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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재단사님의 서재입니다.

전생을 보는 환생 군주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기재단사
작품등록일 :
2022.12.22 15:12
최근연재일 :
2023.06.13 18:30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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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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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1
글자수 :
957,680

작성
23.04.1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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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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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2쪽

미하일 백작

DUMMY

아슬라프는 그를 반갑게 맞았다.


“미하일 백작님이 직접 전투에 참여하시겠다고요?”


다른 영주들은 장군이나 아들을 보냈는데, 미하일은 자신이 직접 출정했다.

그는 오랜만에 딱딱한 갑옷을 입어서 불편하고 어색한 걸음걸이로 천천히 다가왔다.


“그렇습니다.”


그는 단단히 결심한 듯이 칼을 잡았다.


“저도 이 기회에게 사비나에게 용맹한 남자임을 증명해보이겠습니다. 제 영지와 사랑하는 여인을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오면서 연습도 많이 했습니다.”


그는 칼을 칼집에서 뽑아서 휘둘러보였다.


“이얍!”


그러나 그의 약한 손목은 무거운 칼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쳐졌다. 싸우기는커녕 들고있기도 버거워보였다.


‘저래서는 쉬운 먹잇감이 되고 말 텐데.’


아슬라프는 미하일이 걱정되어 머리를 긁적였다.

어정쩡한 자세만 봐도 쉬운 상대라는 걸 알고 적들이 달려들 것이었다.


“풉!”


은쿤은 미하일이 검을 휘두르는 걸 보자 싱글거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러더니 미하일이 알아듣지 못하게 룽족 말로 말했다.


“차라리 사비나의 검술실력이 더 낫겠는데. 저 정도 무게를 못 이기다니 식사용 나이프를 줘야겠어.”


묵직한 도끼를 한 손으로 휘두르는 은쿤에게는 가벼운 칼을 들고 낑낑거리는 미하일이 한심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미하일이 알아듣지 못한 게 다행이었다. 알아들었다면 기가 꺾여서 몹시 부끄러워했을 터.


“은쿤! 열심히 하려는 사람한테 그러지 마.”


아슬라프는 진지한 표정으로 은쿤에게 룽족 말로 이야기하며 눈짓을 했다.


미하일은 은쿤의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의 표정으로 그가 자신을 비웃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얼굴이 빨개져서 은쿤을 노려보며 칼을 도로 칼집에 집어넣었다.

은쿤은 오히려 미하일의 그런 시선을 즐기는 듯이 자신의 통나무같은 근육으로 뭉쳐진 팔을 굽혔다 펴며 두꺼운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을 자랑했다.


아슬라프는 미하일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그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감싸고 밖으로 데라고 나갔다.


“부대 점검을 하러 가봅시다. 상황을 보고 포진을 어떻게 할지 의논합시다.”


미하일은 상처받은 듯했지만 애써 표정관리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이끌고 온 연합군대는 훈련도 되어있지 않고 오합지졸이나 다름없었다. 구호나 명령에 따라 움직일 줄도 모르고 제각각이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았다.


“아직 구스타프가 진군하기까지 시간이 있으니 훈련을 시키면 제 몫을 할 겁니다.”


아슬라프는 미하일에게 자신의 부하를 보내서 군대를 훈련시켜주겠다고 했다.

가장 기초적인 훈련이라도 시켜서 머릿수를 채우면 어디든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침내 구스타프의 군대가 스타로비치 공국 영지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슬라프! 어서 내 영지를 내놓고 썩 물러가라!”


구스타프는 큰소리치며 아슬라프를 멸시했다.


“너같은 지방 호족이 중앙 영지를 탐내다니 분수를 알아라. 노헨그라드 영지로 만족하고 꺼져!”


“지방 출신인 것하고 영지 상속이 무슨 상관이냐? 억지부리지 마라.”


아슬라프는 구스타프에게 침착하게 대꾸했다.

구스타프는 흥 하고 코웃음치며 손가락질했다.


“무슨 상관이냐고? 촌뜨기 알렉세이1세도 너처럼 까불다가 골로 갔다. 지방 호족 주제에 수도 근처 트레빌을 손에 넣으려다가 말이지.”


전생이지만 알렉세이1세를 비웃는 말에 아슬라프는 잠시 욱하고 화가 치밀었다. 아슬라프 자신을 비웃는 건 맞대응해서 밟아주면 그만이지만, 고인이 되어 대응할 수 없는 알렉세이1세에 대한 거짓말을 퍼뜨리는 자를 보면 뒤통수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아슬라프는 감정을 누르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알렉세이1세가 트레빌에 출정한 건 황제 폐하의 명에 따른 거다. 영지를 욕심내서가 아니다. 이미 밝혀진 사실 아닌가.”


구스타프는 입을 이죽거리며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황제 폐하께서 게오르그에게도 비밀칙서를 보내신 건 몰랐지?”


게오르그가 죽기 전에 말했기에 아슬라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다.”


구스타프는 아슬라프가 그런 기밀 사항을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란 눈치였다.


“어떻게 알았나? 흠, 보기보다 눈치가 빠르군.”


그는 당황한 표정을 수습하며 말을 이었다.


“황제 폐하는 절대로 너같은 지방 호족의 편을 들어주지 않으실 거다. 언제 반란을 일으킬지 모르니까.”


구스타프의 말에 아슬라프는 의문이 하나 풀렸다. 황제가 어째서 수도를 위협하는 게오르그가 아닌, 황제에게 충성하는 알렉세이1세를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구스타프의 말을 들으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알렉세이1세는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동쪽 끝 국경지역 공국의 왕이었다. 황제의 입장에서 알렉세이1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도 어렵고, 반란을 일으켜도 진압 군대를 보내기도 어려웠다. 알렉세이1세가 제국에서 독립해서 나라를 세우면 상대하기가 매우 껄끄러웠을 것이다.


또한 게오르그는 평판이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알렉세이1세의 인기가 황제를 넘어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는 것도 황제에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니 포기하고 어서 네 영지로 돌아가거라. 이 곳은 너에게 어울리지 않아.”


구스타프는 아슬라프를 비웃으며 손가락으로 동쪽을 가리켰다.


“촌뜨기에게 어울리는 시골구석으로 꺼지라고!”


아슬라프는 구스타프에게 물었다.


“그러는 너는 황제께서 게오르그 후작에게 비밀칙서를 보낸 걸 어떻게 알고 있나?”


구스타프는 최고층 귀족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황제의 최측근만 알고 있을 기밀사항을 안다는 게 이상했다.

그는 의기양양하게 주먹으로 자신의 가슴을 쳤다.


“황제에게 게오르그의 손을 들어주도록 진언한 사람이 내 사촌형인 군터 수상이니까.”


“그렇군.”


아슬라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스타프와 군터 같은 중앙 귀족들은 알렉세이1세나 아슬라프같은 지방 귀족들이 중앙 정치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견제했다. 황제에게 지방 귀족이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르니 세력을 꺾거나 숙청해야한다고 간언한 것이 군터였다. 황제의 불안감을 부추겨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알렉세이1세를 쓰러뜨리는 계략을 설계한 것이 수상 군터였던 것이다.


“제국의 2인자 군터 수상이 내 사촌형이다. 그러니 감히 나에게 대적할 생각은 마라. 네 명만 재촉할 뿐이다.”


구스타프는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협박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 하나쯤 반역자로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지금 가진 영지라도 보존하고 싶으면 내게 용서를 빌고 물러가라.”


재판관들이 구스타프의 손을 들어준 걸 보면 그의 말이 전혀 현실성 없는 건 아니었다. 어쨌든 제국의 수도에는 아슬라프의 편이 거의 없었다.


아슬라프는 배에 힘을 주고 우렁찬 목소리로 되받아쳤다.


“너야말로 내게 용서를 빌고 떠나는 게 좋을 거다.”


태연한 아슬라프의 태도에 구스타프가 예상치 못했다는 듯이 눈썹을 찡그렸다.


“뭐가 어째?”


“나를 협박하다니, 너를 살려둘 마음이 사라졌다. 너를 살려두면 반드시 내게 해를 끼칠 테니 말이다. 살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싹싹 빌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싸늘한 아슬라프의 눈빛에 구스타프가 움찔 하며 소름이 끼치는 듯이 몸을 떨었다.


“에, 에잇!”


저도 모르게 오금이 저리는 자신에게 화가 나는지 침을 ‘퇘!’ 하고 뱉었다.


“가만두지 않겠다. 이게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구스타프는 자신의 진지로 돌아가더니 이내 공격명령을 내렸다.


“전진!”


그의 군대가 척척 발을 맞춰서 다가왔다. 나팔소리가 울려퍼지고 함성소리가 귀를 찔렀다.


“대기해.”


아슬라프는 그의 진영을 살피며 신중하게 대응했다. 구스타프의 병력은 아슬라프의 군대와 비슷한 숫자였지만, 움직임을 보니 잘 훈련된 병사들이었다. 군터 수상으로부터 제국의 수도를 지키는 정예병을 일부 빌려왔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다.


“기병 앞으로!”


구스타프는 먼저 기병으로 아슬라프의 부대를 흔들고자 했다.


기병들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왔다.


‘찔러보는 거로군.’


아슬라프는 그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구스타프도 아슬라프의 실력을 모르니 치고 빠지면서 상대가 얼마나 강한 군대인지 알아보려는 것이었다.


“창병 앞으로!”


기병의 공격에 대비해서 방패를 든 창병들이 부대 주위를 둘러싸고 수비대형을 갖췄다.


“히힝!”


거대한 말이 앞발로 위협하며 아슬라프 군 주위를 맴돌았다.


“우리도 공격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경험이 없는 미하일은 불안한 표정으로 아슬라프에게 물었다. 그러나, 노련하게 전황을 꿰뚫는 아슬라프에게는 구스타프의 의도가 뻔히 읽혔다.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몇 군데 찔러보고 안 통한다 싶으면 돌아갈 겁니다.”


아슬라프는 궁병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쏴라!”


궁병이 적의 기병에게 화살을 날리며 가까이 오지 못하게 위협했다.


그러자 적의 기병도 화살을 쏘며 응전했다.


슉- 피웅- 핑-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사방에서 날아왔다.


퍽!

화살이 방패와 갑옷에 박혔다.


“윽!”


방패의 틈 사이로 들어온 화살을 맞은 병사가 피를 흘리며 팔을 움켜쥐고 주저앉았다.

미하일은 창백해져서 식은땀을 흘렸다. 생전 처음으로 옆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진동하는 피냄새가 역한지 입을 막으며 고개를 돌렸다.


“뭐야? 사냥도 한 번 안 해본 건가?”


은쿤은 그런 미하일이 한심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룽족은 여자애도 여우를 때려잡는데.”


미하일은 그의 말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한지 눈빛이 점점 맛이 갔다.


“앗!”


미하일은 주변으로 날아온 화살에 놀라서 몸을 움츠렸다. 화들짝 놀란 그는 자기도 모르게 발을 움츠렸고, 신발에 달린 박차는 그가 타고 있던 말을 찔렀다. 박차에 찔린 말은 달리라는 뜻으로 알고 흥분해서 앞으로 질주했다.


“으앗!”


미하일은 어쩔 줄 모르며 말을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당황해서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그러는 사이에 그를 태운 말은 전열을 빠져나가서 적진으로 달려갔다.


“미하일 백작!”


아슬라프는 그를 따라갔다.


“고삐를 당겨요!”


그러나 미하일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적의 기병이 미하일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날카로운 칼을 그에게 겨누고 금방이라도 목을 칠 듯이 휘둘렀다.


“으, 으악!”


미하일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달달 떨며 눈을 감았다.


“미하일!”


아슬라프는 그에게 달려드는 기병에게 화살을 날렸다.

공중에 치켜든 칼이 툭 떨어지며 화살을 맞은 적병이 땅에 고꾸라졌다.

그러나, 곧바로 다른 기병이 미하일에게 달려들었다.


“이얍!”


아슬라프는 미하일의 앞을 막아서서 적의 기병의 칼을 받아쳤다.


“우욱!”


아슬라프의 힘에 밀린 적은 바람개비처럼 돌며 말에서 떨어져 땅을 굴러갔다.


“저기 아슬라프가 있다!”


전열에서 떨어져있는 아슬라프와 미하일을 발견한 적의 기병들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수십 명의 기병을 아슬라프 혼자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적의 칼이 미하일에게 날아왔고, 그는 방패를 들어 막으려했지만, 적이 한 발 빨랐다. 그는 칼을 가슴에 맞았고 빠그작 소리와 함께 갑옷이 찌그러지며 그대로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아앗!”


적들이 그를 에워싸고 칼을 내리치려는 순간.


“미하일!”


아슬라프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번개처럼 빠르게 칼을 휘두르며 적을 해치웠다.


“억!”

“크윽!”


미하일을 에워싼 적병이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우수수 나가 떨어졌다. 그러나, 적은 점점 몰려들었고 숫자가 늘어났다.


‘이런.’


아슬라프는 땅에 떨어진 미하일을 자신의 말에 태우려 했지만,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웠다. 적의 기병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혼자라면 몰라도 미하일을 구해서 본진에 돌아가는 건 쉽지 않았다.


그때, 천둥같은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놈들!”


은쿤이 도끼를 휘두르며 다가왔다.


“꺼져라! 이 날파리같은 놈들아!”


그는 마치 파리채로 귀찮은 파리라도 쫓는 것처럼 도끼를 빠른 속도로 휘둘렀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앞에 있던 적의 머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미, 미친!”


은쿤의 힘에 놀란 적들이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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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신관 이사벨 23.04.15 537 13 12쪽
110 상속 전쟁(2) 23.04.14 556 13 12쪽
109 상속 전쟁 23.04.13 563 14 13쪽
108 미하일 백작(2) +1 23.04.12 574 14 12쪽
» 미하일 백작 23.04.11 583 14 12쪽
106 구스타프 후작의 반격 +1 23.04.10 612 15 13쪽
105 제후 선출(2) 23.04.09 617 15 13쪽
104 제후 선출 23.04.08 606 12 12쪽
103 공작의 장례식 +1 23.04.07 647 16 13쪽
102 스타로비치 공작의 양자가 되다 23.04.06 649 17 12쪽
101 게오르그의 최후 +1 23.04.05 665 17 12쪽
100 게오르그와의 결전(2) +2 23.04.04 615 17 12쪽
99 게오르그와의 결전 +2 23.04.03 647 15 12쪽
98 룽바인의 봉기 +1 23.04.02 648 17 13쪽
97 이합집산(3) +1 23.04.01 656 16 13쪽
96 이합집산(2) 23.03.31 645 18 12쪽
95 이합집산 23.03.30 692 19 12쪽
94 타라스 자작(3) +1 23.03.29 682 18 13쪽
93 타라스 자작(2) +1 23.03.28 677 20 13쪽
92 타라스 자작 +1 23.03.27 711 21 13쪽
91 명예 회복 +1 23.03.26 753 18 12쪽
90 황제의 칙서(3) 23.03.25 739 19 13쪽
89 황제의 칙서(2) 23.03.24 734 19 12쪽
88 황제의 칙서 23.03.23 774 19 12쪽
87 농민 봉기(3) 23.03.22 762 19 12쪽
86 농민 봉기(2) 23.03.21 782 18 12쪽
85 농민 봉기 23.03.20 844 20 13쪽
84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2) +1 23.03.19 847 19 13쪽
83 지그리드에게 복수하다 23.03.18 817 20 13쪽
82 용병대장 헬리오스(3) 23.03.17 815 1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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