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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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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7,680

작성
23.03.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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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타라스 자작(3)

DUMMY

게오르그의 군대가 빌라로스 인근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게오르그는 자신의 수하인 호딩 자작을 빌라로스의 새로운 성주로 임명해서 임명장을 주었고, 그가 군대를 지휘해 진군하고 있었다.


아슬라프와 타라스는 성안의 물자와 무기를 점검하고, 부대를 적소에 배치했다.

적막하던 빌라로스가 갑자기 분주해졌다.


“어서 빨리빨리 움직여!”


병사들은 녹슨 창칼을 닦고 기름을 발랐다. 메워진 해자를 다시 넓고 깊게 파서 적이 성벽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성주님이 갑자기 웬일이래?”


“아슬라프 후작이 봉신계약을 하자고 직접 찾아왔대.”


주민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술에 빠져서 저택 밖에는 얼굴도 비추지 않던 타라스 자작이 사람이 달라져서 나타나니 놀랄 일이었다.


“예전에 타라스 자작님의 모습이야. 빌라로스도 예전의 번성하던 때로 돌아갈 수 있어. 우리 성주님을 믿고 힘을 실어드리자.”


그러자 성안의 주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게오르그 후작이 우리한테 해준 게 뭐야. 교역로를 봉쇄하고 세금만 걷어갔어.”


“이참에 확실히 노헨그라드 공국의 편에 서서 갤리온 공국의 통치를 벗어나자.”


농부들까지 나서서 풀이 무성하게 자란 물길을 정비해서 해자에 물을 채웠다. 장인들은 화살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깎았다. 대장장이가 화살촉을 만들도록 자신의 집의 냄비와 쇠붙이를 내놓았다. 여자들은 창고에 쌓인 전쟁 물품들을 날라서 광장에 내놓고 필요한 곳에 가져다주었다.

밤낮으로 불을 밝히고 작업에 몰두한 결과, 짧은 시간에 그럭저럭 싸울 준비가 갖춰졌다.


“이제 여기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호딩의 군대가 성을 포위하기 전에 돌아가십시오.”


타라스는 아슬라프가 빌라로스에 발이 묶이지 않도록 돌아가라고 했다. 게오르그의 본대가 에셀부르로 향하고 있으니, 아슬라프도 본대를 오래 비울 수 없었다.


“이제 빌리로스도 내 영지이니, 원군이 필요하면 보내주겠게.”


아슬라프는 지원군을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타라스는 자신있다는 듯이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쳤다.


“호딩 녀석 정도는 한 손으로도 이길 수 있습니다. 적을 무찌르는 대로 동원령에 응하겠습니다.”


“그러게나. 자네가 여기서 오래 버텨주기만 해도 게오르그는 목에 가시가 걸린 기분일 거야.”


아슬라프는 그를 격려하고 말에 올라 출발했다.

아슬라프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찰병이 달려왔다.


“적이 오고 있습니다!”


호딩이 군대가 언덕 너머에 모습을 드러냈다.


“성문을 닫아.”


타라스는 해자에 다리를 감아올리고 문을 잠갔다.


“나는 빌라로스의 새로운 영주로 임명받은 호딩 자작이다. 타라스 자작은 나와서 주군 게오르그 후작의 명령을 받아라.”


호딩은 굳게 닫힌 성벽에 대고 소리쳤다. 타라스는 성벽 위에 올라와서 그에게 주먹을 흔들었다.


“무슨 개소리냐? 주군이라니?”


“게오르그 후작이 너의 주군이시잖느냐?”


“천만의 말씀. 내 주군은 아슬라프 렌케 후작님이다.”


타라스는 의기양양하게 아슬라프와의 봉신 계약서를 흔들었다.


“빌라로스는 노헨그라드 공국의 영지다. 그러니까 어서 썩 꺼져!”


“뭐, 뭐야?”


호딩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술에 곯아떨어져 있을 거라 여겼던 타라스가 어느새 아슬라프와 봉신계약을 맺었는지 믿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언제 봉신 계약을 맺은 거냐? 게다가 타라스는 술주정뱅이라더니 멀쩡하잖아?”


그는 불길한 예감에 신음소리를 내며 타라스를 노려보았다.


“어차피 호락호락 문을 열어줄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호딩은 자신이 이끌고 온 부대에 공격명령을 내렸다.


“공격하라!”


그러자 적병이 해자 건너편으로 사다리를 놓고 건너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해자는 며칠 새에 더 넓고 깊게 파여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해자가 거의 말라붙었다고 했잖나?”


호딩은 미리 빌라로스를 염탐하고 돌아온 정찰병에게 호통쳤다. 정찰병은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게... 제가 봤을 때는 분명히... 열흘 전에는 해자도 좁고 물이 거의 없었습니다.”


“에잇! 쓸모없는 놈.”


호딩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지만, 비가 와서 해자에 물이 찼겠거니 생각했다.


“그냥 건너가라!”


호딩은 천천히 사다리를 보수해서 길이를 늘이는 대신, 무작정 맨몸으로 해자를 헤엄쳐 건너라고 지시했다. 부관이 그의 무모한 작전을 만류했다.


“해자를 그냥 건너면 화살받이가 될 겁니다.”


“정찰병의 조사로는 타라스 자작은 술에 미쳐서 무기도 정비하지 않고 군기강도 흐트러져 있다고 했다. 활줄도 늘어져 있고 화살도 없다고 했다. 그러니 우리가 강을 건너도 아무런 반격을 하지 못할 거다.”


“하, 하지만...”


부관이 말리는데도, 승전에 눈이 먼 호딩은 작전을 강행했다.


“게오르그 후작님이 하루 속히 빌라로스를 점령하라고 하셨다. 갤리온 공국의 사기가 우리의 전투에 달려있다. 건너가!”


게오르그는 빌라로스를 점령하고 타라스를 단죄해야 군기를 바로 세울 수 있으니 병력의 손실이 있더라도 최대한 서두르라고 호딩에게 명령했다. 그러니, 호딩의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이 무거운 갑옷을 입고 해자의 물에서 허우적거리는데 성벽 위로 궁수들이 나타났다.


“궁수들입니다. 어찌할까요?”


얼굴이 하얗게 질린 부관이 당혹해하며 호딩을 돌아보았다.


“걱정마라. 화살은 금방 떨어질 거다. 염탐한 정찰병의 말로는 창고에 화살이 거의 없다고 했다.”


호딩은 병사들을 더욱 재촉했다.


“어서 빨리 건너가!”


휙- 휘리릭-


하늘에서 비처럼 화살이 떨어졌다.


“윽!”

“으윽!”


화살을 맞은 병사들이 해자의 물속으로 가라앉으며 피를 뿜어내서 물이 빨갛게 물들었다.


“이대로는 피해가 너무 큽니다.”


부관이 호딩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고 전열을 재정비해서 싸우자고 했다.


“곧 화살이 떨어질 테니 기다려봐. 어서 빨리 건너!”


호딩은 병사들을 몰아붙였다.


슈욱- 슉-


그러나, 화살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화살이 제법 많군.”


호딩은 끙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안절부절했다. 병사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갔다.


“성벽을 기어올라가!”


간신히 해자를 건너온 몇몇 병사들이 사다리를 걸치고 성벽을 올라갔다.


피웅- 핑-


성벽 위에서 화살이 날아왔고, 몇 걸음 올라가지도 못하고 해자로 굴러떨어졌다.


“젠장!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맞는 정보가 하나도 없잖나?”


호딩은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쳤다.


“타라스는 술수정뱅이라더니 정신이 멀쩡하고, 해자는 말라붙었다더니 강물처럼 깊고, 화살이 얼마 없다더니 분수처럼 쏟아지고, 도대체 뭘 알아보고 온 거냐?”


호딩은 분에 못이겨서 칼을 뽑아 정찰병에게 다가갔다.


“틀린 정보만 주다니, 너, 이놈. 너 사실 적의 스파이지?”


“아닙니다. 제가 봤을 때는 분명히...”


그는 정찰병의 변명을 듣지 않고 칼로 찔렀다.


“으윽!”


정찰병은 그대로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호딩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병력을 물려 전열을 정비하려고 했지만, 이미 상황은 기울었다. 절반 가량의 병력이 해자에서 허우적대거나 화살에 맞은 상태였다.


“철수하라!”


해자에서 기어나와 후퇴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물에 젖은 채 하나 둘 빠져나온 병사들은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겁에 질려있었다. 자신의 부대를 찾지 못하고 오합지졸이 되어 무기를 버리고 도망치기 바빴다.


“돌아와! 돌아오라고!”


호딩은 발을 구르며 소리쳤지만, 병사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저들이 나옵니다!”


성문이 동시에 열리자, 말에 오른 타라스가 병사를 이끌고 다리를 건너왔다.


“게 섯거라! 어딜 도망가느냐!”


전투 경험이 많지 않은 타라스의 병사들이었지만, 나이 많은 타라스가 직접 선두에 서서 달려가니,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앗!”


타라스는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창병의 창을 칼로 쓸어 나뭇가지처럼 후두둑 꺾어버렸다.


“우와!”


호딩의 병사들은 생각지도 못한 타라스의 반격에 당황했다.

타라스는 술에 취해서 저택에만 틀어박혀있는다고 들어서 성벽만 넘으면 간단하게 점령할 수 있을 거라 여겼는데, 갑옷을 갖춰 입고 직접 나와서 진두지휘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타라스는 거침없이 말을 달려나와 미처 수비태세를 갖추지 못한 부대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저, 저런. 저걸 봐.”


허를 찔린 적병들은 놀라서 물러서며 그를 쳐다보았다.

타라스의 검술은 그리 녹슬지 않았다. 힘은 예전 만 못했지만, 검을 휘두르는 족족 정확한 타격에 적의 손발이 날아갔다.

그제야 병사들의 입에서 저절로 이런 소리가 나왔다.


“타라스는 한때 제국 최고의 검사였어.”

“맞아. 알렉세이1세 다음가는 검사였지.”

“이길 수가 없어.”


그러자, 다음 순간 공포가 밀려왔다. 전설처럼 내려오던 타라스에 관한 일화들이 눈앞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타라스의 명성에 겁먹은 적의 대형이 무너지고 도망치기 시작하자, 반대로 타라스의 병사들은 기가 살아서 덤벼들었다.


“돌격!”


해자에 빠져 많은 병사가 죽고 도망쳤는데도 숫자는 호딩의 병사들이 여전히 2배쯤 많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반대였다. 적은 수의 타라스의 병사들이 많은 수의 호딩의 병사를 추격하며 잡아죽였다.


“사, 살려주십시오.”


호딩의 병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호딩! 너 따위가 빌라로스의 성주라고? 어림없지. 나한테 한 번도 못 이겼잖나?”


타라스는 호딩의 깃발을 발견하고 그의 앞으로 곧장 달려갔다. 타라스와의 과거 대련을 떠올린 호딩은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이기기는커녕 삼 합 넘게 버틴 적도 없었다. 겁에 질려 덜덜 떨었지만, 허풍을 떨며 큰소리쳤다.


“네, 네 이놈! 게오르그 후작님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지금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어서 당장 무기를 버려라!”


“술도 안 취한 놈이 말이 많구나.”


타라스는 씨익 웃더니 눈빛을 번득이며 칼을 겨누었다. 그 눈빛을 본 호딩은 뒷목이 서늘해졌다. 타라스를 상대해야 한다니 정신이 아득했다.


“어서, 어서 저 놈을 쳐라!”


호딩은 부하들에게 타라스를 칼로 가리키며 지시했다. 일대일로 해서는 이길 자신이 없었다. 부하들이 타라스의 주위를 에워쌌다.


“흥.”


타라스는 코웃음을 치더니 번개같이 말 등에서 뛰어올라서 호딩의 위를 덮쳤다.


“악!”


호딩의 얼굴에 위에서 떨어지는 타라스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다음 순간, 타라스의 칼이 호딩의 투구에 내리꽂히자, 투구가 빠개지며 피가 솟구쳤다.


“호딩 자작님이 죽었다!”


대장을 잃고 남은 적병들은 아무런 저항없이 항복했다.


타라스는 그들을 포로로 잡고 호딩 군대가 남기고 간 보급과 전리품을 가지고 성 안으로 돌아왔다.


“타라스 자작님 만세!”


빌라로스 주민들은 환호하며 그를 맞았다. 타라스는 노획한 군량을 풀어서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모두 수고했다. 게오르그 후작의 이별 선물이다.”


그의 말에 주민들은 기뻐하며 박수쳤다.


“게오르그 후작이 우리한테 그렇게 못된 짓을 하더니만, 통쾌하네요.”


“갤리온 공국에서 벗어나니 속이 시원합니다.”


“아슬라프님을 따르면 예전에 알렉세이1세때처럼 다시 잘 살 수 있겠지요?”


“그럼. 그렇고말고.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거든.”


타라스는 모처럼 껄껄 웃으며 시종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창고를 열어서 술을 모두 나눠줘라! 나는 이제 술이 필요 없다.”


주민들과 소탈하게 어울리던 예전의 타라스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온 것이었다.


타라스의 승전보는 아슬라프에게도 편지로 전해졌다.

빌라로스의 병력을 재편성해서 아슬라프가 동원령을 내리면 언제든 출정할 수 있도록 준비해놓겠다고 했다.


“좋았어. 최소한 5백 명은 더 늘어나겠군.”


아슬라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력을 배치안을 확인했다.


패전보는 게오르그에게도 전해졌다.


“뭐? 호딩이 죽었어? 군대는 궤멸했고?”


게오르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주먹을 부르쥐었다.


“폐인이 되었던 타라스 자작이 제정신을 차렸다고? 아슬라프와 봉신계약을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그는 분에 못이겨 들고 있던 잔을 내동댕이쳤다. 쨍그랑 소리와 함께 잔이 산산조각났다. 그의 손에서 피가 흘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갚아주겠다, 아슬라프.”


게오르그는 허공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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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미하일 백작 23.04.11 584 14 12쪽
106 구스타프 후작의 반격 +1 23.04.10 614 15 13쪽
105 제후 선출(2) 23.04.09 619 15 13쪽
104 제후 선출 23.04.08 608 12 12쪽
103 공작의 장례식 +1 23.04.07 648 16 13쪽
102 스타로비치 공작의 양자가 되다 23.04.06 651 17 12쪽
101 게오르그의 최후 +1 23.04.05 667 17 12쪽
100 게오르그와의 결전(2) +2 23.04.04 616 17 12쪽
99 게오르그와의 결전 +2 23.04.03 649 15 12쪽
98 룽바인의 봉기 +1 23.04.02 650 17 13쪽
97 이합집산(3) +1 23.04.01 657 16 13쪽
96 이합집산(2) 23.03.31 646 18 12쪽
95 이합집산 23.03.30 693 19 12쪽
» 타라스 자작(3) +1 23.03.29 683 18 13쪽
93 타라스 자작(2) +1 23.03.28 678 20 13쪽
92 타라스 자작 +1 23.03.27 714 21 13쪽
91 명예 회복 +1 23.03.26 755 18 12쪽
90 황제의 칙서(3) 23.03.25 741 19 13쪽
89 황제의 칙서(2) 23.03.24 736 19 12쪽
88 황제의 칙서 23.03.23 777 19 12쪽
87 농민 봉기(3) 23.03.22 764 19 12쪽
86 농민 봉기(2) 23.03.21 784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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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2) +1 23.03.19 849 19 13쪽
83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 23.03.18 820 2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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