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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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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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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구스타프 후작의 반격

DUMMY

“아슬라프 렌케 스타로비치. 8표.”


결과는 만장일치로 아슬라프가 스타로비치 공국의 왕으로 선출되었다.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는데, 의외로 싱겁게 결과가 나오자 입회하던 법률가와 증인들도 놀랐다.


미하일이 마음을 바꿨다고 구스타프를 지지하던 4명이 다 그를 따라서 마음을 바꾸는 일이 발생할까 싶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렇게 끝났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구스타프는 부들부들 떨며 투표함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나무로 된 투표함은 쾅 소리와 함께 조각나서 바닥에 나뒹굴었다.


“인정할 수 없다. 절대 인정할 수 없어! 이 투표는 무효다!”


그는 의자를 넘어뜨리고 책상을 밀치며 소리쳤다.


“감히 나를 배신해? 나를 모욕해? 네놈들에게 댓가를 치르게 해주겠다. 반드시 복수하겠다.”


그는 투표에 참여한 영주들에게 한 명 한 명 손가락질하며 위협했다.

영주들은 당황하며 그의 눈길을 피했다.


아슬라프는 그의 앞을 막아서며 위엄있게 말했다.


“내 가신들에게 무례한 태도는 용서할 수 없소. 당장 이 곳을 떠나시오.”


영주들은 이미 아슬라프의 신하들이니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었다.


“뭐가 어째?”


구스타프는 침을 튀기며 악을 썼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두고 보자. 두고 보자고!”


그는 눈빛을 번득이며 홱 돌아서 방을 나갔다.


구스타프가 사라지자, 눈치 보고 있던 영주들이 한 명씩 다가와서 아슬라프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축하드립니다, 아슬라프 공작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스타로비치 공국의 발전이 기대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불안한 기색이었다.


“구스타프 후작이 이대로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집요한 분이거든요.”


미하일이 근심스러운 얼굴로 그가 나간 문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중 누군가의 영지를 공격할지도 모릅니다.”


“걱정마십시오. 여러분의 영지는 제 영지이기도 합니다. 같이 싸울 겁니다.”


구스타프의 협박에 맞서서 그들을 지켜주겠다는 의지를 아슬라프가 보이자, 그들도 든든해했다.


그러나, 구스타프 후작은 꽤나 까다로운 상대였다.


“구스타프 후작은 정부와 황실에 연줄이 많습니다. 뒷배가 든든한 분이죠.”


제국 여러 방면에서 동원할 물자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맥이 많다는 뜻이었다.


“군량 걱정도 안 할 테고요.”


게다가 구스타프의 영지인 잘로몬 공국은 비옥한 토지로 이루어져서 곡물을 풍족하게 생산했다. 인구가 많은 제국의 수도에 밀을 공급할 정도로 농사가 잘 되었다.


“수상 군터의 사촌이기도 합니다.”


현재 제국의 수상은 제국에서 황제 다음으로 넓은 영지를 가진 군터 공작이었다. 그는 정치적 수완이 좋아서 황제에게 맞먹을 정도로 큰 권세를 누리고 있었다. 제국의 많은 인물이 황제보다 그에게 충성하고 있을 정도의 권력가였다.


구스타프 후작이 혼자 쳐들어온다면 두려울 게 없지만, 그가 군터 수상이나 다른 공국과 연합해서 공격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예상대로 구스타프는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았다. 스타로비치 공국을 손에 넣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는 전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반격했다. 아슬라프를 스타로비치 공국의 왕으로 선출한 투표가 무효라는 재판을 건 것이었다.


“재판을 걸었다고?”


아슬라프는 재판을 어디서 판결하게 되는지 알아보았다.


영지 상속에 관한 재판은 일반 재판과는 달리 제국의 수도에 있는 대법원에서 열렸다.


‘대법원은 군터의 입김이 작용할 텐데. 믿는 구석이 있으니 재판을 걸었군.’


아슬라프는 변방의 귀족이라 제국의 수도에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반면에 구스타프와 군터는 수도의 대법관들과 가문 대대로 어려서부터 친목하며 지낸 사이일 게 분명했다.


‘재판은 이기기 어렵겠군.’


영주들은 아슬라프의 능력을 보여주고 그들의 영지를 발전시켜주겠다고 약속해서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지만, 법관들에게는 마땅한 회유책이 없었다. 수십 년 동안의 끈끈한 유착과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그들을 돌려세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인맥과 혼인관계로 한 몸과 같은 카르텔이 형성되어있을 것이다.


“어쩔 셈이야? 이대로 당하고 있을 거야?”


은쿤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럴 수는 없지.”


아슬라프는 사비나를 통해서 최대한 재판 정보를 수집하고 법률대리인을 보내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물론 그런다고 재판의 대세를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명분은 쌓아둘 필요가 있었다.


몇 달 재판 끝에, 역시나 대법관들은 구스타프의 손을 들어주었다.


[

제국법에 따라 스타로비치 공국의 상속자는 막심 스타로비치 공작의 가장 가까운 혈육인 구스타프 후작임을 인정한다.

이에 기시행된 제후 선출 선거는 무효이며, 스타로비치 공국 영지 소유권을 위한 제후 선출을 구스타프 후작을 단독후보로 하여 재시행할 것을 명한다.

]


구스타프를 단독후보로 투표하라는 것은 그를 선출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는 뜻이었다.


“이 날강도같은 놈들!”


은쿤은 씩씩거리며 허공에 주먹을 휘둘렀다.


미하일과 다른 영주들도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아슬라프는 그들에게 침착하게 대답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나는 이미 스타로비치 공국을 실효지배하고 있소. 결코 구스타프에게 넘겨주는 일은 없을 것이오.”


그의 말에 영주들은 다소 안심이 되는 표정이었다.

아슬라프가 물러가고 구스타프가 그들의 주군이 되면, 투표에서 지지하지 않은 영주들에게 앙심을 품은 구스타프에게 괴롭힘당하고 보복당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아슬라프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다.


[

나 아슬라프 렌케 스타로비치 공작은 막심 스타로비치 공작의 양자로 입적되어 그의 가장 가까운 혈족임을 밝힙니다.

이미 성직자의 입회 아래 합법적인 선출과정을 거쳐서 스타로비치 공국의 왕이 되었으니, 재투표 및 영지 반납은 거부합니다.

또한 구스타프 후작이 막심 스타로비치 공작의 가장 가까운 혈육이라는 판결에 이의를 신청합니다.

성직자의 입회 하에 작성된 막심 스타로비치 공작의 유언장은 신께 인정받은 것이니, 재판부에서 무효로 판단할 권한이 없습니다.

]


아슬라프가 신성을 끌어오자, 재판부가 멈칫하며 한 발 물러섰다. 자칫 성직자의 서명이 들어간 유언장을 부정하면 인과교회의 권위에 도전하는 셈이 되고, 그러면 재판관들도 경우에 따라서 신성 모독죄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인과교회에 판결을 문의하라며 종단에 넘기고 발을 뺐다.


아슬라프가 영지를 반납하지 않고 계속 군대를 주둔시키며 눌러 앉아있자, 구스타프는 몸이 달았다.


“기어이 한번 해보자는 건가?”


재판부를 구워삶아 편하게 영지를 손에 넣으려던 그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군사를 일으켜서 스타로비치 공국으로 진군할 준비를 했다.


구스타프가 쳐들어온다는 말에 영주들은 겁을 먹고 파랗게 질려서 미하일에게 달려갔다.


“그냥 처음부터 구스타프 후작을 선출하는 건데, 괜히 아슬라프 공작을 선출해서 전쟁을 하게 되었네.”


“그냥 아슬라프 공작님에게 포기하고 이만 물러가달라고 하면 안 될까요?”


“우리가 구스타프 후작을 너무 자극한 게 잘못이었나봅니다.”


“아슬라프 공작이 우리를 보호해 줄 주군이 되기를 바랐는데, 오히려 우리를 전쟁에 끌어들이는 셈이 되었으니, 이게 무슨 꼴이랍니까.”


그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한탄하며 투덜거렸다.


“미하일 백작. 뭐라고 말 좀 해보십시오. 당신이 아슬라프 공작을 지지하자고 하지않았습니까?”


미하일은 입을 꽉 다물고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는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구스타프 후작이 이런 사람인 줄 몰랐던 겁니까.”


그의 말에 영주들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누구 탓을 하던 아슬라프를 뽑은 것은 결국 그들 자신의 선택이었다.


미하일은 더욱 힘을 주어 말했다.


“이런 무지막지한 사람인 줄 알기 때문에 구스타프 후작을 뽑지 않은 겁니다. 원칙을 무시하고 자기가 원하는 건 폭력적으로 손에 넣으려고 하는 자라는 걸 알아서요.”


미하일의 말에 영주들은 사태를 되돌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한 영주가 힘이 풀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이제 어쩌면 좋겠소?”


미하일은 결연한 의지를 담아서 말했다.


“어쩌다니요. 우리 영지를 지키기 위해서 싸워야죠.”


“싸우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우리는 지금껏 전쟁에 나가본 적도 없잖소?”


영주들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어찌할 바를 모르며 되물었다.


제국의 안 쪽에 위치한 스타로비치 공국은 백여 년 간 야만족의 침입을 받은 적이 없었다. 막심 스타로비치 공작이 이웃 공국과 힘의 균형을 맞춰온 덕분에, 공국 간의 전쟁에도 별로 휘말린 적이 없었다. 소소한 국지전은 스타로비치 공작이 나서서 처리했고, 큰 전쟁으로 번질 위험은 외교로 어찌어찌 무마했다. 그래서 영주들도 모두 전쟁 경험이 없었다.


“우리 성은 마지막으로 전투를 치른 게 80년 전이오. 전쟁의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소.”


“우리도 치안 유지를 위한 소수의 병사밖에 없소. 그들을 전쟁터에 내보내면 성은 무법천지가 될 거요.”


영주들의 투덜거리는 불평을 듣고 있던 미하일이 입술을 깨물며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


“저는 아슬라프 공작님과 같이 나아가서 싸울 겁니다. 저도 명색이 백작이고 내 영지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인데, 언제까지 남의 손에 안보를 맡길 수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아슬라프 공작의 옆에서 전쟁을 하는 법도 배우고 경험을 쌓아서 스스로 영지를 지킬 힘을 키울 겁니다.”


미하일의 무모한 도전에 영주들이 입을 벌리고 쳐다보았다.


“그게 가당키나 하오? 우리가 전장에 나가서 뭘 할 수 있겠소? 폐나 안 끼치면 다행이지.”


“국경에서 야만족과 밥 먹듯이 전투를 한 아슬라프 공작같은 사람과, 수도에서 정치 일만 해 온 우리는 다릅니다.”


미하일은 그들에게 조용히 선언했다.


“아슬라프 공작의 지원을 받아서 하스문트 성의 샛강을 넓히는 운하공사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하스문트 성은 아슬라프 공작이 제시한 무역로 건설을 함께 할 겁니다. 공사를 중단할 수 없습니다.”


미하일의 말에 영주들은 머리를 짚고 각자 생각에 잠겼다.


‘우리 도시도 건설자금 지원을 받기로 했는데.’

‘아슬라프 공작이 건설중인 우물이 한 달 후면 완공되는데, 중지되면 어쩌지?’

‘다리 확장 공사 이야기가 잘 되고 있는데, 없던 일이 되면 곤란한데.’


아슬라프가 그들의 도시 발전을 위해 제시한 지원은 이미 시작된 것도 있고 논의 중인 것도 있었다. 그걸 포기하기는 아쉬웠다.


“구스타프의 노예나 다를 바 없는 이름뿐인 귀족으로 살며 백성의 비웃음을 받거나, 백성을 지키고 존경받는 선택을 해서 주체적으로 영지를 다스리는 귀족으로 살거나. 저는 후자를 택하겠습니다.”


지금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미하일의 비장한 모습에 영주들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저는 아슬라프 공작과 같이 싸울 겁니다.”


명료하고 간결한 미하일의 말에 영주들은 쓰읍 입맛을 다시며 바닥을 바라보았다.


“직접 전장에 나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군수물자를 보내거나 병사를 보내도 충분합니다. 우리가 뭉쳐서 아슬라프 공작과 함께한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적의 기세를 꺾을 수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설득하는 미하일의 말에 영주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물자를 보내는 거라면 할 수 있소.”

“병사도 조금 보낼 수 있소.”

“아들에게 군대를 딸려 보내서 미약한 힘이라도 보태겠소.”

“용병이라도 모집해서 보내겠소.”

“어쨌든 힘을 모아서 빨리 전쟁을 끝내야겠지요.”


영주들은 미하일의 의견대로 십시일반 전쟁물자와 군대를 모아서 아슬라프에게 보내기로 했다.


아슬라프는 구스타프를 맞아 싸우기 위해 노헨그라드의 군대를 이끌고 스타로비치로 갔다.


스타로비치에 도착하자, 전령이 도착해서 미하일이 오고 있다고 알렸다.


“나와 같이 싸우겠다고?”


아슬라프는 스타로비치 영주들이 그와 함께 싸우겠다는 통보에 놀랐다. 사실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부유했지만 전투 능력이 없었다. 대부분 용병을 고용해서 성을 방어했고, 병사가 몇 명 안 되어서 동원령을 내려도 보낼 병사도 없었다. 자금만 보내줘도 고맙고, 겁에 질려서 구스타프의 편으로 돌아서지만 않아도 다행이었다

그런데 미하일이 영주들이 보낸 지원군을 이끌고 오자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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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상속 전쟁(2) 23.04.14 557 13 12쪽
109 상속 전쟁 23.04.13 564 14 13쪽
108 미하일 백작(2) +1 23.04.12 575 14 12쪽
107 미하일 백작 23.04.11 584 14 12쪽
» 구스타프 후작의 반격 +1 23.04.10 614 15 13쪽
105 제후 선출(2) 23.04.09 619 15 13쪽
104 제후 선출 23.04.08 607 12 12쪽
103 공작의 장례식 +1 23.04.07 648 16 13쪽
102 스타로비치 공작의 양자가 되다 23.04.06 650 17 12쪽
101 게오르그의 최후 +1 23.04.05 666 17 12쪽
100 게오르그와의 결전(2) +2 23.04.04 616 17 12쪽
99 게오르그와의 결전 +2 23.04.03 648 15 12쪽
98 룽바인의 봉기 +1 23.04.02 650 17 13쪽
97 이합집산(3) +1 23.04.01 657 16 13쪽
96 이합집산(2) 23.03.31 646 18 12쪽
95 이합집산 23.03.30 693 19 12쪽
94 타라스 자작(3) +1 23.03.29 683 18 13쪽
93 타라스 자작(2) +1 23.03.28 678 20 13쪽
92 타라스 자작 +1 23.03.27 713 21 13쪽
91 명예 회복 +1 23.03.26 755 18 12쪽
90 황제의 칙서(3) 23.03.25 741 19 13쪽
89 황제의 칙서(2) 23.03.24 736 19 12쪽
88 황제의 칙서 23.03.23 776 19 12쪽
87 농민 봉기(3) 23.03.22 764 19 12쪽
86 농민 봉기(2) 23.03.21 784 18 12쪽
85 농민 봉기 23.03.20 848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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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 23.03.18 819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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