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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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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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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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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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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타라스 자작

DUMMY

빌라로스는 원래 아주르 공국의 영지였다가 게오르그가 취한 곳이었다. 타라스 자작도 알렉세이1세의 봉신이었다가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게오르그에게 봉신하게 되었다. 그러니 게오르그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게다가 타라스 자작과 알렉세이1세는 절친이나 다름없었다.

타라스와 알렉세이1세는 영주가 되기 전 십대 후반에 포르디스로 놀라갔다가 연회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당시 귀족의 자제들은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 여러 도시를 여행했고, 볼거리가 많은 항구도시 포르디스도 귀족 자제들의 단골 여행지였다.


당시 타라스는 제국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청년 검술사로 소문이 날 정도로 무술 실력이 뛰어났다. 거칠 것 없는 추진력에 자만심이 넘치던 타라스는 뛰어난 검사를 만나면 대련하자고 달려들곤 했다.

알렉세이1세의 검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을 듣고 그에게도 대련을 신청했다.


“지는 사람이 이긴 사람의 신하가 되는 거다.”


타라스는 터무니없는 내기를 걸어왔다. 지금껏 일대일 대련에서 져 본 적이 없었던 그였기에 내걸 수 있는 상벌이었다.


“좋다.”


알렉세이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제국에서 촉망받는 검술사로 떠오르는 타라스였지만, 알렉세이는 그가 다른 기사와 검술 대결하는 걸 보고 패턴을 간파하고 있었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여겼기에 물러설 이유가 없었다.


결과는 알렉세이1세의 승.

시합에서 진 타라스는 정신이 나갈 정도로 자존심이 상했을 터. 하지만, 단순한 성격의 그는 잠시 찌푸린 채 발로 땅을 구르고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화풀이를 하더니, 순순히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술을 사겠다고 했다. 그렇게 그들은 친구가 되었다.


작위를 물려받고 나서 타라스는 알렉세이1세에게 봉신하겠다고 알려왔다. 내기에서 졌으니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작위를 받은 상태로 한 대련도 아니었고, 정식 결투도 아니었기에 얼렁뚱땅 넘어갈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타라스는 자발적으로 봉신이 되어 알렉세이1세와 함께 하기를 원했다.


“어차피 빌라로스 같은 작은 성은 다른 공국과 힘을 합치지 못하면 큰 공국의 세력싸움에 이리저리 휩쓸릴 수밖에 없다. 알렉세이, 너처럼 실력있고 의리있는 자라면, 빌라로스의 미래를 의탁하기 적합한 주군이야.”


타라스를 봉신으로 받아들인 알렉세이1세는 빌라로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에셀부르와 빌라로스를 잇는 확장도로를 건설해서 포르디스까지 연결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런데 알렉세이1세가 죽고 아주르 공국이 게오르그와 지그리드에게 분할되어, 빌라로스는 둘의 협의에 따라 갤리온 공국의 일부로 할양되었다.

타라스는 그들의 독단적인 결정에 따를 수 없다며 분개했지만, 그의 영지는 갤리온 공국 영지에 둘러싸여있어서 의탁할 다른 영주가 없었다.

작은 빌라로스 성의 병력으로 게오르그와 싸우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였고, 어쩔 수 없이 게오르그에게 봉신했다.


그런데, 게오르그는 자신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은 타라스를 대놓고 따돌렸다. 빌라로스의 국경을 통제하고 무거운 통행세를 부과해서 무역로에서 소외시켰다. 지론드 공국이 된 에셀부르와 갤리온 공국이 된 빌라로스 사이의 도로도 끊어졌고, 빌리로스는 점점 고립된 시골마을이 되었다.


그러니, 타라스 자작의 입장에서는 게오르그 후작에게 불만을 갖고 동원령에 불응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타라스가 저렇게 나오면 게오르그가 상당히 짜증나겠군.’


주군의 동원령에 이유없이 불응하는 것은 반기를 드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보통은 참여할 형편이 안되더라도 눈치껏 적은 병력이라도 보내기 마련인데, 이렇게 대놓고 못 가겠다고 드러누우면 전체 군대의 사기에 적잖이 영향을 미친다. 게오르그로서는 자신의 권위에 찬물을 뿌리는 타라스가 죽이고 싶도록 미울 것이다.


아슬라프는 프랑케에게 답장을 보내서 빌라로스의 상황을 알아보도록 했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지. 나도 긴장해야지.’


그의 봉신들 가운데도 타라스처럼 병력을 안 보내고 버틸 자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미리 단속해야 한다.

상티누스를 통해 각 영주들에게 보낼 수 있는 병력을 알려달라고 편지를 보냈으니 곧 답장이 올 것이다.


이튿날부터 각 성주들로부터 출병 가능한 병력에 대한 답장이 속속 도착했다.


‘에셀부르 5천, 베덴 2백, 탈베르그 1천5백, 비셰 1천, 불스타운 5백, 노포크 3천, 슈타인 1천 등등. 여기에 아주르 3천에 용병까지 하면 1만 5천에서 6천명 정도 가능하겠군.’


다행히 아슬라프의 봉신 가운데는 병력동원을 거부한 자는 없었다.

거부할 명분이 없기도 했다. 도시에 전염병이 돌면 아슬라프는 약과 구호품을 보내주고, 가뭄이 들면 비상식량을 보내주고, 수해를 입으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 병력 동원에 문제가 될 소지를 미리 예방하고 차단했기에, 영주들도 핑계를 댈 수 없었다.


빌라로스로 간 프랑케로부터도 편지가 도착했다.


[

게오르그 후작의 병력 일부가 빌라로스를 공격하기 위해서 진군하고 있습니다.

빌라로스는 식량을 비축하고 농성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빌라로스의 상황이 좋지는 않습니다.

게오르그 후작이 빌라로스를 오랜 기간 고립시켜서 도로와 교역망이 사라졌습니다.

타라스 자작도 술독에 빠져서 정사를 돌보지 않고 방치한 지 오래라 빌라로스가 오래 버틸 것 같지 않습니다.

]


이대로라면 게오르그가 빌라로스를 점령하고 본보기로 타라스 자작을 투옥하거나 처형시킬지도 모른다.


“잘 됐습니다. 게오르그 후작이 전투 시작하기도 전에 내부에서 힘을 소모하는군요.”


상티누스가 프랑케로부터 온 편지를 읽고 고개를 들며 말했다.


“타라스 자작이 게오르그 후작에게 병력을 보내지 않는 것만 해도 우리에겐 다행스러운 일인데, 자기들끼리 싸운다니 더 좋은 일입니다.”


반색하는 그와 달리, 아슬라프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전생의 인연이긴 하지만, 자신의 첫 봉신이자 친구이기도 했던 타라스가 이대로 게오르그에게 반항하다가 잡혀 죽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

아슬라프는 자신의 배낭을 집어들었다.


“빌라로스에 가봐야겠다.”


“예? 곧 갤리온 공국과 전쟁을 할 텐데요? 빌라로스는 적국의 영지입니다.”


“그래. 그러니 비밀로 해야 한다. 내가 자리를 비운 걸 아무도 눈치 못 채게 해.”


갑작스러운 아슬라프의 말에 상티누스는 눈을 끔벅거렸다. 하지만, 이전에도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평민으로 변장하고 멀리까지 다녀오곤 했던 그였기에 새삼스러운 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알아서 문제없이 처리하겠습니다.”


상티누스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갔다.


아슬라프는 떠돌이 집시처럼 낡은 무명옷을 입고 말에 올랐다. 그리고 빌라로스를 향해 달려갔다.


그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했다.


‘술독에 빠져서 빌라로스를 방치하다니. 너답지 않군.’


타라스가 빌라로스를 얼마나 아꼈는지 알고 있는 아슬라프로서는 그가 그렇게 폐인이 되었다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슬라프가 기억하는 타라스는 의욕에 넘치고 절망적인 전투 상황에서도 항상 투지에 불타오르는 모습이었다. 그런 그가 술에 취해 사람도 만나지 않고 은둔하고 있다니.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었다.


‘술에 취해 폐인이 된 척 하면서 게오르그를 속이는 건 아닌가?’


하지만, 빌라로스로 향하는 길을 가면서 그것은 사실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도로는 십여년 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이 곳곳이 유실되어 흙에 덮여 있었다.

마차가 지나다니기 어려우니 상인들의 발길도 점점 뜸해졌을 것이다.


빌라로스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도시 여기저기 잡초가 무성하고 버려진 폐허나 다름없는 광경이었다. 수십년 전 활기찬 무역망에 위치한 거점도시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아슬라프는 여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프랑케를 찾아갔다.


“게오르그 후작이 타라스 자작을 파면하고, 빌라로스를 직할영지로 바꿔서 통치할 신하를 임명해 보냈다고 합니다. 그가 군대를 이끌고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프랑케는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데, 타라스 자작은 여전히 저택에 틀어박혀서 술만 마시고 있다고 합니다.”


자기를 쫒아내고 죽이려는 적이 다가오는데도 술만 마시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타라스 자작은 왜 저러는데? 원래 술을 즐기긴 했어도 술꾼은 아니었잖나?”


“주민들 말로는 알렉세이1세가 돌아가시고 게오르그 후작의 봉신이 된 이후로 사람이 변했다고 합니다.”


“아...”


아슬라프는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었다.


역시 타라스 자작이 변한 데에는 알렉세이1세의 죽음과 게오르그 후작의 탄압이 주요 원인이었다.


“타라스 자작을 만날 방법은 없나?”


“글쎄요. 가족과 신하와 하인 등 대여섯 명 외에는 안 만난다고 합니다.”


“주민들도 안 만나나?”


술을 좋아하던 타라스는 자주 잔치를 베풀고 주민들과 술을 마시며 애로사항을 들어주곤 했다.


“주민들은 타라스 자작을 본 지가 까마득해서 얼굴도 잊어버렸다고 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아슬라프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어울려 놀기 좋아하던 타라스가 이렇게 은둔한 걸 보면 아무래도 삶의 의욕을 잃고 우울증에 걸린 모양이었다.


“일단 가보자.”


그들은 타라스 자작의 저택으로 가서 동태를 살폈다.


문앞에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백성들이 타라스 자작을 만나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번개가 쳐서 불이 나는 바람에 집이 다 타버렸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병충해로 작물이 다 시들어서 세금을 낼 수 없습니다. 제발 자작님을 만나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집사는 침울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자작님께서는 아무도 만나지 않으십니다. 장관님께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지난번에도 장관님께 전달하시겠다고 하셨는데 아무런 조치도 없었습니다. 자작님을 직접 만나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집사는 말없이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병사들이 저택의 문을 닫아버렸다.


“어떡하죠? 아무도 안 만나준다는데요.”


프랑케가 물었다.


아슬라프는 팔짱을 끼고 중얼거렸다.


“타라스 자작을 만나기 전에 집사부터 통과해야겠네.”


그는 배낭에서 귀족이 입는 비단옷을 꺼내서 입고 칼을 차고 말에 올라 프랑케에게 고삐를 잡히고 저택으로 갔다.


“게 아무도 없느냐.”


우렁찬 아슬라프의 목소리에 집사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어 쳐다보았다. 근래 빌라로스를 찾은 귀족이 없는데, 보기 드물게 위풍당당한 귀족의 모습이 보이자, 눈이 휘둥그레져서 내려와서 문을 열었다.


“누구십니까? 존함을 말씀해주십시오.”


아슬라프는 도도하게 눈을 내리깔고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프랑케가 대신 대답했다.


“주인님께서 미천한 자에게는 이름을 알려주고 싶지 않으시다고 합니다.”


전쟁이 일촉즉발의 상황인데, 갤리온 공국의 영지에서 함부로 이름을 밝힐 수 없었다.

프랑케의 말에 집사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그와 아슬라프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분명히 높은 신분의 고귀한 귀족같아 보이는데 이름을 알려줄 수 없다니, 무례하게 캐물을 수도 없었다.


“이것을 타라스 자작에게 전달하고 만나고 싶다고 전하라.”


아슬라프의 말에 프랑케는 배낭에서 뭔가를 꺼내서 집사에게 내밀었다. 섬세하게 세공되어 값어치가 나가 보이는 상자였다.


“이게 뭡니까?”


“자작께서 직접 보시면 알 것이다.”


위압적인 아슬라프의 태도에 집사는 어찌해야 하나 머리를 긁적이다가 상자를 가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걸로 되겠습니까?”


프랑케는 고개를 갸웃했다.


“차라리 귀한 술이라도 가져왔다고 하면 들여보내주지 않을까요?”


그런데 잠시 후, 집사가 구르듯이 달려나와서 그들을 집안으로 맞아들였다.


“어서 안으로 모시랍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집사의 말에 프랑케는 입을 벌리고 멍하니 아슬라프를 쳐다보았다. 타라스 자작과 일면식도 없는 아슬라프가 무슨 물건을 주었길래 25년간 아무도 만나지 않던 자작이 만나자고 하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들어가자.”


아슬라프는 안내하는 집사를 따라 저택으로 들어가, 2층에 있는 타라스 자작 방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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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미하일 백작 23.04.11 584 14 12쪽
106 구스타프 후작의 반격 +1 23.04.10 614 15 13쪽
105 제후 선출(2) 23.04.09 619 15 13쪽
104 제후 선출 23.04.08 608 12 12쪽
103 공작의 장례식 +1 23.04.07 648 16 13쪽
102 스타로비치 공작의 양자가 되다 23.04.06 651 17 12쪽
101 게오르그의 최후 +1 23.04.05 667 17 12쪽
100 게오르그와의 결전(2) +2 23.04.04 616 17 12쪽
99 게오르그와의 결전 +2 23.04.03 648 15 12쪽
98 룽바인의 봉기 +1 23.04.02 650 17 13쪽
97 이합집산(3) +1 23.04.01 657 16 13쪽
96 이합집산(2) 23.03.31 646 18 12쪽
95 이합집산 23.03.30 693 19 12쪽
94 타라스 자작(3) +1 23.03.29 683 18 13쪽
93 타라스 자작(2) +1 23.03.28 678 20 13쪽
» 타라스 자작 +1 23.03.27 714 21 13쪽
91 명예 회복 +1 23.03.26 755 18 12쪽
90 황제의 칙서(3) 23.03.25 741 19 13쪽
89 황제의 칙서(2) 23.03.24 736 19 12쪽
88 황제의 칙서 23.03.23 777 19 12쪽
87 농민 봉기(3) 23.03.22 764 19 12쪽
86 농민 봉기(2) 23.03.21 784 18 12쪽
85 농민 봉기 23.03.20 848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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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 23.03.18 819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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