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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현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삼국영웅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예서현
작품등록일 :
2022.05.11 23:23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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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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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행기도(4)

DUMMY

여러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여포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유비는 수십 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성 밖 30리까지 나가 여포 일행과 인사를 나눈 뒤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성으로 돌아왔다.


양측 인사들은 서주 관아의 대청에서 다시 한번 정식으로 인사를 주고받았고, 유비는 큰 연회를 베풀어 여포측 인사들을 환대했다.


유비의 환대로 기분이 무척 좋았던 여포는 다음날 답례의 의미로 유비를 초청해 저녁식사를 대접하고자 했다.


유비는 여포를 반대했던 문신들은 대동하지 않은 채 오직 관우와 장비만을 데리고 식사자리에 참석했다.


식사와 함께 술잔이 여러 번 돌자 살짝 취기가 오르며 마음이 편해진 여포가 유비에게 후당으로 가 본격적인 술자리를 갖자고 청했고, 유비는 이를 거절하지 않고 두 아우와 더불어 여포를 따라갔다.


여포는 자신이 객장이라는 신분을 망각하고 질펀하게 술을 마신 것도 모자라 유비를 편하게 보고 공손한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


“나 여봉선은 관동 지방에서 의병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역적 동탁을 주살하고자 하였소. 그리고 내 이 두 손으로 동탁을 죽이고 동쪽으로 나왔는데, 관동의 제장들은 나를 불편하게 여기고 모두 죽이려고 할 뿐이었소. 이는 큰 공을 세운 내가 변방사람이기 때문일 것이오. 보잘 것 없이 여기는 변방출신의 장수가 스스로 고귀하다고 여기는 자신들보다 큰 공을 세웠으니, 어찌 내가 눈에 가시 같지 않겠소? 경 역시 경사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출신이라고 들었는데, 비주류인 우리가 서로 화합하여 대업을 이뤄봅시다!”


겉으로는 여포의 말을 잘 듣고 있었지만, 유비는 불과 하루만에 여포의 태도가 바뀌자 속으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유비가 여포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을 가진지 불과 한 식경도 지나지 않아 결국 큰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유비와 친해졌다고 생각한 여포가 자신의 아내를 불러 유비에게 인사를 시키려고 했는데, 유비가 극구 사양하자 유비를 동생이라 부르며 자신의 아내에게 인사를 받으라고 강권했기 때문이었다.


“유주의 공손백규가 그대의 사형이라 들었는데, 나는 모든 제반 여건이 공손백규와 비슷하다오. 허니 현덕 아우는 공손백규를 대하듯이 이 여봉선을 대하면 될 것이니, 너무 사양하지 말고 내 아내와 인사를 나누도록 하시오.”


제아무리 여포라 할지라도 손님으로 온지 불과 이틀 만에 주인인 유비를 찍어누르기 위해 그를 동생으로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사실 여포는 다른 군웅들과는 달리 유비가 자신을 크게 반겨준 것에 감동하여 공손찬에게 의지했었던 것처럼 자신에게도 편하게 모든 일을 대하라는 의미로 발언한 것이었다.


그러나 유비를 자신들의 지존으로 여기는 관우와 장비는 여포의 말을 도발로 받아들여 대노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 성격이 급한데다가 진군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던 장비는 즉각적으로 거친 반응을 보였다.


“네놈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금지옥엽金枝玉葉(임금의 자손이나 집안사람)이신 우리 큰형님을 아우라고 칭할 수 있겠느냐! 미친놈에게는 매가 약이니 내가 네놈의 병을 고쳐줘야겠다. 어서 무기를 잡고 밖으로 나와라!”


흥분한 장비가 사모를 움켜쥐며 큰 소리를 지르자, 유비가 황망히 장비를 꾸짖으며 관우에게 장비를 데리고 나가라고 명했다.


끌려나가지 않으려던 장비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한동안 버텼으나 결국 관우에게 이끌려 여포의 처소 밖으로 나가게 되었고, 소란이 진정되자 유비는 여포에게 공손히 사과했다.


“못난 동생놈이 큰 실례를 범했으니 장군께 제가 대신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술에 취해 정신이 맑지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니 너무 크게 꾸짖지는 말아 주십시오.”


장비의 반응을 본 여포는 유비와 가까워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비의 사과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고 자리를 파했다.


유비를 배웅하기 위해 여포가 문 밖으로 나서는데, 사모를 움켜쥔 장비가 어디선가 달려나와 소리쳤다.


“여포야! 나와 끝장을 볼 때까지 수백 합을 겨뤄보자!”


생각지도 못한 장비의 출현에 깜짝 놀란 유비가 그를 말렸고, 관우 역시 급히 뒤따라와 장비를 붙잡았다.




다음날 아침 일찍 여포는 진궁을 불러 전날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상의했다.


진궁은 여포에게 유비를 찾아가 그의 마음을 한번 떠볼 것을 권했고, 여포는 진궁의 말에 따라 유비를 찾아가 작별의 인사를 전했다.


“사군께서는 저를 거둬들이는 은혜를 베푸셨으나, 제가 주인을 알아모시지 못하고 결례를 범해 두 아우분들의 눈 밖에 나게 되었습니다. 사군께서 계속 저를 버리시지 않더라도 아우분들은 저를 용서하기 어려울 것이니, 저는 저로 인해 세 형제분들 간에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볼 수가 없습니다. 이제 정리가 되는 대로 다른 곳을 찾아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여포가 진궁과 상의하여 행동을 실행한 것처럼 유비 역시 여포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진군 등과 논의했어야 했지만, 여포에 대한 거리낌 보다는 그의 군대가 탐났던 유비는 곧바로 여포에게 배려책을 마련해 주었다.


“장군께서 이리 가시면 저는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입니다. 못난 아우가 장군께 무례를 범한 것에 대해서는 조만간 날을 잡아 사죄시키도록 하겠으니, 불편한 마음을 거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서주에 머무르시는 것이 껄끄러우시다면 소패에 가 계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도사군께서 서주에 계실 때 제가 그곳에 주둔했었는데, 군대를 거느리는데 큰 불편함 없이 양식과 군수품을 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유비의 말에 여포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감사하단 인사를 전한 후 자기 진영으로 돌아왔다.


진궁은 여포가 유비로부터 소패를 얻었다는 말을 듣자 서둘러 행장을 꾸려 군대를 이끌고 소패로 향했다.




한편 흥평 원년 초 마등과 한수를 격파한 장안의 군부정권은 이후 연주와 익주에서 발생한 혼란으로 외침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지자 내부 권력 다툼으로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번조를 죽인 이각은 상황이 더 어지러워지기 전에 재빨리 곽사까지 처단하고 자신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려 하였으나, 고령에 접어들어 최근 몇 년 동안 환절기나 겨울에 지독한 감기몸살로 고생하는 일이 잦았던 이유가 이해 봄에는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죽어버려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각은 행여 곽사에게 자신의 마음이 들통날까봐 오히려 자주 술자리를 마련해 곽사를 초대하고 미모의 기생에게 곽사의 수발을 들게 했다.


조정의 대신들은 이각이 번조를 죽인 시점부터 량주 제장들 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유가 죽은 후 이각이 곽사를 너무 과하게 대접하는 것을 보고 이각이 두 마음을 품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대사농으로 있던 주준은 지금이야말로 무도한 군부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해 태위 양표를 찾아갔다.


“태위께서도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이각이란 놈의 행동이 무척 이상합니다. 아마도 이놈이 함께 군사를 일으켰던 제 동료들을 모두 죽이고 권력을 독점하려는 마음을 가진 것 같은데, 이유가 죽자 실행에 옮기지 못한 채 속마음이 들킬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러니 이 기회를 이용해 이각과 곽사가 서로를 해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대사농께서는 어떤 계책을 가지고 계신데, 두 도적놈을 서로 해치게 만들 수 있다 말하십니까?”


양표가 묻자 주준이 답했다.


“이각은 곽사를 처단할 마음을 갖고 있고, 곽사는 번조의 죽음 이후로 이각을 경계하니, 반간계反間計를 쓰면 두 도적놈들이 서로를 해칠 것입니다.”


“두 놈이 이미 서로에게 마음을 돌렸다고는 하나 속마음을 내비치지 않고 서로 경계하며 조심하고 있는데 어찌 이간책을 쓴단 말씀입니까?”


“곽사의 처는 질투가 아주 심하답니다. 이각이 곽사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장안의 이름난 기생은 모두 불러다 곽사를 제 집에 머무르도록 하고 있으니, 곽사의 처에게 이 사실이 흘러들어가게 하여 투기를 부리도록 할 것입니다.”


주준의 계획에 양표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대단한 계책입니다. 설령 일이 틀어지더라도 우리가 노출될 일이 없을 듯 하니 서둘러 진행해 봅시다.”


주준은 은밀히 사람들을 풀어 곽사가 이각이 불러온 기생과 깊은 정분을 맺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주준이 퍼뜨린 염문을 전해들은 곽사의 처는 곽사를 의심했으며 곽사를 기생놀음에 빠뜨린 이각에게 크게 분노했다.




곽사의 처는 곽사와 이각을 갈라놓을 궁리를 하던 중에 마침 이각이 곽사에게 음식을 보내오자 그 음식을 먹지 못하게 하며 말했다.


“하나의 보금자리에는 두 마리 수컷이 깃들지 않는 법인데, 저는 왜 장군께서 이공을 믿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오늘 보내온 음식에 이공이 독이라도 탔으면 어떡하려 하십니까?”


곽사는 당치 않은 소리는 하지도 말라며 처를 나무랐지만, 마음속에서는 의심이 싹트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무렵 조조가 파견한 만총이 장안에 들어와 이각과 곽사 등을 접견했다.


이각은 조조가 사자를 보냈으나 그동안 그의 행실이 성실하지 않다고 생각해 조정에서 조조의 사자를 구류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지금 비록 조조가 사자를 보내왔으나 그는 동공에게 반대하는 군대를 처음으로 일으킨 자이고, 그와 가까운 원소 등은 새로운 천자를 세우려까지 했었소이다. 이런 불충한 무리들이 이제와서 머리를 조아릴지라도 결코 용납해서는 아니될 일이오!”


조정대신들이 침묵하는 가운데 이각이 병사들을 시켜 만총을 붙잡으려 했는데, 뜻밖에도 황문시랑黃門侍郎 종요鍾繇가 이각의 의견에 반대했다.


종요는 영천군 장사현長社縣 출신으로 자를 원상元常이라 했다.


“지금 각지에서 호걸들이 일어나 폐하의 명을 따르지 않고 지역을 마음대로 통치하고 있는데, 오직 조연주(연주목 조조)만이 지난날을 반성하며 황실을 위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그의 충정과 정성을 조정에서 무시한다면, 앞으로 그 누가 조정에 귀부할 생각을 갖게 되겠습니까? 차리리 이번에 조연주를 우대해줌으로써 장래에 다른 제후들도 조정에 머리를 조아리도록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종요의 말이 끝나자 이각을 의심하고 있던 곽사가 말했다.


“종시랑의 말에 일리가 있으니 장래를 위해 조조의 사자를 인정하고 조서를 내려줍시다.”


그러자 이각이 반대했다.


“조조는 교활하고 술수에 능한 자인데 그가 아무런 계산없이 충심만으로 사자를 보냈을 리 만무하오. 무슨 속셈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조조가 이로움을 얻는데 도움을 줄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오!”


이각이 계속 반대의 의견을 냈으나, 그를 견제하려는 마음을 갖고있던 곽사가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이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힘이 있어 봉기한 자들이 천하를 갈기갈기 찢어놓아 아무도 장안을 거들떠보지 않네. 이런 마당에 조조가 무슨 대단한걸 얻어먹겠다고 장안에 사자를 파견했겠는가? 그저 정식으로 연주목에 임명만 해준다면 앞으로 필요할 때마다 우리도 조조를 이용할 수 있으니 서로 좋은 것 아니겠는가?”


이각은 곽사가 자신에게 정면으로 도전해오자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당분간은 곽사를 달래가며 의심을 사지 말아야할 필요가 있었고, 조조와 격전을 치르느라 힘이 많이 빠진 조조를 인정해주어도 크게 우려될 것이 없다고 판단해 만총을 받아들이고 그에게 조서와 함께 후한 보답품을 내려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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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주중적국(5) 22.06.04 43 2 13쪽
46 주중적국(4) 22.06.03 32 1 17쪽
45 주중적국(3) 22.06.02 3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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