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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어린곰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가 된 소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홍인평
작품등록일 :
2017.05.06 00:56
최근연재일 :
2017.06.16 14:2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635
추천수 :
112
글자수 :
87,157

작성
17.05.29 15:13
조회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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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0쪽

크리스마스(2)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UMMY

화이트 크리스마스다. 오늘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내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져있었다. 마치 수진이와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은 일이 생길 것만 같다.


거실에 시계를 보니 벌써 시간이 상당히 흘러있었다. 밖으로 빨리 나가기 위해 후다닥 방으로 들어가 옷을 챙겨 입었다. 맨날 입던 옷들이었지만, 그래도 제일 멋지게 차려 입으려고 노력했다. 몇 벌 안 되는 옷으로 이 옷 저 옷을 번갈아 입으며 최대한 멋있어 보이도록 코디를 해봤다.


기분이 좋아져서 인지, 욕실 거울로 비친 내 모습이 흡족했다. 엄마가 사준 검정색 목도리를 잊지 않고 목에 둘러멨다.


지갑과 핸드폰을 챙기고 급하게 집에서 뛰쳐나왔다. 늦장을 잔뜩 부려 약속 시간이 많이 지나기도 했지만, 한시라도 빨리 곱게 쌓인 눈을 밟아보고 싶었다.


‘뽀드득, 뽀드득.’

걸을 때마다 눈이 내 무게에 뭉개지는 소리가 났다.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신발이 눈 속으로 푹푹 들어갔다. 발목까지 파묻혔다. 나무에 수북하게 내려앉은 눈송이들 때문에 나무들이 마치 하얀 옷을 입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였다. 맨날 오가던 길이었지만 눈 옷을 입고 있는 거리는 낯설고 아름답게 변해 있었다.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고 싶어졌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걸어온 발자국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찍혀있는 내 발 도장들이 그림처럼 있었다. 눈 때문에 몸은 추웠지만 마음은 따뜻해졌다.


어느새 버스 정류장에 다다랐다. 시내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배가 고파졌다. 그러고 보니 오늘 점심은 물론 아침도 먹지 못했다. 엄마와 아빠는 무슨 부부동반 모임이 있다며 아침부터 서둘러 나가셨다. 아침에 잠을 잘 때 엄마가 밥 차려놨으니 챙겨먹으라고 말씀하셨던 것이 떠올랐다.


근처 편의점에 가서 라면이라도 먹을까 생각하던 차여 어디선가 맛있는 달콤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 버스정류장 옆에 있던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에서 새어 나오는 냄새였다. 난 고민할 것도 없이 포장마차로 갔다. 오십대 정도로 보이는 아저씨가 허름한 옷을 입고 손에는 목장갑을 끼고 붕어빵 틀을 바쁘게 돌리고 계셨다. 먼저 와있던 우리 엄마 정도 나이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붕어빵 틀에 손을 녹이며 주문한 붕어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다가가자 아저씨는 나를 쳐다보고는 반가운 미소를 지으셨다.


“붕어빵 천원 어치 주세요.”

나는 바지 뒷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주섬주섬 꺼내며 말했다.


“천원 어치? 그래 알았다. 잠시만 기다리렴.”

아저씨는 다정한 말투로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말했다.


“네~”

나는 아저씨께 대답하고 포장마차를 둘러보다가 먹음직스러운 오뎅을 발견했다. 오뎅도 먹고 싶었지만, 그것보다도 따끈한 오뎅 국물을 너무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버스를 놓칠까 봐 군침을 한번 삼키고 꾹 참았다.


“오늘 같은 날에도 일하시네요? 오늘은 집에서 가족하고 좀 쉬시지.”

붕어빵을 기다리던 아주머니가 아저씨에게 말을 건넸다.


“하하, 돈 벌어야 살죠. 그리고 가족도 없고 혼자 사는데요. 뭘. 하하. 아주머니께서는 어디 가시는 길이신가 보네요?”

“크리스마스라 동창 모임에 가요.”

“그래요? 붕어빵 여기 있습니다. 뜨거우니깐 조심하시고 맛있게 드세요.”

아저씨는 흰 봉투에 붕어빵을 담아 아주머니에게 건네며 말했다.


“네, 돈 여기 있습니다. 많이 파세요.”

아주머니는 붕어빵을 한입 베어 물며 아저씨에게 인사 하고는 포장마차에서 나가셨다.


“천원 어치라고 했지?”

아저씨가 혼자 남은 내게 물으셨다.


“네. 아니, 그냥 이천 원어치 주세요.”

코를 자극하는 달콤한 팥 앙금 냄새가 내 배를 더 고프게 만들었다. 배가 너무 고파서 천원 어치만으로는 부족 할 것 같았다.


“멋지게 차려 입고 어디 데이트하러 가니?”

아저씨는 얼굴에 계속 미소를 지으시며 붕어빵 틀을 한 번 뒤집더니 내게 물었다.


“아, 아뇨, 친구네 교회 가려고요.”

갑작스럽게 데이트라는 말을 들으니 도둑질이라도 하다가 들킨 것처럼 깜짝 놀랐다.


“교회? 크리스마스라서 교회에 가나 보구나.”

이유를 모르게 쑥스러워진 난 대답대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내 얼굴 힐끔 보던 아저씨도 미소를 더 크게 지으셨다.


드디어 아저씨가 봉투에 내 붕어빵을 담아주기 시작했다. 상당히 바삭바삭하고 먹음직스러웠다. 드디어 달콤한 녀석들을 맛볼 수 있게 되자 내 뱃속에서 굶주린 거지들이 빨리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자, 붕어빵 여기 있다. 뜨거우니깐 조심하고 맛있게 먹어라.”

“네, 수고하세요.”

붕어빵이 든 봉투를 받자마자 붕어빵 하나를 잽싸게 꺼내 들어 머리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메리크리스마스!”

포장마차를 나가고 있던 중에, 등 뒤에서 아저씨가 내게 말했다. 난 고개를 돌려서 아저씨를 쳐다보았다. 아저씨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나를 쳐다보고 계셨고, 여전히 손으로는 붕어빵 틀을 쉬지 않고 뒤집으시고 계셨다.


“네...”

어색한 마음에 살짝 목례를 하며 대답하고는 포장마차를 빠져 나왔다. 다시 버스정류장 안으로 들어와, 내리는 함박눈을 보며 먹는 따뜻한 붕어빵의 맛이란 무엇과도 비교가 안 되는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뜨거운 붕어빵을 호호 불며 조금씩 베어 먹었다. 맛있는 걸 먹으니 수진이와 같이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수진이 생각을 떠올리니 다시금 설레기 시작했다.


버스를 탔지만 눈길이라 버스가 거북이처럼 기어갔다. 평소에 십 분 거리인데 삼십 분이나 지났는데도 버스는 아직도 반도 가지 못했다. 그때 또 재민이의 독촉 전화가 걸려왔다.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세 시였다.


“야, 어디야!”

전화를 받자마자 재민이는 다짜고짜 큰소리로 내게 물었다.


“버스야, 가고 있어. 근데 눈이 많이 와서 많이 밀린다. 금방 갈 테니깐 기다려라. 미안하다.”

약속 시간이 꽤나 지났기 때문에 나는 미안한 마음에 변명하듯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도대체 몇 시냐? 얼마나 더 걸리는데?”

“글쎄, 지금 버스가 거의 움직이질 못하고 있어서 잘 모르겠는데...”

난 버스 밖을 보며 대답했다. 신호가 걸려있는 마치 긴 주차장처럼 차들이 멈추어 서있었다.


“아이씨, 어떡하지? 너 밥 먹었어?”

재민이는 뭔가에 쫓기듯 급한 목소리로 빠르게 말했다.


“음, 간단하게 그냥 먹었어. 왜 그러는데?”

붕어빵을 먹으니 배는 당장 크게 배고프지 않아서 그냥 먹었다고 말해버렸다.


“그래? 먹었으면 진작 말하지! 괜히 기다렸잖아. 그럼 성철이랑 먼저 밥 먹고 있을 테니깐.”

“밥? 아직도 안 먹었어? 알았어. 도착하면 전화할게.”

“아름이가 같이 만나서 놀다가 교회 같이 가자고 했단 말이야. 내가 말 안했나?”

“뭐, 아름이랑? 그런 말 안 했었는데.”

재민이 입에서 아름이 이름이 나오니 자연스럽게 수진이가 연관되어 떠올랐다.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다.


“한 거 같은데... 이상하다.”

“그런 말 안했는데. 그럼 수진이도 같이 나오는 거야?”

“아름이가 수진이도 같이 올 수 있으면 같이 온다고 그랬어. 그래서 성철이 지금 잔뜩 긴장하고 난리도 아니야. 뺨에 점까지 빨갛게 달아올라 있어. 같이 구경해야 하는데!”

옆에서 성철이가 재민이에게 화내는 소리가 얼핏 들렸다. 장난 끼가 많은 재민이는 좋은 구경거리를 나와 같이 보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뭐야, 나도 같이 가.”

“너 늦는다면서? 원래 세 시에 만나기로 했단 말이야.”

“버스 이제 움직이고 있어. 지금 시청 앞이야. 금방 가.”

사실 여전히 버스는 움직이고 있지 않았지만 같이 만나고 싶은 마음에 거짓말을 했다. 말을 해버리고 나니, 내가 수진이를 같이 만나고 싶어 하는걸 재민이가 눈치 챌까 걱정 되었다.


“아이씨, 그럼 얼마나 기다리면 되는데? 십 분?”

재민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응, 십 분이면 돼!”

“알았어, 빨리 와. 십 분 내에 오면, 애간장 타고 있는 성철이를 볼 수 있어. 빨리 와.”

재민이는 내가 수진이 앞에 부끄럼 타는 성철이를 보고 싶어 하고 있는 걸로 아는 듯 했다.


“응, 금방 갈게, 끊어.”

전화를 끊고 나서 초조하게 창 밖을 내다 봤다. 여전히 이곳은 도로가 아니라 주차장이었다. 이 상태로는 십 분 내에 도착할 수 없다는 사실에 초조해졌다. 운전석으로 사람을 헤집고 가서 운전기사 아저씨께 말했다.


“저 아저씨 죄송한데 여기서 그냥 내리려고 하거든요 문 좀 열어 주시겠어요?”

운전기사 아저씨는 나를 한번 쓱 쳐다보더니 사이드 미러를 확인 한 후에 말없이 문을 열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운전기사 아저씨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에, 열린 앞문으로 급하게 뛰어 내렸다. 아무래도 뛰어 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버스가 안 막히면 오 분 거리지만 뛰어 가면 얼마나 걸릴까?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푹푹 발이 들어가는 눈 때문에 속도를 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수진이와 자연스럽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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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첫번째 임무(5) 17.05.09 438 8 6쪽
5 첫번째 임무(4) +4 17.05.08 469 6 9쪽
4 첫번째 임무(3) 17.05.08 468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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