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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님의 서재입니다.

어덜트 베니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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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작품등록일 :
2021.09.13 15:06
최근연재일 :
2021.11.11 13:3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627
추천수 :
41
글자수 :
256,851

작성
21.10.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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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혈연 (2)

.




DUMMY

오랫동안 맡아보지 못한 비린 냄새가 1호의 부엌을 가득 메웠다. 밭일이 끝나고 돌아온 애들은 나와 민영이, 윤아 뒤로 옹기종기 붙어 이 날것이 익어가는 모습을 구경했다. 오늘은 처음으로 다른 쉘터와 교류한 음식을 먹는 날이다.


현성 : “와- 해산물을 얼마만에 먹는 거지?”


현수 : “존나 맛있어 진짜.”


윤아 : “애들 앞에서 욕하지 말라고 욕!”


15개월만에 먹은 해산물의 맛은 정말 뭐라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게 느껴졌다. 우린 며칠 동안 굶은 사람처럼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탐하기 시작했다. 과장을 빼고 말해도 상다리 부러지게 차린 음식들은 몇 분만에 우리들의 뱃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현성 : “우리 거래 계속 해야겠다 야.”


아린 : “그러게 이걸 그냥 안 먹고 살 순 없어.”


수아 : “알아, 나도 걔네한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막 들기 시작했어.”


현성 : “와~ 사람 마음 이렇게 간사하다. 크큭-“


수아 : “너흰 맨날 이렇게 밥 먹었냐?”


인범 : “국 요리처럼 물이 많이 필요한 음식은 거의 못 먹었어. 날 것으로 먹을 수 있는건 생으로 먹고 익혀야 되는건 불에 구웠어.”


수아 : “밥은? 주식이 해산물이진 않았을 거 아냐.”


인범 : “주식이었어. 워낙 인구가 많지 않던 곳이라 확보할 수 있는 쌀양이 적기도 했고 벼 키우는 논이 우리 주변에 많지 않아서 식량난이 좀 길게 이어졌던 적이 있거든.”


수아 : “지금은?”


인범 : “조금씩 늘리고 있어. 농장 자식인 애들이 좀 있어서 별 문제 없이 진행 중.”


수아 : “오~ 그럼 같이 농사 짓기 괜찮겠네.”


인범 : “농사?”


수아 : “지금 딱 바쁜 시기잖아. 너희한테 기술을 배우러 간 애들 빈자리 채워줘야지.”


인범 : “뭐.. 그래.”


아린 : “야 너 그렇게 말하니까 불법 노동자 고용인 같아.”


현성 : “인정.”


수아 : “와- 이렇게 나를 몰아간다고?”


현성 : “팩트지.”


‘김인범’은 강지협과 같은 나이로 가장 친한 친구인 것 같다. 그래서 이곳에 들어올 때도 자신과 함께 온 5명을 이끄는 리더 느낌이 났다. 무리 중 18살의 나이로 나이가 가장 많은 축에 속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평소보다 빠르게 끝난 저녁을 마무리 하고 김인범을 불렀다. 김인범을 포함한 2명만 18살, 17살 1명과 16살이 2명이었다. 고성 쉘터의 나이대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로 우리보다 훨씬 다양했다.


“19살은 몇 명 있어?”


“한 명. 생일이 다들 빨랐어서 이제는 한 명 밖에 안 남았어.”


“몇 명 있었는데?”


“지금까지 총 9명.”


“두 달 남았다는 사람이 ‘이혜인’이라는 그 여자야?”


“응.”


“흐음.. 왜 그 여자가 너희 쉘터에 들어간거야? 남양주에 살던 여자인데.”


“어느날 갑자기 우리 마을에 쓰러져 있었어. 어떻게 찾아 왔는지는 몰라. 근데 그 여자가 우리 쉘터 초반 리더랑 눈이 맞아서 그대로 눌러 살게 됐는데 그 형이 사라지고 나서도 그냥 같이 살고 있어.”


“······.”


“질문은 이게 끝이야?”


“다른 무리랑 싸운적은?”


“그닥 없어. 워낙에 촌이라 애들이 많지도 않았고.”


“그럼 너흰 어떻게 40명 정도 되는 인원이 모인거야?”


“초중고가 같이 있는 학교를 다녀서 그래. 거기 있는 애들은 얼굴이랑 이름, 사는 집까지 거의 다 아니까.”


“주변 애들을 처음부터 끌어모아서 근처에 남아있는 생존자를 만난적이 없었다?”


“응.”


“믿기 힘든 이야기네.”


“···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야?”


“하하- 아니~ 천운의 아이들이라 생각한 것 뿐이야.”


“······.”


“그 이혜인이란


“흠, 이정도면 됐어. 돌아가서 쉬어도 돼.”


김인범은 본진에서 자신이 묶을 집으로 돌아갔다. 놈의 말에 걸리는 것이 너무 많다. 8명이나 있었던 19살이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7월 전에 생일이 있던 것도, 남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는 것 모두 말이다.


“..하아-. 그새 예민해졌나..”


“뭐가 예민해?”


“그냥~ 계속 작은 걸 신경 쓰게 되네.. 씻을 준비 할까?”


“응!”


물이 끊기고 설거지나 빨래 등을 시냇가에서 하게 된 것처럼 목욕도 마찬가지였다. 겨울이 아닌 이상 고등학생 정도 나이가 된 애들은 물을 끓이기 귀찮아 그냥 개울에서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지만, 아직 어린애들에게 그 추위를 견디게 하는 건 너무 고된 일이라 물을 다량으로 끓여 목욕 시킨다.


머리만 감을 땐 아이들도 개울에 머리를 박지만 몸을 씻을 땐 욕조에 끓은 물 양을 조절해야 하니 목욕 한 번 시키는 것도 일이다. 개울에서 물을 퍼오고 뒷마당에서 물을 끓이고 옮기는 일은 힘이 많이 드는 일을 백제형이 스스로 도맡아 했던 것에 경의를 표할 정도다.


“누나는 월이 윤아 누나한테 잠깐 맡기고 올게. 윤일이랑 이거 치우고 있어?”


“응, 갔다와 누나.”





“엥? 류아린 이민영 여기서 뭐하냐?”


“수다 떨러왔지. 너는 왜?”


“야 현수야, 너네도 오늘쯤 현주 씻길거지? 그럼 와서 나랑 물 좀 나르자 현주 먼저 씻기고 윤후랑 윤일이 좀 씻기게.”


“그러죠.”


“윤아쓰.. 우리 월이 좀 부탁해도 될까?”


“당연히 되긴 하는데 그럼 그냥 윤후랑 윤일이 현수랑 씻으라 해, 넌 좀 쉬고.”


“아 괜찮네요. 그렇게 하죠?”


“그래도 돼? 그럼 부탁 좀 할게.”


“갔다 올게요 누나.”


현수가 윤아와 짧게 입을 맞췄다. 우리 쉘터의 유일한 연상연하 커플인데 관계를 들킨 이후로는 제일 뻔뻔스럽게 연애질을 하는 애들이다. 현수는 그대로 현주와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수아 : “이거 완전 자연스럽게 여자들의 모임인가.”


민영 : “우리 벌써 아줌마같다, 하하-.“


아린 : “그니까. 괜히 옛날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노는게 아니었어. 혼자 있으면 너무 심심해.”


수아 : “몇 년 뒤에 애들 좀 크면 우린 모여 앉아서 화투나 치고 있겠다 야.”


윤아 : “아하하-!”


아린 : “아 그러고 보니 방금 김인범이랑 이야기 하다 온거지? 걔가 뭐래?”


수아 : “19살 생일 지난 사람은 지금까지 8명 있었고, 남은 1명까지 총 9명. 근데 주변에서 다른 사람을 봐 본적이 없다네.”


아린 : “에에? 말도 안돼! 아무리 학생이 적었던 곳이라고 해도 그렇지 그개 가능해?”


수아 : “그러게 말이다.. 근데 정말 운이었을지도 모르니까.”


민영 : “또 이상한 점은 없어?”


수아 : “딱히.”


윤아 : “근데 왜 19살이 아니라 18살짜리가 리더가 됐지?”


민영 : “두 달 밖에 안 남아서 그런거 아냐?”


아린 : “백제형도 자기 형 친구들 재치고 리더 됐잖아. 강지협이란 애가 19살짜리보다 똑똑했던거 아냐?”


수아 : “그 19살이 그 망할년이야.”


윤아 : “아..”


아린 : “근데 그 여잔 어떻게 거기 있대?”


수아 : “지들도 모른대. 그냥 눈 떠보니까 있다더라. 근데 그년이 당시 리더랑 눈이 맞아서 그대로 눌러 살게 된거래.”


아린 : “특이한 경우긴 하네..”


수아 : “콱 그냥 뒤져버리지!”


그년에 대한 욕을 실컷 떠들었지만 결국 내 친구들이랑 수다를 떠는게 훨씬 재밌어서 이 주제는 금방 잊었다. 월이가 울음을 터뜨려도 주변 애들이 달래주어 나는 편한 마음으로 수다를 떨 수 있었다.



1시간 조금 넘게 떠들었을까, 아이들의 목욕이 끝났을 시간이 되어 나는 애들에게 잘자라는 인사와 함께 집을 나와 본진으로 향했다.


“나랑 이야기 좀 하자.”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한참 좋았던 기분이 한순간 가라앉았다.


“하.. 뭐를?”


“윤후랑 윤일이에 대해서.”


“······.”


“6주 뒤에는 내가 애들을 데려갈게.”


“조금이라고 살기 힘들어 지면 다시 두고 가게?”


“······.”


“너가 애들만 버리고 간 뒤에, 걔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기나 해?”


“내가 버리고 싶어서 버린 줄 알아?! 조금 살기 힘들었던게 아니야, 식량 한 번 구해 올 때마다 내 목숨이 달렸다고! 근데 3인분의 식량은 어디서 구해오고 또 어떻게 다른 사람 눈을 피해 도망갈 수 있었겠어! 나도 살려고 그랬던 거라고!”


“그렇다고 애들을 두고 가!!”


“2달이야. 2달. 내가 쟤네를 돌보느라 아파트를 떠나지도 못하고 갇혀 살았던게!! 그냥 가까이 사는 친척이라 조금 친했던 애들인데 2달을 그렇게 지켰다고!”


“그건 네가 가족이니까 당연히 했어야 했던 거잖아!”


“살기 위해서 내린 결정이야.. 그동안 나는 죄책감이 없었던 줄 알아?”


“그럼 1년 동안은 왜 안 찾아왔어!”


“죽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근데 살아 있잖아, 그래서 다시 책임지고 키우겠다고 하잖아!”


“으에엥—!!”


“1년 동안 애들을 키워준 건 고맙다고 생각해, 근데 그것도 여기까지야! 아이들한테도 ‘진짜’ 가족이랑 사는 삶이 훨씬 좋지 않겠어?”


“닥쳐..”


“우리는 피로 이어져있어. 너랑은 다르다고!”


“닥치라고..!!”



쾅쾅-


심장이 세게 뛴다. 숨이 거칠게 느껴지고 입 주변의 근육이 부들부들 떨렸다.


서로를 매섭게 윽박지르는 우리의 목소리에 울음을 터뜨린 월이를 달래며 마음을 진정시켜보려 했다. 우리가 싸우는 사이, 언제 애들이 나온 건지 주택가의 집에서 쉬던 애들이 모두 문을 열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누나들 싸워..?”


아뿔사. 윤후와 윤일이도 주차장까지 내려와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들은 걸까, 자신들이 버려진 것을 알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을까.


“···윤-.”


“윤후야 윤일아. 내가 너희들 두고 어딘가로 사라져 버려서 이제는 내가 싫어?”


이 뭣같은 년이 내 말을 젖히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누나가 잘못했어, 미안해.. 누나 다시 윤후랑 윤일이랑 가족 하면 안될까?”


왜 네가 눈물을 보이는 거야, 진짜 울 것 같은 건 나란 말이다.


“아냐! 나는 아직도 혜인 누나가 좋아, 누나는 내 누나야!”


윤일이는 울고 있는 그녀에게 뛰어갔다. 그년은 윤일이를 안아들고 얼굴을 비볐다. 윤일이는 그 작은 손으로 여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다.


저게 피로 이어진 가족의 힘 일까. 다른 이유 없이 선천적으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관계.


가슴 위로 안아 든 월이가 오르락내리락 할 정도로 숨이 거칠어졌다. 눈시울이 뜨겁고 무거워진다.


그년의 망할 수작질에 눈물을 보이긴 싫어 빠르게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윤후는 내게 오지도, 저 여자에게 가지도 못하고 자신의 자리에 서서 고민하고 있었다. 나와 저년의 싸움으로 윤후에게 불편함을 선사할 순 없다.


“.. 윤일이 운다 윤후야. 좋은 형은 우는 동생을 달래줘야지?”


나라는 선택지를 빼면 윤후가 저렇게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누나도 울잖아..”


“··· 누나는 다 커서 괜찮아. 그보다 윤일이는 네 가족이잖아. 가족보다 소중한 건 없는 걸.”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계단에 서 있는 윤후의 머리를 쓰담았다. 윤후는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오늘은 저 누나 집에서 자도 돼. 보고 싶어했잖아.”


윤후를 지나쳐 계단을 올라왔다.



월이는 아직도 크게 울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 울음 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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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정리 21.11.11 21 0 19쪽
48 드럼통 속 고기 21.11.09 20 0 11쪽
47 백병전 21.11.07 23 0 11쪽
46 남양 쉘터 침입 21.11.05 26 0 11쪽
45 비상 21.11.04 26 1 11쪽
44 헤어짐 21.11.01 24 1 12쪽
» 혈연 (2) 21.10.31 25 1 11쪽
42 혈연 21.10.30 29 1 10쪽
41 협상 21.10.26 27 1 10쪽
40 어선 21.10.23 26 1 10쪽
39 백 월 21.10.22 26 1 10쪽
38 저수지 투신자살 21.10.19 29 2 15쪽
37 죽어 마땅한 인간 21.10.18 26 1 14쪽
36 감각 21.10.17 39 1 16쪽
35 일상 21.10.16 33 1 14쪽
34 관계 21.10.15 32 1 12쪽
33 스파크 21.10.14 29 1 11쪽
32 신뢰 21.10.13 28 1 10쪽
31 25+14+2 21.10.12 31 1 10쪽
30 사각사각 21.10.10 31 1 10쪽
29 본능 활성화 21.10.09 30 1 11쪽
28 제안 21.10.07 33 1 11쪽
27 거절 21.10.05 34 1 13쪽
26 새로운 무리 21.10.04 29 1 11쪽
25 두번째 불행 21.10.03 33 1 11쪽
24 시체유기 21.10.03 27 1 11쪽
23 고민 21.10.02 32 1 11쪽
22 화재발견 21.10.02 29 1 12쪽
21 해충 21.10.01 27 1 11쪽
20 체제 21.09.28 3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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