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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님의 서재입니다.

어덜트 베니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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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작품등록일 :
2021.09.13 15:06
최근연재일 :
2021.11.11 13:3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646
추천수 :
41
글자수 :
256,851

작성
21.10.03 23:24
조회
33
추천
1
글자
11쪽

두번째 불행

.




DUMMY

26화. 두 번째 불행


“하아, 하, 으윽-“


수레로 옮긴 시체를 바닥에 눕히고는 후레쉬를 입에 물고 다리를 잡아 끌었다.


“아오..! 이 돼지 새끼 존나 무겁네!”


쉘터를 만들고 아이들과 같이 지내느라 3달 동안 줄인 욕이 입 밖으로 세게 튀어나왔다. 가파른 산의 지면이 아니었음에도 남자 하나를 혼자 끄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적당한 곳까지 올라가 남자의 티셔츠에 끼어둔 삽을 꺼내 들고 땅을 팠다.


“제기랄, 내가 또 유기하나 봐라···!”


20분 쯤 삽질을 하자 남자가 들어간 구덩이를 대부분 매울 수 있었다.




부스럭—


분명히 들렸다. 풀이 무언가에 의해 흔들리는 소리를. 대략 3미터, 아주 가깝지는 않다.


온 몸에 털이 곤두선다.



스윽— 스윽—


느리지만 확실히, 무언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다. 야산의 동물은 인간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인간에게 다가오는 건 인간일 뿐.


무언가, 아니 누군가가 내게 더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준비를 해야했다.


시체에 흙을 덮는 척 자세를 숙이고 칼을 집었다. 내가 자리를 숙인 순간 뒤에서 조용히 타이밍을 보던 놈이 움직였다. 놈이 무언가로 나를 공격하기 전에 나는 바닥에 완전히 몸을 붙여 공격을 피하고 거리를 확보했다.



한 명. 야구 배트.



나를 뒤에서 가격 하려 했음에도 나를 맞추지 못했다. 타고난 몸치가 아닌 이상 이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저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나와 체격 차이가 나는 남자였지만 잘만 움직이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칼을 제대로 꺼내 들고 힘을 주어 잡았다. 상대방보다 낮은 위치에서 위로 찌르는 공격을 하기 위한 자세를 잡고 왼쪽 발로 땅을 박차고 놈에게 향했다,


“움직이지 마!!”


눈을 찌르는 듯한 후레쉬 빛이 내게로 모였다.


일, 이, 삼, 사, 오, 육.


배트를 쥔 놈까지 총 7명.



“씨이이발.”



달그락, 푹—


손에 쥔 칼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양 손을 들어 올렸다.








수아 : “이제 어쩔 거야?”


“······”


수아 : “죽일거야?”


“좀 닥치지?”


수아 : “쯧-“


“야 백제형! 이것 좀 봐 봐.”


나를 공격하려 했던 몸치가 피부가 하얀 남자, ‘백제형’이라는 남자를 불러 바닥에 반쯤 묻힌 남자를 보여줬다. 무언가를 아는 눈치였다.


제형 : “이 사람이랑 무슨 관계야.”


수아 : “······”


제형 : “대답해. 동료냐고.”


수아 : “처음 보는 놈이야. 나를 위협 하길래 내가 죽인거고.”


제형 : “근데 묻어주기까지 해?”


수아 : “죽은 사람을 그냥 놔 두기는 좀 그렇잖아?”


제형 : “숨기기 위해서겠지.”


수아 : “······.”


제형 : “말해. 누구한테 숨기려 한거야.”


아-

이 피부 하얀 놈은 눈치가 빨랐다. 내가 말하는 말에 빈틈만 콕콕 찍어 거짓말해서 답하기 까다로운 질문만 했다. 하긴, 여자 혼자서 이 늦은 밤에 시체를 유기한다는게 떳떳한 일은 아닐 테니까.


내가 답하지 않자 놈들은 나를 데리고 산을 내려갔다. 바로 죽이지도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지도 않고 내 정보를 캐묻는 걸 보니 성노리개로 데려가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원하는 건 내 동료에 대한 정보와 자신들이 들어가서 살 안락한 집이겠지. 내가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말하기 전까지 그들은 나를 죽이지 않을 거다.


아마도.


내가 끌려간 곳은 쉘터로 올라가는 길의 초반에 있는 오남저수지 바로 앞에 만들어진 대형 카페였다. 여긴 현수 친구들을 처음 데려온 곳으로 이미 예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는데, 설마 몇 시간 전에 이곳에 도착한 건가.


이 카페는 만들어진지 얼마 안된 대형 카페라서 깨끗한 소파들이 많아 무리가 며칠 동안 지내는 데에는 별 문제 없었다. 이 사태가 일어나기 전 이 카페에 온 적이 있어 대강의 구조를 알았다. 아마 루프탑에 보초를 세워 주변을 경계하다가 내가 입에 문 후레쉬 빛이 이들의 눈에 띄어 나를 잡으로 온 것 일거다.


“잡았어?”


3층으로 올라가자 어떤 여자가 그들을 반겼다.


“여자네..? 산에서 뭘 하고 있었어?”


“시체 유기.”


“뭐?! 근데 왜 데려왔어! 어떤 미친년인줄 알고!”


수아 : “말이 심하네~ 처음 보는 사람한테 미친년이라니.”


“..진짜 데려왔어야 했어..? 저거 좀 이상해 보여.”


수아 : “그러니까 말이야.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 남자 7명이서 여자 하나를 납치 하다니.”


“제발 그 입 좀 닥치지?”


아까 그 몸치가 내게 짜증을 부렸다.


괜히 깝죽거리는 게 아니다.


현재 시각은 2시 13분. 약 45분만 더 버티면 보초를 바꾸면서 내가 사라졌다는 걸 애들이 알 거고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이곳의 위치를 알 것이다. 백제형이라는 저 인간은 내게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때까지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을 것 같으니, 애들이 올 때까지만 어떻게 시간을 끌면 된다.


놈들은 나를 바닥에 내팽겨치고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현재 이 층에는 나와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는 사람 10명, 저학년으로 보이는 애 3명. 위에 보초가 아무리 많아봤자 3명일 테니 싸울 수 있는 건 총 13명 정도였다. 우리 쉘터의 규모가 더 컸다.


“어..!! 이 여자, 이 여자가 그 사람이야, 건이 죽인 놈이랑 같이 있던 그 여자!!”


갑자기 시끄럽게 소리를 질러대는 놈을 쳐다봤다.


약 한 달 전, 백화점을 털러갔을 때 서희 언니가 죽인 남자와 있던 남자였다.


제기랄 저자식을 이 상황에서 만나다니, 세상이 좁다 해도 너무 좁았다. 이렇게 되면 내게 동료가 없다는 뻔뻔스러운 거짓말을 치지도 못하는데.


수아 : “여~ 안녕하신가.”


“이 여자 동료 있어. 있다고! 저번에 화장실에 갇혔을 때만 해도 족히 5명은 봤어!”


수아 : “기억해 주다니 영광인 걸 화장실남.”







(백설이 시점)


7월 25일


4/4 사태가 일어나고 나는 형과 함께 지인들을 모아 무리를 꾸렸다. 대부분 소꿉친구거나 5년지기 정도 된 친구들이라 신뢰층이 두꺼운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19살 3명, 18살 10명, 9살, 12살, 14살 각각 한 명씩으로 이뤄진 무리였다.


나와 형은 몸을 잘 쓰는 타입이 아니었고 그래서 도서관이나 집에 앉아 책만 읽어 굳이 따지자면 지능파였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모은 친구들도 우리랑 비슷한 타입이었고 그 중 7명이 여자였기에 우리 무리는 강탈단 같은 힘이 센 무리가 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해서 우리가 내일 결론은 밖의 사람들이 사라질 때까지 어딘가에 숨어 지내는 것이었다.


사태가 일어난 새벽 1시 우리는 각자의 집에서 챙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챙기고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차에 탑승에 읍내를 털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이곳 토박이라서 읍내가 가진 특징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 주변으로 캠핑을 오는 사람이 많아 캠핑용품점이 많다는 것도 말이다.


6명은 캠핑용품점을, 9명은 마트를 털어 식량과 생필품을 확보하고 우리의 은신처가 될 곳으로 향했다. 시내를 훨씬 벗어나 사람의 왕래가 적고 물터가 개발되지 않았고 모델들이 늘어선 곳에 위치한 무인 모텔이었다. 모텔은 기본적으로 창문이 작고 건물 내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사람이 주거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재같은 상황에서 쓸만한 것들을 모을 수 없어 사람들이 굳이 뒤지지 않을 곳이었다.


우리가 각자 방을 쓴다 해도 방이 남았고 칫솔이나 치약, 커피포트, 헤어드라이기, 수건은 남아돌았다. 게다가 이 모텔의 창고에는 각 방에 올려진 몇 가지 음료들을 대량으로 구매해 우리가 물 외에도 마실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었다.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역시 도시가 아니다 보니 이렇게 외곽의 건물들에는 작은 텃밭이 함께 했는데, 그 텃밭을 이용하면 우리가 먹을 것도 키울 수 있었다.



5월 1일


형의 생일이었다.


우리의 생활이 규칙적으로 변했고 아무일 없이 비교적 평화롭게 살아왔다. 그 사이에 형의 친구로 왔었던 누나와 형 사이에서 애가 생겨버렸다. 장소에 알맞은 일을 한거긴 하지만 이 상황에서 애를 낳을 순 없어 아이를 자연 유산 하는 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4월 30일 11시 45분.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이 둘러 앉아 형의 생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상황에 서프라이즈를 하긴 어려우니 누군가의 생일에는 이렇게 둘러앉아 수다를 떠는 것으로 했다.


뎅-뎅-


모델의 카운터 옆에 세워진 오래된 시계가 12시를 알렸다.


“형, 생일 축-“


“···아아아악!!!”


“야··· 야!!!”


우리의 옆에 앉아 있던 형이 훅- 사라졌다. 아무런 표시 없이, 입고 있던 옷만 남기고서.



사태가 터진 후 두 번째 불행, 19살의 생일이었다.




“이게 씨발 말이 되냐고!!”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난 죽기 싫다고!”


“좆까지 말라 그래- 내가 왜 죽어야 하는데··· 왜 이러는 거야···”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누군가는 분노 했고, 누군가는 두려움에 빠졌다.


내 유일한 가족인 형이 죽다니,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형이 죽은지 2주일, 형의 친구 생일 전 날 밤이 됐다.


우리는 저번과 같이 카운터에 둘러앉아 19살의 생일을 맞이했다. 덕담이 아니라 마지막 인사였다.


뎅- 뎅-


종이 울렸다. 나는 눈을 감고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지 않았다. 종소리가 끝났다.




“어···?”


“뭐야 이게···”


형의 친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불공평한 일이었다. 내 형은 사라졌는데 저 사람은 사라지지 않았다니, 무슨 조건의 차이로 이런 결과가 나온 건가.


그의 생존을 기뻐하고 우리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우리 형이랑 뭐가 달라서 사라지지 않은거지.”


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다. 우리가 아무리 머리를 맞대도 특이한 점이 없었다. 그러다 번뜩,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이 떠올랐다.


“누나는 생일이 언제죠?”


“나? 나는 1달 뒤야. 왜?”


“우리 형은 아빠가 아니었어요. 근데 형은 누나의 배에 있는 아이의 아빠가 됐어요.”


한 차례 같은 정적이 흘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 밖에 없잖아.”


“아직 확실하지 않잖아.”


“그러니까 한 달만 기다리자고. 한 달이면 누나가 가설을 증명해 주겠지.”


“···알았어.”




6월 13일


누나의 생일이 됐다.


뎅- 뎅-


질끈 감은 눈을 천천히 떴다. 심장이 요동친다.


“···됐..다..”


“됐어, 됐다고···!”


누나는 사라지지 않았다. 가설이 들어맞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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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드럼통 속 고기 21.11.09 20 0 11쪽
47 백병전 21.11.07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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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혈연 (2) 21.10.31 25 1 11쪽
42 혈연 21.10.30 30 1 10쪽
41 협상 21.10.26 27 1 10쪽
40 어선 21.10.23 27 1 10쪽
39 백 월 21.10.22 27 1 10쪽
38 저수지 투신자살 21.10.19 29 2 15쪽
37 죽어 마땅한 인간 21.10.18 26 1 14쪽
36 감각 21.10.17 40 1 16쪽
35 일상 21.10.16 34 1 14쪽
34 관계 21.10.15 33 1 12쪽
33 스파크 21.10.14 30 1 11쪽
32 신뢰 21.10.13 29 1 10쪽
31 25+14+2 21.10.12 32 1 10쪽
30 사각사각 21.10.10 31 1 10쪽
29 본능 활성화 21.10.09 31 1 11쪽
28 제안 21.10.07 34 1 11쪽
27 거절 21.10.05 34 1 13쪽
26 새로운 무리 21.10.04 30 1 11쪽
» 두번째 불행 21.10.03 34 1 11쪽
24 시체유기 21.10.03 28 1 11쪽
23 고민 21.10.02 33 1 11쪽
22 화재발견 21.10.02 30 1 12쪽
21 해충 21.10.01 27 1 11쪽
20 체제 21.09.28 3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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