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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현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삼국영웅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대체역사

예서현
작품등록일 :
2022.05.11 23:23
최근연재일 :
2022.06.19 21:47
연재수 :
5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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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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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6,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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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3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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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악업악보(5)

DUMMY

장비는 관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를 데리고 미축에게 갔다.


미축을 만난 두 사람은 유비가 심경이 복잡해 일을 손에 잡지 못하고 있으니 이를 좀 풀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미축이 말했다.


“서주의 안위를 위해서도 유공이 빨리 마음의 평온을 찾아야 하니 제가 찾아뵙고 말씀을 한번 나눠보겠습니다. 또한 지모가 부족한 저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 있으니 진원룡에게도 이 일을 상의해보겠습니다.”


관우와 장비가 미축에게 감사해하며 돌아가자, 미축이 진등을 찾아가 만났다.


“유주의 일로 유현덕이 마음을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 하는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진등은 미축에게 대답은 하지 않고 뜬금없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자중께서는 유현덕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보십니까?”


“유현덕을 어떻게 보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결국 조조는 서주를 다시 공격해올 것인데, 도공조는 이미 늙고 쇠약해 그를 막아낼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서주는 조조에 맞설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하는데, 그 후보자로 유현덕이 어떻겠냐는 말씀입니다.”


미축은 당황해하며 말했다.


“그런 큰일을 저 같은 사람이 생각이나 해보았겠습니까? 저는 그저 유현덕의 심경이 어지러워 서주를 수비하는데 최선을 다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됐을 뿐이지, 그 이상의 것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습니다.”


“자중께서는 제 말씀을 오해 말고 들으십시오. 황건적을 토벌하고 동탁에 맞서 싸운 호걸들 가운데 입신양명의 꿈을 꾸지 않는 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모든 제후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힘을 합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는 것은 모두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공손백규의 휘하장수이자 사사롭게는 사형제지간이기도 한 유현덕은 자신이 모시는 공손백규가 유주를 차지했는데도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상심하는 기색을 보였습니다. 주군의 권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한도 늘어나는 것이니 보통의 인물이라면 이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습니다. 이는 유현덕이 소식을 전해들은 그 순간 공손백규가 유주를 차지하여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그가 유백안을 죽임으로써 의리를 저버린 것만을 염두에 두었음을 의미합니다. 각지를 다니며 적을 제압하는 장수가 자신이 익숙한 힘의 논리에 지배되지 않고 도리를 먼저 생각하고 있으니 유현덕은 왕패王霸의 자질(왕도와 패도를 모두 아우르는 자질)을 갖추고 있다 생각됩니다. 이런 그가 장차 서주를 관할하게 된다면 독선적이지 않고 지역의 민심을 살피며 조화롭게 정치를 펼칠 것이니 우리에게는 크게 이로울 것입니다.”


진등의 말에 미축이 크게 감탄했다.


“유현덕이 서주에 온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원룡께서는 어떻게 그리 많은 것을 생각하셨습니까!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사실 진등은 세상을 바로 세우고 백성을 구제할 큰 뜻이 있었으나 군세를 확보하지 못해 도겸 밑에서 벼슬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겸이 갈수록 도의를 위배하고 감정에 따라 행동하여 서주의 형세가 점점 혼란스러워지니, 진등은 도겸 이후의 서주에 대해 깊은 고민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무력을 보유하고 있는 유비가 서주에 나타나자 진등은 그를 관심있게 보았는데, 무장세력인 그가 인의의 가치를 우선하는 모습을 보이자 도겸의 후임으로 유비를 점찍었던 것이었다.


“공손백규의 그릇된 행동으로 인해 유현덕은 권력을 탐하는 인간에 대해 불신이 생기고 공손백규와 함께 했던 자기 자신마저 부정하고 있을 것입니다. 허니 자중께서는 그를 찾아가 좋은 말로 달래주십시오.”


진등의 지시에 미축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말주변이 뛰어나지 않으니 유현덕을 위로하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그런 걱정 마십시오. 그저 유현덕의 말과 표정을 통해 느껴지는 바를 공감해 주시고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유현덕 같은 사람에게는 세치의 혀보다 자중의 온화하고 따뜻한 인품이 오히려 큰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원룡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내 유현덕을 만나보도록 하겠소.”




미축은 진등과 헤어진 뒤 곧바로 유비를 찾아갔다.


유비는 매우 지치고 아무런 의욕이 없어 보였는데, 이런 그를 보고 미축이 말했다.


“세상살이가 참으로 녹록치 않습니다.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함께 나아간다고 생각한 사람도 결국 결단의 순간이 오면 나와는 다른 길을 선택하니 말입니다. 이로 인해 느끼는 실망감이나 배신감도 어마어마하겠지요. 또한 나도 그런 사람이 아닌가하고 자신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우리가 인간인 이상 우리에게는 누구나 스스로 선택할 의지가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공께서는 대역무도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으나 어디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겠습니까?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자고로 지금 같은 난세를 기회로 삼아 세력을 떨쳤던 영웅이 한둘이 아닙니다. 공께서 갖고계신 이상을 폄훼할 생각은 없으나 그것은 온전히 공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누구나 똑같이 생각한다면 그것이 어디 사람 사는 세상이겠습니까? 외람되지만 공과 공손백규는 한 스승을 모셔 같은 뿌리이기는 하나 각자가 스스로의 싹을 틔운 것입니다. 서로 다른 싹이 서로 다르게 세상을 마주하며 대응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치 아닙니까. 공손백규가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 하여 공께서 실망하시거나 자신을 의심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공께서는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마시고 자신만의 길을 가시면 되는 것입니다.”


본인 스스로 말주변이 없다고 걱정한 것과는 달리 미축의 한마디 한마디는 유비의 패부를 깊숙이 찔렸다.


미축의 말로 인해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은 유비는 얼굴이 붉어졌다.


‘젊은 시절 어줍잖은 생각에 용감한 백규형님을 나의 대장으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고, 내가 일어설 힘이 없을 때는 나 스스로 형님에게 의지해 내 뜻을 펼칠 생각을 한 것 아니던가. 내가 혼자 공손 형님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기를 바랐던 것이지, 형님이 내게 거짓과 위선을 보인 것은 아닌데, 내가 왜 형님에게 실망하고 나의 길을 잃은 것처럼 좌절하고 있단 말인가. 참으로 어리석구나 유비야, 너는 너대로 너의 길을 가며 네가 선택한 길이 옳았음을 세상에 보여주면 될 것 아니냐. 설령 세상사람들이 너를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네가 가고 싶은 길을 간다면 더 이상 아쉬울 것이 어디 있겠느냐!’


유비가 아무런 대응없이 한참 동안을 생각에 잠겨있자 미축은 자신의 말이 별 효과가 없는줄 알고 머쓱해했다.


그런데 갑자기 유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읍하며 감사를 표했다.


“자중의 말씀으로 인해 이 유비가 크게 깨달은 바가 생겼습니다. 공의 말씀처럼 앞으로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저 스스로의 힘으로 제 이상을 좇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미축 덕분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은 유비는 병사들을 보살피고 병장기를 챙기는 등 다시 군무에 집중하면서 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하루는 도겸이 사람을 보내 유비를 청해 들였다.


관부에는 도겸과 함께 진등, 미축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유비가 들자 도겸이 반갑게 맞이하며 말했다.


“여기 있는 진원룡이 말하기를 공과 같은 영웅을 모시려면 공께서 터를 잡고 있을 땅이 필요하다고 하는구려. 팽성과 하비는 조조에 의해 쑥대밭이 되었으니 패국의 소패小沛에 머무시면서 우리 서주를 보호해주는 것이 어떠시겠소?”


소패는 서주의 관할이 아니라 예주 패국에 속한 지역이었는데, 이 땅을 도겸이 유비에게 내어준다고 한 것은 모두 진등이 역량을 발휘한 덕분이었다.


진등은 유비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서주와 가까우면서도 황건적이나 조조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들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소패를 유비의 주둔지로 낙점한 진등은 패국상을 지냈던 부친 진규陳珪에게 부탁해 원충의 양해를 구했다.


원충은 도겸과 사이가 나쁘지 않았고 조조와는 악연이 있었던 데다가 자신의 전임자였던 진규가 나서서 부탁하자 소패를 서주에 빌려주었다.


기실 소패는 패국의 치소인 상현과는 끝에서 끝으로 떨어져 원충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기도 했다.


도겸의 말이 끝나자 진등이 유비에게 자세한 설명을 했다.


“소패는 패국의 현이기는 하나 국의 치소인 상현과는 멀리 떨어져 있으니 유공께서 자유롭게 관리하시더라도 국상이 크게 간섭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그곳은 팽성과 동해에 맞닿아 우리 서주와는 순망의 관계에 있는 곳이니, 부디 잠시라도 그곳에 계시며 서주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미축이 거들었다.


“유공께서 계시는 동안 불편하시거나 부족한 것이 있다면 충분하게 지원도 해드릴 것입니다.”


유비는 공손찬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혔기에 이들의 제안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자신의 주둔지로 돌아온 유비는 관우, 장비, 전예를 불러모아 담현에서 소패로 이동할 수 있도록 신속히 준비할 것을 명했다.


그러자 전예는 유비가 공손찬의 품에서 아예 벗어나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 머리를 조아려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송구스럽게도 저는 사군을 따라 소패로는 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전예의 말에 깜짝 놀란 유비가 물었다.


“국양, 그게 무슨 소리요?”


“사군께서 소패로 가심은 유주의 공손백규 장군 휘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니, 이번에 사군을 따라 소패로 간다면 다시는 유주땅에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사군이나 관운장, 장익덕 장군들과는 달리 큰 뜻이 없는 소인에 불과하니 고향에 계시는 노모를 홀로 두고 천하를 종횡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유비는 천성적으로 타인의 뜻에 반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전예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니,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이 다 된 것을 어찌 탓할 수 있겠소. 허나 국양 그대와 더불어 대사大事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은 정말로 한스렵구려!”


유비가 눈물을 흘리며 말을 마치자 전예가 더 크게 통곡하며 거듭 사과의 말을 했다.




며칠 후 관우, 장비와 함께 군사들을 거느리고 유비가 소패로 출발하려 하자, 전예 또한 유주로 떠나기 위해 행랑을 꾸려 나왔다.


전예가 유비에게 하직 인사를 올리자, 유비가 서찰 하나를 꺼내 전예에게 건내며 말했다.


“내가 공손 사형과 사문師門의 정을 나눈지가 십수 년이니 그 분께 어찌 아무런 말씀도 올리지 않고 훌쩍 떠날 수 있겠소. 해서 사형께 작별을 고하는 편지를 적었으니 그대가 유주로 돌아가거든 이 서찰을 공손 사형께 전해주기 바라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염차현에 들러 헌화 형에게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내 어머니와 가솔들을 이끌고 소패로 오라 전해주시오. 마지막 떠나는 길까지 그대에게 신세를 지게 되었소. 미안하오.”


전예는 유비의 서찰을 소중하게 품에 간직하며 말했다.


“저 전예는 사군의 명을 더 이상 따를 수 없는 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한 치의 실수도 없이 분부를 수행하겠습니다!”


전예가 다시 한번 유비, 관우, 장비와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유주로 향하자, 유비도 관우, 장비와 함께 휘하 군사들을 거느리고 소패로 향했다.


소패에 도착한 유비 삼형제는 성벽을 수리하고 백성을 보살피며 병사를 모집하는 등 바쁜 행보를 이어갔다.


유비에게 더 큰 힘을 실어주고 싶었던 진등은 계속해서 도겸을 설득했고, 이에 도겸은 병사 4천을 유비에게 보태주고 표를 올려 그를 예주목으로 삼았다.


작가의말

정사 삼국지 전예전 : 유비가 예주자사가 되었을 때 전예는 연로한 모친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청했다. 유비가 눈물을 흘리며 그와 작별하며 말했다. “그대와 더불어 함께 대사를 이루지 못함이 한스럽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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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주중적국(5) 22.06.04 43 2 13쪽
46 주중적국(4) 22.06.03 32 1 17쪽
45 주중적국(3) 22.06.02 38 1 13쪽
44 주중적국(2) 22.06.02 39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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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업악보(5) 22.05.31 3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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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신군부정변(1) 22.05.25 44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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