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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현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삼국영웅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예서현
작품등록일 :
2022.05.11 23:23
최근연재일 :
2022.06.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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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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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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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4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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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장안의 봄(4)

DUMMY

그날 밤 왕윤은 양찬과 사손서를 불러 거사에 대해 상의했다.


“여포가 마음을 굳혔으니, 즉시 동탁을 처단해야겠습니다.”


사손서가 우려의 뜻을 표했다.


“시기가 좋지 않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 순공달(순유의 자) 등이 체포되어 경계가 삼엄하니, 오늘 이 자리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왕윤이 말했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공달 등은 하진의 대장군부에서 원씨와 가깝게 지냈으니 당연히 동탁의 의심을 받았겠지만, 이 사람은 원씨와 큰 인연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동탁의 비위를 맞춰왔기 때문에 저들로부터 의심받을 일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여포는 변덕스러운 자이니 그가 변심하기 전에 반드시 일을 성사시켜야 합니다.”


왕윤의 말에 수긍한 사손서가 의견을 냈다.


“주상께서 병환 중에 계시다가 최근에 회복하셨으니, 이를 축하하기 위해 잔치를 열고, 그 구실로 동탁을 불러들입시다. 그리고 여포에게 천자의 밀조를 주고 미리 병사들과 매복하게 한 후 동탁이 궁에 들어오는 순간 요절을 내버립시다.”


그러자 양찬이 물었다.


“누가 감히 동탁에게 거짓을 고하러 가겠소?”


사손서가 답했다.


“기도위 이숙이 여포와 가까우면서도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따라 말을 잘 하는 재주가 있으니 그를 보낸다면 동탁의 의심을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왕윤이 이에 동의하고 다음날 여포를 불러 이숙에 대해 묻자, 여포가 답했다.


“사도 어르신도 아시다시피 이숙은 우리와 동향인데다, 저와는 어린 시절부터 인연이 있는 자입니다. 그는 동탁 휘하에 함께 있으면서도 저를 돕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제안에 응할 것입니다. 만약 그가 조금이라도 꺼리는 기색을 보인다면 즉시 베어버리겠습니다.”


왕윤은 은밀히 사람을 보내 이숙을 불렀고, 이숙이 도착하자 여포가 말을 꺼냈다.


“지난날 여중 형은 동탁이 황제폐하를 구한 조정의 중신이고 천하를 좌우할 인물이라며 나를 동탁에게 투항하도록 했소. 그런데 이 동탁이란 자가 위로는 천자를 업신여기고 아래로는 백성을 학대하니, 그 죄가 천지에 가득하고, 살아있는 사람뿐 아니라 죽은 원혼들까지 울분과 원통함에 울부짖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오! 이제 나 여포는 그동안 동탁을 위해 일했던 허물을 바로잡고 한황실을 힘껏 섬기기 위해 동탁을 죽이고자 하는데, 형의 뜻은 어떠시오?”


이숙은 동탁 밑에서 온갖 지저분한 일을 도맡아 처리했으나, 동탁의 친인척과 측근들에 밀려 자신이 원하는 부귀영화를 얻지 못했으므로 이참에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이 유리하겠다 싶었다.


“나도 동탁 그 역적놈을 제거하고 싶은지 오래였으나 마음을 드러내고 함께 일할 사람을 찾는 것이 두려웠소. 그런데 장군께서 나와 같은 뜻이 있음을 먼저 보여주시니, 이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임에 틀림없소. 내 결코 다른 마음은 품지 않겠소!”


이숙은 대답을 마치며 화살을 꺾어 맹세했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끝내자 왕윤이 말했다.


“이공의 의기가 하늘을 찌르는구려. 일이 성공하면 공은 한실의 충신이니 현관顯官(높은 벼슬)에 오르는 것이 대수겠소? 공께서는 천자의 조서를 들고 미오로 가서 동탁을 입조시키시오. 그러면 여봉선 장군이 그를 처단할 것이오.”


다음날 이숙이 십수 기를 이끌고 미오로 가 동탁을 만났다.


이숙이 절을 하고 인사를 올리자 동탁이 거만하게 말했다.


“황제가 무슨 일로 내게 조서를 보냈느냐?”


“폐하께서 병환에서 회복하시니 문무대신을 미양전에 불러모아 연회를 여신다고 합니다.”


동탁은 내키지 않았으나 한 달 가까이나 등청하지 않은데다 헌제가 직접 조서를 내렸기 때문에 준비를 갖춰 장안으로 출발했다.


동탁이 장안성에 거의 다다랐을 때 수레를 끌던 말이 넘어져 앞으로 가지 못하니 동탁이 내심 괴이하게 여겨 이숙에게 물었다.


“장안에 입성하려 하는데 말이 자빠져 수레를 끌지 못하니 이는 불길한 징조가 아닌가?”


이숙이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살까 두렵습니다만, 오늘 일을 풀이한다면 지금 타시는 수레가 태사님의 격에 맞지 않아 말이 끌기를 거부하여 넘어진 것입니다.”


“수레가 내게 어울리지 않아 말이 끌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 무슨 소리냐? 금화조개거金華皂蓋車(검은 일산이 달린 금으로 꾸며진 수레)는 대신 중에서도 오직 나만 타는 것이거늘...”


그러자 이숙이 갑자기 일어나 절을 한 뒤 동탁에게 '신하'라 칭하며 말했다.


“주공께서는 청개금화거靑蓋金華車(임금만이 탈 수 있는 푸른 일산에 금으로 장식된 수레)를 타실 운명이니, 조만간 용상에 오르실 것입니다.”


동탁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일전에 채옹이 신하가 청개금화거를 타는 것은 법도에 맞지 않다 해서 내가 금화조개거를 이용한 것인데, 이제 하늘이 내게 청개금화거를 허락하는구나. 오늘 일은 내가 황제가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징조이니 이를 알아본 너에게는 집금오의 자리를 주겠느니라.”


이숙이 다시 동탁에게 절하며 사례했다.


기분이 좋아진 동탁은 수레에서 내려 말을 타고 장안에 입성했다.


문무백관들이 모두 성 밖까지 나와 동탁을 영접했는데, 이유는 몸살을 크게 앓아 집에서 나오지 못했다.


동탁이 부중에 이르자 여포가 들어와 인사를 올렸고, 여포에게 동탁이 말했다.


“내가 구오九五(천자를 뜻하는 주역의 괘)의 자리에 오르면 너에게 천하의 병권을 내려주마.”


여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절을 올렸다.




다음날 동탁이 여포를 거느리고 입조하여 북액문北掖門에 당도하자, 이숙이 손에 보검을 쥐고 10여 명의 위사衛士를 거느리며 나왔다.


동탁은 이숙이 손에 보검을 빼어들고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해서 물었다.


“너는 어찌하여 칼을 들고 있는 것이냐?”


그러자 이숙이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동탁에게 달려들었다.


동탁이 놀라 여포를 찾았다.


“내 아들 봉선아! 어서 이놈들을 막아라!”


그러자 여포가 한 손으로 품에서 조서를 꺼내들며 크게 외쳤다.


“역적을 토벌하라는 조서가 여기있느니라!”


“개 같은 놈아, 감히 네놈이 ....”


동탁이 크게 욕을 내뱉는 순간 여포가 방천화극을 동탁의 목에 쑤셔넣었다.


동탁은 피를 쏟으며 고꾸라졌고, 이숙이 재빨리 머리를 베었다.


여포는 떨어진 동탁의 목을 치켜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조서를 받들어 역적 동탁을 주살하였다. 역적의 일족에게만 죄를 물을 것이니 다른 사람들은 경거망동하지 말라!”


이에 모든 문무관원들이 만세를 불렀다.


동탁을 주살한 왕윤은 저자에 동탁의 머리를 내걸고 시신을 버리니, 백성들 가운데 기뻐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일부 사대부 가문의 부녀자들은 자신의 패물을 팔아 술과 고기를 사서 거리에서 잔치를 열기까지 했다.


백성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노래하고 춤추며 동탁의 머리에 돌을 던지고 시신을 발로 걷어찼는데, 비만했던 동탁의 몸에서 기름이 흘러나와 땅을 적시고 주변의 풀을 붉게 물들였다.


시신을 지키던 관원이 이를 보고 날이 저문 후 동탁의 배꼽 위에 심지를 꽂아 불을 붙였는데, 불빛이 며칠 동안이나 꺼지지 않았다.


왕윤은 신료들을 도당에 불러모으고, 동탁 암살 모의로 옥에 갇힌 순유, 하옹을 석방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하옹은 동탁이 장안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잔혹하게 살해당할 것을 우려해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였다.


백관 앞에 선 왕윤은 동탁에게 아부했던 자들을 모두 잡아들여 하옥시킬 것을 명하면서 그 자리에 있던 채옹도 체포하도록 했다.


대신들이 깜짝 놀라 이유를 물으니 왕윤이 채옹을 책망했다.


“동탁은 나라의 대적大敵으로 천자를 살해하고 신하를 주륙하여, 하늘과 땅이 노하고 산 사람과 죽은 사람 모두 그를 미워했소. 그런데 그대는 한나라의 신하로 대대로 은혜를 입은 신분인데 동탁이 복주伏誅되자 애통해하니, 이는 그대가 진실로 동탁에게 마음을 바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동탁이 주살될 때 왕윤과 같은 자리에 있던 채옹은 동탁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탄식했는데, 이를 본 왕윤이 채옹을 의심한 것이다.


채옹이 즉시 땅바닥에 엎드려 죄를 빌었다.


“제가 비록 불충하나 대의와 고금의 안위安危를 알고 있는데, 어찌 나라를 저버리고 동탁을 향했겠습니까? 다만 그가 국사를 논할 때 저의 의견을 잘 들어준 적이 있었기에 저도 모르게 사사로운 감정으로 탄식을 내뱉어 죄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공께서 다시 한번 살펴주신다면 경수월족黥首刖足(죄인의 얼굴에 죄명을 문신하고 발을 자르는 형벌)의 형벌을 받더라도 한나라의 사서史書를 마저 완성하여 제 죄를 씻고자 합니다.”


대신들이 채옹의 재주를 아까워해 왕윤에게 간언했다.


“백개伯喈(채옹의 자)는 광세일재曠世逸才(재주가 아주 뛰어남)이니 한사漢史를 완성케 한다면 진실로 큰 업적이 될 것입니다. 또한 그는 효행으로 세상에 알려졌으니 함부로 죽이면 인망을 잃을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왕윤은 대신들의 말을 물리쳤다.


“옛날 무제께서는 사마천을 살려주었지만, 사마천은 방서謗書(비방의 글로 사기를 의미, 사마천은 사기에서 무제를 비판함)를 써서 후대에 전해지게 했소. 특히 지금은 국운이 쇠퇴하고 병란으로 사방이 시끄러운데, 간신으로 하여금 어린 폐하 곁에 머물며 역사를 집필하도록 할 수는 없는 일이오. 채옹을 내버려둔다면 훗날 우리 모두는 그의 글에서 비난을 받게 될 것이오.”


왕윤은 자신의 뜻대로 채옹을 하옥시켰는데,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옥사했다.


인적 청산을 실시한 후 왕윤은 즉시 황보숭에게 명하여 장안의 병사들을 이끌고 미오에 있는 동탁의 잔당을 토벌하게 했다.


황보숭이 미오를 공격하기 위해 대규모 관군을 이끌고 나타나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성안의 병사들이 동탁의 노모를 비롯해 동민ㆍ동황 등 동씨 집안사람 모두를 죽이고 성을 열어 투항했다.


이 난리통에 안타깝게도 동탁의 애첩으로 알려진 초선 또한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황보숭이 동씨 일족의 시체와 미오에서 노획한 엄청난 양의 보물을 가지고 장안성으로 개선하자 모든 사람들이 환영했지만, 왕윤과 여포만은 초선의 주검 앞에서 비통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헌제는 동탁을 주살한 공으로 왕윤에게 사도직에 녹상서사錄尙書事를 겸하게 했다.


그리고 여포를 분위장군으로 임명해 부절을 주고 의비삼사儀比三司로 삼았으며 온후溫侯에 책봉하니, 왕윤과 여포가 공동으로 조정의 정사를 관장하게 되었다.


또한 헌제는 황보숭을 거기장군으로 올리고, 사자를 산동으로 보내 반동탁연합군의 여러 제후들을 위무했다.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잔혹한 독재자 동탁이 사라지고 모든 사람들이 희망을 품는 시대가 열렸지만, 현실은 사람들의 바람과 크게 달랐다.


애초에 한나라는 동탁이 등장하기 전부터 파탄이 난 상태였기 때문에 동탁이 제거된 것만으로 국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리 없었고, 거사의 주역인 왕윤 역시 절대악 동탁을 없애는 것에만 목표를 두었기 때문에 동탁 사후의 정국을 장악하지 못했다.


채옹에 대한 처분에서 보았듯이 왕윤은 굳세고 강한 성격으로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가 부족했고, 이로 인해 다른 대신들은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않아 조정에서는 중론이 모아지지 않았다.


태위太尉 마일제는 채옹을 사면시키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왕윤이 고집을 꺾지 않자 ‘좋은 사람은 나라의 기초이고 역사를 기록하는 것은 나라의 본보기이거늘, 왕사도는 기초를 멸하고 좋은 본보기를 폐하니 어찌 오래 가겠는가’라고 한탄했다.


또한 왕윤은 동탁 일파의 처분을 놓고도 여포와 갈등을 빚었다.


동탁이 살해당하자 번조ㆍ이몽ㆍ왕방은 즉시 몸을 피해 장안을 탈출했고, 이유ㆍ서영ㆍ호진ㆍ양정 등은 붙잡혀 옥에 갇혔는데, 이들에 대한 처분을 놓고 왕윤과 여포는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하루는 왕윤과 여포가 만나 동탁 일당에 대해 의논했는데, 여포가 왕윤에게 유세했다.


“동탁과 오랫동안 함께해온 장수들은 모두 한 몸이나 다름없으니 모조리 죽여 후환을 없애야 합니다. 다만, 이유는 애초에 조정의 신하로서 동탁의 부곡과는 상관없는 인물이니 사면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여포는 동탁 휘하의 무장들과 평소 불화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그들을 모두 죽일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왕윤은 여포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나는 여장군의 생각과는 정반대요. 무장들은 주인을 따랐을 뿐이니 죄가 있다 할 수 없으나, 이유는 스스로 모의해서 동탁의 수많은 악행을 야기하였으므로 반드시 치죄해야 하오. 나는 이유를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처형할까 하오.”


하지만 여포는 끝까지 왕윤의 뜻을 따르지 않았다.


“아니될 말씀입니다. 창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른 사람들도 살려주자 하시면서 어찌 이유는 죽이려고 하십니까? 이유를 죽여서 우리가 특별히 얻을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여포는 이유를 사면시키기 위해 고집을 꺾지 않았는데, 이는 그가 이유에게 설득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체포되어 옥에 갇히자 옥지기를 포섭하여 몰래 여포에게 연통했고, 여포는 이유를 찾아가 만났다.


이때 이유는 여포가 동탁과 불화할 때마다 그의 편을 들어준 기억을 상기시키며 자신을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여포도 이유가 여러 번이나 자신을 대변해 준 것을 알고 있었고 지모가 뛰어나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를 살려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왕윤은 초선을 통해 여포를 그저 칼잡이로만 사용하려 했는데, 초선이 죽고 없으니 제멋대로 하기 좋아하는 그를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왕윤은 스스로도 동탁만 없으면 다시는 지난 몇 년과 같은 환난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어 이유를 죽이지 않고 다른 장수들과 함께 신병만 구속한 상태로 방치했다.


이런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되자 조정의 신료들이 동탁의 부곡에 대해 논의하게 됐는데, 사손서는 그들을 사면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왕윤이 동탁 휘하의 사람들에 대해 의심을 품었다.


“동탁의 부곡을 역적의 무리라고 하여 체포했는데 지금 갑자기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풀어준다면, 저들이 마음 편하게 지내며 우리에게 아무런 앙심을 품지 않을 수 있겠소? 사면을 행할 수 있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아직은 사면해서는 아니될 것 같소.”


왕윤이 반대하자 대신들은 사면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고, 곧이어 동탁의 부곡에서 통솔하고 있던 부대의 처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한 대신이 왕윤에게 아뢰었다.


“량주의 사람들은 동탁을 위해 오랜 기간 일해 왔음으로 원씨를 꺼리고 관동지역의 군대를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만약 하루아침에 이들의 군대를 해산한다면 량주인들이 자신들의 안위를 얼마나 불안하게 생각하겠습니까? 차라리 이번 기회에 황보의진 장군으로 하여금 량주 사람들을 거느리고 섬현에 머무르며 그들을 안무하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왕윤은 반대했다.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소. 산동에서 의병을 일으킨 자들은 모두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인데, 동탁의 무리가 이끌던 부대를 섬현에 주둔시키게 되면 량주 사람들은 안심하겠지만 산동의 사람들은 의심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오. 이제 막 폐하께서 사자를 보내 그들을 위무하였는데, 그들이 다시 조정을 의심하게 된다면 천하는 안정되지 못할 것이오.”


왕윤의 입장이 단호했기 때문에 회의는 아무런 결론없이 끝나게 되었다.


그런데 조정에서 동탁의 부곡과 관련된 군대를 처분하려고 논의한 일이 백성들 사이에서는 왕윤이 량주 사람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와전되었다.


이에 동탁의 부곡이었던 군관들이 모두 두려워하며 서로 은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았다.


“채백개(채옹)는 단지 동공과 친하다는 이유로 붙잡혀 옥사했는데, 동공의 부곡이었던 우리가 사면되지 않고 무장해제만 당한다면 우리는 바로 다음날 어육魚肉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오.”


관중에 있던 량주 사람들은 자신들의 군대를 무장해 스스로를 지키려 했고, 장안성 내의 분위기는 점점 험악해졌다.


량주의 군벌들을 모두 죽이고 군대를 흡수하려 했던 여포는 왕윤의 반대로 뜻한 바를 이루지 못하자 자신의 세를 불리기 위해 장료를 병주로 파견해 과거에 알고 지내던 무인들을 불러들이는 한편, 이숙에게는 산동군을 토벌하기 위해 파견된 우보의 군대를 공격하게 했다.


이때 이각ㆍ곽사ㆍ장제는 진류ㆍ영천 등에 흩어져 있고, 우보만이 섬현에 주둔하고 있었기에 이숙은 한바탕 전투 끝에 우보를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2경쯤 진을 물려 후퇴했던 우보가 이숙의 진지에 야습을 감행했다.


승리에 흠뻑 취해 잠들었던 이숙은 한밤중에 당한 기습에 어떠한 방비도 하지 못하고 패주해 도망쳤다.


군사를 태반이나 잃고 이숙이 장안으로 돌아왔는데, 이를 본 여포는 크게 노해 말했다.


“네놈이 나의 예기를 꺾고 무사하기를 바랐단 말이냐!”


여포는 그 자리에서 이숙을 참하고 그 머리를 군문에 걸었다.


이숙은 여포가 차기次期 실력자가 될 것으로 생각해 동탁을 배신하고 여포를 살뜰히 챙긴 사람이었다.


하지만 여포는 지난날 자신이 동탁 밑에서 행한 치부를 알고 있는 이숙이 껄끄러웠고, 마침 그가 우보에게 패하여 돌아오니 군대의 사기를 꺾었다는 구실로 제거해버린 것이다.


더욱이 여포는 병주의 효용한 무장들을 장안으로 불러들였기 때문에 이숙과 같은 인물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한편 우보는 이숙의 공격을 격퇴했지만 앞으로 있을 중앙군의 추가적인 공격에 대응할 자신이 없었다.


병사들 역시 동탁이 죽어 자신들은 역군逆軍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어 동요하는 자가 많았는데, 어느날 밤 일부 군사가 갑작스럽게 탈영을 시도해 우보의 영營이 무척 혼란스러워졌다.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던 우보는 군중軍中이 매우 시끄럽자 군사들 대부분이 배반을 한다고 생각해 황급히 금은보화를 챙겨 측근 몇 명과 달아났는데, 우보의 측근들은 재물을 탐내 우보를 살해하고 그 머리를 장안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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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악업악보(3) 22.05.30 45 3 14쪽
38 악업악보(2) 22.05.29 37 2 14쪽
37 악업악보(1) 22.05.29 42 2 13쪽
36 패왕지업(5) 22.05.28 38 2 16쪽
35 패왕지업(4) 22.05.27 38 1 16쪽
34 패왕지업(3) 22.05.27 38 2 16쪽
33 패왕지업(2) 22.05.26 35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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