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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어린곰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가 된 소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홍인평
작품등록일 :
2017.05.06 00:56
최근연재일 :
2017.06.16 14:2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616
추천수 :
112
글자수 :
87,157

작성
17.05.10 22:39
조회
421
추천
4
글자
7쪽

아저씨의 소원(2)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UMMY

난 어느 병원 중환자실인 듯한 곳에 와있었다.


침대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어느 중년의 남자가 호흡기를 차고 누워 있었고 그 주변에는 가족인듯한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둥그렇게 오열하며 통곡하고 있었다.


역시 사람들은 곁에 있는 내 존재를 모르고 슬피 울고만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명만이 나를 의식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그 사람, 아니 그 영혼은 바로 침대에 누워 있는 죽은 중년의 아저씨였다.


아저씨는 나를 의식하면서도 자신의 죽음에 슬피 우는 가족들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이는 우리 큰 아버지 정도 되어 보였다.


그 영혼은 자신이 죽기 전에 입고 있던 병원 환자복을 똑같이 입고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외상은 없었다.


나이도 많이 않으신데 아무래도 큰 병에 걸려 돌아가신 것 같았다.


통곡하는 사람들에 포함되어 있어 난 아저씨의 영혼을 잠시 못 알아 볼 뻔 하였으나, 그 아저씨가 먼저 나를 알아보고 더 슬피 울고 있었다. 아마도 내 등장이 아저씨의 죽음을 확인 시켜준 듯 했다.


난 내 옷차림을 훑어보았다. 역시나 검은 두루마기를 입고 있었다. 창가에는 병실에 있는 사람들이 반사되어 비추어주고 있었지만, 내 모습과 죽은 아저씨 영혼의 모습은 비추질 못했다.


이번에는 대낮이라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 셨을 때보다는 무섭지는 않았다. 오히려 너무 슬피 우는 아저씨의 가족들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안타까웠다.


한시라도 빨리 일을 처리하고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울고 있는 영혼과 가족들을 보니 아저씨를 저승으로 빨리 데려가기가 왠지 미안해졌다.



병상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죽은 사람이 이리 애처롭게 보일 줄이야. 전에는 막연히 죽은 사람을 본다는 건 상당히 무섭고 공포스럽게만 여겼었는데···


그러다가 번뜩 지난번 염라대왕이 저승사자의 서를 확인하지 않고 할아버지를 천국으로 보낸 것을 질책했던 일이 떠올랐다.


검은 두루마기 품속에 있는 저승사자의 서를 꺼내 들었다. 겉은 누런 색깔로 되어 있었고 두께는 소설책 한 권 정도의 두께였다.


염라대왕은 이 두꺼운 책을 보고 천국 행인지 지옥 행인지 판단하라고 하다니! 이걸 도대체 언제 다 읽는단 말인가. 머릿속에는 모래시계가 조금씩 떨어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모래시계의 모래가 아래로 다 떨어지기 전에 책을 다 읽는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다고, 이번에도 저승사자의 서를 아예 읽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대출 훑어 보기만이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저승사자의 서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막막했지만, 일단 첫 장을 펼쳐 보았다.


그러자 저승사자의 서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엄청난 속도로 책장들이 스스로 넘겨져 가고 있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저승사자의 서가 한 장 한 장 넘어갈 때마다 아저씨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일생들의 기억들이 순차적으로 내 머릿속으로 진공청소기처럼 빨려 들어왔다.


마지막 페이지가 넘겨질 무렵에는 이 아저씨가 사경을 헤매던 마지막 기억을 포함하여 그의 일생을 모두 알 수 있게 되었다.


아저씨의 마지막 일 년은 암과의 사투와 힘겹게 싸운 고통의 기억뿐이 없었다.


나이 마흔 여덜. 우리 아빠보다 나이가 조금 많았다.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셨다. 넉넉지 못한 유년시절을 보내시고, 직장에 다니다가 지금 곁에서 울고 계시는 아주머니를 만나 결혼 하셨다.


지금 막 대학생이 된 외아들을 두고 계셨다. 가족을 위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시다가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해 발병한 암을 너무 뒤늦게 발견했으나 삶에 대한 욕망으로 버텨 오시다가 끝내 이렇게 돌아가시고 말았다.


평범하지만 그 아저씨에게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 아저씨만의 인생이셨다.


아저씨의 인생을 알고 난 뒤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의 모든 기억을 알아버린 나는 그 아저씨만큼이나 슬픈 감정이 밀려들어 왔다. 아저씨의 눈으로 아저씨 인생을 모조리 봐버려서인지 아저씨에게 감정이입이 된 것만 같았다.


아저씨의 인생을 엿본 덕분에 지금 병실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전부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미 그 아저씨의 일생을 알아버린 나는 그 아저씨에게 동화되어서 인지 몰라도 아저씨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난 아저씨를 천국으로 보내려고 마음먹었다.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가족에게 떨어지지 못하고 있는 아저씨를 모습을 보니 충분히 그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모래시계를 보니 아직 생각보다 많이 남아있어서, 일단 그 아저씨가 좀 더 가족과 함께 있게 해주고 싶었다. 비록 아저씨의 가족들이 아저씨가 곁에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할지라도...


그렇게 가족과 한참을 울던 아저씨가 내게 다가왔다.


“저승사자님, 저는 정말로 이대로 죽는 건가요? 흑흑...”

아저씨는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며 물었다. 살려달라는 말처럼 들렸다.


“...”

나는 아무 말도 해 줄 수 없었다. 차라리 이 아저씨에 대해 몰랐다면 대답해 주기 한결 수월했을지도 몰랐다.


아저씨에겐 실망스러운 대답이 쉽사리 입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대답을 못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이미 대답이 되어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흐느끼던 아저씨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흑흑흑. 제발··· 흐흐흑···”

“아저씨... 울지 마세요. 이제 이승에서 떠나가셔야 해요. 그만 일어나세요.”

“정말, 정말 이제 모두 끝인가요? 이렇게 허무하게... 이렇게 허무하게... 흑흑흑...”


난 대답대신 고개를 끄떡여주었다. 나 역시 아저씨 말대로 아저씨의 인생은 허무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고생만 하다가 이렇게 돌아가 버리시고 말다니. 이 괴로운 상황을 더 이상 버틸 자신이 없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허리춤에 있는 황천의 흙을 꺼내 바닥에 뿌렸다. 병원 바닥과 창문이 사라지고 지난번과 똑같이 세 갈래의 길게 생겼다.


하지만 지난번과 다르게 왼쪽에는 지옥이, 가운데는 천국 오른쪽은 윤회의 길이 생겨 지난번과는 순서가 달랐다.


이 길의 순서는 왜 달라지는 것일까... 아직 이것까지는 알지 못하겠다.


“아저씨, 마지막으로 가족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나시죠...”

저승사자라는 존재의 위엄과 달리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저씨에게 말했다. 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져 버릴 것만 같았지만, 울게 되면 이 상황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저승사자님, 흑흑, 제발 부탁입니다. 절 다시 살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흑흑... 아내와 철없는 자식 놈을 두고 도저히 이대로 죽을 수가 없습니다. 제발... 제발요, 저승사자님... 흑흑.”


아저씨는 내 한 쪽 발에 매달려 애원하였다. 난 당황하여 주춤하였다. 이럴 때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라 곤혹스러웠다.




당신은 이미 선작을 누르고 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사람은 왜 죽는 걸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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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친구를 위해(3) +4 17.05.18 286 4 5쪽
18 친구를 위해(2) +2 17.05.17 337 3 8쪽
17 친구를 위해(1) 17.05.16 297 3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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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아저씨의 소원(7) +4 17.05.14 310 4 4쪽
14 아저씨의 소원(6) +2 17.05.14 329 4 8쪽
13 아저씨의 소원(5) +2 17.05.13 341 5 9쪽
12 아저씨의 소원(4) +2 17.05.12 390 4 9쪽
11 아저씨의 소원(3) +4 17.05.11 429 5 8쪽
» 아저씨의 소원(2) +2 17.05.10 422 4 7쪽
9 아저씨의 소원(1) +2 17.05.10 432 5 7쪽
8 확인하다. +2 17.05.09 458 4 13쪽
7 첫번째 임무(6) - 마무리 +2 17.05.09 440 4 7쪽
6 첫번째 임무(5) 17.05.09 437 8 6쪽
5 첫번째 임무(4) +4 17.05.08 468 6 9쪽
4 첫번째 임무(3) 17.05.08 467 4 7쪽
3 첫번째 임무(2) 17.05.07 476 5 7쪽
2 첫번째 임무(1) 17.05.07 563 5 7쪽
1 프롤로그 17.05.06 812 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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