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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님의 서재입니다.

어덜트 베니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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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작품등록일 :
2021.09.13 15:06
최근연재일 :
2021.11.1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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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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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6,851

작성
21.10.2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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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백 월

.




DUMMY

40화.


(수아 시점)


3월 16일.


서희 언니의 장례를 치뤘다. 언니는 장작들과 함께 태워 하늘로 날려보냈다. 관도 없이 치른 화장이라 장작의 재와 섞여 우리가 걷어낼 수 있는 뼛가루는 없었다. 민지 언니는 그 하얀 가루를 모두 모아 산의 꼭대기에서 뿌려버렸다.



쉘터 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친한 사람이 아니었음에도 우울감이 컸다. 호르몬의 탓인지, 내가 모르는 새에 언니를 많이 생각했던 건지, 이유를 명확히 할 수 없었다.


1주일, 아니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애들은 서희 누나의 빈자리를 잊기 시작했다. 이찬혁 때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현성이는 아직 임신 초기인 민영이가 잘못될까 언제나 노심초사 하고 있었다. 백제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엄마라는 존재는 대단했다.


민지 언니는 성아를 책임지겠다는 마음 하나로 정신을 다잡았다. 민지 언니는 정말 성아를 사랑할 수 있었나 보다.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언니는 나보다도 더 강한 사람일지도 몰랐다.






4월 14일


본격적으로 애들의 인원을 나눠 이사를 준비했다. 이사라고 해봤자 오남 저수지 밖으로는 나가지도 못하지만 말이다.


당장이 급한 18살 모두가 짝을 맺자 우리는 본격적으로 인원을 나누기 시작했다. 3명이 짝이 된 조는 딱 1팀 있었다.


짝을 맺지 않은 애들은 나이대로 나누어 한 집에서 생활 할 수 있게 했고, 1호에서 생활하지만 형제가 있는 어린 애들은 자신의 형제와 같은 집으로 들어갔다.


혈연가족도 없는 현주의 친구들을 1호에 남기는 건 말이 안됐기에 아이들은 어린 형제가 없는 집에 가게 됐다. 그렇게 쉘터의 17살 이상의 애들은 모두 어린 아이를 적어도 한 명씩 맡게 됐다. 생활하는 집이 바뀌었을 뿐, 아이들의 일과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나는 백제형과 본진에서 윤후와 윤일이와 함께 살지만 세아는 승연이, 성진이와 한 집에서 산다. 이건 우리 둘의 만장일치로 문제는 없었다. 민지 언니는 백제형의 무리였던 자매와 함께 살게 됐다. 원래 같은 집에서 살던 사이라 셋은 서로 친했고 성아와 함께 사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었다.



수아 : “1년이나 방치해 뒀더니 완전 먼지 구덩이가 됐네.”


아린 : “후.. 이거 언제 끝나려나.”


수아 : “몰라.. 여기 집들이 원래 이렇게 컸나?”


세아 : “언니, 이거 가서 빨아? 아님 걍 털기만 해?”


수아 : “털 수 있는 모든 먼지는 일단 턴 다음에 한 번 빨아.”


세아 : “으- 일단 오케이.”


약 5시까지 밭일을 하다 함께 저녁을 먹고 6시 조금 넘어서부터는 이렇게 세네명 씩 팀을 짜 사람이 들어가 살 집들을 치운다.


오남 저수지 넘어, 그러니까 우리가 쉘터를 정해 사는 이곳은 원래 노부부들만 살던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우리가 쓸 것이 많았다.


전체 가구 중 절반은 농사를 짓던 집이라 우리가 필요한 농기구들도 부족하지 않았고, 요즘 가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커다란 대야도 있어 시냇가에서 이불을 빠는데도 문제 없었다. 요즘 시대보다 조금 옛시대의 모습이 남아 있는 이곳은 우리의 현재 생활과 꽤나 잘 맞았다.


물론 사용할 수 없는 가전제품이나 인원수만큼 더 필요한 물건을 위해 몇 번은 해가 뜰 새벽에 맞춰 탐색을 하러 나가야 했다. 취사용품이나 침대 정도만 가져오면 됐기 때문에 물건을 찾는데 애를 먹진 않았다.






4월 28일.


이불 빨래부터 가구 배치까지, 모든 집들의 재정비가 끝났다. 이제는 각자의 집에서 식사를 하고 집을 관리하게 됐지만, 쌀이나 건전지 같이 중요한 것들은 본진에 두고 관리하도록 했다. 물론 아린이의 성격상 스스로 본진에 찾아와 관리할 것 같긴 하다.


1호는 아린이와 성찬이, 2호는 16살들, 3호는 민영이와 현성이, 4호는 윤아와 현수, 5호는 민지 언니네, 6호는 하울이네가 산다. 백제형 무리에겐 미안한 감이 있었지만 이곳은 우리 원정 멤버들이 키운 곳이라 애들은 우리에게 반대를 할 수 없었다.


성찬 : “근데 왜 민영이나 윤아가 아니라 우리가 1호야?”


수아 : “뭣 하면 애들이랑 아린이는 이쪽에 숨기려 했지. 언제나 의사가 우선되야 하니..”


성찬 : “흐음..”


수아 : “어차피 류아린이 애들 가르치는 것도 있으니깐.”


성찬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찬 : “보초는? 이제 여기에 두는 건 아무의미 없잖아.”


수아 : “옮겨야지. 오남 저수지 입구쪽 대형 카페 어때? 그게 제일 입구에서 가까운 건물인데.”


아린 : “거긴 좀 멀지 않아? 왕복도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성찬 : “자전거 타면 될거야. 윗층은 통유리니까 날씨도 크게 신경 쓸 필요 없고.”


아린 : “으음.. 그래 그럼. 아 그리고 니가 부탁한거 이대로 나눠준다?”


수아 : “···응. 이거면 돼.”


아린이가 종이를 팔락팔락 흔들어댔다. 쉘터의 규칙을 정리한 규칙이었다. 모두 간단한 것들이었다. 쉘터 사람끼리의 폭력사태나 강간은 없어야 하는 것, 보초를 설 때 지켜야 하는 수칙, 식량을 나누는 것, 마을 내 2개의 개울의 쓰임 등 정말 지켜야 하는 것만 있었다.


우리가 가져온 식수가 바닥난지는 이미 오래됐는데, 본진과 1호 사이의 개울을 식수로 사용하기로 했다. 깨끗한 물이지만 언제나 끓여먹는 것을 원칙으로 했고, 주택가의 입구부터 저수지까지 직진하는 시냇가는 빨래나 설거지를 하기로 했다.


본진과 먼 곳에 사는 애들이 식수를 챙기러 오는게 번거롭긴 했지만 지켜야만 하는 규칙이었다.


식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장은 식량이 부족하지 않지만, 이번 해에 온전히 우리의 힘만으로 일꾸는 농사가 잘 될거라는 확률은 그리 높다고 판단하지 않아 식량은 배분 받는 걸로 정했다.


성찬 : “무기는 그렇다쳐도 무전기가 부족해. 10개 밖에 없는데 사람이 사는 집은 14채, 그리고 카페 보초까지 하면 적어도 5개는 더 필요해.”


수아 : “어쩔 수 없지. 보초한테 한개 넘기고 연락이 빨리 닿을 수 있는 집들에서 빼야지.”


아린 : “무기는? 각 집에 식칼이 있어서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수아 : “그래도 2개씩 가져가게 하자. 손도끼는 1개씩. 총은 원래대로.”


아린 : “웨버그릴은 1개씩 나눴고 나머지들은 1호에 넣어뒀다?”


수아 : “응. 좋아.”


우리가 가진 부탄가스가 바닥난지는 한참 됐다. 밖에 나갈 때마다 부탄가스를 찾을 순 있었지만 그게 언제 동날지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부탄가스가 완전히 동나기 전부터 직접 불을 조절해 사용하는 연습을 했다.


그래도 라이터나 가스라이터 등, 불을 쉽게 붙일 수 있는 것들은 쉘터 안팍으로 많이 남아 장작이나 연탄에 불을 붙이는 것 자체가 어렵진 않았다. 날씨 때문에 집의 마당에는 타프와 웨버그릴을 같이 설치했다. 조리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 정도면 괜찮았다.


현성 : “이제 여기에서 나갈 일도 많이 없겠네.”


수아 : “한동안은 그렇지.”


성찬 : “한동안?”


수아 : “7월 쯤에는 바다까지 가보려고.”


성찬 : “웬 바다?”


수아 : “사람 많은데 말고 정말 어업을 위해 사용하던 바다 쪽이면 그 읍내 애들이 모여서 우리처럼 쉘터를 지었을 지도 모르잖아. 있다면 교류도 가능할 거고.”


성찬 : “발상부터 위험하지 않아? 걔네가 우리랑 교류 안한다고 싹 다 조져버리자면 어떻게.”


수아 : “조심해야지. 근데 평생 풀떼기만 먹고 살 순 없잖아. 고기를 언제쯤 맘껏 먹을 수 있게 될 줄 모르고.”


현성 : “사람을 안 만나고 배만 선박 돼 있는 항구를 찾으면 좋을 텐데. 배 운행하는 걸 배우는데 시간이 좀 걸려도 언젠가 될 테니까.”


수아 : “그치.”


아린 : “니 애는 어쩌게?”


수아 : “내가 안고 가지 않으려나? 언니한테 맡기기는 좀 그래.”


아린 : “그거 듣기만 해도 힘들어 지는 생각인데 진짜 하게?”


수아 : “어쩔 수 없지. 이미 8달 넘게 제대로 된 활동도 못했고 계속 여기에만 묶여 있을 순 없잖아.”


아린 : “으음.. 일단은 최대한 안전한 방법을 찾아보자.”








6월 9일


예상 출산일보다 이틀에 앞서 진통이 왔다. 시간대는 평범히 오후 12시쯤. 고통을 호소하는 내 목소리에 백제형이 아린이를 불러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아아악!!”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 중 하나가 출산이라는 말은 여러번 접했지만, 이건 인간이 버틸 수 없는 고통이었다. 내가 애를 낳는 건지 수박을 낳는 건지 도중부터는 구별조차 되지 않았다.


나는 옛날부터 물리적인 공격이나 상처가 나도 아프다는 소리를 하기 싫어하는 타입이었다. 하지만 진통이 시작되고 내가 가장 많이 뱉은 말은 ‘살려줘’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내 머리를 통해 나오는 말이 아니라 정말 생존 본능에서 나온 말이었다.




출산을 끝낸 건 7시 21분. 약 7시간 만에 고통을 씻어 낼 수 있었다. 쉘터에서 3번의 출산이 있으면서 이렇게까지 길게 시간을 잡아먹은 사람은 없었다. 엄마의 피가 이런 데에 영향을 끼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갓 태어난 아기는 살점이 여린 핏덩이 같았다. 너무 여려보여서 긴장을 놓치면 바로 죽어버릴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신기한 점은 그럼에도 아기가 사랑스러워 보였다는 거다. 내가 낳은 생명을 품에 안는건 정말 이상한 감정이었다.


아린 : “수고했어. 왕자님을 낳았네.”


민영 : “이름 정했어? 빨리 불러줘 봐!”


수아 : “월이. 남자 애는 ‘백 월’로 하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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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정리 21.11.11 21 0 19쪽
48 드럼통 속 고기 21.11.09 20 0 11쪽
47 백병전 21.11.07 23 0 11쪽
46 남양 쉘터 침입 21.11.05 26 0 11쪽
45 비상 21.11.04 27 1 11쪽
44 헤어짐 21.11.01 24 1 12쪽
43 혈연 (2) 21.10.31 25 1 11쪽
42 혈연 21.10.30 30 1 10쪽
41 협상 21.10.26 27 1 10쪽
40 어선 21.10.23 27 1 10쪽
» 백 월 21.10.22 27 1 10쪽
38 저수지 투신자살 21.10.19 29 2 15쪽
37 죽어 마땅한 인간 21.10.18 26 1 14쪽
36 감각 21.10.17 40 1 16쪽
35 일상 21.10.16 34 1 14쪽
34 관계 21.10.15 33 1 12쪽
33 스파크 21.10.14 30 1 11쪽
32 신뢰 21.10.13 29 1 10쪽
31 25+14+2 21.10.12 32 1 10쪽
30 사각사각 21.10.10 31 1 10쪽
29 본능 활성화 21.10.09 31 1 11쪽
28 제안 21.10.07 34 1 11쪽
27 거절 21.10.05 34 1 13쪽
26 새로운 무리 21.10.04 30 1 11쪽
25 두번째 불행 21.10.03 33 1 11쪽
24 시체유기 21.10.03 28 1 11쪽
23 고민 21.10.02 33 1 11쪽
22 화재발견 21.10.02 30 1 12쪽
21 해충 21.10.01 27 1 11쪽
20 체제 21.09.28 3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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