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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어린곰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가 된 소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홍인평
작품등록일 :
2017.05.06 00:56
최근연재일 :
2017.06.16 14:2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632
추천수 :
112
글자수 :
87,157

작성
17.05.11 10:20
조회
429
추천
5
글자
8쪽

아저씨의 소원(3)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UMMY

“아저씨... 이러시면 안돼요...제 때 저승에 안 가시면 영원히 구천에서 헤매시게 되요.”

“흑흑흑. 전 정말 떠날 수가 없어요... 제발... 흑흑...”

난감했다. 가족을 두고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아저씨와 실랑이 하는 동안 모래시계가 많이 떨어져있는 상황이었다.


너무 많이 아저씨가 가족 곁에 있도록 시간을 줘버린 것 같았다. 아저씨가 스스로 황천의 길을 걷도록 설득을 시켜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열네 살인 내가 오십 가까이 되신 아저씨를 어떻게 말로 설득시킨단 말인가.


“아저씨, 이제 정말 시간이 얼마 없어요. 빨리 일어나세요!”

아저씨를 재촉했지만 아저씨는 내게 살려 달라고 매달리기만 할 뿐 꼼짝하지 않았다.


“아저씨, 민우 형이, 아니 아저씨 아드님이 잘 클 수 있도록 하늘에서 지켜봐 주셔야죠... 이러시면 나중에 가족들하고 영원히 만나실 수가 없으세요!”

민우 형은 대학생인 아저씨의 외아들 이름이었다.


민우형을 언급해서인지 아니면 가족과 다시는 못 만난다는 것을 언급해서인지는 몰라도, 아저씨의 마음이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영원히, 영원히 못 본다고요...? 흑흑. 그럼 나중에는 다시 만날 수 있는 건가요? 흑흑...”

“네... 부디 천국에서 가족을 기다리세요... 그러면 언젠가는 꼭...”

나는 말하다가 울컥하여 말을 맺지 못했다.


아저씨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시 등 뒤에서 울고 있는 가족들을 보며 울먹거리더니, 다시 날 보며 말했다.


“저승사자님, 염치없지만 제 부탁 좀 하나만 들어주세요...흑흑...”

“네... 말씀 하세요...”

“우리 민우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아직까지 못했습니다... 흑흑.”

“네?”

아저씨의 말이 무슨 뜻인지 한 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민우가 고등학생 때 담배 피는 모습을 보고 심하게 야단을 친 적이 있었어요. 못난 제가 손찌검까지 해버렸어요... 흑흑. 우리 민우가 얼마나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지... 흑흑. 제가 지나쳤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후로 한 번도 미안하다고 말을 못해줬어요. 흑흑. 민우에게 사과하고 싶어요. 흑흑. 그때 아빠가 미안했다고... 너무 미안했다고... 다 널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엉엉엉...”

말을 끝낸 아저씨는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하마터면 나까지 울컥하여 소리 내어 울 뻔했다.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저씨가 말한 일은 나도 이미 알고 있던 일이었다.


저승사자의 서 때문에 아저씨가 했던 모든 행동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저씨의 속마음이나 감정까지는 내가 알 수가 없었다.


아저씨가 그 일을 그렇게까지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몰랐다.


단지 고등학생인 자기 자식이 불량하게 담배를 펴서 화나서 때린 줄만 알았다. 아저씨가 화났던 던 것은 너무 속상해서였던 것 같다.



“네,.. 아저씨, 알겠어요. 꼭 전해 드릴게요.”

“그리고... 흑흑... 그리고, 바보같이 고생한 마누라에게도 고맙고... 사랑... 사랑한다고 전해주고 싶어요. 흑흑. 그동안 못난 나 때문에 정말 고생 많았다고. 사랑한다고... 정말 사랑한다고.. 바보같이 말 할 수 있었을 때 말하지 못했네요. 흑흑... 모든 게 후회 돼요... 흑흑...”

“알았어요, 아저씨. 흑... 꼭, 꼭 전해 드릴 게요... 흑...”

결국 나도 바보같이 눈물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잠시 눈물을 참으려 더욱 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모래시계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행이 아저씨는 마음을 다잡고 이승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통곡하고 있는 아내에게 다가가 미안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반복 하셨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아들인 민우형에게는 성실하게 살아달라는 말과 담배를 끊고 건강하고 바르게 살라는 말을 했다.


마지막으로 엄마를 잘 부탁한다는 말로 인사를 끝냈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다만, 정작 아저씨의 가족은 아저씨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말이다. 사실 살아있는 사람인 아저씨의 가족들은 곁에 있는 아저씨의 영혼의 존재조차도 못 느끼고 있었다.



아줌마와 우연히 만나서 연애하고 행복해하던 아저씨의 모습과 민우 형이 태어났을 때 뛸 듯이 기뻐하던 아저씨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는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을 하고 계셨었다.


지금 너무 슬퍼하시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니 여러 생각이 교차하였다. 기뻤던 만큼 슬퍼하시는 걸까? 지금 순간으로만 보면, 어쩌면 만남에 대한 기쁨 보다는 헤어짐에 의한 슬픔이 훨씬 더 커 보였다.



마지막으로 아저씨는 자신의 죽어있는 모습과 가족의 얼굴을 찬찬히 들어다 보시고 내게 오셨다.


“준비는... 다 되셨나요?”

내가 아저씨에게 미안한 듯한 말투로 물었다. 이번에는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아저씨는 나와 함께 세 갈래 길에 섰다.


“이 길들 끝에 놓여 있는 문들이 보이시나요?”

길의 끝에 있는 천국의 문과 지옥의 문, 그리고 끝없이 이어져있는 윤회의 길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저씨는 한번 힐끗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당사자들에게 확실히 안 보이는 듯 했다. 하긴, 아마 보인다면 아무도 순순히 저승사자를 따라 지옥의 문으로 가지 않으려 할 것이다.


“아저씨, 절 따라 오세요.”

나는 천국의 문이 있는 가운데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저씨는 내 뒤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자꾸 뒤들 돌아보았다. 미련이 남아 계신 거였다.


아저씨는 가족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하셨다.


모래시계가 거의 떨어져 가고 있었다. 이제 이 곤욕스러운 순간도 거의 끝이 나고 있는 것이었다. 마음 한 켠으로는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졌다.


관연 어린 내가 이 아저씨의 인생을 판단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과 내가 잘하고 있는 중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의문이 들어 나를 괴롭혔다.


어색한 침묵 속에 묵묵히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가끔씩 아저씨가 잘 따라 오나 뒤를 돌아보며 확인을 했다.


어느새 뒤에 있던 병실과 병원의 모습이 연기처럼 잔상을 남기며 사라지더니 곧 이승의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세 갈래 길만이 길게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계속 걸으면서도 아저씨의 울음소리가 등 뒤에서 그치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흐르기 시작한 내 눈물 때문에 더 뒤를 돌아 볼 수 없었다.


아저씨는 끝내 천국에 대해 물어보지 않으셨다.


물어보지 않는 이유를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저씨에게는 천국은 단지 나중에 다시 가족을 만날 곳이라는 의미만 있을 뿐이었다. 더 이상 다른 의미가 필요 없었다.


가족이 지옥에 간다면, 아저씨는 분명 지옥에서 가족을 기다리실 게 분명했다. 분명 그러실 분이었다.


드디어 모래시계가 다 떨어졌다. 내 다리를 내려다보니 이미 무릎까지 지워지고 있었다. 뒤 돌아 아저씨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저씨, 제가 꼭 약속 지킬 테니깐 천국에서 편하게 계세요! 천국은 시간이 빨라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흑흑. 정말 감사합니다...”

아저씨는 내게 고맙다는 말은 연신 해대었다. 그러는 동안 점점 나와 아저씨의 몸이 지워졌다. 그리고 난 다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당신은 이미 선작을 누르고 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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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친구를 위해(2) +2 17.05.17 338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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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아저씨의 소원(5) +2 17.05.13 341 5 9쪽
12 아저씨의 소원(4) +2 17.05.12 391 4 9쪽
» 아저씨의 소원(3) +4 17.05.11 430 5 8쪽
10 아저씨의 소원(2) +2 17.05.10 422 4 7쪽
9 아저씨의 소원(1) +2 17.05.10 433 5 7쪽
8 확인하다. +2 17.05.09 459 4 13쪽
7 첫번째 임무(6) - 마무리 +2 17.05.09 440 4 7쪽
6 첫번째 임무(5) 17.05.09 437 8 6쪽
5 첫번째 임무(4) +4 17.05.08 469 6 9쪽
4 첫번째 임무(3) 17.05.08 468 4 7쪽
3 첫번째 임무(2) 17.05.07 476 5 7쪽
2 첫번째 임무(1) 17.05.07 564 5 7쪽
1 프롤로그 17.05.06 813 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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