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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님의 서재입니다.

어덜트 베니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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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작품등록일 :
2021.09.13 15:06
최근연재일 :
2021.11.11 13:3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640
추천수 :
41
글자수 :
256,851

작성
21.10.15 11:09
조회
32
추천
1
글자
12쪽

관계

.




DUMMY

“우웩-.”


헙-


빠르게 입을 막았다. 너무도 뜬금없이 헛구역질이 나왔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아침을 먹는 애들의 눈이 내게로 쏠렸다. 모두의 잠이 달아난듯 하다.


백제형과 눈이 마주쳤다.


“우욱-.”


자리를 박차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아린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변기의 커버를 올리고 구역질을 해댔다. 1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린이가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와 문을 잠궜다.


“빨리 해.”


아린이가 임신 테스트기를 넘기고 뒤로 돌아섰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었고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소변을 묻힌 테스트기를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 심호흡을 한 후 테스트기를 확인했다.


빨간 두 줄.


아린이가 뒤로 돌아 테스트기를 확인했다.


“야아아아!!!!!!!!!!”


고막을 찢을 것 같은 저 소리에도 귀를 막을 힘을 없었다.


쾅쾅쾅-


성찬 : “야! 왜 그래?”


우주 : “누나! 다른 누나들 불러요?!”


아린 : “야!! 니들!! 닥치고 빨리 부엌 들어가서 문 닫아!!!”


성찬 : “어? 아니 왜 그런-“


아린 : “아! 쫌!!!”


성찬 : “아, 알았어. 가, 가!”


윤후 : “누나는?”


성찬 : “윤후도 가자. 누나들 화나면 무서워.”


아린이가 화장실 밖으로 고개만 내밀어 밥을 먹는 애들에게 소리쳤다. 성찬이는 애들을 이끌고 부엌으로 들어가 가벽을 닫았다.


“말해. 누구야.”


“······.”


“백제형이야?”


“······.”


“야!! 너희 제대로 생각하고 한거야? 니들 지금 사이도 안 좋잖아!”


“······.”


머리가 굴러가지 않았다.


엄마는 나를 가지기까지 8달이 걸렸다. 나는 첫경험과 동시에 단 한 번 뿐이었다. 그게 다였다.


“···하··· 언제야?”


“···9월 11일.”


“뭣- 이미 한 달도 넘었잖아..?”


“..씨발..”


“백제형은 어쩌게.”


“몰라.”


“걔랑 짝을 맺기로 한거야?”


“아니.”


“이런 미친- 너 진짜 어쩌려고 그래!”


“······.”


내가 애를 낳으면 나와 백제형 둘의 생존은 확실해 진다. 하지만 백제형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 아빠로 있으라 해? 남편이 되라 해? 아님 그냥 모른척하고 내가 혼자 키우겠다 해?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애들한테 백제형 이야기는 아직 하지마. 내가 먼저 이야기 해볼게.”




긴급 회의가 열렸다. 물론 주제는 ‘권수아’ 나였다. 아이 아빠의 정체는 밝히지 않았다. 처음부터 내가 말할 수 없다고 했기에 애들은 내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일단 나는 모든 과격한 활동에서 배제되고 임신 안정기에 들어설 때까지 최대한 안정을 취하게 됐다. 시도때로 없이 몰려오는 졸음에 아침 취사 담당도 배제됐다. 덤으로 할머니 방의 침대는 내 차지가 됐다.


오전 12시 30분.


시끄러운 하루가 마무리 되고 애들이 잠에 들었을 때, 백제형이 방으로 들어왔다. 잠이 쉽게 들지 않아 피곤함만 축적되는 때였다.


“······.”


“혹시 나말고 다른 사람이랑 한 적 있어?”


짜증이 올라왔다. 첫 말이 저거라니, 내 기분을 바닥으로 끌어내리기에 효과적인 말이었다. 부글부글 끓는 화를 참고 고개를 저었다. 백제형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너보고 남편 역할 하라는 말 안해. 애한테만 친절하게 굴어.”


“···싫어.”


이상하게 눈물이 차올랐다. 사람을 죽여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말이다.


“···하.. 너 나가. 아무것도 안 바랄 테니까.”


“······.”


“꺼지라고!!”



덥썩-


백제형이 내 오른손을 잡고 내 눈을 마주쳤다.


“뭐하냐?”


“남편 할게. 아빠도 할거야.”


“뭐?”


“같이 하자.”


“넌 이게 쉬운 일로 보이냐?”


“아니. 나 진지해.”


“··· 우리 관계를 봐. 이게 제대로 이어지기나 하겠어?”


“연애하자 그럼.”


“..야 너 뭔가 잘못 생각하-“


“나랑 연애하자 수아야.”


“···야.”


“좋아해. 진심으로.”








“이거.”


백제형이 부엌에 서 있는 내 뒤로 담요를 덮고 자리를 떠났다.


세아 : “미친.”


아린. : “욕, 욕! 근데 쟤 왜저래..”


민영 : “이거 진짜 적응 안된다.”


윤아 : “쟤 무서워..”


수아 : “난 어떻겠어.”


내 임신 소식을 듣고 모인 여자애들은 백제형이 나간 문을 쳐다보며 한마디씩 했다.



백제형은 그날 이후 눈에 띄게 태도가 달라졌다. 갑자기 저렇게 담요를 덮어준다던가 먹을 걸 챙겨준 다던가, 그냥 계속 옆에서 왔다 갔다 한다. 진심으로 불편하다.


“왜그래 너 진짜.”


백제형을 방으로 불러들였다.


“뭐가?”


“뭐가? 뭐어가? 너 진짜 나 불편해 죽게 하려고?”


“아니.”


“‘아니’ 그거 말고오! 왜 자꾸 옆에서 알짱 거리는지 이유를 대라고오!”


“말했잖아, 연애하자고.”


“..진짜 돌았냐?”


“아니.”


“너 같으면 ‘아 예~’하고 바로 받아들일 수 있겠어?”


“아니.”


“···? 그거 말고 다른 말 좀 해보지?”


“익숙해져 줘. 나름대로 노력 중이야.”


“..허-.”


백제형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답했다. 왜 저렇게 태연한지 모르겠다.


“하··· 너 나 좋아해?”


“응.”


“왜? 우리 러브러브한 뭐 그런건 없지 않았나?”


“응.”


“우린 밥 할 때 빼곤 같이 있지도 않았잖아. 그치?”


“응.”


“그럼 왜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하는 건데에!!”


“······.”


“방금까지 태연했잖아. 빨랑 대답 안해?”


“취향이야.”


“뭐가.”


“전체적으로.”


“···.?”


진짜 또라이가 아닐까. 난 또라이한테 잘못 걸린거 아닐까.


“기가 쎈 점. 그런데 모두에게 친절하고 특히 아이를 좋아하는 점. 공과 사, 생과 사의 경계를 확실히 하는 점. 요리도 농사도 잘하는 점.”


“그만, 그만 그만해.”


백제형의 얼굴 앞에 손을 올려 더이상 말하지 말라는 표시를 하자 백제형은 바로 입을 닫았다.


“···진심이야?”


“응.”


“너 사태 일어나기 전에 연에 해 봤냐?”


“아니.”


“누구 좋아해 본 적 있어?”


“아니.”


“마음을 오해하는 거 아니야? 사태가 발생하고 기댈 연인이 필요했다 던지 뭐 그런거.”


“아니야.”


“······.”


“사태 전에도 딱히 남한테 기대는 타입 아니었어.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찌저찌 버텼고.”


“······.”


“여자한테 관심 있어본 적 없는데 너가 신경쓰이는 거니까 좋아하는 거 맞아.”


백제형의 말을 들을 수록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남은 9개월 동안 내가 괜찮은 놈인지 생각해 줘. 그때도 영 아니면 그냥 친절한 아저씨든 동네 아저씨든 너가 원하는 대로 할게.”


“······”


“늦었다. 나 갈게. 잘 자.”


백제형이 방문을 살포시 닫고 나갔고 나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백제형이 한 말은 거짓같지 않았다.


“아홉 달이라..”


백제형의 제안은 합당했다. 내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계속해서 쟤를 피하기도 뭐한 상황이니···


“들어 가도 돼?”


“응? 들어와도 되지 그럼~”


윤후와 윤일이었다. 둘은 침대에 앉아 내게 하루동안 있었던 일에 대해 떠들었다. 꿀꿀하던 참에 아이들의 귀여움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윤일 : “제형이 형아 싫어해?”


수아 : “아니~ 싫어하진 않아. 왜?”


윤일 : “형아는 누나 좋아한대-!”


수아 : “응?”


윤후 : “저번에 형이 말했어. 좋아한다고.”


수아 : “언제?”


윤후 : “누나가 아침 하러 갔을 때 윤일이가 물어봤어.”


저번에 백제형이 산에서 구른 다음날 아침인 것 같다.


‘그럼 벌써 2달 전인데..?’


윤일 : “내가 누나 좋아한다고 하니까 형도 좋아한댔어!”


수아 : “으, 응.”


윤일 : “오늘도 같이 자면 안돼?”


수아 : “그럼~ 윤후랑 윤일이 둘다 이 침대에서 자도 돼.”


좁게 자는 게 싫었던 할머니는 혼자 자는 침대를 킹사이즈로 사셨다. 그래서 아직 작은 애들과 나란히 자는 건 쉬운 일이었다. 우리의 방의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아이들은 조잘조잘 수다를 떨다 얼마 못 가 빠르게 잠들었다.



아이들이 자는 것을 확인하고 방을 나와 백제형을 지하로 불렀다. 백제형은 아직 자고 있지 않았다.


“딱 9달만이야. 그 후엔 나도 어떻게 말할 지 몰라.”


“응.”


“나 성격도 갈수록 더러워 질지도 몰라.”


“응. 알겠어.”


“··· 애들 앞에서는 행동들 좀 자제 좀 해줘.. 나 너무 부끄러워..”


“그건 노력해 볼게.”


“··· 나 간다.”


“잠깐만.”



쪽-


“잘 자.”


백제형이 내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고 먼저 계단을 올라갔다. 나는 그대로 멈춰서 백제형의 스킨쉽을 이해하고 있었다.


연애 한 번도 안해본게 사실일까 의심이 됐다.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는 남자친구를 3번 사귀어 봤는데도 이런 가벼운 스킨쉽에 놀랐다.


“뭐야 쟤..?”








11월 15일.


오랜만에 일찍 눈이 떠졌다.


“6시 2분···”


다시 잠들 것 같지는 않아 윤후와 윤일이를 놔두고 방을 나왔다. 아직 깬 사람은 없었다. 나는 거실 바닥에서 자고 있는 애들을 넘어 부엌으로 향했다.


겨울이 지나면 폭주족이나 약탈자 무리는 대부분 사라질 것이었다. 그래서 봄이 오면 짝을 맺은 사람끼리 이 근처의 집들에 들어가 평범한 가정집처럼 살기로 했다. 친구들과 이렇게 한 집에서 북적북적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본진은 원래 내 외할머니의 집이었기 때문에 내가 이사갈 일은 없었다. 이 주택가의 나머지 집 6채도 처음 원정 멤버들이 자리를 잡기로 했다. 나머지는 이 주택가를 중심으로 반원을 그려가며 집을 채우기로 했다.


이곳의 집들은 모두 단독주택이기 때문에 집이 작을 걱정은 없었다. 모두 마당이 있고 대부분이 2층집이었다. 아이들이 태어날 수록, 사람이 늘어날 수록 이곳은 사람의 온기로 채워질 것이었다.



베란다에서 쌀을 챙겨 물로 씻고 불을 붙인 버너 위에 올렸다.


나는 의자에 걸려진 외투 중 사이즈가 조금 큰 것을 입고 지하를 통해 뒷마당으로 나갔다. 아침 공기는 분명 차가웠지만, 동시에 느껴지는 상쾌함이 좋았다. 뒷마당의 정자에 앉아 1호와 본진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뭐해?”


백제형이었다.


“응? 그냥 아침 공기 느끼는 중. 왜 이렇게 빨리 일어났어?”


“아까 물소리가 나길래.”


“쌀 씻는 소리였나 보네. 다른 애들도 깼어?”


“으응. 이거 덮어.”


백제형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손에 들린 담요를 펼쳐 내게 둘렀다.


“나 겉옷도 잘 챙겨 입었어.”


“알아. 그래도 아침은 춥잖아.”


백제형이 내 옆으로 나란히 엉덩이를 붙였다. 사람이 없을 때면 우리의 거리는 이렇게 가까워진다.


9달 동안 자신을 평가하라는 말이 오고간 후, 일단은 우리가 공식적으로 연애를 하게 됐다. 뭐- 연애라고 하기엔 순서가 잘못됐지만 말이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연인과 꽁냥대는 것을 잘 못한다. 이건 몇 번을 연애하던 내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부끄러웠다. 백제형은 내 부탁을 수용하고 사람들 앞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사람이 없을 땐 백제형이 먼저 내게 앵겨왔다. 얼굴 옆으로 얼굴을 들이민다든지 눈을 길게 마주친다든지.. 정말 가벼운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인기척이 느껴지면 백제형은 빠르게 거리를 뒀다.


처음에는 영 익숙지 않아 불편한 감이 있었는데 그것도 잠시, 지금은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직접적인 스킨쉽이라 하면 하나밖에 없었다. 저녁 설거지를 할 시간에는 우리 둘만 부엌에 남는데 그때 내 볼에 가벼운 입맞춤을 한다. 뭐냐고 물으니 굿나잇 인사라고 한다. 이게 다였다.


내가 부담스러워 할 짓들은 아예 안한다. 입에 입을 맞추지도 않고 껴안지도 않는다. 솔직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이제 들어가야 하지 않아?”


백제형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응, 그러네.”


“가자. 아침 준비 도와줄게.”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을 걸었다. 기분이 간질간질 하다.


“손 잡아도 돼?”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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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정리 21.11.11 21 0 19쪽
48 드럼통 속 고기 21.11.09 20 0 11쪽
47 백병전 21.11.07 23 0 11쪽
46 남양 쉘터 침입 21.11.05 26 0 11쪽
45 비상 21.11.04 27 1 11쪽
44 헤어짐 21.11.01 24 1 12쪽
43 혈연 (2) 21.10.31 25 1 11쪽
42 혈연 21.10.30 30 1 10쪽
41 협상 21.10.26 27 1 10쪽
40 어선 21.10.23 27 1 10쪽
39 백 월 21.10.22 26 1 10쪽
38 저수지 투신자살 21.10.19 29 2 15쪽
37 죽어 마땅한 인간 21.10.18 26 1 14쪽
36 감각 21.10.17 40 1 16쪽
35 일상 21.10.16 34 1 14쪽
» 관계 21.10.15 33 1 12쪽
33 스파크 21.10.14 30 1 11쪽
32 신뢰 21.10.13 29 1 10쪽
31 25+14+2 21.10.12 31 1 10쪽
30 사각사각 21.10.10 31 1 10쪽
29 본능 활성화 21.10.09 31 1 11쪽
28 제안 21.10.07 33 1 11쪽
27 거절 21.10.05 34 1 13쪽
26 새로운 무리 21.10.04 30 1 11쪽
25 두번째 불행 21.10.03 33 1 11쪽
24 시체유기 21.10.03 27 1 11쪽
23 고민 21.10.02 33 1 11쪽
22 화재발견 21.10.02 30 1 12쪽
21 해충 21.10.01 27 1 11쪽
20 체제 21.09.28 3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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