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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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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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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황제의 칙서

DUMMY

아슬라프는 레지스탄의 민심을 안정시키고 근방의 다른 영지도 순찰하고 아주르 성으로 돌아왔다.


농민봉기를 빠르게 수습하고 봉신 영주들의 충성 서약을 받은 아슬라프는 영지가 두 배 이상 넓어졌다.

대영주가 된 아슬라프는 자신의 영지를 노헨그라드 공국으로 명명했다.

아주르 공국의 왕이었던 알렉세이1세의 위치에 근접했다.

게오르그에게 빼앗긴 영지만 되찾으면 그때보다도 더 넓은 영지의 왕이 되는 셈이었다.


아슬라프가 각 영지에 내린 첫 번째 명령은 도로망을 정비하는 것이었다.


“옛 아주르 공국의 도로를 복원해서 연결해라.”


이미 과거에 놓았던 도로가 있으니 인력을 들여서 보수하고 정비하면 되었다. 지그리드와 영주들이 관리하지 않고 방치해서 기능을 잃어버린 도로이지만, 기반공사를 충실히 해놓아서 금방 복구되었다.


도로 중간 구간에 말을 갈아탈 수 있는 마굿간과 여인숙, 수레를 고칠 수 있는 대장간도 세웠다. 그러자, 각 도시를 오가는 물류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매끄러운 돌로 포장된 도로가 영지 곳곳을 연결하자, 오가는 수레와 상인이 늘어났다. 그러자 그들이 내는 세금도 많아지고 선순환이 일어나면서 아슬라프의 자산은 점점 눈덩이를 굴리듯이 불어났다.


노헨그라드 공국을 세운 아슬라프는 황제에게 자신에게 후작의 작위를 내리고 노헨그라드 공국의 왕으로 인정해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한 달 후에, 황제에게서 그의 작위를 승인하는 임명서가 도착했다.


“노헨그라드 공국 만세! 내가 제국에서 나라를 세우는 데 일조할 줄이야.”


은쿤이 싱글벙글하며 기뻐했다.


“축하드립니다. 렌케 후작님.”

“평화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진 것 같습니다.”


예레이와 병사들도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특히 상티누스와 요빅처럼 알렉세이1세를 섬기던 옛 신하들은 감회가 남다른 듯했다.


“알렉세이1세가 아주르 공국을 세웠을 때가 생각납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요즘은 역시 살아있길 잘했구나, 잘 버텼구나 싶습니다.”


아슬라프는 내가 알렉세이1세라고 말은 할 수 없었지만, 그를 따르고 끝까지 신의를 지키느라 고생한 옛 신하들이 웃는 얼굴을 보자, 마음이 뭉클했다.


“이젠 걱정 말고 나를 믿고 따라오게.”


힘든 시간을 겪고 다시 삶의 동력을 찾게 된 그들의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상티누스가 아슬라프에게 물었다.


“알렉세이1세의 전기가 완성되었습니다. 출판해도 되겠습니까?”


그는 수년간 알렉세이1세에 관한 역사서를 저술하고 있었다.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을 종합해서, 최종 원고가 완성되었다면서 아슬라프에게 내밀었다.


“아직은 아니오.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오. 조금만 더 기다리시오.”


아슬라프는 보완해야 할 내용이 있을지 모른다며, 출판을 잠시 보류하라고 했다.


상티누스는 알렉세이1세의 총리였던 자신이 모르는 일이 있을 리가 없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더 밝혀질 것이 뭐가 있습니까?”


아슬라프는 입술을 굳게 다물며 대답했다.


“황제폐하께 확인할 게 있소.”


“예에? 황제폐하께요?”


상티누스는 무슨 말인지 어안이 벙벙해서 그를 쳐다보았다. 황제와 알렉세이1세와 아슬라프 사이에 무슨 확인할 게 있다는 건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시종이 편지를 가지고 들어왔다.


“황제의 초청장입니다.”


의무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새롭게 공국을 세우고 황제로부터 임명장을 받았으니, 시간이 되는 대로 황제를 알현하고 인사하는 것이 관례였다.


“당연히 황제폐하를 찾아뵈어야지.”


아슬라프는 제국의 수도 이카루스를 향해 출발했다.

그 전에 가는 길에 스타로비치 공국에 들렀다.


“잘 지내셨습니까?”


그새 더 나이를 먹은 스타로비치 공작은 이전보다 쇠약해진 모습이었지만, 아슬라프를 반갑게 맞았다.


“오랜만이야. 자네가 후작이 되었다니 놀랍군. 정말 축하하네.”


그는 자신의 밑에서 일하던 평민 아슬라프가 5년 만에 후작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아슬라프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서자가 후작이 된 것은 제국에서 결코 흔치 않은 일이었다.


“공작님이 저를 믿고 군대를 빌려주신 덕분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슬라프가 처음으로 자신의 군대를 갖게 된 것은 스타로비치 공작의 후원 덕분이었다. 그 군대로 베덴 성에서 연족을 물리치고 베덴 성주가 되어, 차근차근 영토를 넓혀나갔다.


“허허, 군대를 빌려준다고 아무나 자네처럼 성공하는 게 아니지. 연족 마을에서 나를 구해준 자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장차 큰일 낼 젊은이라는 걸 알아봤지.”


그는 환하게 웃으며 아슬라프의 어깨를 쳤다.


“듣자 하니, 노헨그라드 공국이 영토만 빠르게 늘어난 게 아니라, 백성들도 잘살게 되었다는데, 그게 다 자네 능력 아니겠나.”


“과찬이십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아무튼 이제 중앙 정치에도 발을 들여놓게 되었으니,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야기하게. 중앙 귀족들은 텃세가 심하거든. 물어봐도 잘 알려주지 않을 걸세.”


스타로비치 성은 국경에 위치한 아슬라프의 영지에 비하면 제국 수도와 가까이에 있어서 황제와 관련된 정보를 빠르게 입수할 수 있었다.


“온 김에 식사하고 하룻밤 묵고 가지?”


“예. 감사합니다. 스타로비치의 포도주가 정말 그리웠습니다.”


“하하. 여기 포도주는 제국에서 유명하지.”


스타로비치 공작은 양을 잡아서 아슬라프와 일행을 대접했다. 새콤한 포도주와 구수한 양고기 냄새가 성에 진동했다.


아슬라프는 스타로비치 공작과 술잔을 기울이며, 황제와 제국의 귀족들에 대한 여러 가지 중요한 이야기를 들었다.


“황제폐하를 알현하는 건 처음이지?”


공작은 목소리를 낮춰서 아슬라프에게 속삭였다.


“황제께서는 변덕이 심하셔서 하시는 말씀을 그대로 믿으면 나중에 곤란한 일이 생길 수 있네. 항상 나중에 다른 말씀을 하실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게.”


아슬라프도 알고 있었다. 알렉세이1세때 황제를 만나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신하들을 믿지 않고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으시지.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되어서 쿠데타의 위협에 시달리셨으니 무리도 아니야.”


황제 헤르만 4세.

그는 13살의 나이에 황제가 되었고, 몇 차례 쿠데타를 겪었다. 황궁을 버리고 도주를 고민할 정도도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모두 진압했다.


“공작님같은 충신이 황제폐하의 옆에 있었으니 다행입니다.”


“나야 수도를 지키는 일만 했지. 실제로 반란군과 싸운 건 알렉세이1세의 공이 컸지.”


알렉세이1세도 황제의 편에 서서 몇 차례의 쿠데타를 진압했다. 그 공으로 반란 영주의 영토를 할양받아서 아주르 공국을 넓혀나갔다.


스타로비치 공작은 고개를 저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한탄했다.


“정작 그 충성스러운 알렉세이1세가 반란을 일으킬 줄은 꿈에도 몰랐어.”


게오르그와 지그리드 연합군이 알렉세이1세를 죽이자, 황제는 그에게 반역죄를 선고했다.


황제의 비서관이 밝힌 알렉세이1세의 죄목은 크게 4가지였다.

첫째, 황제에게 역심을 품고 군대를 일으켜 수도로 진군했다.

둘째, 이단 종교를 숭배하고 신에게 불경한 행동을 했다.

셋째, 룽족, 연족 등 야만족과 내통하여 국가를 넘기려 했다.

넷째, 키헨의 무고한 주민을 학살했다.


이 가운데 키헨 학살은 블라디가 저지른 일이라는 게 밝혀졌다. 이제는 모두 알렉세이1세는 키헨 학살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키헨 학살은 블라디 남작의 짓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단을 숭배하거나 야만족과 내통했다는 것도 물증은 없지 않습니까?”


둘째와 셋째 죄목도 구체적인 근거는 없었다.

이단을 숭배했다는 건 알렉세이1세가 자신의 영지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준 것을 트집 잡은 것이었다.

야만족과 내통했다는 것도 그의 군대에 룽족과 연족의 비율이 높고, 귀화한 야만족이 공무원과 법관이 될 수 있도록 차별을 철폐하고 법률을 정비한 것 이외에는 달리 증거로 내세울 만한 게 없었다.

사실상 황제가 전쟁에서 이긴 게오르그와 지그리드의 요구를 들어주어 그들이 주장하는 그대로 발표한 것이었다.


“그건 그래. 대충 갖다 붙인 거지. 다른 귀족의 영지에서 일하는 이민족과 이교도도 많은데. 알렉세이1세가 그들과 내통했다는 증거는 없지.”


스타로비치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터무니없는 모략이었다는 게 누구에게나 분명히 보였다.


“하지만 반란죄는 다르지. 이건 황제폐하께서 직접 인정한 거니까.”


첫째 죄목 역심을 품었다는 것은 황제와 관련있는 항목이었다.

알렉세이1세가 아주르 공국의 국경을 넘어 군대를 움직인 것이 황제에 대한 쿠데타였다는 뜻이다.


알렉세이1세가 갤리온 공국으로 군대를 진군시킨 것은 황제의 비밀 칙서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황제는 오히려 알렉세이1세가 군대를 움직인 것이 반역죄라고 선언했다.


‘황제가 승자의 손을 들어주었군.’


게오르그와 지그리드의 쿠데타 위협 때문에 그들이 시키는 대로 발표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황제가 마음 한구석에는 자신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고 억울하게 반역의 누명을 쓴 알렉세이1세에 대한 연민이 있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과연 황제가 그런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었던가? 전생의 기억으로는 아니었다. 황제는 신하들을 서로 견제하고 이용하는 수단으로 여길 뿐, 모두 자신의 잠재적 경쟁자로만 여겼다.

알렉세이1세가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다가 공격받아 죽었다 한들 황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알렉세이1세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면, 최소한 반역죄를 첫 번째 죄목으로 넣기보다는 세 번째나 네 번째 죄목으로 넣었어야 했다. 사람들은 어쨌든 첫 번째 죄목을 가장 크게 기억하기 마련이니까.


아슬라프는 씁쓸한 마음을 접기 위해 달콤한 생크림 파이 디저트를 입에 넣었다.


“알렉세이1세의 반란을 진압했으니 황제폐하께서 게오르그 후작을 총애하시겠군요.”


지금은 황제와 게오르그의 사이가 좋은 편인지 궁금했다.


“그렇지도 않네. 처음에는 게오르그 후작이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척했지만, 차츰 황제의 충신들과 경쟁자를 제거하며 세력을 키웠거든.”


게오르그는 알렉세이1세의 아주르 공국 영토 가운데 서쪽 지방과 강변의 도시들을 갤리온 공국에 합병했다. 북쪽 변방에 있던 갤리온 공국은 강에 접한 도시를 손에 넣으며 급속하게 상업이 발전했다.

또한 황궁이 있는 제국의 수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영토가 확장되어서, 황제는 늘 게오르그 후작의 동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당할 황제는 아니었다. 게오르그 후작을 견제하기 위해서 다른 영주들을 부추겨 싸움을 붙였지만, 그들은 모두 게오르그에게 패배했다.


“게오르그 후작에게 반대하는 영주는 모두 그의 공격을 받아서 영토를 잃었지. 그래서 이젠 그를 견제할 세력이 거의 없어졌어.”


변방의 귀족이었지만, 경쟁자를 제거하고 영토를 흡수한 게오르그는 차츰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재력과 권력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는 황궁의 시종들에게까지 그의 입김이 미치고 있다고 했다.


“그럼 황제께서 게오르그 후작을 불편해하신단 말입니까?”


“불편해하시다마다. 심지어 게오르그가 황녀를 자기 아들과 약혼시키려고 하고 있으니 말일세.”


세력이 커진 게오르그는 황제가 자신을 멀리하자, 아예 황녀를 며느리로 맞아 황실의 일원이 되려고 했다.


하지만, 황제는 자기 아들에게 위협이 될 게오르그와 혼사를 맺고 싶어 하지 않았다. 황자들이 후사 없이 요절하게 되면 간혹 황녀와 결혼한 사위가 황제의 자리를 물려받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니 게오르그에게 황자들을 제거하고 자기 아들을 보위에 올릴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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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미하일 백작 23.04.11 584 14 12쪽
106 구스타프 후작의 반격 +1 23.04.10 614 15 13쪽
105 제후 선출(2) 23.04.09 619 15 13쪽
104 제후 선출 23.04.08 607 12 12쪽
103 공작의 장례식 +1 23.04.07 648 16 13쪽
102 스타로비치 공작의 양자가 되다 23.04.06 650 17 12쪽
101 게오르그의 최후 +1 23.04.05 666 17 12쪽
100 게오르그와의 결전(2) +2 23.04.04 616 17 12쪽
99 게오르그와의 결전 +2 23.04.03 648 15 12쪽
98 룽바인의 봉기 +1 23.04.02 650 17 13쪽
97 이합집산(3) +1 23.04.01 657 16 13쪽
96 이합집산(2) 23.03.31 646 18 12쪽
95 이합집산 23.03.30 693 19 12쪽
94 타라스 자작(3) +1 23.03.29 683 18 13쪽
93 타라스 자작(2) +1 23.03.28 678 20 13쪽
92 타라스 자작 +1 23.03.27 713 21 13쪽
91 명예 회복 +1 23.03.26 755 18 12쪽
90 황제의 칙서(3) 23.03.25 741 19 13쪽
89 황제의 칙서(2) 23.03.24 736 19 12쪽
» 황제의 칙서 23.03.23 777 19 12쪽
87 농민 봉기(3) 23.03.22 764 19 12쪽
86 농민 봉기(2) 23.03.21 784 18 12쪽
85 농민 봉기 23.03.20 848 20 13쪽
84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2) +1 23.03.19 849 19 13쪽
83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 23.03.18 819 20 13쪽
82 용병대장 헬리오스(3) 23.03.17 81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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