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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어린곰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가 된 소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홍인평
작품등록일 :
2017.05.06 00:56
최근연재일 :
2017.06.16 14:2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627
추천수 :
112
글자수 :
87,157

작성
17.05.12 10:04
조회
390
추천
4
글자
9쪽

아저씨의 소원(4)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UMMY

“깨어라!”

황소 같은 염라대왕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나를 깨웠다. 정신이 번적 들어 깨어났다. 역시나 난 염라대왕의 앞에 서있었다.


“수고했다. 한 영혼을 천국으로 보냈으니 네 수명을 일 년 더 늘려주마.”

이상하게 수명을 늘려준다는 염라대왕의 말이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아직까지 내 기분은 침울해 있었다. 마치 내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아니, 내 가족이 죽기라도 한 것처럼 우울했다.


“저... 염라대왕님 저 이 일을 그만하고 싶어요...”

우물쭈물하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아직 어린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일을 그만 하려고 마음먹고 용기 내어 염라대왕에게 말했다.


“껄껄껄! 이제 겨우 두 번 하고 저승사자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염라대왕은 내 말을 듣고는 우렁차게도 웃어대며 말했다.


“네...”

혹시라도 일을 그만두면 염라대왕이 노하여 나에게 해코지를 할까 두려웠다.


“그래, 좋다. 하기 싫으면 그만두도록 하여라.”

“네? 정말이요?”

생각보다 쉽게 염라대왕이 쉬이 허락을 해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저승사자 일을 그만두는 그 순간부터는 지금 네가 저승사자로 일했던 모든 기억이 사라지게 되느니라. 그래도 괜찮겠느냐?”

“기억이 사라진다 하심은... 그럼 좀 전에 죽은 아저씨와 약속했던 것들도 기억을 못하게 된다는 것인가요?”

“물론이다. 저승사자가 아니고서는 사후의 세계에 대한 기억을 가지면 안 되느니라.”

“그, 그러면 저는 아저씨와 약속을...”


젠장, 저승사자 일을 그만두면 그 아저씨와의 약속을 기억하지 못해 지키지 못할 것이 뻔했다. 선택을 해야만 했다. 당장이라도 저승사자를 그만두고 싶지만, 자꾸 그 아저씨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젠장, 빌어먹을!


아저씨와의 약속을 지켜야만 할까? 그래도 내가 아저씨를 천국에 보내드렸는데, 아저씨의 마지막 소원인, 그 약속을 지켜야만 하는 것일까.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아저씨의 인생을 전부 본 나는, 아저씨의 입장이 되어 생각 할 수 있었다.

아저씨와의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


그 소원이 아저씨에겐 얼마나 간절한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천국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는 몰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저씨의 이승에서의 바람보다는 좋지 않을 것이다.


“자, 어떻게 하겠느냐? 저승사자를 그만두겠느냐?”

염라대왕은 높은 책상에 앉아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음.... 그럼 아무 때나 제가 원할 때 그만 둘 수 있는 건가요?”

“그렇다. 네가 원할 때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느니라. 단, 이곳에 와서 내게 직접 말을 해야 하느니라.”

“알... 알겠습니다. 일단... 계...계속 하겠습니다.”


아저씨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아저씨와 약속을 지키고 난 뒤에 저승사자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껄껄껄, 알겠느니라. 오늘은 수고했다. 이만, 가거라.”

“잠, 잠깐만요. 그럼 저는 또 언제 이곳에 오는 거죠?”

“필요할 때 부를 것이다. 이승에 가서 기다리거라!”

“잠, 잠...시만...”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염라대왕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검정색의 커다란 부채를 탁하고 펼치더니 내게 한번 휙 하고 한번 크게 부채질을 하였다.


젠장, 이대로 다시 이승으로 이동되려나 보다. 아직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염라대왕이 날린 부채바람은 나를 저승사자 옷에서 내 영혼을 날려 이승으로 보내 주었다.


한번 겪은 일이지만 그래도 무서웠다.


“으아악~! 물어 볼게 있는데~! 으아악~!”


****


“쿵쿵쿵!”

눈을 뜨기도 전에 요란한 소리가 내 귀를 따갑게 괴롭혔다. 눈을 천천히 떠 보니 난 화장실 변기 위에 몸이 축 쳐진 채로 널브러져 앉아 있었다.


“쿵쿵쿵! 아이씨, 안에 사람 있어요? 문이 안에서 그냥 잠긴 거야 뭐야? 어이, 거기 안에 누구 아무도 없어요! 쿵쿵쿵!”


누군가 밖에서 화장실 문을 신경질적으로 계속 두들겨 대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이곳에서 잠들어 있었을까?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밖에서 화난 성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 선뜻 나가기가 꺼려졌다.


“쿵쿵쿵! 쾅!”

급기야 밖에 있던 사람이 주먹으로 두드리다 못해 발로 화장실 문을 세게 걷어차 버렸다.


문이 부셔지기라도 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 생각해 보니 그 남자의 목소리는 험상궂게 생긴 피씨방 주인아저씨의 목소리였다.


피씨방 주인아저씨가 평소에 자기는 해병대를 다녀왔다고 자랑하던 일이 떠올랐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아저씨가 화장실을 나갈 때까지 아무도 없는 척하고 숨죽이고 있기로 결심했다.


‘띠리리~ 띠리리~’

이런 빌어먹을 젠장 할! 하필이면 이때 내 핸드폰 벨이 울려댔다. 다급하게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재민이었다. 아마도 내가 오래 자리를 비워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허둥지둥 거리며 핸드폰 배터리를 분리시켜 전원을 꺼버렸다.


“아씨, 뭐야! 사람 있잖아! 쿵쿵쿵! 이봐요, 도대체 안에서 뭐하고 있어요! 변기에다가 제사라도 지내는 거야 뭐야! 당장 나와요! 나오라고!!!”


눈치 없이 울린 핸드폰 벨소리에 주인아저씨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곤 더 신경질적으로 소리질러댔다.


주인아저씨는 폭파 직전인 분노를 간신히 참아내며 존댓말을 억지로 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화장실 안에 어린 내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면 분명 반말은 기본이고 쌍욕을 퍼부었을 거다. 젠장!


바보 같은 재민이 녀석! 평생 도움이 안 되는 녀석! 이럴 때 전화를 하다니!


이 피씨방 화장실은 남녀공용이었고 변기가 있는 칸은 내가 있는 이게 전부였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변기 칸이 잠겨있자 누군가 피씨방 주인아저씨에게 말한 것 같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야만 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피씨방 주인아저씨가 염라대왕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죄송합니다!”

화장실 문을 벌컥 열면서 소리쳤다.


문 앞에 화가 잔뜩 나서 얼굴이 씨벌게진 주인아저씨가 서있었고, 그 옆에는 큰 일이 급한듯 배를 움켜잡고 얼굴이 노랗게 변해버린 꼬마아이가 원망스럽게 날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에라이 모르겠다! 난 한번 더 죄송하다고 소리치고는, 그 둘 사이를 후다닥 뛰어 화장실에서 빠져 나와 바로 카운터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뒤에서 소리를 지르며 날 잡으려고 아저씨가 뛰어오다가 그만 우당탕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드디어 아저씨는 참았던 육두문자를 내게 날리기 시작했다.


넘어진 채로 나를 노려보며 욕을 해대는 아저씨를 보니, 난 이제 이 피씨방엔 다신 올 수 없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동안 정들었던 피씨방인데, 이제는 안녕이다. 젠장.


카운터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형에게 피씨방 사용료를 급하게 계산하고 피씨방에서 도망치듯 나왔다.


건물 밖으로 나와서도 행여나 주인아저씨가 따라올까 멀리까지 뛰어 간 다음에 재민이에게 전화를 걸어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집에 간다고 말했다.


피씨방에서 멀어지고 나서야 좀 진정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나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괜히 혼자 오버해서 겁먹은 것 같았다. 여하튼 그 피씨방은 바이바이다.


주인아저씨가 내게 날린 육두문자 공격이 내 등에 아직 찔려 있어 생각할수록 섬뜩했다. 컴퓨터 사양하고 서비스가 좋았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 사용 안 한 마일리지 생각이 나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마일리지는 성철이한테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피씨방 주인이 바뀌어서 다시 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재민이 이 타이밍 저질스러운 놈!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후 두 시가 좀 넘어있었다. 빨리 아저씨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한시라도 빨리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었기 때문이다.


민우형에게 전화를 걸어 아저씨의 말을 전하려고 하였다. 아, 근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갑자기 전화해서 아저씨 말을 전해주면 날 미친놈 취급을 하겠지?


어떻게 말을 해야 민우 형이 내 말을 믿어 줄까?


아무래도 이런 건 불편하지만 직접 만나서 전해주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았다.




당신은 이미 선작을 누르고 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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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첫번째 임무(5) 17.05.09 437 8 6쪽
5 첫번째 임무(4) +4 17.05.08 469 6 9쪽
4 첫번째 임무(3) 17.05.08 468 4 7쪽
3 첫번째 임무(2) 17.05.07 476 5 7쪽
2 첫번째 임무(1) 17.05.07 563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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