의 죽음에 눈이 돌아 무고한 백성들을 마구 살육해놓고, 이제 와서는 정신을 차리고 백성을 위하는 척 위선을 떤다고 할 것 아니겠소! 이런 식의 행동은 하책 중에서도 최하책에 속하는 것이오. 기실 공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오. 나는 분명 지금의 적들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나와 대적할지도 모르는 천하의 모든 이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려 하오. 그 누구도 죽음을 불사하지 않고서는 감히 나에게 덤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똑똑히 알게 해줄 것이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에도 서주는 쑥대밭이 되어야 하오. 그리고 원충과 변양 등도 모조리 잡아죽일 것이오. 이 조맹덕의 정신이 단순히 오락가락 하는 것이 아니라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고 천하가 믿게 할 것이오. 그러니 그대의 말마따나 믿음직스러운 그대가 아버님에 대한 복수심으로 미친 조조가 다른 사람의 말은 일절 듣지 않고 비정상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수시로 일삼아 매우 우려스럽다고 소문을 내 주시구려. 그 효과가 얼마나 커질지 참으로 궁금하오.”


조조의 마음을 읽고있던 순욱도 이번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계책이 기발하기가 이를 데 없어 실행이 과할 필요가 없을진데, 어찌 조공은 이리도 모질고 독하게 일을 추진한단 말인가!’


자신의 계책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순욱을 향해 조조가 말했다.


“문약도 내가 폭력과 공포의 정치로 백성들을 괴롭힌다고 생각하시오?”


순욱이 어렵게, 그러나 신중하게 답했다.


“저는 공이 난세의 간웅임으로 알고도 제 발로 찾아온 자입니다. 난세를 헤쳐나가는 지혜가 어찌 일반적일 수 있겠습니까?”


“그대의 말대로 나는 난세의 간웅이란 평을 받은 사람이니 그런 세간의 평을 십분 활용하고자 하오. 나는 난세를 평정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단도 동원할 것인데, 그대가 나를 이리도 잘 이해하니, 과연 그대는 나의 장자방임에 틀림없소! 하하하하”


조조가 순욱의 대답에 만족해 파안대소하는데, 순욱이 한 마디를 더했다.


“허나 주공, 저는 공께서 간웅의 모습으로 난세를 평정하신 후 치세의 능신으로 돌아오시리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점은 전혀 걱정하지 마시오! 나 조맹덕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사람이니.”


작가의말

후한서 여포전 주석(전략) : 진궁은 천하가 어지러워지자 처음에는 조조를 따랐으나 스스로 의심을 품게 되니...

<뒷 부분은 다 아시겠지만 그래도 나중에 나올 내용의 스포이기 때문에 생략합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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