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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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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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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농민 봉기(2)

DUMMY

“어떡할까요?”


예레이가 예배당을 쳐다보며 물었다.

어차피 물과 먹을 것이 떨어지면 손들고 나올 테니 길어봐야 3주였다. 그러나, 아슬라프는 빨리 끝내기를 원했다. 오합지졸인 농민을 상대로 길게 싸울 필요 없었다.


“창문을 부수고 들어갈까요?”


아슬라프는 고개를 저었다. 예배당의 창문에는 성자의 그림이 새겨져 있어서, 누가 밀고하면 신성모독죄에 걸릴 수 있다.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편이 좋았다.


“불화살을 쏘면 놀라서 튀어나올 겁니다.”


예레이가 제안했지만, 아슬라프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 잘못하면 저 안의 사람들이 다 죽는다.”


가장 쉬운 방법은 예배당의 지붕에 올라가서 천정에서 불화살을 쏘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 수백 명의 농민들이 모두 연기에 질식하거나 타 죽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러면 봉기는 진압해도 마을의 민심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될 것이다. 또 농사를 지을 장정들이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죽으면 남은 가족도 살길이 막막하고 마을은 이대로 폐허가 되어버린다.


“그럼 어떻게 끌어내죠?”


예레이가 아슬라프를 보고 물었다.

저스틴의 성격 파악을 끝낸 아슬라프에게는 방법이 있었다.


“놈은 자존심이 쎈 놈이니, 성질을 긁으면 제 발로 걸어올 거다.”


다음날 아슬라프는 예배당 앞으로 가서 소리쳤다.


“저스틴. 너희는 포위되었다. 항복하라.”


예상한 대로 저스틴은 종탑 꼭대기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소리쳤다.


“어림없는 소리! 우린 끝까지 싸울 것이다.”


“굳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킬 필요가 있나? 우리끼리 승부를 내자.”


아슬라프는 그에게 둘이 싸우자고 제안했다.


“내가 지면 병사들을 이끌고 떠나겠다. 네가 지면 항복해라.”


저스틴은 평민이니 결투를 할 수는 없고, 승부에 따라 약속대로 항복하지 않는다고 뭐라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저들의 대장인 저스틴이 죽거나 패배하면 구심점이 없어져 곧바로 무너질 것이다.


저스틴은 갑작스러운 제안에 잠시 대답없이 머뭇거렸다.


“나를 이길 자신이 없나?”


아슬라프의 예감은 적중했다. 자기 확신에 넘치는 저스틴은 아슬라프의 도발을 무시하지 못하고 걸려들었다.

저스틴은 눈에 불꽃이 튀며 흥분해서 목소리가 떨렸다.


“검술을 좀 하나 본데? 그래봐야 넌 애송이다. 나는 귀족 출신이라 검술을 기초부터 탄탄하게 배웠는데, 너야말로 감히 나를 이길 수 있겠나?”


저스틴은 아슬라프가 집시족 출신이라 검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귀동냥으로 얕은 잡기술만 배웠을 거라고 무시했다.


“길거리에서 배운 검술로 뭘 하겠다는 거냐?”


검술은 기초부터 탄탄히 배우고 수년간 꾸준히 연습해서 검사의 몸을 만들어야 그것이 실전에서 빛을 발휘한다. 무거운 검을 들고 빠르게 움직이는데 필요한 근육이 생성되어있어야 한다. 무의식중에 정확하게 힘을 실어 움직이는 동작이 뇌에 새겨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적에게 빈틈을 주지 않는다. 기초가 부족하면 처음에는 몰라도 자세히 보면 어딘가는 빈틈이 보이기 마련이었다.

집시로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하던 아슬라프에게 그런 기본기가 있을 리 없다고 깔보는 것이었다.


“입으로만 나불거리지 말고, 검 들고 나와.”


아슬라프는 군사를 뒤로 물리고 혼자서 검을 들고 예배당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후, 예배당 문이 열리더니 갑옷을 입은 저스틴이 오른손에 방패, 왼손에 검을 들고 걸어 나왔다.


‘뭐야? 왼손잡이네?’


아슬라프는 그의 손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수저나 펜을 왼손으로 잡는 왼손잡이는 더러 있었지만, 칼을 왼손으로 잡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밀집대형에서 혼자만 반대편으로 칼을 잡으면 옆사람에게 걸리적거려 대형이 망가지니, 왼손잡이라도 무조건 칼은 오른손으로 잡도록 배우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왼손으로 칼을 잡는다는 건 저스틴이 얼마나 자기주장이 강한 자인지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검술을 배울 때는 오른손으로 배웠겠지만, 독학으로 왼손 검술을 익혔을 것이다.


“이야앗!”


저스틴은 아슬라프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달려들었다. 왼손잡이 검사를 상대해본 경험은 없을 테니, 당황한 틈에 기선을 제압해서 이기려는 계산이었다.


“받아랏!”


저스틴의 검이 아슬라프의 가슴으로 찔러왔다.


일반적으로는 오른손으로 한 공격은 왼손으로 방패를 들어서 막았다. 그러나 왼손 검사를 상대하면 반대쪽에서 검이 날아오니 순간적으로 헷갈릴 수밖에 없었다. 오른손의 검, 왼손의 방패 중 어느 것으로 막을까 우물쭈물하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뒤로 밀리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아슬라프는 무의식적으로 한 발자국 오른쪽으로 내딛으며 방패로 저스틴의 칼을 받았다. 그리고 오히려 오른쪽에 남은 공간을 이용해서 저스틴의 옆구리를 찔렀다.


“엇!”


저스틴은 역습에 당황하며 얼른 뒷걸음질쳤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의 옆구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말았을 것이다.


아슬라프의 선방과 그에 이은 역습에 놀란 것은 저스틴만이 아니었다. 아슬라프 자신도 놀랐다.


‘내가 어떻게 왼손잡이 검사를 상대하는 방법을 알지?’


이번 생에 배운 검술은 없으니 전생에 알았을 것이다.


‘내가 왼손 검사와 싸운 적이 있었나?’


전생을 되짚어보니 왼손잡이 검사가 떠올랐다. 바로 알렉세이1세의 아버지 줄리어스 백작이었다.


줄리어스 백작은 왼손과 오른손 모두 잘 쓰는 검사였다. 그래서 아들인 알렉세이를 가르칠 때도 종종 왼손으로 상대했고, 그 덕분에 알렉세이1세는 왼손잡이 검사를 상대하는 방법을 잘 알았다.


“어, 어, 어떻게 내 검을 받았지?”


저스틴은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그의 왼손 공격을 받아내고 빈틈의 역습까지 매끄럽게 하는 아슬라프를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길거리에서 검을 배운 건 너로구나. 어떻게 왼손으로 칼을 잡냐?”


아슬라프는 저스틴에게 말로 되갚아주며 빈정거렸다.


“흥. 젠장.”


할 말이 없어진 저스틴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이얍!”


왼손으로 정신없이 빠르게 내리치는 공격을 본능적으로 막으며 아슬라프는 그의 검법을 파악했다.

처음 보는 그의 공격을 감으로 막아낼 수 있는 게 신기했다. 머리로 이쪽으로 공격이 들어올 거라는 걸 아는 게 아니라 몸이 그냥 움직였다.


‘분명히 전에 겨뤄본 적이 있어.’


저스틴과 싸우는데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검을 겨룬 느낌이 들었다.

검법은 널리 알려진 것들이었다. 그런데 그가 검법을 섞어서 쓰는 유형과 패턴이 독특하면서도 익숙했다.


‘공격하는 척하려고 일부러 발을 앞으로 내미는군.’

‘내 다음 수를 읽으려고 칼을 좌우로 흔들어서 내 반응을 보겠지.’

‘어디서 많이 본 자세인데. 어디서 봤지?’


아무리 되짚어봐도 그렇게 수없이 많이 검을 겨룬 사람은 알렉세이1세에게 검술을 가르쳐준 검술선생님뿐이었다. 그런데 그의 자세는 저스틴과는 전혀 달랐다.


‘선생님은 아니고... 친구였나?’


알렉세이1세가 청년시절 어울리며 검술연습을 한 친구들 가운데도 저런 자세와 검술을 구사하는 자는 없었다.


‘도대체 누구냐, 너?’


아슬라프는 답답한 마음에 전생과 환생에서 만난 사람들을 차례로 떠올렸다.


‘어디서 봤지?’


그 순간 저스틴의 칼끝이 아슬라프의 코앞을 슝하고 스쳐 갔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일단 이겨야지.’


아슬라프는 정신을 집중해서 그를 이길 방법을 궁리했다.


그러다 문득 아슬라프는 알렉세이1세가 왼손으로 검을 쓰는 아버지를 이겼던 최초의 대련을 떠올렸다. 알렉세이는 왼손으로 공격하는 아버지를 좀처럼 이길 수 없었다. 줄리어스 백작이 뛰어난 검사였는데, 방향마저 헷갈리니 소년 알렉세이는 아버지를 한 번도 이길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알렉세이는 아버지처럼 왼손으로 검을 잡아보았다. 자신은 오른손잡이였지만, 왼손으로 검을 잡고 아버지가 하듯이 연습해보았다. 1년 넘게 연습한 끝에 왼손의 움직임이 부드러워지며 왼손으로도 제법 검을 잘 쓸 수 있게 되었다.


‘네가 왼손으로 검을?’


줄리어스 백작은 아들이 어느 날 왼손으로 검을 잡고 서자, 깜짝 놀랐다.


‘검만 잡는다고 될 것 같나? 왼손 검법은 오른손 검법하고 전혀 달라.’


아버지는 알렉세이을 얕잡아보고 공격했다.

그런데 결과는 알렉세이의 승리였다.


사실 알렉세이는 1년동안 아버지와 검술을 겨룰 때마다 검법을 기억했다가 기록하고 분석하며 자기 나름대로 왼손 검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여전히 오른손이 편했지만, 왼손으로도 그럭저럭 실전에서 싸울 수 있게 되었다.

알렉세이는 아버지의 왼손 검법을 익혔을 뿐 아니라 왼손으로 왼손 검법을 상대하는 법까지 연습했는데, 줄리어스 백작은 왼손 검법을 구사하는 자와 싸워본 적이 없어서 대비책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알렉세이의 왼손 공격에 빈틈을 보이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래. 저스틴도 자기가 왼손을 쓴다는 것에만 자만심이 넘쳐서 왼손 검사를 상대할 연습까지는 안 했을 거야.’


스스로 왼손 검법을 쓰지만, 왼손 검사를 상대해본 적은 없는 저스틴의 맹점을 파악한 아슬라프는 오른손에 쥐었던 검을 왼손에 쥐고, 왼손의 방패를 오른손에 쥐었다.

그러자, 예상대로 저스틴은 깜짝 놀랐다.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네, 네가 왼손으로 검을?”


그는 처음으로 왼손 검사를 상대하는지 동공이 흔들리며 표정이 일그러졌다. 연속해서 자신의 예상을 빗나가는 아슬라프의 검술에 자신감이 떨어지는 모양이었다.


“너도 왼손 검법을 쓴다고? 어, 어떻게?”


이번에는 아슬라프가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달려들었다.


“어, 어엇!”


저스틴은 갑자기 바뀐 공격방향에 뇌 정지가 오는지 뒷걸음질 치며 양손으로 창과 방패를 들어 허공을 휘저었다.


‘지금이다!’


아슬라프는 그가 양손으로 아슬라프를 막으며 하체를 무방비로 노출한 틈을 타서 발로 그의 무릎을 걷어찼다.


“윽!”


저스틴은 중심을 잃고 바닥에 벌러덩 넘어졌다.


아슬라프는 쓰러진 저스틴의 목에 칼을 내리쳤다.


“앗!”


날아오는 칼날에 저스틴은 피할 생각도 못 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아슬라프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목 앞에서 칼을 멈췄다.


‘뭐지?’


저스틴은 차가운 칼날이 자신의 목을 누를 뿐 아래로 눌러내려오지 않자 서서히 눈을 떴다.

놀란 것은 아슬라프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왜 이자를 죽이지 않지?’


승패는 이미 갈렸고 전투에서도 이긴 거나 다름없으니 굳이 죽일 필요가 없긴 했다. 하지만, 어차피 그는 반란의 수괴로 평생 감옥에 갇혀있거나 교수형 당할 운명이었다. 죽인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아슬라프는 어쩐지 그의 목을 벨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그의 팔을 붙잡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 자를 체포하라.”


아슬라프의 명령에 병사들이 달려와서 저스틴을 꽁꽁 묶어서 끌고갔다.


“너희들의 수장이 졌다. 모두 항복하라.”


아슬라프의 말에 예배당 문이 열리고 저항하던 농민들이 힘없이 걸어나왔다. 그들을 말없이 무릎을 꿇고 아슬라프의 처분을 기다렸다. 리더인 저스틴이 없이, 배운 게 없는 가난한 농민들끼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슬라프는 그들의 신원을 파악해서 가담 정도에 따라 벌로 강제노역을 일정 기간 부과하라고 지시했다. 그 정도면 봉기를 일으킨 데 대한 적당한 처벌이었다.


그러면서도 아슬라프의 머릿속은 저스틴에 대한 생각으로 복잡했다.


‘저스틴을 왜 살려줬지? 전에 어디서 본 것 같아서 그랬나? 누군지 궁금해서?’


그때 아슬라프의 눈앞에 환각이 펼쳐졌다.


그곳은 전장이었다. 말과 병사들이 한 데 얽혀서 아비규환이었다. 히힝거리는 말과 사람의 비명 소리, 사방에서 풍기는 피 냄새, 둔탁한 타격음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들 가운데서 싸우고 있는 귀족이 있었다.


‘저 사람은?’


아주르 가문의 독수리 문양이 새겨진 갑옷을 입고 깃발 아래 서 있는 사람.

왼손으로 검을 잡고 휘두르는 검사는 다름 아닌 알렉세이1세의 아버지 줄리어스 백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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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제후 선출(2) 23.04.09 617 15 13쪽
104 제후 선출 23.04.08 606 12 12쪽
103 공작의 장례식 +1 23.04.07 647 16 13쪽
102 스타로비치 공작의 양자가 되다 23.04.06 649 17 12쪽
101 게오르그의 최후 +1 23.04.05 665 17 12쪽
100 게오르그와의 결전(2) +2 23.04.04 615 17 12쪽
99 게오르그와의 결전 +2 23.04.03 647 15 12쪽
98 룽바인의 봉기 +1 23.04.02 648 17 13쪽
97 이합집산(3) +1 23.04.01 656 16 13쪽
96 이합집산(2) 23.03.31 644 18 12쪽
95 이합집산 23.03.30 692 19 12쪽
94 타라스 자작(3) +1 23.03.29 682 18 13쪽
93 타라스 자작(2) +1 23.03.28 677 20 13쪽
92 타라스 자작 +1 23.03.27 711 21 13쪽
91 명예 회복 +1 23.03.26 753 18 12쪽
90 황제의 칙서(3) 23.03.25 739 19 13쪽
89 황제의 칙서(2) 23.03.24 734 19 12쪽
88 황제의 칙서 23.03.23 774 19 12쪽
87 농민 봉기(3) 23.03.22 762 19 12쪽
» 농민 봉기(2) 23.03.21 782 18 12쪽
85 농민 봉기 23.03.20 844 20 13쪽
84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2) +1 23.03.19 847 19 13쪽
83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 23.03.18 817 20 13쪽
82 용병대장 헬리오스(3) 23.03.17 81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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