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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현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삼국영웅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예서현
작품등록일 :
2022.05.11 23:23
최근연재일 :
2022.06.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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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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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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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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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주중적국(3)

DUMMY

강행군 끝에 담현에 도착한 유비는 도겸으로부터 정세와 전황을 전해들었는데, 서주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도저히 이 위기를 타계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도겸은 겁에 질려 서주를 버리고 단양으로 도망가려 했다. 그러자 진등을 비롯한 서주의 신하들이 도겸을 만류했다.


“대장은 모름지기 심지를 굳게 하고 함부로 동요해서는 안된다 하였습니다. 사군께서 서주를 버리시면 누가 서주의 백성들을 지킨단 말입니까! 부디 스스로를 희생할 각오를 다지고 조조와 맞서 싸우십시오!”


신하들의 청에 도겸이 비아냥조로 말했다.


“내가 피난가려는 기미만 보여도 그대들이 나를 포박해 조조에게 갖다 바치겠구려. 잔인하고 추악한 귀신과 같은 조조의 군대에 어떻게 맞서 싸우란 말인가? 하북에서 원소와 대치하느라 공손백규조차 원군을 보내지 않는데, 나보고 나가서 싸우란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서 나오는가!”


그러자 유비가 나서며 말했다.


“제가 나가서 진격해오는 조조군을 상대로 시간을 벌 것이니, 부군께서는 절대 출격하지 말고 담성을 굳게 지키십시오. 아직 주변의 제후들이 움직이지는 않지만, 조조가 지금처럼 계속 죄를 짓는다면 분명 우리를 도와주기 위해 나서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희망을 버려서는 아니됩니다!”


도겸은 별다른 수가 없었으므로 유비와 함께 조표를 내보내 조조를 막게 했다.


출영한 유비는 조조군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사방으로 정찰병들을 급파했다.


주변을 살피고 돌아온 정찰병들은 조조의 군대가 세 갈래 길로 갈라졌으며, 조조가 이끄는 본진은 양분을 향해 남하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스스로 출병할 것을 청한 유비였지만, 기실 그도 자신의 1만 군사와 조표의 5천 지원군으로는 조조의 대군을 상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겼는데, 조조의 군대가 세 방향으로 분산됐다는 보고를 받자 다시금 용기를 얻어 한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유비는 조인과 우금이 이끄는 별군은 포기하고 대장 조조가 이끄는 본진을 요격하기 위해 신속히 담현의 동북쪽으로 군대를 몰아 요지를 점했다.




태산에서부터 낭야를 경유해 거칠 것 없이 남하하던 조조도 30리 밖에 적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비보飛報를 전해들었다.


마침 날이 어두워지니 조조는 행군을 멈춘 후 진을 치고 주둔했다.


그날밤 희충이 작전계획을 상의하기 위해 조조의 장막에 들렀다.


“지금까지 서주군은 우리의 남하를 막기 위해 무조건 달려들 뿐이었으나 지금 우리 앞의 적은 질서정연하게 진을 치고 요지를 지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적을 일거에 소탕할 수 없을 듯하니, 본군이 이곳에 머무르면서 선봉대를 보내 적의 대응을 탐색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조조가 말했다.


“적이 단단히 지키는 요지를 곧장 공격한다면 아군에게 큰 피해가 있을 것이니, 군사를 갈라 우회하며 공격하는 것이 병법의 기본이오. 그리고 저 앞의 적들도 그 기본에 입각해 작전을 짰을 것이고. 해서 저들은 우리의 선봉대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굳게 지키며 본대가 오기를 기다릴 것이오. 우리의 본대가 진군하면 군영 좌우 수풀에 병사들을 매복시켜 놓은 다음 중앙에서 우리를 강하게 압박하겠지. 정면은 뚫기 어렵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우리가 군대를 분산시켜 좌우로 나아가게 만든 다음 숨겨둔 병사들로 우리에게 타격을 주려 할 것이니, 나는 적의 생각을 역으로 이용할 것이오.”


조조가 병법을 역으로 이용해 적의 허를 찌르려 하자, 희충은 성질이 급해진 조조가 적의 반응을 예단하다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까 우려했다.


“주공, 지금 우리의 기세라면 굳이 기책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매복에 주의하며 정공법으로 풀어나간다면 충분할 것입니다. 굳이 중앙을 돌파하다가는 아군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조조는 희충의 제안을 반박했다.


“상대가 원하는 대로 군대를 나눈 후 매복에 조심하며 적진을 공격해 점령한다면, 저들은 병법과 전술의 역량이 내게 미치지 못해 패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단지 병사의 수의 부족으로 패배의 이유를 돌릴 것이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장차 기회가 될 때마다 저들이 우리를 엿볼 것이 아니오? 허니 나는 적들에게 압도적인 기량 차를 보여줘 앞으로는 감히 덤빌 수가 없도록 만들려 하오. 우리가 자신들의 계책을 훤히 꿰뚫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어찌 섣불리 경거망동할 수 있겠소. 그리고 지재는 내가 무작정 앞으로 돌격만 할 사람으로 생각되오? 나는 내일 양군이 맞붙을 때 적들이 궁노를 발사하며 강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이면 악진과 이건에게 일군을 이끌고 좌우로 흩어지는 척하게 할 것이오. 그 다음 적들이 매복습격을 신경쓰는 틈을 이용해 악진과 이건을 일시에 본대로 합류시키고 기세를 몰아 적진을 돌파하고자 하오.”


그러자 희충이 감탄하여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주공께서 하루라도 빨리 복수를 완성하고 한을 푸실 생각에 저돌적으로 군대의 힘만을 이용하실까 우려하였습니다. 헌데 이 정도까지 상대를 분석하고 아군의 계책을 모색하고 계실 줄이야... 오늘 모습만 본다면 주공께서 지난 몇 달간 계속해서 조급증이나 신경증을 앓으셨다고 누가 생각하겠습니까?”


조조는 누구보다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기에 희충이 자신을 넌지시 떠본다는 것을 알고, 사실을 이야기했다.


“예까지 와서 더 이상 숨길 것이 무엇이겠소. 지재가 생각하는 바와 같소. 문약이 나의 계책을 광인지계라 부르더이다. 적들을 압박하고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내가 일부러 제 정신이 아닌 듯 화를 냈던 것이오.”


“과연 그런 것이었군요! 저도 마음속으로는 그런 것이 아닐까 조금 의심을 했었지만, 혹여 잘못 여쭈었다가 주공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 문약처럼 행동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 이제 그 얘기는 그만 둡시다. 이 사실을 아는 자는 이제 문약과 그대 둘 뿐이니, 그대도 문약처럼 입단속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오.”


조조는 서주정벌이 끝날 때까지는 자신의 계책이 누설되지 않도록 희충에게 단단히 주의를 준 후 장수들을 불러모아 공격작전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한편 조조의 군대가 10리 밖에 포진했다는 보고를 받은 유비진영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비는 조조가 예상한 바와 같이 정석에 충실했다.


“적군이 우리 진영에 가깝게 접근한 후 야영하고 있으니 반드시 내일 공격을 해올 것이다. 그러니 운장과 익덕은 내일 새벽 일찍부터 병사들을 대기시켜 놓고있다 척후로부터 조조의 본진이 움직인다는 보고가 들어오면 각자 3천씩을 거느리고 영채 좌우 수풀에 매복한 후 대기하라. 내가 조장군과 함께 중앙에서 1만 병사로 적의 본대를 강하게 몰아붙이면, 적들은 좌우로 분산해 진영을 우회할 것인데, 이때 두 사람은 지형의 이점을 살려 적에게 큰 피해를 입혀야 할 것이다.”


“삼가 명 받들겠습니다!”


관우와 장비가 용감하게 대답한 후 병사들을 통솔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자, 유비 역시 조표와 함께 병사들의 배치 상태와 진영 주위의 해자, 목책 등을 철저히 점검했다.




이튿날 오후가 되자, 날이 밝기가 무섭게 출진한 조조가 기세등등하게 유비의 진영으로 밀려들었다.


척후병으로부터 조조군의 움직임을 보고받은 유비는 신속히 관우와 장비를 진영의 좌우에 매복시키고, 자신은 정면에서 일제히 궁노를 발사하며 조조에 맞섰다.


유비군은 노도처럼 거세게 몰아쳤지만, 이미 만반의 계획을 세운 조조군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조조군은 후미에서 궁노를 맞날리며 유비군을 견제함으로써 선두에 선 보병들이 유비군의 진지로 돌진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려 했다.


조조군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유비는 적들을 향해 더욱 맹렬하게 화살을 쏘도록 명한 후, 자신은 진영으로 침입해 들어오는 적병을 막기 위해 장창병들을 이끌고 목책 뒤에 포진했다.


유비군의 저항이 더욱 거세지자, 완강하게 중앙을 치고들어오던 조조군의 기세가 한풀 꺾이는 듯 보였다.


그러자 궁노병을 이끌던 조표가 북을 치며 군사들을 더욱 독려했다.


방패로 몸을 보호하며 앞으로 돌진하던 조조의 보병들이 빗발치는 화살에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자, 조조는 즉시 부대를 둘로 나누어 양쪽으로 우회시켰다.


이 모습을 본 유비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병사들에게 명해 조조군이 우회한다는 사실을 큰소리로 외치게 했다.


아군 병사들의 외침을 듣고 관우와 장비는 좁은 숲속 길로 들어오는 적을 치기 위해 병장기를 움켜쥔 채 입구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순간, 좌⋅우군을 이끌던 우금과 이건의 병사들이 발길을 돌려 일제히 유비의 본진을 향해 다시 돌진하기 시작했다.


작전이 성공했다는 안도감에 사로잡혀있던 유비는 깜짝 놀라 즉시 조표에게 궁노를 발사하라고 명했다.


그러나 본진에서 궁노병을 이끌던 조표는 조조군이 양 갈래로 갈라져 본진을 우회하자 방심하고 있었기에 민활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반면 조조군은 유비군과는 달리 움직임이 신속 그 자체였다.


우금과 이건의 군대는 후미가 선두가 되어 유비군의 진영을 향해 달려들고, 후방의 조조군이 유비군을 견제하기 위해 궁노를 쉴 새 없이 발사하니, 이는 아까와는 정 반대의 모습이었다.


조조에게 주도권을 내준 유비의 궁노병은 섣불리 참호 위로 머리를 내밀 수 없었고, 조조의 보병들은 노병의 방해를 받지 않게 되자 거칠 것 없이 해자를 뛰어넘어 적진으로 달려들었다.


일군을 이끌고 목책 뒤에 포진했던 유비가 적병들을 진영 안으로 들이지 않기 위해 고분분투하는데, 숲속에서 매복하고 있던 관우와 장비가 군대를 이끌고 나와 진지를 공격하고 있던 조조군을 덮쳤다.


관우와 장비는 적군이 숲속으로 들어오는가 싶더니 금새 발걸음을 돌리자 일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매복군을 이끌고 적을 뒤따라 나온 것이었다.


양군이 엉켜 일대 접전이 벌어졌지만, 이미 전세는 조조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조가 자신의 곁에 있던 전위와 함께 기병대를 출격시켰다.


전위는 질풍노도의 기세로 해자 바깥쪽에 있는 유비의 군대를 휩쓸고 다녔다.




조조군이 전투의 흐름을 완전히 소유하게 되자, 관우와 장비는 당장 퇴각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두 장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양쪽에서 적군을 돌파해 목책 안에 있는 유비에게로 나아갔다.


유비는 여기서 자신이 무너지면 서주가 멸망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필사의 각오로 적을 맞아 싸우고 있었는데, 관우와 장비가 적들을 헤치고 나타나 퇴각하자고 말하자 따를 수가 없었다.


“이곳을 지키지 못하면 서주의 백성들이 모두 죽고 마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 진지를 사수해야 할 것이야!”


그러자 장비가 말했다.


“전쟁터를 전전한 것이 몇 년인데 큰형님은 아직도 싸움의 흐름을 읽지 못한단 말이오? 이미 끝났습니다. 지금은 말싸움하고 있을 시간도 없단 말씀이오! 여기서 개죽음을 당하느니 일단 퇴각해서 다음 기회를 엿봅시다!”


관우도 장비를 도왔다.


“형님! 저들과의 마지막 일전은 담성에서 벌이도록 하시죠! 농성에서 조금이라도 더 힘을 쓰려면 지금 더 많은 병사들을 데리고 후퇴해야 합니다.”


유비는 어쩔 수 없이 두 아우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조표는 이미 진지를 버리고 퇴각한 상태였기 때문에 관우가 유비를 호위하며 선두에 섰고, 장비가 홀로 후미를 수비했다.




조조는 유비가 몇 달만에 군사들을 추슬러 고분분투하는 모습을 보이자 저력이 있다고 생각해 이번 전투에서 그를 제거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전위을 출격시키며 반드시 유비를 죽이라는 명을 내렸다.


전위가 조조의 명을 받들기 위해 적진을 헤치며 말을 달려 유비군을 추격하자, 장비가 사모를 휘두르며 달려나와 대적했다.


양 진영을 대표하는 두 맹장이 서로 어우러져 싸우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광풍이 크게 일어 모래가 날리고 돌들이 굴렀다.


전위와 그의 군사들이 광풍으로 인해 더 이상 전진할 수 없게 되자, 장비는 싸움을 멈추고 신속하게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조조는 온갖 싸움판에 다 끼어들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을 보이는 유비를 처리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서주 평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그 아쉬움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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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주중적국(4) 22.06.03 32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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