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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어린곰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가 된 소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홍인평
작품등록일 :
2017.05.06 00:56
최근연재일 :
2017.06.16 14:2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626
추천수 :
112
글자수 :
87,157

작성
17.05.15 09:30
조회
340
추천
6
글자
12쪽

아저씨의 소원(8)-마지막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UMMY

“너 이 새끼가 진짜! 죽어 볼래!”

민우형은 내 멱살을 더욱 세게 죄었다.


“켁켁···”

민우형이 내 멱살을 너무 세게 죄어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민우형은 금방이라도 들고 있는 주먹이 나를 내려 칠 것만 같았다.



“켁켁,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켁켁... 그래야, 희망이 있다... 켁켁...나는, 켁켁 나는 가족을 두고 도망가지 않는다··· 켁켁···”

내 멱살을 잡고 있는 민우 형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힘겹게 말을 했다.


내 말을 들은 민우 형의 눈동자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민우 형은 내 말에 많이 놀란 듯 했다.


사실 내가 방금 민우 형에게 한 말은 아저씨가 살아 계실 때, 상태가 많이 악화되기 전에 병실에 누워서 마지막으로 민우 형에게 한 말이었다.


‘민우야,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그래야 희망이 있단다. 나는 가족을 두고 도망 가지 않는다.’


아저씨가 아직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였을 때, 민우 형과 단 둘이 병상에 있었을 동안에 했던 말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알 수가 없는 내용이었다.


근데, 그 말을 내가 했으니 민우 형이 놀라는 것은 당연 했다.

내 멱살을 잡고 있는 민우형의 손이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 그리고... 아저씨가 아프셔서 처음 쓰러지셨을 때... 형에게 업혔을 때 하신 말이... ‘어깨가 이렇게 넓었었구나. 민우야, 네가 벌써 이렇게 다 컸구나. 이제 네가 나보다도 힘이 쎄구나···’”


이 말도 아저씨가 집에서 쓰러지셨을 때, 민우 형에게 업히고 구급차로 가던 길에 민우 형에게 속삭이듯이 혼잣말로 한말이었다.


하지만, 아저씨가 워낙 작게 말하셔서 민우 형이 들었을지는 모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민우 형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 꺼내봤다.


“아니... 어, 어떻게 네가 그걸 알아? 어떻게...”

민우 형은 내 멱살에서 손을 완전히 풀고 치켜세웠던 주먹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잔뜩 놀란 얼굴로 나를 보며 물었다.


민우 형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민우형의 눈시울이 붉게 변해 있었다.


“아저씨를 만났어요... 오늘 두 시에...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나서...”

“도대체, 무슨 소리 하는거야··· 넌, 누구야!”

민우 형의 목소리는 가느다랗게 떨렸다.

붉게 변한 눈시울에서 눈물을 글썽거리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제 꿈속에 나타나셔서 부탁하셔서...”

“아, 아버지가 너한테 ... 뭘... 뭘, 부탁하셨는데?”

민우 형이 내 말을 믿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반신반의 하는 눈빛이었다.


“형이 중학교 때 담배를 피셔서 아저씨가 많이 속상하셨데요... 그래서 심하게 야단치고 때리셨다고 하셨어요. 그 일을... 사과 하고 싶으시데요... 너무 미안했다고... 다 형을 위해서 때리셨데요... 형을 사랑해서... 형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하지만, 사과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모르셨다고···”

내 말을 들은 민우 형은 몸을 작게 떨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기가 없어도... 성실하게 살아 달라고... 담배도 끊고 자기처럼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 달라고... 그리고... 그리고...흑흑...”

말하면서 감정이 복받치기 시작하더니 내가 먼저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민우 형도 점점 몸이 크게 떨리며 눈물을 흘리고 훌쩍이고 있었다.

힘들지만 난 계속 말해야만 했다.


“그리고...흑흑... 그리고 어머니를 잘 부탁 드린다고... 아저씬,아들인 형을 믿겠다고...엉엉...”

빌어먹을 바보 같은 나는 미친 듯이 울음이 터져 나왔다.


아저씨 생각 때문인지, 민우 형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으로 땅을 짚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흑흑... 아버지... 흑흑... 죄송합니다... 흑흑... 정말 죄송합니다...”


드디어 아저씨와의 약속을 지켰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무겁고 슬펐다.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장례식장 밖에서 통곡을 하며 울고 있는 민우 형과 나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에 자리를 오래 비운 민우형을 찾으러 나온 친척 아저씨들이 민우 형을 일으키고 빈소로 데리고 갔다.


난 한쪽 구석에서 한참을 울었다.

돌아가신 아저씨가 불쌍했고 남겨진 민우 형이 불쌍해서였다.

어쩌면 나도 곧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까지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시간이 너무 지체 되었다.

시간을 확인하려고 핸드폰을 꺼내보니, 배터리가 방전되어 꺼져있었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려는데 자꾸 민우 형과 돌아가신 아저씨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저씨의 인생을 훔쳐 본 나는 더 이상 그 아저씨와 전혀 무관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을 떠나기 전에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빈소로 들어갔다.

민우 형은 돌아가신 아저씨를 찾아온 손님들과 맞절을 하고 있었다.

나는 빨간 파카를 벗어두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자 난 빈소 안으로 들어섰다. 모두들 어리고 혼자 온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민우 형은 빈소로 들어온 나를 보자, 또 눈시울이 붉어지고 있었다.


아까 민우 형이 자리를 비우기를 기다리며 빈소에서 서성이고 있었을 때, 사람들이 빈소에서 하는 것을 눈여겨보았었다.


난 분향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향을 피우고 고인인 아저씨에게 절을 두 번 했다.

그리고 예쁜 꽃들 사이에 걸려있는 아저씨의 영정사진을 쳐다보았다.


‘아저씨, 제 누구신지 아시죠? 만족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와 약속을 지켜드렸어요. 그러니깐 이제 천국에서 편히 쉬세요.’


영정 사진 속에 아저씨도, 내게 고맙다고 하는 것만 같았다. 물론 내 착각이겠지만···


그리고 나서 상주인 민우 형과 맞절을 하였다.

맞절을 하고 일어선 뒤에 민우 형이 내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왜 아버지가 네 꿈에 나타나신 거니?”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내가 저승사자라고 말을 해 줄 수가 없었다.

민우 형은 아까와 다르게 내 손을 잡아주며 따스하게 쳐다봐주었다.


“그래... 넌 이름이 뭐니? 그리고 어디에 살아?”

“전 김준호라고 해요. 서울에 살아요.”

“서울? 나 때문에 멀리서 왔구나... 그래 고맙다, 고마워... 아버지가 다른 말씀은 없었니?”

그러고 보니 아저씨가 아주머니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너무 민우 형에게만 신경 쓰다 보니 잊고 있었다.


“어머니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전해 달라고도 하셨었는데... 그건 형이 제 대신 전해 주시겠어요?”

구석에서 곡 소리를 내고 계시는 민우 형의 어머니를 눈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흑, 그래... 알았다. 내가 어머니한테 전해 줄게. 혹시라도 아버지가 네 꿈에 또 나타나시면 연락해 주겠니?”

“네, 알았어요.”

난 고개를 끄떡이며 대답했다.


“그래, 고맙다.”

“형, 저 이만 가봐야겠어요. 너무 늦어서 집에서 걱정하고 계세요.”

“그래, 조심히 들어가. 아버지 장례 끝나면, 연락 한번 할 테니깐 연락처 좀 알려 줘.”

난 내 핸드폰 번호를 민우 형에게 알려주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민우 형은 내게 계속 연신 고맙다는 말을 되풀이 하였다.


“아, 아저씨 핸드폰 단축번호 1번이 형인거 아세요? 비록 전화는 거의 안하셨지만··· 그리고 아저씨 지갑 안쪽에 형 어릴 때 사진들 들어 있어요.”

난 갑자기 생각나서 민우 형에게 말했다.

민우형은 이를 악물고 울음을 참으면서 내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눈으로 고맙다고 말해주고 있던 것 같았다.


그래 시간은 많으니깐 나머지는 나중에 천천히 말해 주면 될 것 같았다.

인사를 하고 빈소에서 나와 집에 갈 채비를 했다.


“형, 꼭 담배 끊으세요!”

빈소를 나오면서 문득 생각나서 민우 형에게 말한다는 것이 약간 큰 소리로 말해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민우 형은 눈에 눈물이 고인 채로 내게 미소를 지어주며 고개를 살짝 끄떡였다.


빈소를 나오는 길에 한쪽 쓰레기통에 구겨진 담뱃갑이 보였다.

얼핏 보기에도 담배가 많이 들어있는 담배 갑인데 누군가 구겨서 버렸다.


그 담배의 주인이 민우 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민우 형이 버린 것이기를 바랬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내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내 민우 형과 아저씨 생각을 했다.

그리고 결국 언젠가 죽음이라는 결과를 낳는 사람의 인생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다.

언젠가는 결국 죽어 버리는데 힘들게 아둥바둥하며 사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와 민우형은 분명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긋난 방법과 자존심 때문에 살아있을 때 표현을 하지 못하고, 죽어서는 또 그것을 알기 쉽지 않다.


살아 있을 때 서로에게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저승사자 일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차라리 몰랐다면 내 오늘 하루는 이렇게 마음 아프지 않았을 것이다.


갑자기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 집에 빨리 가고 싶었다.

이미 혼날 걱정 따위는 새까맣게 잊어버린 지 오래 되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한 시가 다 되어 있었다.

현관문을 여니, 거실에서 안 주무시고 나를 기다리던 엄마와 아빠가 현관문으로 냉큼 달려오셨다. 두 분 다 얼굴에 화가 잔뜩 나 있으셨다.


엄마는 나를 보자마자 내 등을 찰싹 소리가 나도록 세게 때리셨다.


“지금이 몇 신데 연락도 없이 어딜 돌아다니다가 와! 얼마나 걱정 했는지 알아? 핸드폰도 꺼져있고!”

엄마는 내 등을 있는 힘껏 찰싹찰싹 때리며 야단치셨다.


“준호, 너 이리 들어 와! 너 오늘 단단히 좀 혼나야겠어! 요새 오냐오냐 했더니, 정신 못차리고!”


평소에도 근엄하시고 무뚝뚝했던 아빠도 화가 잔뜩 나셔서 나를 제대로 혼내려고 벼르시고 계셨던 모양이다.


아빠는 양 팔을 허리춤에 올리시고 나를 무섭게 노려 보시고 계셨다.

그런 아빠 모습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빠, 아빠... 엉엉...”

난 엉엉 울면서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잔뜩 화가 난 아빠 품에 와락 안겼다.


그리고 아빠 품 안에서 목 놓아 울어 댔다.

화가 잔뜩 나있던 엄마, 아빠는 그런 나를 보고는 오히려 당황하신 듯 했다.


“얘, 얘가 왜, 왜 이래? 그렇게 한다고 안 혼날 줄 아니?”

엄마가 당황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하지만, 내 울음 덕분인지 한결 언성은 낮아졌다.


“아빠, 보고 싶었어요...엉엉... 혼 날게요... 엉엉... 혼나고 싶어요... 그러니깐 아프지 말고 오래 오래 사세요...엉엉...”

난 한 맺힌 사람처럼 서럽게 울어댔다.


난 알고 있었다. 부모님이 내가 늦게 와서 화가 나게 아니었다.

내가 행여나 잘못 되었을까 걱정된 마음에 화가 나신 것이다.

나를 걱정하기 때문에···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수록 더욱 더 서럽게 울었다.


부모님은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셨다.


하지만 난 아무 말 못하고 계속 울기만 하였다.

나는 나를 혼내시는 부모님이 있다는 게 너무 다행스럽게 생각됐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는 결국 오늘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기를 포기 하시고 우는 나를 달래셨다.

그럴수록 난 더 매달려 어린애처럼 울었다.




‘엄마, 아빠 고마워요. 절 사랑하니깐 혼내신다는 거... 저도 사랑해요!’




당신은 이미 선작을 누르고 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길었던 아저씨의 소원편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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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친구를 위해(7) +4 17.05.23 227 3 6쪽
22 친구를 위해(6) +6 17.05.22 259 4 9쪽
21 친구를 위해(5) +6 17.05.19 271 2 8쪽
20 친구를 위해(4) +4 17.05.18 253 5 7쪽
19 친구를 위해(3) +4 17.05.18 287 4 5쪽
18 친구를 위해(2) +2 17.05.17 337 3 8쪽
17 친구를 위해(1) 17.05.16 298 3 6쪽
» 아저씨의 소원(8)-마지막 +4 17.05.15 341 6 12쪽
15 아저씨의 소원(7) +4 17.05.14 311 4 4쪽
14 아저씨의 소원(6) +2 17.05.14 330 4 8쪽
13 아저씨의 소원(5) +2 17.05.13 341 5 9쪽
12 아저씨의 소원(4) +2 17.05.12 390 4 9쪽
11 아저씨의 소원(3) +4 17.05.11 429 5 8쪽
10 아저씨의 소원(2) +2 17.05.10 422 4 7쪽
9 아저씨의 소원(1) +2 17.05.10 433 5 7쪽
8 확인하다. +2 17.05.09 459 4 13쪽
7 첫번째 임무(6) - 마무리 +2 17.05.09 440 4 7쪽
6 첫번째 임무(5) 17.05.09 437 8 6쪽
5 첫번째 임무(4) +4 17.05.08 469 6 9쪽
4 첫번째 임무(3) 17.05.08 468 4 7쪽
3 첫번째 임무(2) 17.05.07 476 5 7쪽
2 첫번째 임무(1) 17.05.07 563 5 7쪽
1 프롤로그 17.05.06 812 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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