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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현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삼국영웅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예서현
작품등록일 :
2022.05.1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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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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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주중적국(5)

DUMMY

하후돈이 복양에서 견성까지 쉬지않고 행군을 실시하는 동안 연주의 운명을 짊어진 또 다른 사람이 필사의 질주를 펼치고 있었으니 그는 바로 조조가 2차 서주정벌에 앞서 참모진으로 새롭게 발탁한 정립이었다.


순욱은 하후돈에게 파발을 띄우고 조조에게도 급보를 전한 후 병사들을 파견해 연주의 여러 지역을 정찰했는데, 대부분의 군현은 이미 진궁에게 설득당하고 오직 범현范縣과 동아현東阿縣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때는 아직 하후돈이 군대를 이끌고 오기 전이라 진궁이 이 두 성을 취하려 한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으므로 순욱은 정립에게 이 일을 의논했다.


“지금 연주에 반란이 일어나 우리는 오직 이 견성과 범현, 동아현만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만약 진궁과 장막이 중병重兵(많은 군대)을 거느리고 온다면 이 세 성도 동요하게 될 것입니다. 공은 이곳 연주 동아현 출신으로 연주의 많은 사인士人들이 우러러보는 인물로 오직 공만이 범현과 동아현을 위무하고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니 부디 공께서 이 막중한 임무를 맡아주십시오.”


정립이 비장하게 대답했다.


“제가 일찍이 어렸을 때 태산에 올라 두 손으로 해를 받드는 꿈을 꾼 적이 있는데, 아마도 이 꿈은 제가 오늘과 같은 중책을 맡게 될 것을 미리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순욱은 정립이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것과 같이 위험한 일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떠맡자 진실로 감격해 정립에게 감사했다.


“이 연주가 보존된다면 그것은 모두 중덕仲德(정립의 자) 그대의 공일 것입니다!”




수십기의 병사들을 이끌고 사지死地가 될지도 모르는 범현으로 달려간 정립은 곧장 현아로 가 현령 근윤靳允을 만났다. 근윤은 가족이 여포에게 인질로 잡혀있어 마음이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는데, 정립은 근윤이 감정에 빠져들수록 상대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 여겨 매우 단호하고 논리적인 어조로 그를 설득했다.


“듣자하니 여포가 그대의 모친과 동생, 처자를 붙잡고 있다 하니 효자라면 진실로 마음을 다스리기 힘든 상황일 것이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오히려 이럴 때에 정신을 빠짝 차리고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아야 할 것이오. 지금 천하가 크게 어지러워 여러 영웅들이 동시에 일어났는데, 반드시 천명에 의해 천하의 혼란을 종식시킬 자를 주인으로 얻어야 창성할 것이지, 그렇지 못한 자를 주인으로 삼을 경우에는 반드시 패망할 것이오. 진궁이 맞아들인 여포란 자가 어떤 인물이오? 여포는 거칠기만 하고 친근함이 없으며 강하지만 무례하니 그저 필부의 영웅일 뿐이오. 장막과 진궁에게 호응한 사람들은 몰라도 그대와 같은 선비가 어찌 여포와 같은 자를 따를 수가 있겠소! 또한 조사군은 불세출의 지략을 가지고 있으니 저들이 비록 병력이 많다고는 하나 끝내 실패할 것이오. 그대가 이 범현을 굳건히 다스리고, 내가 동아현을 지킨다면, 우리는 전단田單의 공(연나라의 명장 악의가 제나라를 공격했을 때 제나라 임금은 도망가고 거의 나라가 멸망한 지경에 이르렀으나 전단이 즉묵성을 끝까지 고수해 연나라를 물리친 고사를 의미)을 이룰 수 있을 것이오! 자진子眞(근윤의 자) 잘 결정하시오! 반역한 무리를 따라 악을 행하다 가족과 함께 몰살을 당할지, 아니면 만고의 충신으로 두고두고 칭송받을지를. 다시 한번 살펴 생각하시오, 조사군은 불충불효한 자들에게 자비가 없소!”


끔찍스럽지만 보통의 인간은 자기 자신에 대한 생존욕 앞에서 잔혹한 본성을 숨길 수가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근윤은 마음속이 무척 혼란스러웠음에도 정립의 냉철한 설명에 이끌려 조조의 편에 서기로 마음먹었다.


“어찌 감히 두 마음을 품겠습니까!”


자신의 선택은 가족의 죽음을 의미했기 때문에 그의 두 눈에서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근윤을 협박 아닌 협박으로 조조의 편으로 잡아둔 정립은 정말 냉정하면서도 철두철미했다.


“자진, 나는 이제 동아현으로 떠나야 하오. 그대가 나를 만났음에도 나를 붙잡지 않고 그냥 보내준 것을 알면 진궁 일당은 그대를 적으로 간주할 것이니 행여라도 마음을 돌려 저들에게 투항하려다가 개죽음당하지 마시오. 또한 적들은 분명 급히 나를 추격해 올 것이니 그대는 복병을 써 적을 격파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범현의 군사 일부를 창정진倉亭津으로 보내 나룻길을 끊으시오. 내가 동아현에 들어가기 전에 진궁이 강을 건너서는 아니되니 서둘러 군사를 파견해야 하오.”


정신을 차리기 힘든 근윤을 대신해 정립은 모든 필요한 사항을 지시한 후 재빨리 동아현으로 이동했다.


정립의 신속하고 시의적절한 조치 덕분에 근윤은 현을 침범해온 범억氾嶷을 복병으로 무찌르고 성을 수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정립이 파병한 기병이 뱃길을 끊어 진궁이 도강하지 못하니, 시간을 번 동아현은 현령 조지棗祗와 연주종사 설제薛悌가 혼란을 수습할 수 있었다.


또한 과거 정립이 황건적을 난으로부터 동아현을 보전한 공이 있었기 때문에 성안의 모든 관리와 백성들이 정립을 위해 성을 굳게 지키며 웅거했다.




연주가 위태롭다는 소식에 조조는 조인에게 연락을 취해 본대와 합류할 것을 명한 뒤 자신도 신속하게 군대를 물렸다.


조조군의 상황이 급박하게 변하자 조조를 돕기 위해 파병됐던 원소의 장수들은 모두 발길을 돌려 기주로 돌아갔는데, 오직 주령만은 북쪽으로 가지 않았다.


주령은 일가족이 모두 죽고 없어 굳이 돌아갈 이유가 없었던 데다가 체면과 위신을 중요시하는 원소보다는 자신의 감정과 실체를 정확히 드러내는 조조가 난세에 더 적합한 군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조조의 진영에 남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조조는 회군하면서 패국에 주둔하고 있던 하후연과 우금에게 유성마를 띄워 본대가 견성으로 신속히 돌아갈 수 있도록 산양과 제음의 여러 현들을 평정하게 했다.


이때 여포는 진궁의 조언에 따라 견성을 공격했는데, 순욱과 하후돈의 필사적인 저항에 가로막혀 성을 함락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진궁은 이미 조조가 회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견성을 포기하고 즉시 조조가 진군로로 삼을만한 지역의 요지를 선점해야 한다고 여포를 설득했다.


“조조는 연주를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틀림없이 길을 재촉해 견성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허니 우리는 군대를 나누어 항보亢父와 태산泰山의 요해처에 정병을 매복시켜 놓았다가 조조군이 좁은 곳을 지날 때 기습을 가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포는 진궁의 계책을 사용하지 않았다.


“공대의 생각이 꼭 옳다고 볼 수는 없소. 연주의 모든 군현이 그대에게 호응했다고는 하나 장맹탁이 장악하고 있는 진류와 태수 오자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제음의 남쪽지역을 제외하고는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지역이 없소. 그러니 우리는 장맹탁, 오미중美仲(제음태수 오자의 자) 등과 긴밀히 협조하기 위해 복양에 주둔해야 하오. 섣불리 군대를 동쪽으로 몰고나갔다가 조조와 그에게 동조하는 군대에게 협공을 당하기라도 한다면 큰 낭패에 빠질 것이오.”


“그렇지가 않습니다, 장군! 항보와 태산의 험로에 정병 1만씩만 매복시켜 놓는다면 조조가 어느 쪽으로 오더라도 그를 일격에 잡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진궁이 재차 설득했지만 여포는 결국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소싯적부터 싸움터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니 전투와 관련해서는 내말을 들으시오. 지금으로서는 복양에 둔병하며 조조와 정족지세鼎足之勢를 이루는 것이 최선이오.”


진궁은 조조군이 견성에 들어가면 전황이 어려워질 것을 예상하고 어떻게든 조조의 진군을 막으려고 했는데 여포가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자 당혹스러웠다.


결국 진궁은 궁여지책으로 연주의 별가別駕와 치중治中으로 있던 설란薛蘭과 이봉李封을 급파해 제음과 산양의 군현들을 독려해 조조를 막는 방법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여포가 진궁의 말을 듣지 않아 좋은 기회를 놓치는 사이, 조조는 하후연과 악진이 확보한 진군로를 통해 거침없이 견성으로 향하고 있었다.


조조는 자신의 군대가 산양군을 거쳐 항보를 지나 동평국을 통과하자 조인에게 일군을 내주며 견성 주변의 군현을 평정하도록 하는 한편, 이건을 승씨현으로 돌려보내 조인을 돕도록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감에 차올라 견성으로 입성하지 않고 곧장 복양을 공격하려 했다.


“여포는 하루아침에 연주를 거의 통째로 얻고도 동쪽 지역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구나. 그가 동평을 점거하고 항보와 태산의 길을 끊은 채 우리를 요격했다면 우리가 어찌 이리 쉽게 연주의 중심부를 통과할 수 있었겠느냐. 여포가 군사를 부리는 것을 보니 그는 우리의 적수가 아니다. 그러니 나는 이길로 곧장 복양을 공격할 것이다!”


조조는 제장들에게 명령을 내린 후 복양으로 진군하여 여포를 공격했다. 진궁은 조조의 군대가 견성으로 들어가지 않고 복양을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여포에게 다시 계책을 올렸다.


“조조의 군대는 서주에서 이곳까지 먼길을 달려왔으니 틀림없이 지쳐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는 적에게 기력을 양성할 시간을 주지 말고 속전속결로 끝내야 합니다.”


그러자 여포가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진궁에게 말했다.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소. 그러나 필마로 천하를 종횡하는 나 여봉선이 어찌 조조 따위를 두려워해 그런 비겁한 수를 쓴단 말이오. 저놈들이 진지를 세우는 것을 기다렸다가 내가 직접 공격에 나서도록 하겠소.”




조조는 여포군의 아무런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복양 근처에 군대를 멈추고 진지를 세워 하룻밤을 쉬었다.


그리고 다음날 조조는 병사들을 이끌고 나가 복양성 앞 들판에 병사들을 포진시켰다.


그러자 그제서야 여포가 병력을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갔다. 조조가 문기 아래 말을 세우고 멀리 포진을 마친 여포진영을 바라보는데, 여포가 앞장서서 출마하자 그의 양 옆으로 일곱 명의 건장健將(강건한 장군)이 따라나왔다.


장료와 고순이 여포를 양 옆에서 수행했고, 그 뒤를 다시 성렴, 위월, 위속, 후성, 송헌이 뒤따랐는데, 큰 북소리와 어우러진 이들의 모습이 가히 대단했다.


적군에게 기세를 내어주어서는 안되겠다 싶었던 조조도 휘하의 장수들을 거느리고 앞으로 나오면서 여포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여포 네 이놈! 내가 너와 원수진 일이 없거늘 어찌 내 주군을 침범하여 빼앗는 것이냐?”


그러자 여포가 입가에 조소嘲笑를 머금으며 말했다.


“한나라의 성지城池(도시)를 여러 군웅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 연주가 어찌 너의 주군이란 말이냐? 더구나 네놈은 폐하의 교지도 없이 이곳 호족들의 추대를 받아 연주목에 올랐는데, 그 호족들이 너를 내치고 나를 연주목으로 옹립하니 이제 이 땅이 내 땅이 아니라면 누구의 것이란 말이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포가 자신의 장수 중 사납고 날쌔기로 유명한 성렴을 내보내 싸움을 걸었다.


“사결士潔(성렴의 자), 네가 나가 저 내시놈 손자의 목을 따오거라!”


여포의 명을 받은 성렴이 말을 타고 달려나오자 조조군에서는 조홍이 나가 맞상대했다.


두 필의 말이 맞붙고 두 자루의 창이 불꽃을 튀기며 삼십여 합을 겨뤘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그러자 우금과 악진이 말을 몰고 나왔는데, 여포 진영에서는 장료와 고순이 달려나와 싸웠다.


여포는 조조의 장수들이 자신의 장수들을 가로막자 부아가 치밀어 직접 방천화극을 빗겨들고 맹렬히 말을 몰아 앞으로 달려왔다.


그러자 이번에는 조조 옆에 있던 전위가 달려나갔다.


호랑이 같은 용맹을 자랑하는 양 군의 여덟 장수가 한바탕 대접전을 벌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조조군의 장수들은 적토마를 타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종횡무진 날뛰는 여포를 제어하기가 힘들었다.


결국 전위, 악진, 우금, 조홍이 수세에 몰려 뒷걸음질 치자 희충이 하후연과 여건에게 명해 여포를 비롯한 적장들에게 화살을 발사했다.


하후연 등의 강력한 화살공격으로 자신들이 주춤한 사이 전위 등이 모두 퇴각하자 여포는 기병대를 출격시켜 조조군을 덮쳤는데, 이번에도 희충이 강력한 노를 발사해 적 기병대의 속도를 늦추니 조조가 군대를 퇴각시킬 수 있었다.


그길로 조조군은 삼십리 밖으로 물러났고, 여포 또한 군을 거둬들였다.


작가의말

정사 여포전 : 하내사람 학맹이 반란을 일으켜 군사를 이끌고 하비부로 쳐들어왔다.


연의에서는 장료, 장패, 학맹, 조성, 성렴, 위속, 송헌, 후성이 여포의 8건장으로 나오는데, 이때 장패는 서주에서 별도의 군대를 보유한 군웅이었고, 학맹과 조성은 정사 여포전에서 보듯이 하내출신으로 여포와 같은 병주출신이 아닙니다. 따라서 제 소설에서는 일단 여포와 일곱 건장으로 묘사하였습니다. 학맹과 조성은 조금 뒤에 여포와 인연이 깊은 하내태수 장양이 보내준 원군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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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악업악보(5) 22.05.31 35 1 12쪽
40 악업악보(4) 22.05.30 40 1 16쪽
39 악업악보(3) 22.05.30 44 3 14쪽
38 악업악보(2) 22.05.29 36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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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패왕지업(4) 22.05.27 37 1 16쪽
34 패왕지업(3) 22.05.27 38 2 16쪽
33 패왕지업(2) 22.05.26 34 2 15쪽
32 패왕지업(1) +2 22.05.26 55 3 14쪽
31 신군부정변(2) 22.05.25 4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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