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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어린곰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가 된 소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홍인평
작품등록일 :
2017.05.06 00:56
최근연재일 :
2017.06.16 14:2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636
추천수 :
112
글자수 :
87,157

작성
17.05.13 08:58
조회
341
추천
5
글자
9쪽

아저씨의 소원(5)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UMMY

아저씨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민우형은 약간은 불량스러운 면이 있는 형이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자주 친구들과 싸움을 하고 집에 들어와 아저씨를 많이 속상하게 만들기도 했었다.


아저씨가 민우형이 중학생이었을 때, 손찌검을 했을 때도 민우형이 불량한 학생들과 어울리고 담배를 피우던 것을 알게 되어 손을 대신 것이었다.


그걸 계기로 민우 형과 아저씨의 대화는 거의 끊기고, 단지 한 지붕 아래 사는 어색한 동거 관계처럼 까지도 보였다.


아저씨는 민우 형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저씨는 방법을 잘 모르시고 표현에 서투르셨다. 게다가 원래부터 좀 묵뚝뚝한 편이라 관계는 개선 되지 않았다.



그런 민우 형에게 어설프게 아저씨의 말을 잘못 꺼내 화를 돋우어 나를 때릴까 걱정도 되었다.


아저씨 입장에서는 말 안 듣고 사고치는 아들이었을지 몰라도 내 입장에서는 무서운 형이었다.


고민 끝에, 그냥 문자 메시지를 넣을까도 생각했지만 그것도 역시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상가건물 계단에 쪼그려 앉아 삼십 분을 넘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했다. 성철이와 재민이가 계속 어디냐고 문자가 왔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심호흡을 하며 핸드폰을 들었지만 다시 망설여졌다.

차라리 몰랐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핸드폰만만 계속 들었다 놓기를 반복만하고 정작 전화는 하지 못했다.


도저히 민우 형을 직접 만나 아저씨의 얘기를 전해 줄 자신이 없었다. 이런 황당무게한 말을 누가 쉽게 믿어 준단 말인가.


더군다나 아저씨가 돌아가셔서 슬퍼하는 당일에 말이다.


고민 끝에 민우형에게 전해줄 말을 그냥 미리 써놓고 전화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야 막상 통화가 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아저씨의 말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상가 건물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엄마는 집에 없었다.


노트 한 장을 찢고 책상에 앉아서, 민우형에게 할 말을 적어나갔다. 몇 줄을 볼펜으로 찍찍 그어가며 고쳐 적어 내려갔다.


가급적 짧게 말하려고 노력하였고, 아저씨가 부탁한 말을 모두 적어 넣었다.


‘민우형,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아버지께서 저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하신 말이 있어요. 형이 중학교 때 담배를 펴서 때린 거 있잖아요. 그거 미안하시데요. 형에게 사과하지 못해서 미안하시데요. 형을 사랑해서 때리신 거래요. 그리고 담배도 끊으시고 성실하게 살아달라고 부탁하셨어요. 그리고 어머니를 잘 부탁 하신데요.’


이 정도면 될 것 같았다. 혹시 빠진 말이 있을까 싶어, 전해줄 말을 다 적은 종이를 들고 열 번은 반복해서 읽어 보았다.


이 정도면 될 것 같았다. 심호흡을 크게 내쉰 뒤,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젠장! 그런데 민우형의 전화번호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저승사자의 서로 아저씨의 모든 일생을 들여다보았지만,


그렇다고 아저씨의 생각이나 기억까지 내가 전부 똑같이 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저씨가 민우 형과 전화를 자주 하던 사이도 아니었고 설사 전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단축 번호로 했었기 때문에 전화번호를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전화번호를 누르고 통화를 시도했다.


다행히 통화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막상 통화음이 들리자 심장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고 전화를 받을까 봐 두렵고 떨리기까지 했다.


“여보세요?”

핸드폰 너머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저기 혹시 민우 형 핸드폰 아닌가요?”

“네? 누구요?”

“민, 민우 형이요...”

“아닌데요.”

“네, 죄송합니다.”


젠장, 불길하게 일이 돌아가고 있었다. 난 황급히 전화를 끊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안도감과 걱정이 뒤섞여 기분이 묘했다. 안도감도 잠시였다. 곧 엄청난 책임감이 다시 내 가슴을 짓눌렀다.


하지만, 도저히 민우 형의 전화번호를 기억해 낼 수가 없었다. 생각날 듯 말 듯하여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정말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 민우 형을 직접 만나서 말을 전해주는 방법뿐이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 방법뿐이 생각해 내지 못한 내 나쁜 머리만 탓할 뿐이었다.


아저씨가 입원했던 병원은 수원에 있는 종합병원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서울이기에 가깝지만은 않았다.


병원 이름을 알고 있기에 인터넷으로 병원의 위치와 가는 방법을 찾았다.


벌써 오후 네 시가 다 되어 갔다. 더 늦기 전에 빨리 다녀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렇다고 나중으로 미루고 싶지 않았다.


빨리 무거운 짐을 털어내고 편해지고 싶었다.


혹시 전해주려는 내용을 잊어 버릴 까봐 메모해둔 종이를 주머니에 넣고 집에서 나왔다.


안타깝게도 한 번에 수원에 있는 병원 근처까지 가는 버스가 없어서 전철을 타고 수원역까지 가서 버스를 갈아탈 작정이었다.


전철에 타는 동안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여러 걱정거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민우 형이 어떻게 하면 내 말을 믿어 줄까하는 고민이 가장 컸다.


내가 저승사자로 아저씨를 천국에 보내줬다고 말하면 날 미친놈 취급할 것이 뻔하였고 심하면 날 때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저씨 눈으로 보았을 때, 민우 형은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내가 저승사자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을까?

혹시 민우 형의 꿈속에 내가 나타나 전달해 줄 방법이 없을까?


내가 이승에서 능력을 가진 거라고는 그 사람의 전생의 모습을 보는 게 전부였다.

그마저도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도 없었다. 전생의 얼굴을 보는 건 무섭기만 하지 쓸모가 하나도 없는 능력이었다. 젠장! 빌어먹을!


난 고민만 가득 안고 드디어 수원역에 도착하고 말았다. 발걸음이 하나하나가 무거웠다.


민우 형과 같은 지역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잔뜩 되는데 어떻게 만나서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버스를 기다리는데 겨울이라 벌써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아직 여섯 시도 채 못 되었는데 말이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 핸드폰이 울렸다. 재민이었다. 받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왜?”

나는 잔뜩 예민해져 있던 터라, 애꿎은 재민이에게 전화를 퉁명스럽게 받았다.


“야, 인마! 너 어디야? 왜 문자는 다 씹어?”

재민이도 잔뜩 서운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 수원이야.”

“뭐, 수원? 갑자기 거기는 왜 갔어?”

“휴, 볼 일이 있어서. 신경 쓰지 마.”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너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는 거야?”

재민이는 다그치듯한 목소리 속에 나에 대한 걱정이 느껴졌다.


“내가 나중에 연락 할게. 끊는다.”

“야, 준호야!”

나는 전화를 그냥 끊어 버렸다.


어쩌면 재민이에게 의지하고 싶었지만 의지를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재민이와 성철이의 도움을 받고 싶은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 혼자 처리해야만 한다.

이런 일에 친구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으로 혼자서 서울을 떠나 멀리까지 와 본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더욱 두렵고 외롭기까지 했다.


날씨가 몹시 추운 날이었지만, 난 추운지 몰랐다. 아저씨가 돌아 가신 종합병원으로 가는 버스를 몇 대 그냥 보내고 나서야 버스에 올라섰다.


버스에는 사람이 북적이며 꽉 차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드디어 버스는 병원 앞에 있는 정류소에 도착했다. 내리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무슨 일이라도 벌어져서 내가 민우형을 못 만나는 강제적인 상황이 벌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무거운 짐을 떠안고 있는 나는 내릴 수밖에 없었다.


어둠이 깔려있는 낯선 곳이 아닌 낯선 곳에 내렸다. 실제로 나는 처음 온 곳이지만, 아저씨의 기억을 봤던 이곳이 나는 낯설지가 않았다. 기분이 참 묘하다.


이쪽 골목을 돌아가면 무슨 가게가 있는지도, 심지어 그 가게 주인의 얼굴까지도 알고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무서웠다.


그 때, 핸드폰 벨소리가 바지 주머니에서 들려왔다. 엄마였다. 그러고 보니 벌써 일곱 시였다.


어떡하지? 내가 수원에 온 것을 알면 분명 화내실 게 분명했다. 그럴듯하게 댈만한 핑계도 없었다.


“여, 여보세요.”

“준호야, 어디니? 집에 언제 들어와? 밥 안 먹어?”

“엄마, 저 좀 더 있다가 들어갈게요.”

“어딘데?”


엄마는 계속 내가 있는 곳을 재촉해서 물으셨다.


“그, 그냥 애들하고 놀고 있어요. 열 시까지 들어갈게요!”

“뭐라고? 왜 그리 늦어? 열 시는 무슨··· 빨리 들어와!”

“여하튼, 그때, 들어갈게요. 끊을게요!”

“얘, 준호야!”


난 황급히 전화를 끊어 버렸다. 여기까지 오는데 두 시간이 좀 넘게 걸렸으니 민우 형을 만나고 나면 열 시까지는 집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열 시에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엄마에게 혼 날것은 분명했다. 엄마한테 혼날 생각을 하니, 어제 맞은 갑자기 등 짝이 욱씬거리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휴대폰 배터리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당신은 이미 선작을 누르고 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천피아님 너무 감사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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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첫번째 임무(5) 17.05.09 438 8 6쪽
5 첫번째 임무(4) +4 17.05.08 469 6 9쪽
4 첫번째 임무(3) 17.05.08 468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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