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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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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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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57,680

작성
23.04.0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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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후 선출

DUMMY

아슬라프가 미하일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사비나가 들어왔다.


“미하일 백작님 오셨네요.”


“사비나 양.”


미하일은 사비나를 보더니 벌떡 일어나서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그리고 아슬라프에게 말했다.


“사비나 양이 이자율이 낮은 은행을 소개시켜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는 살짝 홍조를 띤 얼굴로 사비나에게 물었다.


“요즘은 왜 하스문트에 오지 않으시는 겁니까? 많이 바쁘신가요?”


흥분해서 높아진 목소리와 좋아 죽겠는 표정으로 보아 그가 사비나를 사랑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반가워 어쩔 줄 모르는 미하일과 달리 사비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저야 늘 바쁘죠. 할 일이 산더미에요.”


그리고 아슬라프를 보고 친근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보내드린 장례물품은 이상없었죠? 다 최고급으로 준비해서 일일이 검수하고 보내드렸어요. 열흘 전에 주문하신 건축자재는 다음 주에 여기 도착할 거에요. 에셀부르에 보낼 향신료는 지금 포르디스에 도착해있다고 하고요. 아주르 성에 보낼 무기 대금은 입금되었다고 하네요.”


사비나가 아슬라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자, 미하일의 표정이 점점 차갑게 식었다. 그동안 사비나가 하스문트에 오지 않았던 기간 동안, 아슬라프와 일하느라 바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슬라프는 미하일의 기분을 살피며 사비나에게 말했다.


“이제 급한 일은 다 처리되었으니, 좀 쉬엄쉬엄 해도 돼. 그동안 못 쉬었으니 휴가라도 가.”


그러자, 사비나는 생긋 웃으며 손가락을 꼽았다.


“그럴까요? 시간 괜찮으시면 성문 앞에 맛있는 음식점 있는데 먹으러 가실래요? 스타로비치 공국의 극장도 연극이 유명해요. 장례 애도 기간이 끝나면 언제 저랑 같이 보러 가요.”


사비나는 미하일의 기분이 어떤지는 아랑곳하지 않는지 아슬라프에게만 종알거리며 이야기했다.


미하일의 표정이 점점 침울하게 굳어갔다. 그가 사랑하는 사비나가 아슬라프를 좋아한다는 걸 눈치챈 것이었다.


‘이거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거 아니야?’


사비나로 인한 질투심 때문에 미하일이 아슬라프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될 수도 있었다.


“저기, 있다가 이야기하지. 지금은 미하일 백작님하고 이야기를 마저 마쳐야 하니까.”


아슬라프는 사비나에게 눈짓을 했다.


그런데, 미하일 백작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닙니다. 제가 빠지는 편이 나을 것 같군요.”


그러더니 그들에게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미하일 백작.”


아슬라프는 그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그는 창백한 얼굴로 금방이라도 울먹일 듯한 표정으로 빠르게 걸어나갔다.


‘하, 이거 낭패네.’


미하일 백작의 지지를 얻었는데, 바로 다음 순간 도로 잃어버리고 말았다.


“얘기가 잘 안 되셨어요?”


사비나는 아슬라프의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네가 오기 전까지는 잘 되고 있었다고.’


아슬라프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비나 덕분에 일이 쉽게 풀리나 했는데, 그녀로 인해서 다시 꼬여버렸다.


‘이를 어쩐다?’


남자의 자존심 상 자기가 사랑하는 여인이 좋아하는 남자를 주군으로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었다.


‘미하일이 좋아하는지 모르나? 눈치가 없나?’


아슬라프는 말똥말똥한 눈으로 자기를 쳐다보는 사비나에게 물었다.


“미하일 백작이 너를 좋아하나 본데?”


“음... 그건 아는데요. 저는 별로예요.”


사비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 남자답지 못하고 약해서요.”


미하일은 박력있는 남자는 아니었다. 다정다감하고 따듯하긴 해도 야성적인 매력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다.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힘으로 무역상을 개척하는 씩씩한 여걸인 사비나의 기준에는 맞지 않을 것이었다.


사비나는 미하일이 자신을 포기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평소보다 더 아슬라프에게 더 친근하게 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것이 본의 아니게 일을 잘못된 방향으로 틀어버린 셈이다.


감정적인 미하일의 성격상 마음의 상처를 깊이 받았을 터. 하지만, 딱히 누구의 잘못이랄 게 없었다. 사랑의 감정이란 게 의지대로 되는 건 아니었으니.


‘쩝. 어쩔 수 없지.’


아슬라프는 미하일을 돌려세우는 건 포기하고 다른 영주들의 마음을 먼저 잡으려 노력했다. 괜히 미하일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될 일도 안 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자신의 쪽으로 몰아가서 미하일도 대세에 따르도록 만들 참이었다.


한편 들리는 이야기로는 구스타프도 영주들에게 자기를 선출해달라고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아슬라프에게 호의적이었던 영주들이 조금씩 거리를 두었다.

구스타프가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해서일수도 있지만, 미하일이 구스타프를 선호한다는 소문이 돌아서일 수도 있다. 그의 판단력과 영향력을 다른 영주들이 신뢰하기 때문이었다.

자기들끼리는 물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누구를 자신들의 주군으로 선택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영주들이 스타로비치 공국의 왕을 선출하는 날짜가 다가왔다.


선출 의식을 거행하기 위해 관련자들이 모두 수도원에 모였다. 법률가의 입회 아래, 봉신 영주들의 제후가 되고자하는 후보가 나서서 연설했다.


구스타프 후작은 일어나서 양팔로 탁자를 짚고 눈을 부릅뜨고 압박하듯이 영주들에게 말했다.


“나는 막심 스타로비치 공작의 피를 이어받은 가장 가까운 혈육이다. 이카루스 제국의 수도 출신의 뼈대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런 나를 두고, 촌구석에서 온 뜨내기 영주에게 공국을 넘기자고 하는 놈은 스타로비치 가문의 배신자나 다름없다.”


그는 영주들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며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그의 이글이글 타는 시선에 영주들은 겁을 먹고 눈을 회피했다.


“아슬라프가 사는 아주르 성은 여기서 말로 달려도 사흘, 걸어서 열흘이나 떨어져있다. 대규모 군대가 이동하려면 한 달은 잡아야 할 것이다. 스타로비치 공국에 무슨 일이 생기면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다. 그런 자에게 너희의 미래를 맡길 것이냐?”


오직 자신만이 현실적인 스타로비치 공국의 군주가 될 수 있다며 구스타프는 연설을 마쳤다.


아슬라프는 그가 말하는 동안 영주들의 표정을 살폈다.

확실히 자신의 편을 들 걸로 예상되는 영주도 있었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미하일은 우울한 표정으로 딴생각에 빠진 듯이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었다. 구스타프의 말을 듣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구스타프가 연설을 마치자, 아슬라프가 일어서서 연설했다.


“저는 막심 스타로비치 공작이 인정한 유일한 아들입니다. 공작님은 스타로비치 공국을 맡아서 발전시킬 적임자로 저를 지목했습니다. 공작님의 사람 보는 안목은 누구보다도 여러분이 잘 아실 겁니다.”


영주들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언급했다.


“노헨그라드 공국과 스타로비치 공국이 멀리 떨어져있어서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습니다. 두 공국간의 자유무역이 활성화된다면 각 지역에서 경제활동의 중심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스타로비치 공국은 노헨그라드 공국이 연족을 통해 들여온 특산물을 제국의 서쪽에서 가장 먼저 받아볼 수 있는 곳이 될 겁니다. 두 공국간의 직통 연결로를 건설해서 그것을 실현하겠습니다.”


아슬라프는 구체적으로 도로가 건설될 땅과 비용, 유지보수 등 운영방법을 제안했다. 도로망이 얼마나 빠르게 건설될 수 있는지, 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수치로 제시했다.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솔깃한 제안에 투표권을 가진 영주들의 눈빛이 반짝이며 질문을 쏟아냈다.


“노헨그라드와 스타로비치 사이에 강이 있는데, 다리로 연결되는 건가요?”


“다리도 짓지만, 트레빌 항구에서 배로 하스문트의 샛강으로 접근하도록 연결하는 방법도 병행할 겁니다. 트레빌 항구가 확장 공사중이라 두 달 후부터는 마차를 통째로 실을 수 있는 배가 다니게 될 겁니다.”


“하스문트 성의 샛강까지 배가 들어갈까요?”


“샛강에 운하를 파서 폭을 조금 넓히면 될 겁니다.”


막힘없이 대답하는 아슬라프에게 영주들은 신뢰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미하일은 아슬라프의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야기할 셈인가? 빨리 투표하자고.”


영주들이 아슬라프의 제안에 관심을 보이자, 구스타프가 투덜거렸다.


“투표를 진행하겠습니다.”


여덟 명의 영주들은 각자 펜으로 종이에 선호하는 제후의 이름을 적어서 제출했다.

법률가가 영주들이 이름을 적은 종이를 수거해서 하나씩 열어보았다.


1차 결과는 5:3으로 구스타프가 우세했다.

만장일치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아, 이거 쉽지 않겠네.’


아슬라프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나마 연설로 마음을 돌린 제후도 있을 텐데도 구스타프가 우세하게 나왔다는 건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


반면에 구스타프는 선전했다고 우쭐했다.


“으하하하. 결국 다 나를 지지하게 될 거다. 이 영지 도둑놈아. 집시족 주제에 분수도 모르고 공국을 날로 먹으려고 들어?”


그는 아슬라프를 비웃으며 빈정거렸다. 아슬라프는 그에게 싸늘하게 말했다.


“적법한 유언장과 작위 상속자를 무시하고 강탈하려고 드는 당신이 도둑이지. 자네가 상속자라는 유언장이나 문서가 하나라도 있나?”


“뭐라고?”


구스타프는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씩씩거렸다. 그러다가 어거지를 쓰며 삿대질을 했다.


“적법같은 소리 하고 있네. 노망난 공작을 구워삶아서 유언장을 조작한 주제에.”


“조작? 법률가와 증인이 배석했는데 조작이라니?”


아슬라프는 눈썹을 치켜뜨고 구스타프를 몰아세웠다.


“공작의 유언장은 수도사가 고인의 마지막 회개를 들으며 작성한 것이다. 성직자를 모욕하는 건가? 감히 신성을 의심하고 모독하는 건 아니겠지?”


아슬라프의 말에 구스타프는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신성모독죄가 아무렇게나 성립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꼬투리 잡힐 발언을 할 필요는 없었다.


“상속자라고 고작 내놓는 근거가 뼈대있는 집안 출신이라는 거 하나인데, 자네 등뼈에 스타로비치라고 쓰여 있기라도 해? 그렇다면 뼈다귀를 보여주던가.”


아슬라프의 조롱에 구스타프는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 아슬라프는 쐐기를 박듯이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집시를 무시하는 말을 하면 다음 생에 집시로 태어날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내, 내가 집시로 환생해? 어째서?”


“전생의 업보가 반영되어 환생하는 건 인과교의 기본 교리 아닌가. 집시를 자꾸 입에 담으면 그만큼 집시와의 인연이 쌓이지. 그러다 보면 집시로 환생할 확률도 높아지고.”


아슬라프의 저주에 구스타프는 얼굴이 벌개졌다. 다음 생에 자기가 멸시한 집시로 태어난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에잇!”


그는 앓는 소리를 내며 홱 돌아앉았다. 혈통을 중요시하는 그는 앞으로 무서워서 감히 집시에 관한 말을 입에 담지 못할 것이다.


구스타프의 궤변은 밟아주었지만, 상황은 나아진 게 없었다.

미하일이 반대쪽에 있으니 시간이 갈수록 아슬라프가 불리해진다. 다른 영주들도 그의 의견을 따라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점심 식사 후에 다시 투표를 진행하겠습니다.”


변호사가 잠시 휴회를 선언했다.


‘미하일의 마음을 돌려야 해.’


아슬라프는 식사하러 나간 미하일을 찾아갔다. 그의 표를 얻지 못하면 이기기 어려웠다. 그의 감정을 배려해서 피하는 것만으로는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웠다. 이렇게 된 이상, 되든 안 되든 정면으로 부딪쳐야 한다.


“미하일 백작.”


미하일이 있는 방에 노크를 하고 들어갔다.

식탁에 음식이 차려져 있었지만, 미하일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얼굴도 지난번보다 훨씬 수척해져 있었다.


‘사비나를 많이 좋아하나 보네.’


실연의 아픔에 식욕도 잃은 모양이었다.


“어쩐 일이십니까?”


미하일은 아슬라프를 보자 입술을 바르르 떨며 시선을 떨궜다.


“우리가 그전에 봤을 때 당신은 내가 스타로비치의 왕이 되기에 손색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그 생각이 변한 겁니까? 그렇다면 어째서입니까?”


아슬라프는 말을 돌리지 않고 직접적으로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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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신관 이사벨 23.04.15 538 13 12쪽
110 상속 전쟁(2) 23.04.14 557 13 12쪽
109 상속 전쟁 23.04.13 564 14 13쪽
108 미하일 백작(2) +1 23.04.12 575 14 12쪽
107 미하일 백작 23.04.11 584 14 12쪽
106 구스타프 후작의 반격 +1 23.04.10 614 15 13쪽
105 제후 선출(2) 23.04.09 619 15 13쪽
» 제후 선출 23.04.08 608 12 12쪽
103 공작의 장례식 +1 23.04.07 648 16 13쪽
102 스타로비치 공작의 양자가 되다 23.04.06 650 17 12쪽
101 게오르그의 최후 +1 23.04.05 667 17 12쪽
100 게오르그와의 결전(2) +2 23.04.04 616 17 12쪽
99 게오르그와의 결전 +2 23.04.03 648 15 12쪽
98 룽바인의 봉기 +1 23.04.02 650 17 13쪽
97 이합집산(3) +1 23.04.01 657 16 13쪽
96 이합집산(2) 23.03.31 646 18 12쪽
95 이합집산 23.03.30 693 19 12쪽
94 타라스 자작(3) +1 23.03.29 683 18 13쪽
93 타라스 자작(2) +1 23.03.28 678 20 13쪽
92 타라스 자작 +1 23.03.27 713 21 13쪽
91 명예 회복 +1 23.03.26 755 18 12쪽
90 황제의 칙서(3) 23.03.25 741 19 13쪽
89 황제의 칙서(2) 23.03.24 736 19 12쪽
88 황제의 칙서 23.03.23 777 19 12쪽
87 농민 봉기(3) 23.03.22 764 19 12쪽
86 농민 봉기(2) 23.03.21 784 18 12쪽
85 농민 봉기 23.03.20 848 20 13쪽
84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2) +1 23.03.19 849 19 13쪽
83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 23.03.18 819 20 13쪽
82 용병대장 헬리오스(3) 23.03.17 817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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