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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현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삼국영웅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예서현
작품등록일 :
2022.05.11 23:23
최근연재일 :
2022.06.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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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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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행기도(2)

DUMMY

흥평 원년 겨울 3개월 동안 밖으로는 조정에 사신을 파견하고, 안으로는 제북과 동평을 탈환해 어느 정도 안정을 꾀한 조조는 흥평 2년 초 곧바로 군대를 일으켜 정도성을 습격했다.


조조는 여포군의 허리를 잘라놓음으로써 서로간의 연계를 끊으려는 목적으로 첫 공격지를 제음군으로 잡은 것이었다.


제음태수 오자는 조조군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기는 했으나 이내 휘하제장들을 거느리며 철통같은 수비를 펼치니, 조조군은 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다.


기습이 실패하자 희충이 조조에게 말했다.


“장군,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습을 펼쳤는데, 적의 방비가 예상 외로 견고하여 성을 함락시키지 못했습니다. 공성전을 장기로 끌고간다면 정도성 따위를 함락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겠으나 아군의 피해도 만만치가 않을 것이고, 이리된다면 결국 성을 얻은 효과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은 전투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이번 공격은 이쯤에서 멈추시는게 어떻겠습니까?”


“공의 생각이 옳소. 그나마 어렵게 키운 군세를 이깟 성 하나 얻자고 희생시킬 수는 없지. 다만 바로 철군하지는 않고 성의 포위를 유지한 채 여포의 원군을 유인해 낼 것이오. 놈들은 우리가 장기전을 치를 전력이 안된다고 믿고 있을 터인데, 계속해서 포위를 풀지 않고 공성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깜짝 놀라 정도를 구원하기 위해 달려나올 것이오. 특히 매사에 조심성이 많고 완벽한 전략을 추구하는 진궁은 만약에라도 정도성이 우리 손에 넘어와 연계가 깨지게 되면 형세가 불리해 진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므로 반드시 지원군을 파병할 것이오. 그러니 우리는 적의 원군이 급히 달려올 때 매복공격을 펼쳐 적에게 큰 피해를 입혀야 하오. 내가 진채 안팎으로 적은 군사들을 쉴새없이 움직여 허장성세를 부릴 터이니, 지재는 자효를 보좌하여 문겸, 흠패, 문칙 등 우리군의 모든 맹장들을 이끌고 매복군을 지휘하시오. 너무 멀리 떨어지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지 못할 우려가 있으니 가급적 가까운 곳에 적당한 위치를 찾아 매복을 실시하고, 적의 움직임을 잘 살펴 최대한 효과적으로 공격을 가해야 하오. 겨우 힘들게 다시 모은 힘으로 출병했는데, 성도 얻지 못하고 적에게 타격을 입히지도 못한다면 우리군은 또다시 큰 위기에 빠질 것이니, 지재 그대가 우리군을 위해 최선을 결과를 얻어야 하오. 내 그대만 믿겠소!”




희충은 본래 타고난 체력이 약하고 병치레가 잦아 출사를 단념하고 산수가 좋은 곳에서 독서와 학문을 즐기는 삶을 살았던 사람인데, 조조 진영에 들어온 이후에는 참모로서 일선 전투를 지휘하는 고된 일을 계속 수행하니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조조가 여포에게 연주를 잃게 되자 희충은 그 위기를 타계하기 위해 조금의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그야말로 밤낮없이 뛰어다녔고, 이제 그의 건강 상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이런 자신의 몸상태를 숨기며 죽을힘을 짜내 조조를 보좌하던 그는 조조가 자신에게 크게 의지하며 진심으로 부탁하는 모습을 보이자 감격스러운 마음에 울컥하며 답했다.


“장군! 저 희충의 몸이 산산이 부서지더라도 장군을 위해 싸우는 것이 제 운명입니다! 허니 이번 전투의 승리를 의심치 마십시오!”


조조는 늘 냉철하며 조심스러웠던 희충이 그답지 않게 장렬한 기운을 내비치자 깜짝 놀라 물었다.


“평소의 그대답지 않게 오늘은 너무 감정적이구려. 지재, 무슨 일이 있는 것이오?”


희충이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려 하자 오히려 그 동안 참아왔던 기침이 터졌다.


희충이 연신 큰기침을 하느라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조조가 더욱 걱정하며 물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것이오? 많이 힘들다면 원정에 오르기 전에 내가 말을 하지 그랬소?”


그러자 희충이 겨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별 것 아닙니다, 장군. 이번 전투의 중요성 때문에 저도 모르게 몸에 무리가 가도록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곧 괜찮아 질 것이니 이런 사소한 것은 개의치 마십시오.”


평소의 조조라면 희충의 변화한 안색과 목소리, 그리고 평소같이 않은 격정적 대응 등을 통해 그의 몸에 이상이 있음을 알아챘겠지만, 이날은 조조 역시 앞으로의 운명을 좌우할 전투에 몰입해 있었기에 안타깝게도 희충을 자세히 살피지 못했다.


조조는 단순히 다음날부터 차질없이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오늘은 서둘러 막사로 돌아가 쉬라는 말을 희충에게 했을 뿐이었다.




정도를 기습한 조조가 군대를 물리지 않고 진채를 구축한 채 공성전을 준비한다는 정보가 산양에 전해지자 진궁은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생각으로는 조조군이 장기전을 펼칠만한 형편이 아니었으나, 상대 진영에는 조조를 비롯해 재주가 좋고 수완이 뛰어난 인물이 많았기 때문에 쉽게 예단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진궁은 여포에게 정도로 가서 오자를 돕도록 했는데, 출병하는 여포에게 신중할 것을 강조했다.


“저는 호족들을 단속하며 우리의 기반을 다지는데 힘써야 하므로 이곳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허니 장군께서 직접 군대를 이끌고 정도에 다녀오셔야겠습니다. 조조는 속임수가 많은 사람이니 절대 가볍게 맞서지 마십시오.”


여포는 늘 자신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하는 고순을 남겨 진궁과 산양을 지키게 하고 나머지 장수들과 정도를 향해 출성했다.




정도성에서 약 40여리 떨어진 곳에 도착한 여포는 진궁의 말을 떠올려 진지를 구축한 후 정찰병을 풀어 조조군의 정세를 염탐하게 했다.


주변을 살피고 돌아온 병사들은 여포에게 정도성 인근에는 얕은 산들이 많아 복병이 숨어있을 수 있다고 보고했고, 이를 들은 여포는 휘하 제장들에게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역시 진공대의 예상대로구나. 조조란 놈이 우리군의 진군로에 복병을 숨겨놓았으니, 나는 화공을 써서 복병을 격파할 것이다.”


다음날 여포가 전군을 이끌고 천천히 진군하면서 멀리 있는 산들을 살펴보니 과연 진군로에서 가까운 숲속 군데군데에 깃발이 꽂혀있었다.


복병이 숨어있음을 확신한 여포가 병사들을 몰아 강하게 진격하며 수풀 주위로 사방에 불을 놓았으나 숲 밖으로 튀어나오는 적병은 없었다.


이에 여포가 군대를 산개시켜 인근 야산으로 적병을 찾아나서려 하자, 사방에서 북소리가 크게 울렸다.


여포는 깜짝 놀라 주변을 살폈는데, 갑자기 뒤쪽 산에서 한무리의 군마가 나타났다.


적의 매복에 걸렸으나 여포는 자신의 무용이라면 능히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말머리를 돌려 뒤에서 출현한 군마를 맞상대하려 했다.


그러나 곧바로 북소리가 다시 울리더니 사방의 산속에서 복병이 모조리 튀어나왔다.


조인, 하후연, 악진, 전위, 우금, 조홍, 조순, 이정, 이전 등 조조군의 이름난 장수들이 일제히 말을 몰아 쇄도하자, 이미 적의 함정에 빠져 불리한 지형에 놓였던 여포는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 황망히 군대를 물렸다.


여포의 맹장 위월이 뒤를 막기 위해 병사들을 이끌고 백병전을 전개하며 완강하게 저항했으나 조조군의 강한 기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도 결국 하후연이 발사한 화살에 사살되고 말았다.


조인 등은 퇴각하는 여포의 군대를 끝까지 추격해 맹렬히 공격했고, 여포는 군사의 3분의 1을 잃고 말았다.




매복한 군대가 여포의 군대를 크게 무찔렀다는 보고를 받자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연락병에게 전황을 자세히 보고하라 명했다.


“희군사는 진궁은 산양을 위무하는데 바빠 여포가 군대를 이끌고 올 것이라 예상하였습니다. 또한 군사는 진궁의 충고를 들은 여포가 반드시 복병을 염두에 두고 군대를 운용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이에 군사는 진군로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야산에 정병들을 매복시킨 후 진군로와 가까운 산에는 여러 깃발들을 꽂아 그곳에 복병이 숨어있다고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과연 여포는 군사가 위장해 놓은 숲에 불을 지르며 공격을 가했고, 이를 뒤에서 지켜보던 아군이 기회를 포착해 일제히 여포군의 뒤를 들이치니, 여포는 우리군을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연락병의 설명을 다 들은 조조는 크게 기뻐했다.


“과연 지재로구나! 보지 않았음에도 적정을 정확히 파악하여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작전을 구사하였구나!”


여포에게 큰 타격을 입혀 승기를 잡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한 조조가 손뼉을 치며 파안대소하고 있는데, 또 다른 연락병이 급히 달려와 급보를 올렸다.


“주공, 전투가 끝난 후 희군사가 피를 토하고 쓰러져 의식불명입니다. 지금 수레에 싣고 본영으로 후송중인데 상태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지재가 의식불명인 채로 후송중이라니? 출진하기 전에 기침을 조금 하는 정도였는데, 요 며칠 사이에 몹쓸 병이라도 걸렸단 말이냐?”


승전으로 기뻐하던 조조는 갑작스런 보고에 깜짝 놀라 급히 군의를 찾았다.


“어서 군의軍醫들을 지재에게 보내라. 한시도 지체하지 말고 서둘러 달려가거라!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재를 살려내야 할 것이다!”


조조는 군의를 파견했음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자 친히 말을 타고 희충에게 달려갔다.


그날 밤, 조조는 밤을 지내기 위해 임시로 쳐놓은 장막에서 희충을 만날 수 있었다.


의식을 찾지 못한채 핏기없는 얼굴로 가는 숨만을 내쉬는 희충을 보자 조조는 억장이 무너졌다.


조조는 희충의 상태가 더 악화될까 우려해 그를 흔들어 깨우지 못하고 그저 옆에서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지만 희충의 상태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군의들은 조조의 눈치를 살피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러자 조조는 그들을 안심시켰다.


“그저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 내가 지재를 굽어살피지 못한 것인데, 어찌 그대들을 탓하겠는가. 더 이상 치료할 것이 없다면 그대들도 들어가 눈을 좀 붙이도록 하라.”


군의들을 물린 조조는 머릿속으로는 희충의 죽음을 예감했지만 마음으로는 그가 살아나기만을 바랐다.


조조가 희충의 곁에 머물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새벽녘에 됐을 때 희충이 실낱같이 가늘게 눈을 뜨며 조조를 올려다보았다.


희충의 눈꺼풀이 움직이지 조조는 희충의 손을 강하게 부여잡고 그를 불렀다.


“이보시게, 지재! 이제 좀 정신이 드시오? 나요, 나를 알아보겠소?”


조조의 부름에 희충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주.....주공!”


희충의 목소리를 듣자 조조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가 연주를 되찾고자 하는 욕심에 그대를 살피지 못하였소. 기력이 많이 쇠하여 말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오. 내 그대의 목소리를 들었으니 이제 되었소. 그만 말하시오.”


조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희충은 힘들게 입을 열어 말했다.


“저는... 그저 강호를 노닐며 한가로이 책이나 읽던 촌부였는데... 주공 덕분에 세상의 큰일을... 조금이나마 경험하였으니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부디... 패왕지업을... 패왕지업을 완수하십시오!”


젖먹던 힘까지 짜내 조조에게 감사와 당부의 말을 전한 희충은 이내 숨을 거두었다.


조조는 희충이 말을 마치는 순간 붙잡고 있던 손에서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고 오열을 토했다.


“지재, 이 사람! 어찌 나를 두고 이렇게 쉽게 떠날 수 있단 말이오! 그대 없이 내가 어떻게 이 천하대란을 평정할 수가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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