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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님의 서재입니다.

어덜트 베니씽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체리립밤
작품등록일 :
2021.09.13 15:06
최근연재일 :
2021.11.11 13:3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642
추천수 :
41
글자수 :
256,851

작성
21.10.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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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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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시체유기

.




DUMMY

7월 27일


이른 아침부터 애들과 밭으로 나가 일을 했다. 우리는 밭이 아주 크지 않는 이상 2인 1조로 팀을 구성해 밭 하나를 관리했다. 보통 오전과 오후 점심시간 기준으로 나누어 총 2개의 밭을 2명이서 관리한다.


나는 승연이와 조가 되어 감자와 참외를 담당하게 됐다. 솔직히 이번 년도는 원래 이곳의 농장 주인들께서 미리 밭을 갈고 모종을 심어주신 덕분에 우리가 크게 힘이 들진 않았다.


“승연아! 우리 이제 밥 먹을 때가 된 것 같은데 슬슬 돌아갈까.”


“완전 찬성이요 누나.”


우리는 감자 밭에서 나와 근처 나무의 그늘로 피신해 챙겨온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생각보다 너무 많지 않아?”


“그러니까 말이에요. 이거 다 못 먹을 것 같은데.”


“그러게. 씨감자로 쓸 애들을 뺀다 해도 우리 25명이서 먹기엔 너무 많네. 그래도 잘 말리고 그늘에서 보관하면 오래 저장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내년부터 양 조절을 해 보자. 언젠가는 다 먹겠지.”


“그거 다 외웠어요..?”


“아? 음,, 대강은? 필요할 때마다 아린이가 뽑아둔 자료나 책 뒤지는 것보다는 머리에 넣어두는게 편하니까..? 대충 보관법이랑 관리법은 외워뒀어.”


“와··· 세아는 게으른데 누나는 부지런하네요.”


“아하하-“


“다른 형 누나들도 다 그래요?”


“으음··· 성찬이는 자기 담당 것들은 외웠을 거야. 저번에 자료 찾는거 봤거든. 아린이는 영 몸 쓰는데 재주가 없어서 밖에서 일 못하고 집에서 일하는 타입인데 걔는 우리가 키우는 농작물 보관법은 다 암기 했을 거고.. 그 외에도 민영이나 윤아, 현성이도 식재료 관리 담당이라 재배법은 몰라도 관리법은 다 알고 있는 걸로 알아.”


“와··· 다들 대단하네요.”


“자기 할 일들 하는 거지.”


우리는 텃밭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승연이는 나를 꽤 대단한 사람 보듯이 대했다.


“그러고 보니 세아랑은?”


“아.. 하하. 그게···”


“아직 어색해?”


“네··· 뭐···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 같긴 한데..”


“너무 어색해 하지는 마. 걘 너가 살았으면 해서 그런거야.”


“살았으면 해서요?”


“응.”









(과거 시점)


우리 쉘터를 침입한 놈들을 산에 묻고 집으로 돌아왔다. 승연이와 성찬이는 당장 화장실로 들어가 몸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나는 세아를 불러 사람이 없는 3호로 들어갔다,


“왜 그랬어?”


“뭐가.”


“그렇게 무리줄 필요는 없다고 내가 분명히 말했을 텐데.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사람 죽였다가 괜히 패닉만 와서 다시는 칼을 못 쥘 수도 있었어.”


“결국에 한명은 죽일 수 있었잖아.”


“권세아. 똑바로 말해.”


“···하. 죽이는게 힘든건 알겠어. 근데 그게 언제까지 미뤄지는 건 아니잖아. 이번에도 그새끼 아무것도 못하고 당할 뻔 했는데 언제 또 공격 받을 줄 알고 기다려 줘. 강압적이더라도 경험하게 해 줘야 했어.”


“경험을 위해서야?”


“어. 자기가 남을 죽여야만 자기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은 분명히 있어. 그때가 돼서도 승연이가 바뀌지 않으면 진짜 죽어.”


“승연이가 죽지 않도록 만들고 싶었던 거야?”


“어.”


“하··· 아무리 그래도 오늘은 너무 급발진이었어. 옆에 있는 나도 놀랬는데 걔는 어쩔 거야.”


“몰라. 손이 먼저 움직인 걸 어떡해.”


“아오, 쫌! 나도 몰라. 네 알아서 해.”


조금 격한 대화를 끝내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방법이 조금 거칠었던 점은 있지만 그건 나랑 똑같은 피가 흐르니까 어쩔 수 없는 셈 치고··· 세아의 말은 분명히 일리가 있었다.


내 기준에서는 오늘 권세아의 행동은 이유를 알면 꽤 합당한 이야기라고도 느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이유를 알 때’의 이야기고, 만약 승연이가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세아를 꺼려 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언니야 말로 성찬이 오빠는?”


“승연이보다 자기가 더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움직였겠지. 충격은 있었겠지만 금방 괜찮아 질거야. 지금 감성팔이를 할 때가 아닌 건 누구보다도 더 잘 알 거고.”


“아아, 제기랄. 승연이 괜찮으려나··· 아아악! 짜증나.”








(현재 시점)


“뭐 이런일이 있었어. 이유를 알기에는 너무 늦었으려나.”


“······”


“걘 네가 정말로 살았으면 해서 그렇게 했던 거야. 너무 미워하지는 마.”


“···네.”


“빨리 돌아가자. 난 애들 밥 해줘야 해.”


“자전거 챙겨올 걸 그랬네요.”


“그러게 말이야. 하필 우리가 집에서 먼 밭을 맡게 되가주고.”


“하하-“


우리는 다시 얼굴을 폈다. 승연이와 세아는 원래 사이가 좋은 친구였으니 이 정도 말했으면 곧 어색함이 사라지고 예전처럼 지낼 거였다.



퍽—


갑자기 승연이가 내 몸을 밀어 풀숲 뒤로 몸을 숨겼다.


“왜 그-“


“쉿.”


승연이가 내 입을 막고 자신의 몸을 숨겼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들어올려 한 곳을 가르켰다.


사람이었다.


“이렇게 가까이 올 때까지 몰랐어요. 저희가 차소리를 못 들었을리 없는데.”


“어, 그것도 두명 다 못 들었단 건 더··· 무전기 있어?”


“아뇨, 오늘 안 가져왔는데.”


“나도.”


승연이가 가르키는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는 저 인간의 행색은 더 이상했다. 오른쪽 팔부터 머리 바로 밑의 목까지 심한 화상을 입어 인간다운 모습이 아니었다. 며칠 전 현성이가 본 거대한 화재사고가 떠올랐다. 설마 그 사고에 휘말린 사람인 건가?


놈의 주변에는 차도 없었고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혼자인게 확실했다. 이런 세상에서 차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건 분명히 이상한 일이었지만 저 놈이 더이상 우리 쉘터에 가까이 가도록 할 수 없었다.


“혼자인 것 같고 부상도 있어. 우리 둘이 잡으면 돼.”


“잡아요?”


“며칠 전 화재랑 관련이 있는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어.”



우리는 주머니에 챙긴 칼을 쥐고 놈의 앞을 가로 막았다.


수아 : “누구야 너.”


“아··· 아···”


놈이 내게 손을 뻗었다. 우리의 간격은 약 4미터.


수아 : “멈추라고!”


“서워.. 무, 서워··· 제발 혼자 두지 말아줘..”


놈의 발이 멈추지 않았다.


수아 : “가까이 오지마. 칼 안보여?”


“칼은··· 아무 문제가 안, 돼··· 어차피, 어차피 한달 후면 난 죽어···”


수아 : “한달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다, 전부 다 사라질 거야··· 나도, 너도···”


남자가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왔다. 칼을 거머 쥔 위협이 먹히지 않았다.


“무서워, 나,를··· 혼자 두지 말아줘··· 무서워-.”


수아 : “씨발 멈추라고!!”


1미터.




푸욱—



남자의 목에 커다란 칼집이 났다. 뜨거운 피가 얼굴에 마구잡이로 튀겨져 반사적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내가 죽인 게 아니었다. 승연이가 죽인 거였다.


“꺼, 헉-“


남자가 뒤로 쓰러졌다. 숨이 완전히 끊겼다.


옆에서 불안정하게 숨을 쉬었다.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나오는 떨림 상태.


“허억- 허억- 하, 하아.”


“···승연아.”


“저렇게 가까이 오는데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요! 저새끼가 뭘 가졌을 지 알고 그래요!”


“정보를 캐려 했어.”


“그래도 그렇지 안전 좀 챙겨요 누나!!”


승연이가 불안정한 숨을 참고 빠르게 말했다.


“알겠어. 다음에는 조심할게.”


“후, 하- 후-“


승연이가 숨을 크게 들이 쉬어 안정을 찾으려 했다. 저번에 사람을 죽인 것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나는 승연이의 팔을 잡고 아래의 시냇가로 내려갔다.


“피부터 닦아. 이 꼴로 집에 갈 순 없잖아. 옷은 검은색이니까 티가 나진 않을 거야.”


우리는 시냇물의 팔을 담궈 팔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빠르게 세수를 했다. 그리곤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며 지워지지 않은 피가 있는지 확인했다.


“저거 어쩌죠?”


“일단 애들한테는 말하지마. 괜히 불안감만 자극할 것 같으니까 우리선에서 처리하자.”


“무슨 일 없을까요?”


“없게 해야지. 저쪽 다리 잡아. 지금은 풀숲에 옮겨두고 다음에 치우자. 우리가 오늘 보초였나?”


“네, 새벽 보초에요.”


“그때까지만 숨겨두자. 여기에 계속 방치해 둘 순 없어.”


“어디다 숨기려고요?”


“산이지 당연히.”


“이걸 업고 올라가게요?”


“아니, 이따가 수레 챙겨서 올 거야. 산을 많이 올라가지도 않을 거고 여기 바로 앞 야산까지만 끌어서 묻을 거야. 그럼 아무도 몰라.”


“제가 옮길게요. 보초가 두명이나 사라질 순 없으니까.”


“아냐. 나 때문에 죽인 거니까 내가 할게. 일단 들어, 하나- 둘-!”


우리는 시신의 양팔과 다리를 잡고 다른이들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풀이 무성하게 자란 곳에 시신을 숨겼다. 옆에 있는 담쟁이 풀을 대강 뜯어 삐져나온 옷과 다리를 덮으니 바로 앞으로 와 자세하게 보지 않는 이상은 절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 숨겨졌다.


이 사람이 어떤 이유로, 무슨 일을 하다가 이런 꼴이 된 건지 알 수는 없었던 게 아쉬웠지만 괜히 승연이에게 잘못을 타이르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아까보다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아까 저 인간이 한 말 들었어?”


“무섭다고, 어차피 한 달 뒤에 다 죽는다. 다 사라진다 한거요?”


“응. 한 달 뒤에 사라지고 우리가 다 사라질 거라니, 마음에 걸려.”


“그냥 미친 거 아닐까요?”


“아냐. 사람이 미쳐도 그렇지 자기 바로 앞에 칼이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온다는게 말이 돼? 영 마음에 걸려.”


“···미안해요 누나, 성급했어요.”


“아냐. 너 탓하려고 말 한거 아냐. 쉘터 사람을 지키려고 한 행동이니까 잘했어 승연아. 네 말대로 빠르게 처리 안 했으면 내가 다쳤을 지도 몰라.”


“···네.”


“너무 신경 쓰지마. 애들한테는 들키지 않게 조심하고.”


“네.”


우리는 평소와 같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유지하고 생활했다.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하루를 끝내고 11시가 되자 우리는 모기장과 타프가 설치된 옥상에서 다시 만났다.




새벽 1시. 하루종일 노동의 피곤에 쩔어 모든 애들이 잠들었을 시간.


“빨리 갔다 올게. 짧으면 1시간 만에 돌아올 수 있을 거야.”


“네, 조심히 갔다와요 누나.”


“여기 무전기 하나밖에 없으니까 난 안 가져갈게. 무슨 일 있으면 너가 애들한테 알려.”


“무기 챙겼죠 누나?”


“응. 칼 챙겼으니까 걱정하지마.”


“어두우니까 진짜 조심해요.. 빨리 와요 누나.”


“알겠어~ 걱정도 많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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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혈연 (2) 21.10.31 25 1 11쪽
42 혈연 21.10.30 30 1 10쪽
41 협상 21.10.26 27 1 10쪽
40 어선 21.10.23 27 1 10쪽
39 백 월 21.10.22 26 1 10쪽
38 저수지 투신자살 21.10.19 29 2 15쪽
37 죽어 마땅한 인간 21.10.18 26 1 14쪽
36 감각 21.10.17 40 1 16쪽
35 일상 21.10.16 34 1 14쪽
34 관계 21.10.15 33 1 12쪽
33 스파크 21.10.14 30 1 11쪽
32 신뢰 21.10.13 29 1 10쪽
31 25+14+2 21.10.12 31 1 10쪽
30 사각사각 21.10.10 31 1 10쪽
29 본능 활성화 21.10.09 31 1 11쪽
28 제안 21.10.07 34 1 11쪽
27 거절 21.10.05 34 1 13쪽
26 새로운 무리 21.10.04 30 1 11쪽
25 두번째 불행 21.10.03 33 1 11쪽
» 시체유기 21.10.03 28 1 11쪽
23 고민 21.10.02 33 1 11쪽
22 화재발견 21.10.02 3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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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체제 21.09.28 3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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