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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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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7,680

작성
23.03.2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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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3쪽

황제의 칙서(3)

DUMMY

“그걸 다 공개하면 곤란한데.”


황제는 망설이며 편지를 공개했을 때의 득실을 따져보았다.


“알렉세이1세를 반역자라고 선언했는데, 이제 와서 그게 아니고, 그의 아들과 내 딸이 수십 년 간 약혼상태였다?”


“알렉세이1세는 죽은 지 오래된 사람인데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가 반역자가 아니었다고 말을 뒤집는다 한들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겁니다.”


아슬라프는 황제를 설득했다. 과거에 했던 말을 뒤집는 것에 대한 체면 손실보다 현재의 이득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오르그 후작도 자기 영토로 진군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 황제폐하라는 사실을 알아도 이미 20년 전의 일을 왈가왈부하지는 못할 겁니다. 오히려 폐하께서 그의 의중을 꿰뚫어 보시고 선제적으로 조치하신 것에 대해 놀라며, 폐하의 정확하고 치밀한 안목을 두려워하게 될 것입니다.”


황제는 수긍하는 듯이 수염을 쓸었다. 어차피 게오르그도 황제가 여러 차례 다른 사람을 이용해 그를 견제해온 건 알고 있었다. 당장은 게오르그의 혼담 압박을 피하는 게 우선이었다. 비밀 칙서 공개로 게오르그에게 과거에 내란 음모 의혹에 연루된 이미지가 씌워진다면, 황제로서는 나쁠 게 없었다.


“헌데 게오르그의 군대가 수도 가까이에 주둔하고 있으니...”


황제가 머뭇거리며 쓴입맛을 다셨다. 게오르그에게 맞서는 행동을 하기에는 그의 군사력이 걱정스러운 모양이었다.


“제 군대가 갤리온 공국의 국경에 있습니다. 게오르그 후작의 군대가 조금이라도 폐하를 위협하려는 조짐이 보이면 저도 즉시 출병할 겁니다.”


아슬라프의 말에 황제의 얼굴이 환해졌다. 한시름 덜었다는 표정이었다.


“알겠네. 그러면 자네가 편지를 공개하게. 내가 그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하겠네.”


황제가 알렉세이1세에게 편지를 보내서 게오르그를 견제하도록 했고, 그 명령에 따라 거병한 알렉세이1세는 반역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황제가 공인하겠다는 것이었다.


“진정 그대는 다른 뜻은 없는가?”


의심많은 황제는 여전히 아슬라프에게 감춰진 속셈이 있는지 물었다.

아슬라프로서는 알렉세이1세를 복권시키고, 게오르그의 평판을 떨어뜨리니 일석이조였지만,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었다.


“황제폐하와 제국이 평화롭고 안전한 것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자네와 같은 충신이 있으니 안심이네.”


아슬라프의 도움으로 게오르그의 압박에서 벗어난 황제는 기뻐하며 치하했다.

한결 가벼워진 황제의 표정을 보니 아슬라프의 마음도 흔들렸다.


‘황제는 게오르그가 승리해서 마지못해 알렉세이1세를 반역자로 지목했고, 내심 복권시켜주고 싶었던 걸까?’


확인차 아슬라프는 스쳐 지나가듯이 물었다.


“알렉세이1세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왜 하필 그에게 혼사까지 제안하며 게오르그 후작을 견제하라고 하셨습니까? 믿을 만한 사람이었습니까?”


황제가 알렉세이1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아슬라프는 충성을 다한 자신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기를 바랐다.


황제는 기억을 더듬는 듯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알렉세이1세라. 내가 왜 혼사를 제안했냐고?”


그는 고개를 돌려 아슬라프를 보고 대답했다.


“그가 가장 충성스러운 자였으니까.”


황제의 말에 아슬라프는 가슴이 찌릿했다. 그래도 황제가 자신의 충심을 알아주기는 했구나 하고 자신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감동은 오래 가지 않았다. 황제의 다음 말에 한숨이 나왔다.


“동시에 가장 위험한 자이기도 했고.”


결국은 알렉세이1세가 반란을 일으킬까 봐 선수를 쳐서 혼사를 제안했다는 뜻이었다.


“그의 세력이 더 커졌으면 황실은 위험에 빠졌을 거야. 하지만, 죽었으니 이제 걱정할 건 없지. 얼마든지 명예를 회복시켜줘도 상관없지.”


황제는 알렉세이1세를 복권시켜줌으로써, 그를 죽인 게오르그의 체면을 깎아내리고 세력을 약화시키는 게 목적이었다. 알렉세이1세가 죽은 후에도 이용하려는 생각뿐이었다.


‘에휴,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아슬라프는 마음속으로 어금니를 질끈 깨물며 중얼거렸다.


‘이번 생에는 너같은 황제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일 따위는 없다.’


기껏 충성을 바쳤는데 돌아온 건 반역자라는 죄목이었고, 황제는 그가 죽어서도 이용할 마음뿐이니, 이런 자를 위해서 피 한방울, 눈물 한 방울, 땀 한 방울 흘릴 이유가 없다.


아주르 성으로 돌아온 아슬라프는 비밀금고로 가서 황제의 칙서를 꺼냈다.


먼지 앉은 낡은 칙서였지만, 붉은 색 황제의 인장은 여전히 또렷이 알아볼 수 있었다. 한쪽 발을 들고 발톱을 세운 사자의 모양이었다.


아슬라프는 아주르 성의 성직자와 법관들을 불러모았다.

그들의 입회 하에 황제의 비밀 칙서를 공개했다.


“22년 전 알렉세이1세가 황제폐하로부터 받은 비밀 칙서를 서고에서 발견했습니다.”


아슬라프는 황제의 인장이 찍힌 편지를 내보였다. 참관인들은 웅성거리며 편지를 살펴보았다.


“이것이 아주르 성에서 발견되었다고요?”

“황제의 편지가 맞습니까?”

“인장이 찍힌 걸 보면 맞는 것 같습니다.”

“사자의 갈기 모양이 다르지 않습니까?”

“지금은 새로 만든 걸 사용하지만, 22년전에 사용한 인장은 이게 맞습니다.”


그들은 어떤 내용이 적혀있을지 호기심어린 눈으로 아슬라프가 어서 내용을 공개해주기를 바라며 쳐다보았다.

아슬라프는 낡은 양피지 편지를 펼쳐서 읽었다.


[

친애하는 나의 신하 알렉세이1세에게

최근 갤리온 공국의 병력이 트레빌로 집결하고 있다.

그들이 강을 따라 배를 타고 이카루스로 향한다면 하루만에 제국의 수도에 닿을 것이며, 황실과 제국이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대가 트레빌을 점령하여 갤리온 공국의 병력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라.

그대가 군대를 움직여 트레빌을 포위하여 제국의 수도가 안전하도록 방비해준다면 그대의 아들을 내 사위로 맞이하겠다고 약속하노라.

이에 황녀와의 약혼을 위한 서약서를 동봉하여 보낸다.

헤르만4세.

]


엄청난 편지의 내용에 참관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것이 사실입니까?”

“황제의 서명도 있으니 진짜겠지요?”

“약혼 문서도 있습니다. 여기 황궁 성직자의 서명도 있네요.”

“당시 황궁 수도원장인 프란체스카의 서명이 맞습니다.”


그들은 편지의 진위를 꼼꼼하게 살피며 의견을 나누었다.

보통 편지가 아니라, 위중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알렉세이1세가 트레빌로 진군한 게 황제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단 말입니까? 황제를 공격하기 위한 게 아니고요?”

“그렇다면 알렉세이1세가 반역자라고 선언한 황제폐하의 말씀과 모순되는 것 아닙니까?”

“음, 이해할 수 없군요.”


그들은 편지에 기술된 상황을 이해하려고 저마다 머리를 굴리며 한마디씩 말을 얹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과는 너무나 다른 사실에 혼란스러워했다.


아슬라프는 차분하게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이 편지의 내용이 사실인지는 황제폐하께서 밝혀주시겠지요.”


그러자 참관인들도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네요. 편지를 쓰신 분이 폐하이시니, 폐하께 여쭤보면 의문이 풀리겠네요.”

“당사자에게 묻는 게 가장 확실하지요.”


그들은 발견된 편지를 황궁에 보내어 편지가 진짜인지,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을 부탁했다.


아주르 성에서 발견된 옛 편지가 황제의 친서가 맞냐는 질문에, 황제는 자신이 쓴 편지가 맞다고 인정했다.


“이것은 22년 전에 내가 쓴 편지가 맞다.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편지를 보니 기억이 나는구나.”


황제는 자신의 신하들을 불러서 편지의 내용 검토를 지시했다.


“이 편지에 따르면 내가 약혼 문서를 보냈으니, 알렉세이1세의 아들과 황녀가 이미 약혼한 사이로군.”


신하들은 황제가 뜬금없이 오래된 편지를 가지고 논하자, 어떤 의도로 그러는 건지 눈치를 살폈다.

분명히 의도가 있는 행동인데, 그 의중을 모르니 고개만 끄덕였다.


“아, 예. 그렇사옵니다.”

“편지에 그렇게 쓰셨다면 그렇겠지요.”


한 신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헌데, 알렉세이1세 부자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사온데 약혼이 효력이 있는지요? 알렉세이1세의 서명도 없는데, 약혼이 성립되었는지는 모르는 일 아닙니까?”


황제는 눈치없이 말하는 신하에게 눈을 흘겼다.


“그가 죽었다고는 하나, 짐이 문서를 보내서 약혼 절차가 시작되었고, 아직 파혼 절차가 마무리된 건 아니잖나.”


그러자 황제의 뜻을 알아차린 눈치 빠른 환관이 얼른 나서서 고개를 조아렸다.


“그 말씀이 지당하옵니다. 파혼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는 당사자가 죽었다고 해서 약혼이 무효가 되었다고 보기 어렵사옵니다. 즉, 황녀님께서는 아직 약혼상태이신 게지요.”


신하들은 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라서 서로 멀뚱거리며 얼굴을 쳐다보았다. 황녀가 오래전에 죽은 자와 약혼상태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몰라서 멍한 표정으로 침만 꿀꺽 삼켰다.


“그렇다. 황녀는 약혼 도중이었고, 파혼하지 않았으니, 아직 다른 사람과 약혼을 할 수 없지.”


황제의 말에 그제야 신하들은 황제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입을 모았다.


“아하, 황녀께서 아직 약혼 상태라 혼사를 추진하는 건 무리겠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거 안타깝네요.”

“아이고. 황녀님에게 약혼자가 있으셨구나.”

“게오르그 후작님도 이 사실을 아셔야 할 텐데.”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황제의 뻔한 말장난에 맞장구를 쳤다. 속 보이는 황제의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 게 좋은지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황족의 일은 사소한 것도 절차에 따라 격식대로 처리하는 것이 옳다. 그래야 나중에 뒷말이 없지. 교단과 법원에 황녀의 파혼 절차에 관해 검토하도록 의뢰하라. 종교적 법적 문제가 없도록 처리하라.”


그런데 한 가지 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누가 황제에게 여쭤볼 건지 눈짓을 했다.

마침내 법관 가운데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면 알렉세이1세가 폐하의 명령에 따라 트레빌로 진군한 것도 사실입니까?”


알렉세이1세의 반역죄의 근거가 제국의 수도로 통하는 항구인 트레빌로 진군하여 포위하고 제국의 수도를 위협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황제의 명령에 의한 거라면 반역죄의 증거도 사라지는 셈이었다.


모두가 황제가 뭐라고 말할지 궁금해하며 그의 입을 쳐다보았다.


“내가 명령한 것이 맞다.”


황제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세이1세는 나의 명령을 받아서 수도를 보호하기 위해 거병한 것이다.”


황제의 말에 신하들은 자기도 모르게 웅성거리며 눈을 크게 뜨고 서로 쳐다보았다.


“그럼 알렉세이1세가 반란을 일으킨 게 아니네?”

“그러게. 왜 반역죄인이 된 거야?”

“알렉세이1세가 역심을 품었다는 건 게오르그 후작이 주장한 거잖아.”


황제는 그들이 조용해질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위엄있는 목소리로 지시했다.


“알렉세이1세가 반역자라는 것은 당시 상황을 잘못 보고한 자에 의한 오해였다. 그러니 그의 반역죄를 철회하고 복권시키도록 하라.”


잘못 보고한 자라는 것은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결국 간접적으로 게오르그 후작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게오르그 후작이 알렉세이1세에게 반역죄를 뒤집어씌웠다는 뜻이었다.


신하들은 당황해서 꿀먹은 벙어리처럼 서로 얼굴을 바라보았다. 여기서 황제의 말에 찬성하면 황제의 편에, 반대의사를 내비치면 게오르그의 편에 서게 된다.


“흠, 흠.”


어색하게 침을 삼키던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은 황제의 명령에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황제가 발견된 편지가 자신이 쓴 것이라고 인정한 이상, 알렉세이1세가 무고하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하들도 오만한 게오르그 후작의 권세가 한 풀 꺾이기를 바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입을 모았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알렉세이1세가 반역죄를 벗고 복권되면, 그를 죽인 게오르그 후작의 정당성이 훼손되는 것이었다.

게오르그의 명예와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은 황제가 그와 노골적으로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는 걸 의미했다.


이 소식은 게오르그 후작의 귀에도 들어갔다.


“뭐라고? 황제의 비밀 칙서? 22년 전의 편지라고?”


게오르그는 황궁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식을 알려오는 정보원에게 편지를 받고, 어처구니가 없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는 화가 나서 씩씩거라며 편지를 두 번 세 번 읽어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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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미하일 백작(2) +1 23.04.12 575 14 12쪽
107 미하일 백작 23.04.11 584 14 12쪽
106 구스타프 후작의 반격 +1 23.04.10 614 15 13쪽
105 제후 선출(2) 23.04.09 619 15 13쪽
104 제후 선출 23.04.08 608 12 12쪽
103 공작의 장례식 +1 23.04.07 648 16 13쪽
102 스타로비치 공작의 양자가 되다 23.04.06 651 17 12쪽
101 게오르그의 최후 +1 23.04.05 667 17 12쪽
100 게오르그와의 결전(2) +2 23.04.04 616 17 12쪽
99 게오르그와의 결전 +2 23.04.03 649 15 12쪽
98 룽바인의 봉기 +1 23.04.02 650 17 13쪽
97 이합집산(3) +1 23.04.01 657 16 13쪽
96 이합집산(2) 23.03.31 646 18 12쪽
95 이합집산 23.03.30 693 19 12쪽
94 타라스 자작(3) +1 23.03.29 685 18 13쪽
93 타라스 자작(2) +1 23.03.28 678 20 13쪽
92 타라스 자작 +1 23.03.27 715 21 13쪽
91 명예 회복 +1 23.03.26 756 18 12쪽
» 황제의 칙서(3) 23.03.25 742 19 13쪽
89 황제의 칙서(2) 23.03.24 737 19 12쪽
88 황제의 칙서 23.03.23 777 19 12쪽
87 농민 봉기(3) 23.03.22 765 19 12쪽
86 농민 봉기(2) 23.03.21 785 18 12쪽
85 농민 봉기 23.03.20 848 20 13쪽
84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2) +1 23.03.19 850 19 13쪽
83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 23.03.18 820 20 13쪽
82 용병대장 헬리오스(3) 23.03.17 81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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