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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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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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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용병대장 헬리오스

DUMMY

‘군대가 더 필요해.’


게오르그와 지그리드의 대군을 국경 양쪽에서 맞아 싸우려면 지금의 병사로는 부족했다.


알렉세이1세는 우트만이 자금을 묶어버리는 바람에 용병을 고용할 수 없었지만, 아슬라프는 사비나를 통해서 여러 도시의 은행과 거래를 트고 있어서 언제든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제국에는 몇몇 이름난 용병단이 있었다. 아슬라프는 신중하게 믿을 만한 용병단을 수소문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 사람이 그를 찾아왔다.


“용병을 찾고 계시다면서요?”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용병단장인 헬리오스였다. 아슬라프는 그를 잘 알고 있었다. 알렉세이1세도 그를 고용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고에도 그와 주고받았던 편지가 남아있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슬라프 렌케 백작님.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시죠.”


그는 사교적인 말투로 상대를 추켜세우며 접근했다.


‘헬리오스. 이 녀석. 뺀질거리는 건 여전하군.’


헬리오스는 전투력과 경험으로는 제국의 최강 용병단장이었다. 알렉세이1세도 그를 고용했기에 그의 능력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엇비슷한 병력의 적을 상대로는 언제나 승리했고, 불리한 상황에서도 지지 않고 어떻게든 병력을 잃지 않고 빠져나왔다.


그는 한 가지 전술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에 따라 빠르게 태세를 전환했다. 그러한 유연성은 적이 제국군이든, 야만족이든 상대를 가리지 않고 승리를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계산적인 용병이었다. 언제나 돈을 많이 주는 사람의 편에서 싸웠고, 계약기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시로 편을 바꿨다.


여러 차례 알렉세이1세의 편에서 전쟁을 수행했지만, 알렉세이1세의 자금줄이 막히자, 곧바로 지그리드의 편에 서서 알렉세이1세의 군대에 칼을 겨눴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앉으시죠.”


아슬라프는 헬리오스에게 자리를 권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곧 지그리드 후작과 한판 붙을 예정 아니십니까? 그러면 제가 필요하시겠지요.”


헬리오스는 아슬라프의 속마음을 들여다본 듯이 말했다.


‘피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는군. 그러니까 용병대장을 하겠지.’


아슬라프는 속으로 혀를 찼다. 아슬라프가 용병단을 알아보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먼저 와서 용병제안을 했다.

게다가 그 상대가 지그리드라는 것꺄지도 간파하고 있었다.


헬리오스는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소개했다.


“저는 능력이 검증된 사람입니다. 저에게 전투를 맡겨주시면 반드시 이겨드릴 수 있습니다.”


아슬라프는 약간 의심스러운 어투로 물었다.


“연족과도 일한 적이 있으시다면서요.”


헬리오스는 스리얄에게 고용되어서 제국을 공격하는 연족의 선발대가 되어 제국 깊숙이 침공한 적도 있었다.


“아, 예. 그랬죠.”


야만족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제국을 공격했다는 이유로 벌을 받아야 마땅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는 제국의 전범 재판에 회부되었지만 출두하지 않았고, 자신은 전투를 한 게 아니라 불필요한 살상을 막기 위해서 민간인을 보호하려고 길안내를 했을 뿐이라고 변명하는 편지를 보냈다. 물론 그것은 말도 안 되는 핑게였다. 그가 지나간 도시에서 약탈이 더 철저하게 이루어졌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는 지그리드 후작이 돈을 주지 않아서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돈이 있는데도 자신을 고용하지 않고 백성을 연족에게 내팽개친 지그리드 후작이 무책임했던 거라며 뻔뻔하게 자신을 합리화했다.


그런데도 그의 무성의한 항변은 쉽게 받아들여졌다.

그가 재판에서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그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귀족들 가운데는 그를 고용해서 그의 덕을 보았던 자가 많았다. 그만큼 헬리오스의 인맥은 제국 곳곳에 퍼져 있었다. 그와 싸워서 피해를 본 귀족도 있었지만, 그들도 돈이 있으면 가능하면 헬리오스를 고용하려고 들었다.


돈만 있으면 그를 살 수 있었기에, 귀족들은 그가 필요한 상황이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헬리오스는 그런 그들의 불안감을 파고들어서 기생했다. 모두에게 그들을 위해서 싸우겠다고 입발린 소리를 하며 자신의 이익과 생존을 도모했다.


“저는 주인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칼이니까요.”


그는 자신을 돈 주는 사람이 시키는 일은 뭐든지 해내는 명검이라고 스스로를 일컬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높이면서도 귀족보다는 낮추는 포지셔닝으로 생존했다.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귀족들을 자신의 손바닥에 가지고 놀았다. 이쪽저쪽 입찰로 경쟁을 붙이며 자신의 몸값을 높였다.

그런데도 귀족들은 그를 고용하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과연 네가 명검일까?’


처음에는 알렉세이1세도 헬리오스를 자신의 부하로 만들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어디든 돈을 주는 고용주를 따라다녔다.


아이러니하게도 헬리오스가 몸값을 높여 부를수록 귀족들은 더더욱 그를 고용하지 못해서 안달이었다.

심지어는 그는 전쟁을 망설이는 귀족에게 찾아가서 이길 수 있다, 이겨주겠다며 전쟁을 부추기기도 했다.


‘너는 전쟁광이고 다른 사람까지 미치게 만드는 광검일 뿐이다.’


전생에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환생을 한 지금에는 분명히 말할 수 있었다.

쉽게 이기고자 하는 귀족들의 욕망에 편승해서 전쟁을 부추겨 돈을 빨아먹는 고리대금업자나 마찬가지였다.


“저와 계약하시겠습니까? 반드시 이기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헬리오스는 의기양양하게 이빨을 보이며 웃었다.


“저를 고용하지 않으면 후회하실 겁니다.”


그것이 그의 전략 가운데 하나였다. 적이 그를 고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렇게 되면 적에게 패할 수밖에 없기에 더더욱 울며 겨자먹기로 그를 고용했다.

그가 적에게 고용되어도 돈이 부족한 자신을 탓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슬라프도 알고 있었다. 그가 헬리오스를 거절하면 그는 곧바로 지그리드에게로 달려갈 것이다.


그는 이런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는지 능숙하게 말했다.


“계약 세부사항을 말씀드릴까요? 뭐 대부분은 그냥 백지위임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를 고용하면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용병단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식량만 축낸다 해도, 그가 지그리드의 편에서 싸우지 않는 것만 해도 이득이 될 것이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아슬라프는 단호하게 말했다.


“계약하지 않겠습니다.”


헬리오스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자기가 직접 먼저 찾아와주기까지 했는데 거절하다니. 지금까지 그런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전쟁이 벌어지면 서로 먼저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혈안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전쟁터에서 곧 다시 만나게 되겠군요.”


헬리오스는 웃음기를 거두고 싸늘하게 말하며 일어섰다.


“수많은 병사를 잃고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물고 나면 제 생각이 날 겁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죠.”


아슬라프는 그에게 냉랭하게 말했다.


“헬리오스. 그대는 지금껏 패한 적이 없지. 그러니 그대에게 패배의 맛이 어떤지 경험해볼 기회를 주겠소. 그대는 패배하여 부하를 잃는 슬픔보다 성과급을 못 받게 되는 슬픔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이겠지만.”


그 말을 들은 헬리오스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어떻게 제국 최강의 용병단을 거절할 수 있습니까? 후회하실 겁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그는 거만하게 아슬라프를 무시하고 문을 쾅 닫고 나갔다.


“왜 거절한 거야? 제국에서 가장 우수한 용병인데.”


헬리오스가 나가자, 듣고 있던 은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아슬라프에게 물었다.


“우리 편에 헬리오스가 있다는 것만 해도 적이 주눅들 텐데. 싸움 시작 전에 기선제압하고 들어갈 기회였는데 말이야.”


“저런 자는 사라져야 해. 전쟁에서 남의 피를 먹고 사는 박쥐일 뿐이야.”


아슬라프는 그가 타인의 불안감과 욕망에 기생하는 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알렉세이1세도 한때는 그의 전쟁 지식에 감탄하고 전쟁 기술에 놀랐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기적이고 병사들의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전투를 하는 그의 모습에 점점 마음이 떠나갔다.


“박쥐라도 지금 우리 편이면 상관없잖아?”


“그렇지가 않아.”


아슬라프는 고개를 저었다.

헬리오스는 자신이 알렉세이1세와 일하면서 알게 된 아주르 공국 군대의 기밀사항과 지리정보를 지그리드에게 모조리 알려주었다. 처음부터 그와 가까이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박쥐는 피 냄새를 풍기는 사람한테는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박쥐가 나만 안 물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헬리오스가 그의 군대 편성과 같은 기밀 사항을 알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차단할 것이다.


“지그리드 하나면 이길 수 있지. 하지만, 헬리오스가 저쪽에 붙으면 힘들어지잖아. 그리고 게오르그까지 협공하면 어쩌려고 그래?”


은쿤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옛날에 알렉세이1세가 그렇게 협공당해서 패했다던데.”


아슬라프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알렉세이1세의 암울한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을.


“그때하곤 달라.”


겉으로 보면 지그리드, 게오르그, 헬리오스의 군대에게 공격당하는 모양새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상황이 달랐다.


“뭐가 다른데? 그때보다 군사도 적다며.”


“네가 있잖아.”


“뭐?”


은쿤은 기가 차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이내 기분 좋은 듯이 도끼를 던졌다 받았다 하고 붕붕 바람소리를 내며 휘둘렀다.


“내가 일당백이긴 하지.”


아슬라프가 자신있어 하는 이유는 또 있었다. 외부상황은 불리해 보여도 내부적으로는 그 당시보다 훨씬 상황이 좋았다.


“알렉세이1세는 룽족 지원을 못 받았고, 연족은 폭동을 일으켰고, 자금대출은 막혔어. 하지만 나는 그런 문제가 전혀 없지.”


은쿤이 룽족과 상시 연락하며 협동하고, 예레이와 기욤이 연족의 여러 부족과 소통하며 병사를 모집해오고, 요빅이 연족 사회의 분위기를 파악해서 소요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바탕카는 에셀부르에서 끊임없이 최고급 무기를 넉넉하게 뽑아냈고, 사비나는 언제든 외상으로 전쟁물자를 조달해주고 무역도시에서 추가대출을 받을 수 있게 보증을 서주었다.


알렉세이1세는 봉신하는 영주들이 급격히 늘어서, 카를로 자작과 같은 내부의 스파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그들을 통해서 적에게 정보가 새 나가는 걸 막지 못했다.


또한 그에게 봉신하는 영주들이 급격히 늘면서 영세한 지방 소도시 영주의 땅이 많아서 실속 없이 수비해야 할 지역만 넓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군사를 주둔시켜야 할 영토가 좁았고, 영지의 대부분이 인구가 많고 부유한 성이라, 오히려 군사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다.


그러던 차에 지그리드로부터 편지가 도착했다.


[

아슬라프 렌케 백작에게

노포크 자작이 그대에게 봉신하는 것을 허락할 테니, 지론드 성으로 와서 봉신 계약을 하도록 하라.

]


‘지론드 성으로 와서 봉신계약을 하라고? 내가 갈 것 같으냐.’


이전에도 지론드 성으로 놀러오라고 몇 차례 초청이 왔지만, 아슬라프는 계속 핑계를 대며 가지 않았다. 언제 지그리드가 마음을 바꿔서 그를 암살하려고 들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슬라프는 바빠서 갈 수 없으니, 아주르 성에서 노포크 자작과 봉신계약을 하겠다고 답장을 썼다.


헬리오스같은 용병들도 그와 지그리드 사이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챌 정도이고, 로게 남작을 비롯한 몇몇 소영주들이 지그리드가 아닌 아슬라프의 신하가 되겠다고 한 이상, 지그리드와의 전쟁은 피할 수 없었다.


노포크 자작에게 봉신 계약을 하러 아주르 성으로 오라고 편지를 보냈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아직은 지그리드에게 등 돌릴 결심을 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전쟁이 얼마 안 남았다.’


봄이 오면 지그리드가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다.

아슬라프는 군대를 꾸준히 훈련시키고 식량을 비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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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상속 전쟁 23.04.13 565 14 13쪽
108 미하일 백작(2) +1 23.04.12 577 14 12쪽
107 미하일 백작 23.04.11 585 14 12쪽
106 구스타프 후작의 반격 +1 23.04.10 614 15 13쪽
105 제후 선출(2) 23.04.09 620 15 13쪽
104 제후 선출 23.04.08 608 12 12쪽
103 공작의 장례식 +1 23.04.07 649 16 13쪽
102 스타로비치 공작의 양자가 되다 23.04.06 651 17 12쪽
101 게오르그의 최후 +1 23.04.05 667 17 12쪽
100 게오르그와의 결전(2) +2 23.04.04 616 17 12쪽
99 게오르그와의 결전 +2 23.04.03 651 15 12쪽
98 룽바인의 봉기 +1 23.04.02 652 17 13쪽
97 이합집산(3) +1 23.04.01 657 16 13쪽
96 이합집산(2) 23.03.31 647 18 12쪽
95 이합집산 23.03.30 693 19 12쪽
94 타라스 자작(3) +1 23.03.29 686 18 13쪽
93 타라스 자작(2) +1 23.03.28 678 20 13쪽
92 타라스 자작 +1 23.03.27 716 21 13쪽
91 명예 회복 +1 23.03.26 759 18 12쪽
90 황제의 칙서(3) 23.03.25 742 19 13쪽
89 황제의 칙서(2) 23.03.24 738 19 12쪽
88 황제의 칙서 23.03.23 777 19 12쪽
87 농민 봉기(3) 23.03.22 765 19 12쪽
86 농민 봉기(2) 23.03.21 785 18 12쪽
85 농민 봉기 23.03.20 848 20 13쪽
84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2) +1 23.03.19 850 19 13쪽
83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 23.03.18 821 20 13쪽
82 용병대장 헬리오스(3) 23.03.17 818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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