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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어린곰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가 된 소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홍인평
작품등록일 :
2017.05.06 00:56
최근연재일 :
2017.06.16 14:2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613
추천수 :
112
글자수 :
87,157

작성
17.05.07 22:01
조회
475
추천
5
글자
7쪽

첫번째 임무(2)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UMMY

“인생 참 허무 하구려···”

할아버지는 뭔가 인생에 달관한 듯한 나지막하고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어쩌면 서글프기까지 했다. 그 목소리를 들으니 왠지 나도 차분해지기 시작해지고 두려움이 조금은 가셨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눈앞에 놓여있는 장면을 보고 순간 놀랬으나 상황파악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자 공포심은 많이 가셨다. 그리고, 애써 태연 하려 노력했다.


한쪽 구석에 나이가 상당히 많아 보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두꺼운 요를 바닥에 깔고 낡아 보이는 이불을 덮은 채로 평온한 모습으로 주무시고 계셨다.


문제는 그 옆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할아버지였다. 내가 감았던 눈을 뜨자마자 내가 놀랬던 이유도 나를 빤히 쳐다보고 계시던 이 할아버지 때문이었다.


이 할아버지는 누워서 주무시는 할아버지와 완전히 똑같이 생겼다. 이불 밖으로 빠져 나와 보이는 주무시고 계시는 할아버지의 옷과 그 옆에 앉아계시는 할아버지는 같은 옷을 입고 계셨다.


나는 앉아있는 할아버지가 누워서 주무시고 계시는 할아버지의 영혼임을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어깨가 축 늘어진 채로 앉아계셨는데 상당히 왜소하고 가엾어 보였다. 처음엔 공포심과 긴장감 때문에 잘 보지 못하였는데, 앉아계신 할아버지 몸 주변에 은은한 빛이 서려있었다. 아마도 영혼의 몸에서 퍼지는 기운 같은 것 같았다.


이제 이 할아버지를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판단해서 천국이든 지옥이든 보내야만 한다. 한시라도 서둘러서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채워져 있었다.


염라대왕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난 이 할아버지의 과거를 보기 위해 가슴 품 안에 있던 저승사자의 서를 꺼내 들었다. 그때, 할아버지는 내게 다시 말을 걸었다.


“저승사자 양반, 난 이제 어디로 가는 게요?”

“저···도 아···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승사자님이 모르시면 뉘가 알고 있단 말인 겐가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말도 더듬거리며 바보같이 대답해 버려 후회스러웠다. 할아버지는 내 대답을 기다리며 내 눈을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빛이 너무 부담스러워 회피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꼴에 저승사자라는 체면이 있어서 피하지 않으려고 억지로 노력했다. 난 그 순간에도 뭐라고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다소 뻔한 대답을 하고 말았다.


“할아버지께서 착한 일을 많이 하셨으면 천국에 가실 거구요. 나쁜 일을 많이 하셨으면 지옥에....”

막상 말해버리고 나니, 내가 생각해도 정말 유치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섣부르게 지옥이라는 말을 내가 이리도 쉽게 내뱉어 버리다니···


할아버지는 내게서 눈을 떼고 주무시고 계시는 할머니 쪽으로 고개를 슬쩍 돌려 쳐다보더니 쓸쓸한 목소리로 다시 내게 말했다.


“저승사자님, 전 지금까지 살면서 욕심을 부려 본적도 없었고, 남에게 해코지 한번 해본 일이 없구려.”

“네···”

나 역시 이 연약해 보이고 얼굴에 선함이 서려있는 할아버지가 나쁜 일을 할 만한 사람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아서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수긍의 대답을 해 버렸다.

나는 이미 이 할아버지의 첫인상을 보고 천국으로 보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 버린 것 같다. 저승사자의서를 시간도 없는데 뒤적거리며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어쩌면, 이 낯선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픈 간절함이 나 스스로 납득시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를 천국으로 보내드리기 위해 배우대로 황천의 길을 만들려고 하던 찰나에 할아버지는 흐느끼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자신의 죽음이 슬퍼서 흐느끼는 것 같았다.

자신의 죽음처럼 슬픈 일이 또 어디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할아버지가 슬퍼 하시는 게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난 저승사자이고 맡은 일을 냉정하게 처리해야만 했다. 난 애써 모른척하며 태연한 척하려 했지만, 할아버지의 흐느낌 속에 왠지 모를 서글픔이 배어있어 나까지 가슴이 짠하게 되었다.


“할아버지, 울지 마세요.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죽는 거잖아요.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할아버지는 천국에 가실 거에요. 그러니 너무 슬피 울지 마세요.”

슬퍼하는 할아버지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떨군 채로 계속 흐느끼더니, 건너편에 주무시고 계시는 할머니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목 놓아 울면서 말했다.


“어이구, 할멈, 흐흐흑. 어이구 불쌍한 우리 할멈··· 어찌해서 내가 먼저 죽어 버리누··· 우리할멈 불쌍해서 어떻게 하누. 흐흐흑··· 이 못난 놈 때문에 평생 고생만 죽어라 허다가.. 흐흐흑, 내가 호강 한번 제대로 못 시켜주고 죽어버리니··· 미안해서 어쩌누··· 자기 몸도 성치 않으면서 늙어서까지 내 병수발 다 들어주고... 흑흑... 미안허이 미안해...흑흑.”

할아버지가 통곡하며 우는 소리에 갑자기 나도 너무나 슬퍼졌다.


그리고 나를 더욱 슬프게 한 것은, 할아버지가 자신의 죽음보다 혼자 남겨진 할머니 걱정에 울고 계시다는 사실이었다.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시며 할머니 얼굴을 쓰다듬어 보려고 하였지만, 할아버지의 손은 할머니를 만질 수가 없었다. 눈물 또한 할아버지 얼굴을 떠나는 순간 공중에서 사라졌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애절한 상황에 울고 계신 할아버지에게 선뜻 말걸 용기가 나질 않았다. 문득 모래시계를 확인해 보니 모래가 거의 다 떨어져서 얼마 남아있질 않았다.


이러다가 할아버지를 저승으로 못 보내드리는 거 아냐?’

그런 생각이 들자, 난 다급해 지기 시작했다. 내가 머뭇거림 때문에, 할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해 이승에 영혼이 영원히 떠돌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것만은 절대 피해야만 했다.


“할아버지, 이제는 가셔야 할 시간입니다. 더 이상 시간이 없어요.”

다급한 목소리로 할아버지에게 말을 했다.


할아버지는 얼굴에 눈물범벅이 되어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간절하게 내게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여보게··· 아니, 저승사자님. 제발 이 늙은이 소원 좀 들어주십시오. 흐흐흑··· 저는 지옥에 떨어져도 좋으니, 제발 이 곳에 남아서 우리 할멈이 가는 날까지만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 해주시구려. 할멈 혼자 두고는 내 이렇게 혼자 떠날 수가 없다우··· 그러니 제발··· 제발...”

울면서 계속되는 할아버지의 애원에 눈물이 핑 돌았다. 하지만, 그건 내가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없는 일이었다. 할아버지 소원대로 남아있게는 해 줄 수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분명 할아버지는 결국 저승으로 못 가고 영원히 이승에서 방황할 것이 분명했다.


“죄, 죄송해요. 그건 불가능해요.”

나는 더듬거리며 냉정하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은 이미 선작을 누르고 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초반에 전개가 느려서 죄송합니다..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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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저씨의 소원(2) +2 17.05.10 421 4 7쪽
9 아저씨의 소원(1) +2 17.05.10 432 5 7쪽
8 확인하다. +2 17.05.09 458 4 13쪽
7 첫번째 임무(6) - 마무리 +2 17.05.09 439 4 7쪽
6 첫번째 임무(5) 17.05.09 437 8 6쪽
5 첫번째 임무(4) +4 17.05.08 468 6 9쪽
4 첫번째 임무(3) 17.05.08 467 4 7쪽
» 첫번째 임무(2) 17.05.07 476 5 7쪽
2 첫번째 임무(1) 17.05.07 563 5 7쪽
1 프롤로그 17.05.06 812 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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