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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연재수 :
170 회
조회수 :
181,510
추천수 :
3,621
글자수 :
957,680

작성
23.03.17 18:44
조회
814
추천
17
글자
12쪽

용병대장 헬리오스(3)

DUMMY

“내 도끼 맛은 처음이지?”


은쿤이 헬리오스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은쿤의 도끼가 허공을 가르며 붕 하고 바람소리를 냈다. 날렵한 헬리오스가 재빨리 몸을 돌려 피했기 때문이었다.


“사양하겠다. 오늘은 배가 고프지 않아서.”


헬리오스는 자세를 바로잡으며 대꾸했다.

은쿤이 무거운 도끼를 다시 들어올리기 위해 팔을 늘어뜨린 사이에 헬리오스의 칼이 빠르게 은쿤의 어깨에 날아들었다.


“대신 내 칼 맛을 보여주지.”


빠직-


칼이 파고들며 은쿤의 갑옷이 찌그러졌다. 갑옷 안에서 빨간 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그러나, 은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흥, 이쑤시개같은 칼로 뭘 하겠다고.”


그러더니, 팔을 흔들어 칼을 뿌리치고 도끼로 칼을 내리쳤다.


캉-


칼은 맥없이 반토막이 났다.


“저, 저런 괴물을 봤나.”


헬리오스의 병사들은 화들짝 놀라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물러서지 마! 계속 밀어붙여!”


헬리오스는 병사들을 독려하며 중얼거렸다.


“흠. 힘 하나는 쓸만하군.”


그리고 새 칼을 꺼내서 피로 번들거리는 은쿤의 흉갑을 찔렀다.

은쿤이 얼른 몸을 뒤로 뺀 덕분에 칼끝은 갑옷에 흠집만 남기고 미끄러졌다.


“으아아앗! 이 자식이 날 열받게 해!”


2번이나 칼을 맞은 은쿤은 눈을 치켜뜨고 벼락같이 소리치며 날뛰었다.


“이 모기눈알같은 놈!”


은쿤은 있는 힘을 다해 빠르게 도끼를 휘둘렀다.

그러나, 무거운 도끼는 좀처럼 날렵한 헬리오스에게 닿지 못했다.


양쪽의 전사들도 팽팽하게 강대 강으로 맞붙었다.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고 공격 대 공격으로 맞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무거운 도끼를 휘두르는 룽족이 점점 지쳐갔다. 노련한 헬리오스 병사는 다친 사람이 얼마 없었지만, 룽족들의 몸에는 여기저기 찔린 상처로 피가 나는 자들이 많아졌다.


“너 이리 와!”


은쿤은 헬리오스에게 소리치며 있는 힘을 다해 도끼를 휘둘렀다. 헬리오스는 고개를 숙였고 도끼는 그를 지나쳐서 날아갔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피가 튀고 헬리오스의 옆에 있던 병사의 팔 한쪽이 날아갔다.


“으윽! 살려줘!”


팔을 잃은 병사가 어깨를 잡고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룽족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헬리오스의 병사 가운데 조금이라도 허술해보이는 자가 있으면 묵직한 도끼의 희생양이 되었다.


“후퇴해서 전열 정비해!”


헬리오스는 흔들리는 전열을 재정비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잠시 슬쩍 뒤로 물러섰다.


“부상자는 빠져!”


은쿤도 심한 부상자들을 후방으로 보내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그러나, 재정비하느라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 것은 헬리오스의 속임수였다. 잠시 뒷걸음질 치는가 싶더니, 번개같이 돌아서서 은쿤에게 달려들어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죽어랏!”


헬리오스의 칼이 은쿤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카강!


귀를 찢는 검음이 울려 퍼졌다.


“내 이럴 줄 알았다.”


은쿤은 씨익 웃으며 도끼로 헬리오스의 칼을 막아냈다.


“윽!”


헬리오스는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대장!”


그의 병사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간신히 몸을 뒤로 물린 그의 배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이, 이게 어찌된 겁니까.”


은쿤의 옆에 서 있던 아슬라프의 칼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헬리오스는 비틀거리며 자리에 쓰러졌다.


“눈속임은 여전하군.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아슬라프는 싸늘하게 말했다.


“네 전술은 이미 다 알고 있다.”


“어, 어떻게 그걸...”


헬리오스는 자신의 전술을 예상한 아슬라프에게 놀라서 쓰러진 채 그를 올려다보았다. 자신의 비밀전술을 자신과 한 번도 싸운 적 없는 새파랗게 젊은 영주가 알고 있다니.


헬리오스만 알렉세이1세의 전법을 알고 있는 게 아니었다. 알렉세이1세도 헬리오스가 물러서는 척하다가 역습을 하는 게 특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슬라프는 헬리오스가 그런 전술을 사용할 걸 미리 예측하고 은쿤과 룽족에게 일러주었던 것이었다.


며칠 전, 지그리드 군을 맞아 싸우기 위해 행군하면서 아슬라프가 은쿤에게 말했다.


“헬리오스는 자기가 질 싸움은 절대 하지 않는다. 질 것 같으면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해서 빠져나가지. 돈으로 움직이는 용병이라 절대 무리한 싸움은 안 해.”


“그럼 어떻게 이겨?”


궁금해하는 은쿤에게 아슬라프가 말했다.


“그러니까 자기가 이기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야지.”


“어떻게?”


“백병전에서 상처를 입으면 가벼운 상처라도 많이 다친 척해.”


“엄살을 부리라고? 그 다음엔?”


“헬리오스가 후퇴하는 척할 거야. 물러서서 시간을 주면, 우리가 전열을 재정비할 거라는 걸 아는 거지.”


“그들이 시간을 주면, 우리가 방심할 거다?”


“맞아. 헬리오스는 그때 곧바로 역습해서 치명타를 입히려고 할 거야.”


“아하. 우리도 그때를 노리면 되겠군.”


은쿤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에 앞서 맨 앞 열에 선 룽족은 갑옷 안에 빨간 돼지피를 담은 주머니를 넣어서 찔리면 주머니가 눌려서 피처럼 보이는 물이 흘러나오도록 만들었다.


이기고 있다고 믿은 헬리오스는 계속 전투를 감행했고, 마침내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 잠시 물러서는 척 했다. 그리고 곧바로 역습했고, 그의 행동을 예상한 아슬라프의 칼에 치명상을 입은 것이었다.


“크윽...”


헬리오스는 피를 토하며 얼굴이 퍼래졌다.


“대장님이 부상을 입으셨다!”


헬리오스의 용병들은 그를 들쳐메고 도망쳤다. 그러나, 상처가 깊어서 아마도 오늘을 넘기기 힘들 것이다.


“헬리오스 용병단이 퇴각합니다!”


전황을 보고받은 지그리드는 이마에 핏줄이 불끈 솟았다.


“뭐야?”


가장 믿고 있던 헬리오스가 쓰러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게 사실인가?”


헬리오스가 엄살을 부리며 뒤로 빠지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 그러나, 연락병은 헬리오스가 위독하다고 전했다.


“부상이 심각합니다.”


“아슬라프, 이놈이 헬리오스를!”


지그리드는 이를 갈며 분노했다. 그의 옆에 있던 영주들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헬리오스마저 아슬라프 렌케에게 당하다니. 그럼 우리는 더 쉽게 당하겠군.’


‘적당히 상황 봐서 도망쳐야겠어. 여기 있다간 큰일 나겠다.’


그들은 지그리드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뒤로 몸을 뺐다.


“노포크 자작! 어서 앞장서시오!”


지그리드는 영주들을 앞세워 전선으로 몰아냈다.


“어서! 놈들이 기세가 올라 덤비지 못하게 앞장서란 말이오!”


“오늘은 곧 날이 어두워질 테니, 작전을 세워서 내일 싸우시지요.”


노포크 자작은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벌써 해가 기울었습니다.”


“맞습니다. 어두워서 피아식별을 못 하면 숫자가 많은 우리가 불리합니다.”


다른 영주들도 침을 꿀꺽 삼키고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핑계를 대고 싸움을 회피했다.


“에잇! 머저리같은 것들. 내가 너희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토를 주었는데! 그게 당연한 건 줄 아느냐!”


지그리드는 이성을 잃고 펄펄 뛰며 욕설을 퍼부었고, 영주들은 묵묵히 듣고 있었지만, 같은 영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같은 귀족인데 말이 너무 심하네.’


‘아무리 자기가 상전이라도 이렇게 하대하는 건 좀 아니지.’


잠시 후 제정신이 돌아온 지그리드는 냉정하게 생각해서 지금은 일단 후퇴해야 할 때라고 깨달았다.

가장 믿었던 헬리오스가 쓰러져서, 그의 군대는 사기가 떨어졌다.


“퇴각한다.”


지그리드는 마지못해 후퇴 명령을 내렸다.

그들은 뒤쪽의 군대부터 서서히 물러갔다. 아슬라프가 추격하지 못하도록 기병대를 남겨놓았다.


“쫓아갈까요?”


예레이가 기병을 이끌고 와서 아슬라프에게 물었다.


“오늘은 아냐.”


아직은 추격하기에는 위험했다. 적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자칫하면 매복이나 포위에 당할 수 있었다.


“예봉은 꺾었으니, 내일 다시 싸우자.”


비셰, 탈베르그, 슈타인의 영주가 보낸 지원군이 곧 도착한다는 연락이 왔으니 서둘러 싸울 필요 없다.


지그리드의 진영은 밤늦게까지 전열을 재정비하고 자정이 넘어서야 조용해졌다.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아침이 왔다.

지그리드의 군대는 눈에 띄게 줄어 있었다. 밤새 탈영한 병사도 있고, 영지에 농민반란이 일어났다고 핑계를 대며 돌아간 영주도 있었다.


반면에 아슬라프의 군대는 늘어났다. 비셰, 탈베르그, 슈타인에서 지원병이 속속 도착했다.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체력이 팔팔한 신규 병력이 보급품을 가지고 합류했다는 것이 중요했다.


“빌어먹을.”


지그리드는 불길한 예감에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아슬라프가 그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줄 때는 좋았는데, 어느 순간 정신 차리고 보니, 아슬라프의 영향력이 그 못지 않게 커져 있었다.

그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지그리드의 역량이 모자라고 부실하다는 것만을 드러냈다.


아슬라프와의 전쟁은 포르디스의 반란을 제압할 때보다 훨씬 출혈이 컸다. 포르디스는 포위전이었고, 시간은 걸렸지만 큰 손실은 없이 버티다가 아슬라프의 활약으로 이겼다.


그런데 지금은 싸우면 전력의 손실이 확 체감되었다. 하루 싸웠을 뿐인데, 비장의 무기나 다름없던 헬리오스가 명을 달리했고, 사기저하로 이탈하는 병사는 늘고, 영주들의 분위기도 의욕이 없이 싸늘했다.


‘안 좋게 흘러가고 있어.’


그도 전투경험이 있었던 터라 전세를 뒤집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여전히 숫자로는 그가 우세했지만, 아슬라프의 기세를 꺾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고 숫자로만 밀어붙이기에는 아군의 피해도 클 것이었다.


“아슬라프를 죽이는 자에게는 아주르 성을 하사하겠다.”


자신이 거느린 영주들에게 커다란 포상을 걸었다.


“아주르 성이요?”

“그 큰 도시를 말입니까?”


영주와 기사들이 놀라서 웅성거렸다.


“그런데, 정면으로 싸우면 너무 피해가 큽니다. 회유를 하는 게 어떨까요?”


경험이 많은 노포크 자작이 그에게 제안했다.

이제 막 당도한 아슬라프의 봉신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회유해보자고 권했다.


“맞아. 렌케 백작의 신하들 가운데 그에게 원한을 가진 자들이 있지.”


지그리드 후작은 손가락을 딱 하고 울렸다.


“탈베르그 성주도, 비셰 성주도, 모두 아슬라프에게 아버지를 잃었지. 그들은 모두 복수를 하고 싶을 거야.”


지그리드는 편지를 써서 밤을 틈타서 아슬라프의 신하들에게 비밀리에 보냈다.


[

그대는 어찌하여 아버지를 죽인 원수인 렌케 백작을 따르고 있는가?

지금이야말로 렌케 백작에게 복수를 할 기회다.

내 편에 서면 그의 영지 중에서 원하는 성을 그대에게 주겠다.

아주르, 에셀부르, 어떤 성이든 하나를 달라는 대로 주겠다.

]


“흐흐흐, 이 정도면 분명히 흔들리는 자들이 나올 거야.”


지그리드는 손가락을 비비며 답장을 기다렸다.


“복수도 하고 영지도 얻으면 일석이조 아닌가. 이런 제안을 거절할 사람은 없지.”


한 명이라도 편을 바꾸는 자가 나온다면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다.


그때 한 병사가 지그리드 후작에게 화살에 꽂힌 편지를 가져왔다.


“지그리드 후작님께 온 편지입니다.”


적진에서 누가 편지를 전하기 위해서 화살에 묶어 날린 모양이었다.


편지를 펼쳐 읽어보니, 그것은 로게 남작이 보낸 편지였다.


[

지그리드 후작님께.

로게 남작입니다.

얼떨결에 아슬라프 백작에게 봉신하게 되었는데, 후회막심입니다.

이렇게 전쟁에 끌려들어갈 줄 몰랐습니다.

지금이라도 저를 용서해주신다면 힘닿는 대로 돕겠습니다.

]


편지를 읽은 지그리드의 얼굴이 환해졌다.


“하늘이 나를 돕는군.”


로게 남작이 마음을 다시 바꿔먹다니.

다른 영주들도 그처럼 변심한다면, 쉽게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당연히 용서하고 말고.”


그는 로게남작에게 답장을 썼다.


[

로게 남작에게

그대의 죄는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한다.

앞으로 내 명령에 따르기 바란다.

그리고 적이 어떤 전술로 나올지 아는 대로 이야기해주길 바란다.

]


몰래 편지를 보낸 지그리드는 초조하게 답장이 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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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신관 이사벨 23.04.15 536 13 12쪽
110 상속 전쟁(2) 23.04.14 556 13 12쪽
109 상속 전쟁 23.04.13 563 14 13쪽
108 미하일 백작(2) +1 23.04.12 574 14 12쪽
107 미하일 백작 23.04.11 582 14 12쪽
106 구스타프 후작의 반격 +1 23.04.10 612 15 13쪽
105 제후 선출(2) 23.04.09 617 15 13쪽
104 제후 선출 23.04.08 606 12 12쪽
103 공작의 장례식 +1 23.04.07 647 16 13쪽
102 스타로비치 공작의 양자가 되다 23.04.06 649 17 12쪽
101 게오르그의 최후 +1 23.04.05 665 17 12쪽
100 게오르그와의 결전(2) +2 23.04.04 615 17 12쪽
99 게오르그와의 결전 +2 23.04.03 647 15 12쪽
98 룽바인의 봉기 +1 23.04.02 648 17 13쪽
97 이합집산(3) +1 23.04.01 655 16 13쪽
96 이합집산(2) 23.03.31 644 18 12쪽
95 이합집산 23.03.30 692 19 12쪽
94 타라스 자작(3) +1 23.03.29 682 18 13쪽
93 타라스 자작(2) +1 23.03.28 677 20 13쪽
92 타라스 자작 +1 23.03.27 711 21 13쪽
91 명예 회복 +1 23.03.26 753 18 12쪽
90 황제의 칙서(3) 23.03.25 739 19 13쪽
89 황제의 칙서(2) 23.03.24 734 19 12쪽
88 황제의 칙서 23.03.23 774 19 12쪽
87 농민 봉기(3) 23.03.22 762 19 12쪽
86 농민 봉기(2) 23.03.21 781 18 12쪽
85 농민 봉기 23.03.20 844 20 13쪽
84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2) +1 23.03.19 847 19 13쪽
83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 23.03.18 817 20 13쪽
» 용병대장 헬리오스(3) 23.03.17 81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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