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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어린곰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가 된 소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홍인평
작품등록일 :
2017.05.06 00:56
최근연재일 :
2017.06.16 14:2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617
추천수 :
112
글자수 :
87,157

작성
17.05.08 23:03
조회
468
추천
6
글자
9쪽

첫번째 임무(4)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UMMY

푸른빛이 나는 길 위를 걸으니 기분이 묘했다. 길을 걸어갈수록 바닥에 연기가 더욱 자욱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 아래를 쳐다보니 연기가 자욱하여 무릎 아래는 잘 보이지 않았다.


혹시 옆에 낭떠러지라도 있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하였다. 정면만을 응시하며 걸어가던 할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할아버지 목소리는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달관한 듯한 목소리셨다. 평정심을 되찾으신 것 같았다.


“저는 정말 천국으로 가는 겐가요?”

“네. 물론이에요. 할아버지는 좋으신 분이니까요.”

“고맙습니다, 저승사자님. 근데, 천국은 어떤 곳인가요?”

“그야, 좋···좋은 곳이죠.”


할아버지는 내 말에 고개를 한번 끄떡이더니 더 이상 말이 없으셨다. 사실 나도 천국에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설명해 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냥 좋은 곳이니깐 천국이겠지. 그러니 사람들이 자꾸 죽어서 그렇게 천국에 가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까부터 자꾸 마음 한구석에는 할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이 점점 더 무거워져 갔다. 바로 할머니가 내일 돌아가셔서 할아버지가 가실 천국으로 갈 거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할아버지를 위해 한 말이었지만, 할아버지를 속인다는 것 자체가 죄스러웠다.


“할아버지, 혹시 소원 같은 거 없으세요?”

난 발걸음을 멈추고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소원? 소원이요? 제 소원 말인 게요?”

“네, 할아버지 소원이요.”

“소원이야... 이제 늙어 죽은 마당에 소원이 어디겠소. 소원은 살아 있을 때나 의미 있는 거 아니겠소.”

할아버지는 뭔가 회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한 곳을 응시하면서 대답을 했다.


“그래도, 아무 거라도...”

“할멈에게 고맙다는 말을 못한 게 지금 한이 되는구려...”

모래시계가 이제 곧 다 떨어지려던 찰나에 할아버지가 나지막이 말을 했다.


“할아버지, 그럼 제가 그 말을 전해 드리면 될까요?”

내가 말하자 할아버지는 나를 쳐다보았다. 할아버지 눈가는 어느새 촉촉해져 있었다.


“정말 그래 주실 수 있겠소?”

“네, 물론이죠.”

“고맙소, 저승사자님.”

할아버지는 내게 환한 미소를 지어주셨다. 비록 주름진 얼굴에 더 주름이 지어졌지만 정말 내게 고마움을 느끼는 미소였다.


그때 마침 모래시계가 모두 떨어졌다. 할아버지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점차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할아버지!”

놀란 나머지 할아버지를 크게 불렀으나 할아버지는 끝내 사라져 버리셨다. 큰일이었다. 천국의 문에 도착하지 못하고 시간이 다 되어 버린 것이다. 내가 실수를 저질러 버린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천국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 남아 버리게 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내 팔과 다리가 지우개로 지우고 있는 것처럼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너무 놀라 비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점점 빠른 속도로 내 몸이 지워졌다. 정신이 아득해 졌다.


******

“깨어라!”

머릿속까지 울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난 어느새 염라대왕 앞에 빳빳하게 서있었다.


덩치가 황소만한 염라대왕은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높고 커다란 책상에 앉아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비록 꿈속에서 일지라도 벌써 몇 번째 보는 염라대왕이었지만 볼수록 무섭게 생긴 얼굴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무서운 얼굴마저도 너무 반가웠다. 염라대왕은 언제나 화나있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은 그 게 무표정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왔느냐!”

염라대왕은 마치 호통이라도 치듯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머뭇거려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귀중한 영혼이 영원히 이승을 떠돌 뻔 했느니라. 그래도 제 시간 내에 황천의 길에 발을 딛게 하여 저승으로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느니라. 아슬아슬 했지만, 처음치고는 무사히 잘 하였다. 그 노인의 영혼은 천국으로 잘 인도 되었느니라.”

염라대왕의 말을 듣고 나니, 다행스럽게도 할아버지가 천국으로 가게 된 걸 알게 되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역시나 예상대로 내가 본 첫 번째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이 맞았나 보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싶었지만 무시무시한 염라대왕 앞에서 그런 행동을 감히 할 수 없었다.


“허나, 어째서 저승사자의 서를 확인하지 않고 어찌 그를 천국으로 보낼 생각을 하였느냐?”

염라대왕은 크고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를 보며 다시 호통 치듯이 물었다.


“그, 그건... 그럼 설마 그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이에...요?”

“나쁜 사람이고 좋은 사람인 것은 네가 그 사람의 인생을 확인하고 판단해야 하느니라. 타인 입장에서는 결코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없느니라. 그 사람의 모든 인생을 직접 보고 나서야 판단 가능하니라. 다음부터는 반드시 저승사자의 서를 꼭 확인하고 천국과 지옥의 길을 결정해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네...알겠습니다.”

난 뭔가 큰 잘못이라도 한 것 같아, 고개를 힘없이 끄떡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도 대답했다.


“저승사자의 서를 확인하면 고인의 일생을 그 사람의 눈으로 들여다 볼 수 있으니, 너도 잘 판단 할 수 있을 것이니라.”

“네....”

고개를 푹 숙인 채 여전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염라대왕이 호통치는듯한 목소리 때문에 설마 그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선하고 서글펐던 눈을 난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이라고는 절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난 염라대왕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요량이었다.


“저, 저기... 염라대왕님, 근데 천국은 어떤 곳이에요?”

내가 물어본 말은 할아버지가 내게 물었던 말이었다. 그때 할아버지 물음에 제대로 답할 수가 없었다.


“모든 인간들이 갈망하는 곳이니라.”

“네? 인, 인간들이 갈망하는 곳이요? 그럼 제가 천국으로 보내드린 할아버지는 천국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건가요?”

염라대왕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껄껄 웃더니 대답했다.


“그 사람의 생각함에 따라 행복은 비록 지옥일지라도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니라.”

“지..지옥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요?”

“그렇다.”

이해가 잘 안되지만, 염라대왕은 내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속 시원하게 대답해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럼, 혹시··· 오늘 제가 봤던 할머니는 언제... 언제 수명이 다하나요?”

염라대왕은 갑자기 화가 난 듯이 인상을 구기더니 내게 말했다.


“그런 것은 네가 알 필요가 없느니라! 오늘 한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했으니, 약속대로 네 수명을 일 년 늘려 주겠느니라. 이제 그만 물러 가거라. 곧 다시 부르겠느니라.”

“네? 저는 아직 궁금한 것이 더···”

“궁금한 것이 무엇이냐?”

염라대왕은 귀찮다는듯이 인상을 잔뜩 구기며 말했다. 염라대왕의 구겨진 인상에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꿈 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반신반의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이거 혹시... 혹시 꿈... 꿈 인가요? 헤헤...”

머리를 긁적거리며 물었다. 요즘 들어 내가 꿈을 정말 리얼하게 잘 꾼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잠시 현실이라는 착각에 빠져있었지만 이 모든 것은 꿈 이길 바랬다.


“꿈이냐고? 껄껄껄!”

염라대왕은 턱밑에 길게 늘어져있는 턱수염을 매만지면서 크게 웃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팔을 한번 꼬집어보았다. 그런데, 젠장! 아팠다. 꿈이라면 분명 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 그리고 아까 겁에 질려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을 때가 생각이 났다. 정녕이게 다 꿈이 아니란 말인가!


“이제 그만 이승으로 돌아가거라! 이승에서 너의 저승사자의 능력을 차츰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염라대왕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정색의 커다란 부채를 탁하고 펼치더니 내게 휙 하고 한번 크게 부채질을 했다.


염라대왕이 날린 부채바람을 맞은 나는 저승사자 옷에서 내 영혼이 빠져 나와 버리더니 어디론가 블랙홀에 빨려가듯 어두컴컴한 곳으로 빠르게 날아가 버렸다.


“으아악~!”

겁에 질린 내 비명 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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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으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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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임무(4) +4 17.05.08 469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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