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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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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7,680

작성
23.04.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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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3쪽

제후 선출(2)

DUMMY

“생각이 변하지 않았습니다.”


미하일은 외면하며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더욱 굳어졌습니다. 아슬라프 공작님에 대해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정말 더 대단한 분이시더군요.”


그는 자조적으로 씁쓸하게 웃으며 내뱉었다.


“저같은 평범한 귀족과는 비교도 안 되는 위대한 전쟁 영웅이시더군요. 전투 한 번 치러 본 적 없는 저와 다르게 수많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명장. 아슬라프 공작님과 비교할수록 초라해지는 저 자신이 한심하네요.”


아슬라프를 인정하며 자신을 비하하는 미하일을 보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말끝을 흐렸다.


“과찬입니다. 미하일 백작님도 장점이 있으신데...”


“저도 장점은 있죠. 하지만, 혼자 힘으로 백성을 지키지도 못하고, 좋아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지도 못하는 저한테 그런 장점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나약한 영주의 비겁한 자기변명일 뿐입니다.”


그는 허탈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아슬라프 공작님은 사비나가 해적들에게 시달릴 때 직접 배를 타고 나아가 무역로를 개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라면 사비나에게 위험한 바다로 가지 말고 안전한 길로 다니라고 말했겠지요. 공작님처럼 사비나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함께하기는커녕 발목 잡고 말았을 겁니다.”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자괴감 때문에 도저히 아슬라프 공작님과는 같이 갈 수 없습니다. 공작님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힘듭니다. 그러니 저의 지지를 얻으려는 것은 포기하십시오. 제발 저를 내버려두십시오.”


‘하... 이런...’


아슬라프는 할 말을 잃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그에게 개인감정 때문에 하스문트의 미래를 망치다니, 편협하고 못났다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많은 백성을 책임지는 영주로서 사랑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그릇된 판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인간이 가진 원초적 연애 감정과 질투심을 아예 무시하고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존심 때문에 아슬라프를 혐오하고 비아냥거리고 망하기를 바라고 증오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저 자기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고, 지지할 수 없다고 이해를 구하는 그를 야단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자신이 싫어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도 가식 없이 본심을 말하니 다들 그를 좋아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아슬라프는 그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알아두십시오.”


잘난척하거나 빈정거리지 않고 진지하게 말하는 아슬라프의 태도에 외면하던 미하일은 고개를 돌려서 그와 눈을 마추치고 쳐다보았다.


“사비나는 계속 저와 함께 갈 겁니다. 저를 멀리하시면 그만큼 사비나와도 멀어진다는 건 알고 계셔야 합니다.”


그 말에 미하일은 움찔 하며 아슬라프를 쳐다보았다. 그가 아슬라프를 반대한 걸 알게 되면 사비나는 미하일에게 실망할 것은 자명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겠지만, 만에 하나 사비나와 반대편에서 전쟁을 치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비나가 그간 전쟁에서 항상 아슬라프의 편에 선 것이 사실이었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건 미하일도 짐작하는 바였다. 아슬라프와 구스타프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사비나는 구스타프의 편에 선 미하일에게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설마...”


미하일은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지 당황하며 동공이 흔들렸다. 사비나와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것도 괴로운데, 완전히 사이가 틀어져서 원수가 된다는 건 견딜 수 없을 터.


아슬라프는 참담한 표정의 미하일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미하일 백작님. 그렇게 자학할 필요 없습니다. 당신은 용기가 있는 분입니다.”


“제가요?”


“자기의 약하고 부끄러운 점을 솔직하게 말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백작님은 구스타프 후작보다 훨씬 용기있는 사람입니다.”


미하일은 아슬라프가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구스타프 후작이 장례식에서 나를 모욕할 때 백작님이 중간에 나서서 말리셨죠. 다른 사람은 구경만 하고 있는데도요. 전쟁에서 칼을 휘두르는 것만이 용기는 아닙니다. 남들이 나서기 싫어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뛰어들어서 수습하는 것도 용기 아닐까요?”


불행하고 우울해 보이던 미하일의 표정이 아슬라프의 말에 조금은 풀리는 듯 보였다.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사실 저는 겁도 많고 검술이 엉망입니다. 군대를 통솔하는 데에도 재능이 없습니다. 저같은 사람을 영주로 모시는 제 백성들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말과 외교술로 어떻게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는 아슬라프가 자기 마음을 얻으려고 입에 발린 칭찬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낀듯했다. 그의 단점을 조롱하기보다 장점을 인정하고 가치를 알아주는 아슬라프에게 조금은 마음이 열린 듯했다.


“그런데 아슬라프 공작님을 보니 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고 비교가 되어 부끄럽더군요. 평화만 추구할 게 아니라, 더 군사적인 능력을 쌓으려고 노력했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화도 중요하죠. 사람은 각자 자기가 타고난 재능이 있습니다. 백작님은 타고난 재능을 활용해서 잘하고 계신 겁니다.”


아슬라프는 부드럽게 그의 마음을 다독였다.


“백작님의 부족한 군사적 능력을 제가 채워드리겠습니다. 하스문트 성의 백성들이 적의 공격을 받지 않고 평화롭게 살도록 지켜드리겠습니다.”


미하일이 가장 콤플렉스로 여기는 부분을 건드리자, 그는 감정이 울컥하는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감사합니다. 아슬라프 공작님이 좋은 분인 건 알겠는데, 사비나를 생각하면 공작님을 뵙기가 괴롭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비나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면 미하일은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모양이었다. 아슬라프는 사비나에게 마음이 없다는 걸 분명히 밝혔다.


“사비나는 좋은 사람이지만, 저에게는 그냥 남동생같은 존재입니다.”


전생에 자신의 부관이었던 세르게이의 환생인 그녀에게 연정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예? 남동생이요?”


미하일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되물었다. 아슬라프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얼른 말을 바꿨다.


“아니, 여동생이요. 사비나가 좋은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그게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미하일 백작님처럼 따듯하고 사비나에게 충실한 사람이라면 반대할 마음은 없습니다.”


미하일은 얼굴이 붉어져서 도리질했다.


“놀리지 마십시오. 아슬라프 공작님같은 영웅을 좋아하는 사비나가 저같은 사람이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미하일 백작님의 마음속의 용기가 빛을 발할 날이 오면 사비나도 알아줄 겁니다.”


아슬라프의 진정성이 담긴 말에 미하일은 격했던 감정이 누그러지는 듯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이내 아슬라프의 말이 그의 표를 얻기 위한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작님은 정말 마음이 넓으신 분이군요. 보잘것없는 저를 이렇게 배려해주시고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다시 생각해보겠습니다.”


미하일은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은 사비나를 포기하거나 마음을 접을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이 서자, 희망이 생긴 듯했다.


구스타프 역시 영주들을 만나며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집중공략했다.


“아슬라프는 노헨그라드 공국에만 신경쓰지, 스타로비치 공국은 멀리 떨어져서 관심도 없을 거요. 세금만 뜯어 가지, 그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소.”


특히 아슬라프에게 투표한 것으로 보이는 영주들을 찾아다니며 겁박했다.


“유사시에 여러분의 영지를 지켜줄 수 있는 건 가까이에 있는 나, 구스타프 후작이오.”


그는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으름장을 놓았다.


“마지막까지 나를 찍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나 역시 그와 그의 영지를 가장 후순위에 둘 것이오. 어차피 결국은 내가 스타로비치 공국의 왕이 될 텐데, 잘 생각하시오. 앞으로 인생이 고달파 지지 않으려면 선택을 잘하란 말이오.”


노골적인 협박에 영주들은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하나 갈팡질팡하는 표정으로 말없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러는 사이에 미하일은 구스타프를 지지하기로 한 영주들을 만나서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저는 아슬라프 공작을 지지하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의 말에 영주들이 놀라서 물었다.


“어째서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구스타프 후작을 지지하자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구스타프 후작은 끈질긴 사람이라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요.”


미하일은 결정을 바꾸게 된 이유를 그들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구스타프 후작의 협박에 못 이겨 그의 신하가 되면 그 짐은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 백성들이 지게 됩니다. 우리 손으로 계약서에 사인하는 순간, 죽을 때까지 구스타프 후작에게 끌려다니게 될 겁니다. 구스타프 후작이 봉신 영지에 무리한 세금을 물리고 과한 요구를 한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영주들은 옅은 한숨을 쉬며 탄식했다. 그들도 구스타프 후작이 남의 말을 듣지 않은 강압적이고 탐욕스러운 자라는 건 알고 있었다.

반면에 아슬라프는 봉신들의 영지와 서로 윈윈하는 개발정책을 추구하는 군주라는 소문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들 모두에게 아슬라프가 더 좋은 주군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역시 구스타프의 보복이 두려웠다.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한 번에 확실하게 해야 오히려 후환이 없습니다.”


미하일은 차분하고 예의바르지만 거역할 수 없는 조용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설득했다.

그의 결심이 굳다는 걸 깨달은 영주들은 미하일에게 동조했다.


“알겠소. 나도 그럼 아슬라프 공작을 뽑겠소.”

“미하일 백작. 당신의 판단을 믿겠소.”


오전만 해도 무기력하게 있다가 갑자기 확신을 가지고 단호하게 바뀐 미하일의 태도에 영주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오후에 투표가 재개되었다.

영주들은 한 명씩 투표함에 이름을 쓴 종이를 넣었다.


법률가가 투표함을 열어서 이름을 읽었다.


“아슬라프 렌케 스타로비치 공작. 1표.”


출발이 좋았다. 아슬라프는 미소 지었고, 구스타프는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아슬라프 렌케 스타로비치. 2표.”


아슬라프는 미하일을 쳐다보았다. 미하일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아슬라프를 쳐다보고 눈짓을 했다. 그가 돌아섰으니 이번에는 최소한 4:4로 동률이 나올 것이다.


“아슬라프 렌케 스타로비치. 3표.”


3연속 아슬라프가 나오자, 구스타프는 초조해하며 몸을 들썩였다.


“아까 아슬라프를 찍었던 3명이 또 나를 안 찍었군. 두고 보자.”


그는 입속으로 중얼거리며 첫 투표에서 아슬라프를 지지한 영주들을 노려보았다.


“아슬라프 렌케 스타로비치. 4표.”


과반은 확보했다. 아슬라프는 안도하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다음 투표에서 분위기를 몰아서 표 다지기를 하면 된다.


“아슬라프 렌케 스타로비치. 5표.”


오전 투표에서 3:5로 불리했던 아슬라프가 5:0으로 역전하자 참관하던 사람들은 술렁거리며 서로 귓속말했다. 구스타프도 얼굴이 시뻘게져서 모자를 벗어서 움켜쥐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누구야? 누가 마음을 바꿨나? 가만두지 않겠다.”


구스타프는 아슬라프를 찍은 자를 색출해서 보복하겠다는 듯이 영주들을 노려보았다.

이제 마지막 3장의 투표지가 남아있었다.


“아슬라프 렌케 스타로비치. 6표.”


6:0으로 벌어지자 구스타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었다. 이러다가 만장일치로 아슬라프가 선출되어버릴 수도 있었다. 여세를 몰아가려던 그의 계획이 완전히 박살난 것은 물론이고, 이번 판에 완전히 결정이 되어버릴 수도 있었다.


“아슬라프 렌케 스타로비치. 7표.”


아슬라프는 설마하는 마음으로 투표지를 바라보았다.


저 마지막 투표지에 그의 이름이 적혀 있으면 만장일치로 끝나는 것이었다.


“자, 잠깐. 개표를 중지하시오.”


구스타프는 다급하게 손을 내저으며 중단시키려 했다. 구르듯이 앞으로 달려가서 투표함을 가로막았다.


“뭔가 잘못됐소. 이럴 수는 없소.”


그러나, 법률가의 손이 조금 빨랐다. 그는 이미 마지막 투표지를 꺼내서 손에 들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투표지를 열어서 이름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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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상속 전쟁(2) 23.04.14 556 13 12쪽
109 상속 전쟁 23.04.13 563 14 13쪽
108 미하일 백작(2) +1 23.04.12 574 14 12쪽
107 미하일 백작 23.04.11 583 14 12쪽
106 구스타프 후작의 반격 +1 23.04.10 612 15 13쪽
» 제후 선출(2) 23.04.09 618 15 13쪽
104 제후 선출 23.04.08 606 12 12쪽
103 공작의 장례식 +1 23.04.07 647 16 13쪽
102 스타로비치 공작의 양자가 되다 23.04.06 649 17 12쪽
101 게오르그의 최후 +1 23.04.05 665 17 12쪽
100 게오르그와의 결전(2) +2 23.04.04 615 17 12쪽
99 게오르그와의 결전 +2 23.04.03 647 15 12쪽
98 룽바인의 봉기 +1 23.04.02 648 17 13쪽
97 이합집산(3) +1 23.04.01 656 16 13쪽
96 이합집산(2) 23.03.31 645 18 12쪽
95 이합집산 23.03.30 692 19 12쪽
94 타라스 자작(3) +1 23.03.29 682 18 13쪽
93 타라스 자작(2) +1 23.03.28 677 20 13쪽
92 타라스 자작 +1 23.03.27 711 21 13쪽
91 명예 회복 +1 23.03.26 753 18 12쪽
90 황제의 칙서(3) 23.03.25 739 19 13쪽
89 황제의 칙서(2) 23.03.24 734 19 12쪽
88 황제의 칙서 23.03.23 774 19 12쪽
87 농민 봉기(3) 23.03.22 762 19 12쪽
86 농민 봉기(2) 23.03.21 782 18 12쪽
85 농민 봉기 23.03.20 844 20 13쪽
84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2) +1 23.03.19 847 19 13쪽
83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 23.03.18 817 20 13쪽
82 용병대장 헬리오스(3) 23.03.17 81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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