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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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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4.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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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이합집산(3)

DUMMY

그러고 보니 머리에 떠오른 사건이 있었다. 게오르그 후작은 국경을 쳐들어오는 룽족을 막기 위해서 같은 룽족인 룽바인 부대를 데려다가 국경에 배치했다.


니콜라스는 동족과 싸울 수 없어 처음에는 게오르그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려고 했지만, 하급 성주인 그로서는 하극상을 저지를 수 없었다.

게다가 게오르그는 이번에 룽족과의 전쟁에만 이기면 앞으로도 계속 룽바인의 자치권을 보장해주겠다고 달콤한 사탕을 내밀었다.

알렉세이1세의 편에 섰다가 전쟁에서 진 그로서는 룽바인의 자치권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거절할 수 없었다. 게오르그가 명령한 전투에서 이겨 룽바인이 자치를 유지할 명분을 마련해야 했다.


“게오르그 후작은 룽족을 천 명 이상 죽여야 자치를 보장해주겠다고 했소. 그래서 도망치는 룽족을 끝까지 추격해서 죽였소. 내 친척뻘인 동족을 무자비하게 학살했소.”


니콜라스는 비참한 당시 상황이 기억나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런데 결과는...”


니콜라스는 쳐들어온 룽족 천 여 명을 죽이고 대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게오르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룽족 관리를 해고하고, 룽바인의 내정에 간섭하고, 룽족의 문화를 탄압했다.


그러자 룽족의 불만이 높아졌고, 급진파인 누크타가 니콜라스를 밀어내고 성주의 자리를 차지했다.

게오르그는 이것을 빌미로 누크타를 반란군 수괴로 지목하고 룽바인에 병력을 투입해서 점령했다.

그리고 니콜라스를 복귀시키는 대신 자신의 부하를 성주로 임명했다.


“나는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소. 룽족끼리 처절한 전투를 벌였는데도 룽바인의 자치를 지키지 못했소. 룽족의 평화와 삶은 깨지고, 나의 명예는 땅에 처박혀 오명만을 남겼소.”


그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눈물을 떨구었다.


“나는 룽족을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내몰았소. 내가 지도자가 아니었다면 룽족끼리 전투를 해서 죽이거나, 룽바인이 게오르그의 통치 하에 들어가는 걸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오. 모두가 내 죄요.”


자신이 믿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오자, 무기력함에 빠져든 것이었다.


“그동안 내 주제를 모르고 나서서 룽바인을 그릇된 길로 이끌고 룽족의 피를 흘리고 제국인의 노예로 살아온 나 자신을 반성하고 남은 인생을 속죄하며 살 거요.”


“하, 참. 룽바인과 그대를 속인 게오르그 후작이 개자식이지, 그게 어째서 당신 탓이오?”


은쿤이 이해가 안 간다며 허공에 손가락질을 하고 게오르그를 욕했지만, 니콜라스는 무기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무능력과 무지와 판단 착오로 수많은 룽족이 죽고 노예가 되었소. 그러니, 나는 더 나쁜 업보를 짓지 않을 것이오. 내 능력을 넘는 일을 벌여서 모두에게 죄만 짓고 말았소.”


아슬라프는 차분한 목소리로 끈기 있게 그를 설득했다.


“알렉세이1세 때는 그대가 룽바인을 잘 이끌지 않았소? 게오르그에게 속은 게 그대 탓은 아니요. 처음엔 운이 좋았고 나중에는 운이 좀 없었을 뿐이지. 너무 자책하지 마시오.”


그러나 니콜라스는 촛불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조차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양팔로 어깨를 감싸 조그맣게 몸을 웅크렸다.


“동족의 피를 내 손에 묻히고 나를 따르는 백성들을 노예로 팔아넘긴 내가 무슨 면목이 있어서 살아가겠소. 어서 죽어서 다른 이로 환생하고 싶은 마음 뿐이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다음 생에 최악의 악연에 빠지게 된다는 교리만 아니었다면,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알렉세이1세의 편에 서서 싸울 때도 적군에 다른 룽족이 용병으로 고용된 경우가 있었을 텐데? 그때는 같은 룽족끼리 싸운다고 이렇게 자괴감을 느끼지 않았잖소?”


아슬라프의 지적에 니콜라스는 상황이 다르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알렉세이1세가 이기는 것이 룽족을 위한 길이었으니까. 알렉세이1세는 룽바인의 자치를 허용하고 진심으로 룽바인의 발전을 지원했소. 룽바인이 잘 되면 다른 룽족도 우리와 같은 길을 선택할 거라고 여겼소. 알렉세이1세와 룽바인이 협력하는 모범을 보이면, 다른 제국인과 룽족도 우리를 따라 평화롭게 잘 지낼 거라 믿었지.”


그는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런데 게오르그 후작은 전혀 달랐소. 그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소. 하지만, 그건 내 오판이었소. 그는 거짓말쟁이에 배신을 밥 먹듯 하는 자였소. 내 그릇된 선택으로 모든 걸 망쳤소.”


게오르그에게 버림받고 누크타에게 내몰린 그는 갈 곳이 없었다. 친척뻘인 룽족을 추격해서 학살하는 잔혹한 전투를 했기에 국경 밖의 룽족에게 돌아가지도 못했다. 그래서 제국의 외딴 수도원에서 은거하며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슬라프는 그를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오. 내가 게오르그에게서 룽바인을 되찾아주겠소.”


“당신이? 당신이 누군데 룽바인을 되찾아준다는 거요?”


니콜라스는 미심쩍은 눈으로 아슬라프의 초라한 순례자 행색을 훑어보았다.

아슬라프는 가슴을 쭉 펴고 당당하게 신분을 밝혔다.


“나는 노헨그라드 공국의 아슬라프 렌케 후작이요.”


“아슬라프 렌케 후작?”


니콜라스는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십여 년간 묵언수행을 하며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으니,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전혀 몰랐다.


“나는 게오르그 후작과 전쟁을 준비하고 있소. 전쟁이 끝나면 룽바인을 내 영지로 할양받아서 룽족의 자치를 허용하겠소.”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 니콜라스는 아슬라프가 빈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차츰 깨달았다.

그러나, 제국인과 손잡는 것은 이제 내키지 않는 듯했다.

아슬라프는 그의 마음을 움직일 이름을 말했다.


“누크타도 내게 협조하기로 했소.”


“누크타가 협조한다고?”


아는 이름이 나오자 니콜라스는 부쩍 흥미를 느끼는 듯이 몸을 앞으로 굽혔다.


“그자가 쉽게 남의 말을 들을 자가 아닌데... 게다가 제국인에게 협력할 리가 없는데, 어떻게 설득한 거요?”


“당신에게 말한 것처럼 룽바인을 룽족의 품에 돌려주겠다고 했소. 누크타는 룽바인의 자기 조력자와 만나서 조직을 복구하겠다고 했소.”


“흠...”


니콜라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슬라프는 니콜라스와 누크타의 역학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누크타가 니콜라스의 온건파 노선을 미온적이라고 싫어하듯이, 니콜라스는 누크타가 룽족을 극단주의로 몰고 가는 것을 우려했다.

그러니 누크타가 나선다면 니콜라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누크타가 룽족을 최악의 막다른 길로 끌고 갈까 봐 걱정스러울 터.


“왜 하필 누크타 같은 과격한 자와 손을 잡은 거요? 그는 룽족을 편협한 민족주의에 가둬버릴 텐데. 더 괜찮은 협력자는 없소?”


역시나 니콜라스는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다.


“달리 인물이 없었으니까. 당신같은 온건파는 모두 숨어버렸소.”


아슬라프는 그에게 압박하듯이 말했다.


“누크타는 룽바인을 통합으로 이끌 수 없소. 룽바인이 게오르그에게서 독립한다 해도 그가 지도자가 되면 또다시 내분에 빠져 싸우다가 또 다른 영주의 수중에 들어갈 거요. 니콜라스, 당신이 나서야 하오.”


아슬라프의 말에 니콜라스는 잠시 번민하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대가 룽바인을 독립시켜준다는 걸 어찌 믿을 수 있소? 게오르그와 똑같이 행동하지 말란 법이 없잖소?”


게오르그에게 처참하게 배신당한 니콜라스는 아슬라프를 믿지 못했다.


“누크타도 그 점을 염려했소.”


아슬라프는 니콜라스의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그가 해온 일을 알려주었다.


“이미 아주르 성과 각 도시에 룽족 자치구가 있소. 나는 룽족과 잘 지내는 법을 알고 있소.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협상해야 하는지 말이오.”


은쿤도 나서서 거들었다.


“이봐, 나도 룽족이다. 적어도 렌케 후작이 다스리는 노헨그라드 공국에서는 룽족이 부당한 일을 당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 점은 안심해도 좋아.”


은쿤의 진지한 표정을 쳐다본 니콜라스는 은쿤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말에 니콜라스는 점점 마음이 움직이는 듯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누크타의 조직이 복구되면 누크타는 자치로 만족하지 않을 거요. 룽바인에서 룽족 독립 시위가 벌어질 거요. 허나, 누크타의 뜻대로 룽바인이 제국으로부터 독립에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소. 의미없는 폭력과 학살만 반복되겠지. 니콜라스, 당신이 세력을 모아서 룽바인의 성주가 되시오. 그게 룽바인의 평화를 지속시키는 길이오.”


아슬라프의 말에 마침내 니콜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어차피 남은 생에 할 일도 없는데, 룽바인을 위해 이 늙은 몸뚱아리라도 필요하다면 기꺼이 바치겠소.”


니콜라스는 수도원을 떠나 아슬라프와 함께 아주르 성으로 갔다.


그들이 룽바인의 독립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데, 룽바인에 갔던 누크타가 돌아왔다.


“이게 누구야?”


방안에 들어온 누크타는 니콜라스를 발견하고 노려보았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오랜만이군. 누크타.”


니콜라스도 싸늘하게 그를 쏘아보았다. 자신을 룽바인 성주에서 내몰고 자리를 차지해놓고, 금방 게오르그에게 빼앗긴 누크타가 얄미운 게 당연했다.


“그동안 잘 지냈나? 룽바인 성주 자리가 마음에 안 들었나 보군. 그렇게 금방 박차고 나올 줄이야.”


“나한테 성주 자리를 빼앗긴 주제에 말이 많군.”


니콜라스의 빈정거림에 약이 오른 누크타는 이를 악물고 그를 손가락질하며 아슬라프를 향해 소리쳤다.


“나와 손잡겠다더니 니콜라스를 불러와? 이건 무슨 개수작이오? 나는 저 사람과 협력할 생각 없소. 니콜라스도 마찬가지일 거요.”


룽바인 성주 자리를 두고 뺏고 빼앗기는 질긴 악연이 있는 그들이 손을 잡기란 불가능해보였다.


그때, 니콜라스가 목소리를 한결 낮춰서 부드럽게 말했다.


“성질머리 하곤. 그러니까 자네가 여전히 골목대장인 거야.”


“뭐야?”


누크타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니콜라스를 한 대 칠 듯이 다가갔다.


“그러는 너는? 제국인에게 이용이나 당하고. 게오르그에게 감쪽같이 속았으면서 뭘 잘했다고 떠들어? 할 말 있나?”


그는 씩씩거리는 콧김을 뿜으며 분을 못이겨 삿대질을 했다.


“룽족끼리 피 흘리게 만들어 놓고 얻은 게 뭐냐?”


니콜라스는 누크타의 인신공격에 아픈 곳을 찔린 듯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러나, 이내 감정을 누르고 온화하게 대꾸했다.


“나도 잘한 건 없지.”


저런 인품의 소유자라서 오랜 기간 룽바인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최소한 자네처럼 제국인에게 룽바인을 빼앗기지는 않았다.”


“뭐가 어쩌고 어째?”


누크타는 벌컥 화를 내며 니콜라스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나, 니콜라스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니콜라스는 같은 룽족인 누크타에게 성주 자리를 내주었지만, 누크타는 게오르그에게 룽바인을 빼앗겼기 때문이었다.


누크타는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며 니콜라스의 옷깃을 놓고 발로 땅을 쾅쾅 구르며 혼자 화를 냈다.


“지금은 누가 더 잘못했냐를 따질 때가 아니야.”


니콜라스는 누크타의 분노가 누그러들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말을 이었다.


“자네와 내가 손잡으면 룽바인을 되찾을 수 있어. 자네조직의 행동력과 내 조직의 정보력이 합쳐지면 게오르그에게 대항할 수 있네. 아니, 룽바인을 되찾는 건 시간문제야.”


니콜라스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는지 누크타는 솔깃해서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역시 누크타를 다루는 건 니콜라스가 잘 해.’


아슬라프는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누크타는 마침내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야 그렇지.”


누크타가 마음이 좋아서 협력하는 건 아니었다. 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아슬라프와 니콜라스가 손잡고 룽바인에 입성하면 누크타는 니콜라스가 성주가 되는 걸 손가락 빨며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찬밥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숟가락을 얹고 참여해야 한다. 니콜라스가 있으니, 누크타는 이전처럼 아슬라프에게 배짱을 부릴 수 없었다.


니콜라스도 그걸 알고 누크타에게 손을 내민 것이고, 아슬라프도 그럴 걸 알고 니콜라스를 기어이 찾아내서 데려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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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미하일 백작(2) +1 23.04.12 574 14 12쪽
107 미하일 백작 23.04.11 582 14 12쪽
106 구스타프 후작의 반격 +1 23.04.10 612 15 13쪽
105 제후 선출(2) 23.04.09 617 15 13쪽
104 제후 선출 23.04.08 606 12 12쪽
103 공작의 장례식 +1 23.04.07 647 16 13쪽
102 스타로비치 공작의 양자가 되다 23.04.06 649 17 12쪽
101 게오르그의 최후 +1 23.04.05 665 17 12쪽
100 게오르그와의 결전(2) +2 23.04.04 615 17 12쪽
99 게오르그와의 결전 +2 23.04.03 647 15 12쪽
98 룽바인의 봉기 +1 23.04.02 648 17 13쪽
» 이합집산(3) +1 23.04.01 656 16 13쪽
96 이합집산(2) 23.03.31 644 18 12쪽
95 이합집산 23.03.30 692 19 12쪽
94 타라스 자작(3) +1 23.03.29 682 18 13쪽
93 타라스 자작(2) +1 23.03.28 677 20 13쪽
92 타라스 자작 +1 23.03.27 711 21 13쪽
91 명예 회복 +1 23.03.26 753 18 12쪽
90 황제의 칙서(3) 23.03.25 739 19 13쪽
89 황제의 칙서(2) 23.03.24 734 19 12쪽
88 황제의 칙서 23.03.23 774 19 12쪽
87 농민 봉기(3) 23.03.22 762 19 12쪽
86 농민 봉기(2) 23.03.21 781 18 12쪽
85 농민 봉기 23.03.20 844 20 13쪽
84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2) +1 23.03.19 847 19 13쪽
83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 23.03.18 817 20 13쪽
82 용병대장 헬리오스(3) 23.03.17 81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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