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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어린곰 님의 서재입니다.

저승사자가 된 소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홍인평
작품등록일 :
2017.05.06 00:56
최근연재일 :
2017.06.16 14:24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9,624
추천수 :
112
글자수 :
87,157

작성
17.05.08 11:54
조회
467
추천
4
글자
7쪽

첫번째 임무(3)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DUMMY

“저는 평생 욕심 한번 안 부리고 무식하게 일만 하며 살아 왔다우, 저승사자님··· 흐흐흑. 죽어서 한번 욕심부리는 건데, 제발 부탁합니다. 아니면, 우리 할멈도 같이 데려가 주시구려. 우리 할멈이 단잠에서 깨어나 이놈이 죽은걸 알면 얼마나 슬프겠소? 그걸 생각하면 전 여길 떠날 수가 없구려. 흐흐흑. 우리 할멈도 몸이 성한 데가 없는데.. 누가 우리 할멈 챙겨주겠소...흐흐흑.”


할아버지는 내 앞에서 몸을 엎드린 채 내 발목을 잡으며 애원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너무 불쌍하지만 아무리 애원해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건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기 전에 할아버지를 황천의 길로 안내하지 않으면 할아버지의 영혼이 영원히 이승을 떠돌게 되어 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나 또한 그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될지도 모를까 두려웠다.


난 거의 떨어져가는 모래시계를 보며, 무슨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 어떻게는 이 할아버지를 설득시켜 황천의 길을 만들고 스스로 건너가게 만들어야만 했다. 할아버지가 이곳을 떠나는 유일한 이유는 할머니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난 그 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내 발아래서 얼굴을 파묻고 있는 할아버지를 일으켜 세워주며 말했다.


“할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할머님도 곧 할아버지 뒤를 따라 갈 거예요.”

내 말에 할아버지는 놀란 듯 얼굴을 높이 드시고 나를 쳐다보았다. 뒤를 따라간다라니···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과연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섬뜩한 말이었다.


“정..정말이오? 그럼 언제 할멈도 죽는단 말인 게요? 저승사자님?”

“내···내일이요.”

난 얼떨결에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할아버지를 빨리 보내드려만 했다.


“내일? 정말 내일 우리 할멈이 죽는단 말이오?”

“네. 맞아요···.”

이왕 거짓말을 한걸 되돌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할아버지를 빨리 보내드려야만 했다.

이제 여유가 정말 없었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초조하다 못해 너무나 다급해져 버렸다.


다급한 나머지 급한 대로 주머니 속에 있는 황천의 길을 만들어 준다는 황천의 흙을 꺼내 등 뒤로 조심스럽게 뿌렸다.


황천의 흙이 바닥에 떨어지자 내 등 뒤에 있던 벽과 문이 사라지더니 큰 길이 세 개가 끝없이 길게 생겼다. 어둠 속에 펼쳐진 세갈래 길은 모두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다.


세 길 모두 끝없이 펼쳐져 있었는데, 첫 번째 길의 끝에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인 듯 화려하고 아름다운 웅장한 문이 보였다. 가운데 길의 끝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구덩이가 보였고, 마지막 세 번째 길의 끝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다른 길과 다르게 세 번째 길만은 종착지가 없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것 같았다. 세 길 모두 똑같이 푸른빛이 감돌고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었기 때문에 장관이었다.


처음 보는 멋진 광경에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바라볼 뻔 했다.


“저···저 길이 저승으로 가는 길인 게요?”

할아버지가 나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으셨다.


“그··· 그런 것 같아요. 아, 아니···저 길이 저승으로 가는 길이 맞아요. 자,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버렸어요. 이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빨리 가셔야 해요, 할아버지!”

내 머리 속에 보이는 모래시계의 모래가 이제 거의 다 아래로 떨어져 가고 있었다. 할아버지를 더욱 강하게 재촉 할 필요가 있었다.


“할아버지, 더 이상 시간을 끌게 되면, 영영 할머니를 볼 수 없게 되요! 할머니도 곧 천국에 제가 꼭 모시고 갈 테니깐, 얼른 일어나서 저 길로 걸어가세요!”


할아버지는 잠시 망설이더니 할머니를 한번 쳐다보고는 나에게 물었다.


“참말인 게죠? 하루만 참으면 우리 할멈도 나있는 곳으로 올 수 있다는 게죠?”

“네, 그래요. 하루, 하루만 참으세요. 지금 할아버지가 시간을 놓치시면 영영 할머니를 다시 볼 수 없게 되요. 빨리 서둘러 저 길로 걸어가세요!”

난 시간이 촉박한 나머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내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다시 한 번 할머니를 보더니 흐느끼며 말했다.


“이보게, 할멈. 내 명이 이래 되어서 내 먼저 갈 테니, 내일 저 저승사자님 따라서 꼭 오시게. 내일 아침에 나 죽었다고 너무 슬퍼하지 말고 울지는 말게나. 누가 먼저 갈지는 몰랐지만, 준비는 하고 있었잖누. 우린 이제 천국에서 아프지 않고 편히 살 수 있게 되었나 보우. 평생 나 때문에 고생만 하다가 이승에서 호강 한번 제대로 못 시켜 줘서 미안하구려. 이승에서 날 위해 고생한 거 내 잊지 않고 잘 알고 있네. 암, 잊지 않고 있고말고. 천국가면 다신 고생 할 일 없을 게요. 살아있을 때 따뜻한 말 한번 제대로 못한 것이 후회되구려. 할멈, 정말 고마웠어. 사랑하우···”


할아버지의 마지막으로 할머니에게 하신 말에 내 가슴이 뭉클해졌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들으셨을까?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할머니에게 시선을 떼지 않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로 천천히 걸어왔다. 내 옆을 천천히 지나치면서 내게 말하셨다.


“저승사자님 이제 갑시다.”

“네.”

황천의 흙으로 만들어진 세 갈래길 앞에 할아버지와 나란히 섰다. 할아버지는 쭉 뻗어나 있는 길을 잠시 넋 놓고 보더니, 나를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


“어느 길로 가면 되는 겐가요? 내가 골라서 가야 하는 겐가요?”

세 갈래 길을 본 할아버지의 물음은 마치 저 끝에 있는 천국의 문과 지옥의 문이 안 보이는 듯했다.


“할아버지는 저 길 끝에 뭐가 보이시나요?”

혹시, 내가 보이는 것이 할아버지에게는 안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 물었다.


할아버지는 세 갈래 길의 각 끝을 각각 유심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 되며 길의 끝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역시, 죽은 사람의 영혼은 길 끝에 뭐가 있는지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천국이든 지옥이든 저승길로 인도는 결국 길의 끝을 볼 수 있는 저승사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할아버지 첫 번째 길로 걸어가시면 되세요. 이제 가시지요.”

난 천국의 문이 있는 첫 번째 길로 할아버지를 인도하였다.


“예, 알겠습니다, 저승사자님.”

할아버지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다시 뒤를 한번 슬쩍 돌아보고는, 아직도 곤히 주무시고 계시는 할머니에게 큰소리로 말했다.


“할멈! 내 먼저 가서 기다릴 테니깐. 내일 꼭 어여 오시게!”

나도 뒤를 돌아보았다. 곤히 주무시고 계시는 할머니와 옆에 나란히 누워계시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행복하고 다정해 보이셨지만. 다시금 저 두 분이 너무나 불쌍하게 느껴졌다.


할머니는 다음날 아침에 얼마나 슬퍼하실까. 할아버지는 천국에 가셔서 얼마나 할머니를 기다리셔야 하실까?

할머니도 나중에 천국에 가신다면 할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할아버지가 첫 번째 길 위로 발걸음을 떼셨다. 나도 할아버지와 나란히 걸어갔다.




당신은 이미 선작을 누르고 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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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아저씨의 소원(4) +2 17.05.12 390 4 9쪽
11 아저씨의 소원(3) +4 17.05.11 429 5 8쪽
10 아저씨의 소원(2) +2 17.05.10 422 4 7쪽
9 아저씨의 소원(1) +2 17.05.10 433 5 7쪽
8 확인하다. +2 17.05.09 459 4 13쪽
7 첫번째 임무(6) - 마무리 +2 17.05.09 440 4 7쪽
6 첫번째 임무(5) 17.05.09 437 8 6쪽
5 첫번째 임무(4) +4 17.05.08 469 6 9쪽
» 첫번째 임무(3) 17.05.08 468 4 7쪽
3 첫번째 임무(2) 17.05.07 476 5 7쪽
2 첫번째 임무(1) 17.05.07 563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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