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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님의 서재입니다.

어덜트 베니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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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작품등록일 :
2021.09.13 15:06
최근연재일 :
2021.11.11 13:3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621
추천수 :
41
글자수 :
256,851

작성
21.10.10 22:08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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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사각사각

.




DUMMY

(서희 시점)



사각사각-


무언가 갉아 먹는 소리가 난다.


사각사각-


내속의 무언가가 나를 갉아 먹고 있다. 구역질이 올라온다. 나는 배 안의 것을 어떻게든 토해내기 위해 화장실로 몇 번을 달려 갔는지 모르겠다.


사각사각사각사각—


“아아아아아악!!!!!”


객기가 일어난다. 어떻게든 이 안에 있는 것을 떨어뜨리고 싶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허공에 팔을 휘젓고 내게 닿는 것들을 모조리 부쉈다.


“떨어지라고!!! 아아악!!”


“서희야, 서희야!!!”


누군가 나를 세게 붙잡았다. 퍽, 내 팔이 누군가의 몸을 세게 때렸다.


“그만 하라고!!”


“이거 놔, 싫어!! 놓으라고!!”


“서희야!!”


아까보다 팔에 힘을 줬다. 나를 붙잡던 힘이 사라졌다.



쾅쾅쾅쾅—


“문 열어요 언니!”


쾅쾅쾅쾅-


“열라고요!!”


문이 열렸다. 다수의 발소리가 소음을 만들었고 그것들은 모두 내게 붙었다.


“진정해요, 이러지 말라고!”


침대로 나를 밀치고 세게 눌렀다. 움직일 수 없었다.


“죽여 버릴거야··· 죽여 버린다고···.”


뺨에 뜨거운 것이 흘렀다. 얼굴과 맞댄 이불이 축축해졌다. 더이상의 저항은 불가능 했다.








“···이제 좀 진정돼?”


“······.”


“배 안고파? 어제 저녁부터 안 먹었잖아.”


“······.”


“서희야.”


“쫌.. 쫌! 그만 좀 불러!!”


“밥 먹자.”


단호했다. 내가 익숙지 않은 소리.


“자, 아- 해.”


“··· 왜 그러는 거야. 왜 그렇게 멀쩡히 있는 건데.”


“살아야 하니까.”


“이게 나를 갉아 먹잖아!!”


“그럼 잡아 먹히지 않게 버틸 힘을 모아 놔야지.”


“장난해? 그 개자식들 애를 낳을 거야? 그런 일을 당하고 어떻게 품을 수가 있어!!”


“나도 싫어. 그래도 살아야 하잖아.”


“나는 이미 조건을 충족 했잖아!! 왜 지우지 못하게 하는 거야!”


“··· 네 뱃속에 애가 죽으면 너도 죽을지도 몰라.”


“무슨 소리야. 이미 조건은 성립 했잖아. 이제 아이는 필요 없잖아.”


“아까 아린이랑 수아가 왔어. 우리가 19살 생일을 넘기고도 살 수 있는 건 아이를 가져서야. 만약 우리가 ‘엄마’의 자격을 얻어서 산 거라면··· 아이가 태어나지 않고 유산되면 자격을 박탈 당하는 동시에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른대.”


“그걸 걔네가 어떻게 알아. 확신할 수 있어?”


“못 해. 가설이야. 하지만 일리는 있잖아. 걔네가 생각해 낸 결론이면 어느정도 믿을만 하고.”


“거짓말이야···. 거짓말···.”


“그 증거가 틀렸다면 좋겠지만 맞으면···.”


“······.”


“우리가 가설을 증명하는 증인이 될거야.”


“···으윽, 왜 이러는 거야.. 왜 이렇게 되어 버린거야.. 흐윽, 끕, 엄마.. 아빠.. 싫어, 무서워···.”


침대에 웅크린 나를 민지가 감싸 안았다.


“나랑 살아남자 서희야, 응?”


“9달을 버티며 뭐해, 이걸, 사랑으로 키울 수 있어? 나는, 나는 절대 못해··· 분명 죽여버릴 거라고···.”


그랬다. 민지의 말대로 내가 9개월을 버텨 아이를 출산한다 해도 절대로 키울 수 없었다. 그 얼굴을 볼 때마다 작게 숨을 쉬는 아이의 목을 졸라맬 것 같았다. 놈들의 피가 섞인 아이를 사랑할 수 없다.


“괜찮아. 네가 아이를 키우지 않아도 돼. 내가 키울 테니까.”


“뭐···?”


“아이의 엄마로 살지 않아도 돼. 그놈들의 아이 엄마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아.”


“······.”


“그냥 살아서 내 옆에 남아주기만 해줘. 너까지 없으면 안돼 나는···.”


“너···.”



뚝뚝.


고개를 들고 바로본 민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나도 싫어, 무섭다고. 근데 아무것도 남지 않고 사라져 버린다는 건 더 무서워. 제발 서희야.. 응? 내 옆에서 계속 살아남아 줘. 제발-.”


이기적이었다.


혼자만 힘들다고, 아프다고 투정 부린 나는, 너가 강해질 수 밖에 없도록 했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너의 눈물은 나를 아프게 하기에 덧 없는 무기였다.


모두 이기적이었다.


변해버린 세상은 우리의 숨통을 일방적으로 조여왔다. 우리는 목에 상처를 내며 견딜 수 밖에 없었다.










(아린 시점)


놈들이 이곳을 떠나고 이틀이 흘렀다.


놈들에게 심한 폭행을 당하고 한동안 몸을 움직이기 불편하게 된 수아는 침대에서 낮잠을 자는 일이 많아졌다. 집에 있을 때는 지하로 내려와 나와 시간을 보냈다. ‘불행’과 ‘조건’에 관한 이야기였다.


“임신만 하면 죽음을 피할 수 있다라···. 정말 그게 끝 일까?”


“모르지. 불행에 대한 정보가 압도적으로 적잖아.”


“만약에 임신이 유일한 조건이라면 생일을 넘긴 사람들은 아이를 낙태해도 상관 없을텐데.”


수아는 서희 언니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건 안될거야.”


“왜?”


“어른들이 사라진 이유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인간이 세상에서 사라진 건 아니잖아. 오히려 세상에는 가장 건강하고 환경 적응률, 번식력이 제일 높은 나이대만 남았고.”


“괜히 우리를 남긴게 아니다?”


“확신할 수 없지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해. 그 많은 것 중에 하필 조건이 ‘임신’이었잖아.”


인류가 10퍼센트, 아니 5퍼센트 정도로 줄이고 다시 인류를 늘려가는 느낌이야.”


“···네 말이 맞다면 우리는 애 낳는 기계 정도로 취급되는 거잖아.”


“표현이 좀 그렇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러면 임신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라 ‘살아있는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 더 맞는 거 아니겠어? 임신은 결국 개체수를 늘리려는 목적의 수단이니까.”


“··· 씨발···.”


“그냥 내 생각이야. 생각. 말도 안되는 망상일 확률이 높아.”


“네 말이 일리가 있어서 그렇지··· 아!!”


“하여간 서희 언니 저렇게 두는 건 안돼. 놈들이 말한 것들도 안 믿으려 하고 있어.”


“우린 정보가 부족하니까 조건에 무조건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잖아. 아직 가설이지만 민지 언니한테는 말해두자. 그럼 민지 언니가 서희 언니는 어떻게든 설득 하겠지. 자기 애인이 죽을지도 모른다는데 설마 그냥 두겠어?”


“서희 언니가 안 낳겠다고 하면 어쩌지? 가설이 틀렸으면 상관없는데 맞으면 언니가 증명하는 꼴이 될 텐데.”


“··· 그건 언니 선택이지. 언니가 자기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해보겠다고 해도 우리가 말릴 순 없어.”


“하···.”


“그러고 보니 넌 누구 좋아하는 애 있어?”


“갑자기 이렇게 뜬금없이..?”


“왜~ 애들 앞에서는 못 물어보는 거잖아. 있어?”


“··· 좋아하는 지는 모르겠어. 그냥 괜찮다 정도.”


“미친, 누구?!”


“······.”


얼굴이 뜨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 수아는 내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답을 기다렸다.


“···임성찬..”


“헤에엑- 걔!? 헐, 어쩌다? 무슨 면이?”


“아!! 몰라 묻지 마!”


“왜, 뭔데 그래. 성찬이의 친절함에 반했어?”


“안 반했다고!!!”


“크크큭- 근데 한 번도 그렇게 느낀 적 없었는데 어떻게 내 눈을 피했지?”


“뭐래는 거야! 그러는 넌!”


“나?”


“있을 거 아니야!”


“흐음···. 난 사실 잘 모르겠어. 여기 쉘터 애들 중에는 나쁜 사람이 없는 것 같으니까.”


“뭐야 그게. 취향도 없어?”


“얼굴 취향이라면 딱 한 명 있지.”


“누구?”


“백제형.”


“백···뭐?! 야!! 안돼!”


“아 그니까 얼굴 취향만 그렇다고! 누가 좋아한다냐, 걱정도 많으셔 우리 여사님~”


“말고는 없어?”


“얼굴 취향은 딱히? 그리고 여기있는 웬만한 애들 성격은 다 합격점 이상이라서 무슨 기준으로 좋아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 걸.”


“아이고···. 그럼 다른 애들은 뭐 좀 있는 애들 있는 거 같아? 너 그런거 잘 맞추잖아.”


“아마 현성이 하고 민영이? 걔네는 초반에 거의 붙어 살면서 뭐가 피어난 것 같고. 윤아랑 현수? 걔네는 잠만 빼면 매일 1호에 같이 있으니까 사이가 괜찮아 보이던데?”


“세아는 어떻대? 좋아하는 사람 있대?”


“승연이가 세아를 좋아하는 걸로 알아. 세아도 승연이 꽤 아끼니까 둘이 부부가 되지 않으려나?”


“뭐야. 그럼 너만 남잖아. 너 진짜 어쩌려고 그래?”


“몰라~ 아직 13개월 남았으니까 너무 걱정 하지마. 그리고 걔네가 살아 돌아오면 우리도 선택할 수 있는 사람 폭이 넓어지니까.”


“으, 그럴 확률은 적다고 본다.”


“크큭- 되면 좋겠다는 거지. 성공하면 농사꾼도 늘고 쉘터로 커지고 전투력도 세지잖아.”


“왜 그렇게 걔네한테 집착해?”


“약간 극단적인 선택을 하긴 해도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든 다 같이 살아보려 하잖아. 지금까지의 놈들은 자기 살기 바빴는데 말이야. 구성 비율이 여자 남자 1:1 인 점도 좋아. 이건 진짜 흔치 않은 거잖아.”


“··· 그건 그렇지.”


인정하긴 싫지만 수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면 걔네는 우리와 생존 방법이 달랐을 뿐 기본적인 모습은 그리 차이나 보이지 않았다. 물론 수아를 납치하고 폭행한 점은 용서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걔네가 돌아오면 어쩔거야?”


“미션 클리어 해서?”


“응. 정말 같이 살 생각이야?”


“응. 최대 인원 3명으로 우리랑 한 집에서 살면서 지켜보려고. 누군가 쳐들어 왔을 때나 탐색반을 꾸릴 때가 아니면 무기 소지 금지. 일은 똑같이 배분 할거야.”


“대놓고 감시 하겠다는 거네.”


“그치. 기분은 나쁘겠지만 지들이 어쩌겠어. 뭐, 같이 살다보면 언제가는 융합할 수 있겠지.”


“클리어 하지 못하면?”


“산에 데려가서 묻어야지. 살려뒀다가 우리 정보가 나갈 수도 있으니까.”


“···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걔네가 좀 불쌍해졌어.”


“에에-? 그런거야?”


“걔네가 살아 돌아오면 우리 쉘터는 39명···. 흐음.. 뭐 살아 돌아올 일은 없겠지만, 걔네가 정말로 온다면 사슴 한마리는 잡아도 되겠어.”


“와하하- 그거 좋다.”


“이제 1호로 가자. 언니한테 말해야지.”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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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혈연 21.10.30 28 1 10쪽
41 협상 21.10.26 27 1 10쪽
40 어선 21.10.23 26 1 10쪽
39 백 월 21.10.22 26 1 10쪽
38 저수지 투신자살 21.10.19 29 2 15쪽
37 죽어 마땅한 인간 21.10.18 26 1 14쪽
36 감각 21.10.17 39 1 16쪽
35 일상 21.10.16 33 1 14쪽
34 관계 21.10.15 32 1 12쪽
33 스파크 21.10.14 29 1 11쪽
32 신뢰 21.10.13 28 1 10쪽
31 25+14+2 21.10.12 31 1 10쪽
» 사각사각 21.10.10 31 1 10쪽
29 본능 활성화 21.10.09 30 1 11쪽
28 제안 21.10.07 33 1 11쪽
27 거절 21.10.05 34 1 13쪽
26 새로운 무리 21.10.04 29 1 11쪽
25 두번째 불행 21.10.03 33 1 11쪽
24 시체유기 21.10.03 27 1 11쪽
23 고민 21.10.02 32 1 11쪽
22 화재발견 21.10.02 2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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