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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님의 서재입니다.

어덜트 베니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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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작품등록일 :
2021.09.13 15:06
최근연재일 :
2021.11.11 13:3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638
추천수 :
41
글자수 :
256,851

작성
21.11.04 15:47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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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비상

.




DUMMY

10월 30일.


이번 10월은 한 달 내내 태풍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물론 이쪽은 내륙 지역이라 비바람이 평소보다 거센 정도여서 큰 피해는 없었지만 태풍을 정통으로 맞은 곳의 피해는 클지도 모르겠다.


“내일이 거래 하는 날인데.. 그쪽으로 태풍 온 거 아냐?”


“우린 물건만 받으면 되니까 상관 없어.”


“뭐, 그렇긴 하지.. 만약에가 걱정인거지. 윤후나 윤일이라던지.”


“무슨 일 있으면 그냥 다시 데려올 거야. 괜찮아.”


“그때 되면 우리한테 안 올 것 같은데..”


“··· 그땐 강제로 데려와야지.”


“음, 뭐 그래 그럼. 근데 저거 날라가진 않겠지?”


“유리가 어떻게 날아가. 뭐 무거운게 날아오는거 아니면 완전 안전이야.”


오랜만에 현성이가 요리를 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챙기러 본진으로 왔다. 현성이는 자기가 가지러 온 걸 다 챙기자 식탁 의자에 앉아 본격적으로 수다를 떨 준비를 했다. 이럴 때 보면 나보다 더 아줌마 같다.


“읏샤~! 월아, 너는 네 엄마 닮지 말고 아빠 닮아라~?”


“뭐야? 왜 나는 안되는데?”


“너는 다혈질이잖아~”


“뭐래는거래. 이거나 먹어.”


“아! 봐 봐, 또 손부터 나가잖아!”


현성이는 내가 가볍게 친 자기 뒷통수를 매만졌다. 하지만 곧 앞에 내민 사과를 먹기 시작했고 다시 대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0월은 해산물이 맛있는데.. 굴 먹고 싶다.”


“다음 주 쯤에 시간내서 애들이랑 바다나 갈래? 지금 딱 조개 잡기 좋은 시기잖아.”


“좋다 야. 애들 데리고 여기 좀 나가자. 답답해 죽겠어.”


“크큭- 나도 답답해. 우리 민영이랑은 좀 어때? 안 힘드냐?”


“별로? 민영이는 너처럼 화가 많지 않아. 착하다고~”


“야! 나도 그렇게 성격이 더럽지는 않았어!”


“너 성격 더러워졌었어. 뭔 소리야.”


“와-.”


“크큭- 솔직해 지자 수아야~.”


오랜만에 집에서 여유롭게 수다나 떠니 꼭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삐리릭-


우리 중 누군가가 무전기를 켰다. 약 1년 만에 듣는 소리였다.


‘차량 3대 접근 중, 차량 3대 접근 중!’


오늘 보초 당번인 성진이 목소리였다.



“월이랑 애들 1호로 데리고 가!”


“씨발! 갑자기 뭐야!!”


현성이는 안고 있던 월이를 데리고 지하로 내려가 1호로 향했다. 나는 집 구석구석에 숨겨둔 무기를 찾아 몸 구석구석에 꽂아넣고 무전기를 들었다.


성찬 : “인원 확인돼?”


성진 : ‘안쪽은 전혀 안보여요.’


수아 : “걔네한테 들키지 말고 조용히 돌아와. 나머지는 어디야?!”


제형 : “밭은 나 포함 17명. 집에서 무기 챙겨 나오고 있고 애들은 1호로 가고 있어.”


수아 : “임산부랑 애들은 우리가 부를 때까지 절대 나오지 마! 빨리 모여!!”


무전을 끊고 나는 옷장 깊숙한 곳에 숨겨둔 권총을 빼어 허리춤에 꽂고 집을 나섰다. 애들도 각자의 무기를 챙겨 하나둘씩 주차장에 모이고 있었다.


수아 : “우리 몇 명이지?”


제형 : “지금 모인 건 15명.”


진호 : “왜 그것 밖에 안돼?”


제형 : “임산부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성진이가 못 왔어. 전력이 너무 부족해.”


진호 : “씨발!”


세아 : “몇 명은 좀 숨어?”


수아 : “아냐. 인원이 너무 딸려. 자동차 3대면 우리랑 비슷한 인원일거야. 한 명만 소방차에 들어가. 문인수! 너가 들어가!”


제형 : “왜 문인수야.”


수아 : “저 새낀 절대 제대로 못 싸워. 차라리 차나 운전하는게 나아.


성진 : ‘지금 밭 거의 다 넘었어요!’


수아 : “다들 칼 잡아!”



부우웅-


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 주택가 입구에 차의 모습이 나타났고 그 차들은 우리와 7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멈췄다. 문이 열렸다.


강지섭이었다.


“우리 좀 도와줘.. 아니, 우리 좀 살려줘.”


“뭐에서?”


“저번 태풍이 고성을 정통으로 쳐서 피해가 너무 커. 벌써 일주일이나 제대로 밥을 못 먹었어.”


“······.”


제발..”


무리한 부탁이었다. 이번 년도는 우리의 수확이 그리 좋지 않아 작년에 비축해 놓은 것을 포함해 겨우 우리가 굶지 않고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양을 채울 수 있었다. 그러니 이들을 돕는 건 절대 무리였다.


옆에 선 백제형을 붙잡아 귀를 가까이 했다.


“지하에 있는 조림병 3개랑 우리한테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식재료 좀 담아와 줘.”


“양이 얼마 안될거야. 조림병을 같이 넣어도 폴딩박스 하나가 꽉 채워지지도 않아.”


“어쩔 수 없어. 그게 최선이야. 부탁해.”


“응.”


백제형이 본진으로 뛰어올라 갔다.


“윤후랑 윤일이는?”


“어린이 우선으로 하고 있어서 실제로 굶고 있는 건 중고등 정도야. 애들은 괜찮아.”


“일주일 동안 굶었다고 했잖아. 둘은 이리로 보내, 입이 조금이라도 주는 게 너희 쪽에서도 낫지 않겠어?”


“이혜인이 반대해. 둘은 못 보내.”


“······..”


이혜인이 사라지지 않았던 건가. 아무리 가임기가 껴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바로 조건을 충족하기는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벌레 같은 아주 질긴 생명력이다.




“이게 다야. 우리가 너희한테 줄 수 있는건 그게 끝이니까 그게 가지고 돌아가.”


백제형이 가져온 상자를 강지섭에게 넘겼다. 강지섭은 아쉬운 표정을 보였다.


“··· 우리가 뭘 어떻게 하면 좀 더 받을 수 있지?”


“미안한데, 그게 정말 최선이야. 우리도 간당간당 해.”


“······.”


“돌아가. 그리고 다음부터는 이렇게 오지마. 와봤자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으니까.”


“··· 다들 차에 타! 돌아간다.”


강지섭을 제외한 고성 애들 모두가 차에 탔다.


“고마워.”


강지섭은 자기 무리 애들이 차에 다 타고 나서야 내게 조용히 감사 인사를 읊조렸다. 이번 일은 ‘구걸’이었단 걸 잘 아는지 놈은 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고 땅을 보고 있었다.


놈들은 다 차지도 않은 폴딩박스 하나만 가지고 조용히 돌아갔지만 불안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수아 : “위험하네 쟤네.”


아린 : “그러게. 지금보다 더 궁지에 몰리면 저렇게 쉽게 안 돌아갈거야.”


세아 : “먼저 쳐버릴까?”


현성 : “근데 쟤네가 더이상 안 올 수도 있잖아.”


성찬 : “나도 가능성이 무서워서 사람 죽이는 건 싫다..”


아린 : “나도. 한 번 여기 찾아왔다고 죽이는 건 너무 과해.”


수아 : “··· 일주일 정도는 다들 몸에서 무기 놓지 말고, 일 갈 때도 챙기고 다녀. 어린 애들은 1호에서 지내게 해야겠어. 괜찮을끼?”


아린 : “괜찮아. 어차피 수업도 여기서 하고 있고.”


제형 : “그걸로 괜찮을까?”


수아 : “할 수 있는게 없잖아. 차로 이동할 테니까 보초 애들이 걔네를 놓칠리도 없고.. 발견하고 즉시 준비하면 우리만 호되게 당하지도 않을거야.”


제형 : “······.”


세아 : “아, 저 망할 새끼들- 사람 놀래키고 있어.”


수아 : “이제 다들 각자 할 거 하러 가도 돼. 해산하자.”





11월 2일.


놈들이 우리에게 다녀간 날 저녁 비가 심하게 내린 후로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졌다. 포크레인 뭐 이런것들은 사용할 수가 없으니 온전히 힘으로 땅을 파고 터를 만들어 세운 유리온실이 제기능을 충실히 해 우리는 겨울에도 어느 정도의 수확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요즘은 더 많은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저녁마다 비닐하우스 설치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우리의 귀가 시간이 점차 늦어졌다. 오늘은 내가 작업을 나가는 날이었는데, 집에 돌아왔을 땐 백제형이 피로에 쩔어 월이와 자고 있었다.


“침대가서 자, 여기서 자면 감기 걸려.”


“..으응.. 왔어?”


“응. 방으로 가자.”


“응.. 바로 잘거야?”


“아니 잠깐 좀 나갔다 오게.”


“또?”


“금방 올거야. 먼저 자고 있어.”


“알겠어.. 따뜻하게 입고가.”


월이와 백제형을 방에 데려다 놓고 옆에 걸린 백제형 패딩을 집었다. 나는 열도 많고 추위도 많이 타는 체질인데 일을 하면 더위를 너무 타 겨울 옷을 최대한 늦게 빼서 내 겨울옷이 없기 때문이었다.


집을 나서 예전 보초를 서던 6호의 옥상으로 올랐다. 어차피 정말 보초를 서는 애들은 모두 카페로 나가 있어 내가 있는게 큰 의미는 없을 테지만, 놈들이 다녀온 후로 언제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몇 달 간 하지 않던 행동을 다시 하고 있다.



새벽 2시 50분.


“오~ 임성찬~!”


“뭐야, 왜 여기있냐? 오늘 너가 보초로 바꼈어?”


“아니 도진이 맞아. 난 그냥 나온거임.”


보초를 서러 갈 성찬이를 보고 옥상을 내려갔다.


“도진이랑 같이 가기로 함?”


“어, 여기서 저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없네.”


“자나?”


“한 번도 지각 안 했단 말이지 걔.. 뭔 일 있나?”


“몰라. 가보자 그럼.”


“안 자냐니까?”


“안 오는데 어떡하냐 그럼. 나도 데려가 그냥.”


“어휴..”


“무기는 제대로 챙겼지?”


성찬이가 양쪽 바지 주머니에서 칼을 빼 흔들어 보이곤 등쪽에서 손도끼를 뺏다. 물론 내가 조심하라고 하긴 했지만 저정도로 풀 장착 상태로 보초를 서러 갈지는 몰랐다.


“너도 참..”


“나도 내 목숨이 중요해서 말이지.”


“잘 때도 그러냐?”


“옆에 두는 정도.”


“큭큭-.”


매일같이 다니는 길이라 우리는 길에서 후레쉬를 키지 않아도 도진이가 있는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아.”


“왜?”


“몰라 뭐에 걸렸어.”


“여기 길 치운지가 언젠데?”


이상하다고 느낀 성찬이가 주머니에 넣어둔 후레쉬를 켰다.



“허억···!!”


“야.. 야 박도진, 야!! 야 박도진, 좀 일어나 보라고!! 야!”


성찬이의 손에서 떨어진 후레쉬는 바닥에는 쓰러진 박도진을 비췄다. 아니, 피를 흘리고 죽어있는 박도진을 비추고 있었다.



왜, 왜, 왜


왜 우리가 놈들이 침입하는 걸 모를 수 있었지?


보초를 서던 애들은, 이 근처 집에서 자고 있을 애들은?


월이와 제형이는-.



주머니에 넣어둔 무전기를 찾는 손이 덜덜 떨렸다.



‘노리는 자’가 아닌 ‘노려지는 자’가 되는 공포에 제대로 사로잡혀버렸다.



“빨리 무전기 잡으라고!!”


“안돼.. 안돼!!!!!”


성찬이의 뒤로 침입자의 모습이 보였다. 고성 쉘터의 인원인 사람이 말이다.



푸우욱—


“우윽..”


성찬이의 등을 노리던 칼이 내 손을 뚫고 칼날을 보였다. 미친듯한 고통이 발끝까지 전해지는 것 같다.


“으아아!”



푹- 푹- 푸욱-


자신이 노려졌다는 걸 인지한 성찬이가 놈의 배를 두 번, 목을 한 번 찔렀다. 놈의 피가 눈에 들어간 건지 후레쉬의 빛이 붉은 빛으로 보였다.


“무전기.. 무전기..!!”


성찬이가 바닥을 두드려 가며 내가 떨어뜨린 무전기를 찾아댔다.




“다들 일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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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혈연 (2) 21.10.31 25 1 11쪽
42 혈연 21.10.30 30 1 10쪽
41 협상 21.10.26 27 1 10쪽
40 어선 21.10.23 27 1 10쪽
39 백 월 21.10.22 26 1 10쪽
38 저수지 투신자살 21.10.19 29 2 15쪽
37 죽어 마땅한 인간 21.10.18 26 1 14쪽
36 감각 21.10.17 40 1 16쪽
35 일상 21.10.16 34 1 14쪽
34 관계 21.10.15 32 1 12쪽
33 스파크 21.10.14 30 1 11쪽
32 신뢰 21.10.13 29 1 10쪽
31 25+14+2 21.10.12 31 1 10쪽
30 사각사각 21.10.10 31 1 10쪽
29 본능 활성화 21.10.09 31 1 11쪽
28 제안 21.10.07 33 1 11쪽
27 거절 21.10.05 34 1 13쪽
26 새로운 무리 21.10.04 29 1 11쪽
25 두번째 불행 21.10.03 33 1 11쪽
24 시체유기 21.10.03 27 1 11쪽
23 고민 21.10.02 33 1 11쪽
22 화재발견 21.10.02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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