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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님의 서재입니다.

어덜트 베니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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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작품등록일 :
2021.09.13 15:06
최근연재일 :
2021.11.11 13:3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623
추천수 :
41
글자수 :
256,851

작성
21.11.09 11:15
조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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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드럼통 속 고기

.




DUMMY

“······.”


“깼어?”


“··· 지금 몇시야?”


“8시 반 밖에 안됐어. 더 누워있어.”


“··· 추워..”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춥다 말하는 수아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이마가 불에 데인 것 마냥 뜨거웠다. 그 차가운 물에 젖은 채로 산을 뛰어다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여기.”


해열제와 물 컵을 건네고 두꺼운 옷을 꺼내 수아의 어깨에 둘렀다.


“강지섭은 찾았어?”


“애들이 찾고 있어. 나가는 차량 없는지도 감시하고 있으니까 곧 찾을 수 있을 거야.”


“··· 보초 애들 확인했어..?”


“······.”


“..세아랑 승연이.. 오빠랑 우진이는..?”


“화장 준비하고 있어.”


“······.”



오늘 새벽 4시쯤, 애들의 지원으로 마지막까지 산에서 대치하던 놈을 처리하며 상황이 종료됐다. 딱 한 명, 강지섭만 빼고 말이다.


밤 산을 뒤져 놈을 찾는 건 무리라고 판단해 해가 뜨기 전까지는 산의 둘레를 지켰고, 일출이 시작되며 우리의 본격적인 탐색이 시작됐다. 약 1시간 반 동안 놈을 찾고 있음에도 별 성과는 없었다.


부상이 심한 사람은 모두 본진에 모여 류아린에게 치료를 받았다. 우리 중 가장 체력 소모가 심했을 수아는 치료가 끝나는 동시에 쓰러지듯 잠에 들었고 부상자 중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편인 나는 본진에 남아 애들을 간호했다.


중상 4명, 사망자 3명.

침입자 17명 중 16명 사망, 1명 도주.


우리 쉘터였기에, 우리의 수가 더 많았기에, 수아와 성찬이 운 좋게 상황을 파악했기에 이 정도 피해에서 그친거다. 둘의 연락이 없었다면 우리는 모두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죽었을 거다.


우리 쉘터의 존재가 놈들에게 알려져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


세아와 승연이는 7년 지기 친구를 잃었다. 형은 아내를 잃고 1년 채 되지 않은 아이를 혼자 안게 되었다. 우진이는 자신과 평생을 같이 했던 쌍둥이 남매를 잃었다.


이 쉘터가 있다는 정보 하나만으로 말이다.



“나 때문이야.. 내가 쉘터를 나가자고 해서..흐윽, 읍, 어떻게, 어떻게..”


“너 때문 아니야. 상황이 나빴던 거지.”


“내가 가자고 했던 거잖아, 내가, 내가 거래할 놈들,을 찾아 보자고 해서. 으응, 끅.”


“너 잘못 아니야 수아야..”






삐리릭—


‘강지섭 확보. 강지섭 확보. 지금 끌고 가고 있어.’


11시 47분. 강지섭을 포획했다.




“씨발, 죽여버릴거야.. 죽여버릴 거라고!!! 이거 놔!!!!”


“왜 살려두는 거야 왜!!!”


“놓으라고!!”


강지섭을 본 몇몇 사람들이 놈을 죽이려 달려드는 걸 애들 겨우 잡아세우고 있다. 애들은 목의 핏대가 터져라 고함을 지르고 심하게 충혈된 눈으로 놈을 노려봤다.


수아는 강지섭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내게 손을 내밀었다.


“도끼.”


허리춤에 꽂아둔 손도끼를 넘겼다. 수아는 아무말 없이 놈을 옆으로 눕히고 뒤로 포박된 손이 바닥에 닿도록 했다.



콰앙-.


“아아아아악!!!!!”


놈의 엄지가 바닥을 굴렀다.


“여기가 그렇게 탐났어?”


콰앙-.


“그렇게 살고 싶었어?”


콰앙-.


“고성에 애들 몇이나 남았어.”


“사, 살려줘. 제발, 내가 잘,못 했어. 제발 나 좀 살려줘!!”


콰앙-.


“몇이나 남았냐고.”


“14, 14 명 남았어!! 제발 그만해, 제바알..!!”


1분 채 되지 않아 놈의 오른손은 새끼 손가락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큰 애들은 몇이나 있지?”


“4명, 4명 있어.. 이제 그만해, 제발, 죽을 것 같아.. 제발 그만해..”


콰앙-.


“시끄러.”


강지섭의 오른손은 오리의 발 모양과 비슷했다.


수아 : “고성으로 갈 거야.”


제형 : “윤후랑 윤일이 데리러?”


수아 : “그것도 있고.. 그 항구는 우리가 쓸거야. 더이상 이 놈들은 필요없어.”


우진 : “저새끼 왜 안죽이냐고!!! 이거 당장 놔!!”


수아 : “지금은 안돼.”


우진 : “왜!!!!”


수아 : “쉽게는 안돼. 쉽게 죽이지 않아.”



타닥- 타다닥-.


수아가 벽난로에 부지깽이를 쑤셔 뜨겁게 달궜다.


아린 : “뭐 하는 거야?”


수아 : “지혈.”


아린 : “어? 너 지금 불 쑤시고 있는 건 알아?”


수아 : “응.”


지섭 : “읍- 으읍!!”


놈의 입에 수건을 물리고 수아가 부지깽이를 들었다.



치이이익—.


“으으으응!!!! 으으읍!!!!”


절단면의 피가 부지깽이와 닿으며 빠르게 증발했다. 놈의 손가락 단면이 검게 타들어갔다. 수건에 막힌 비명과 살이 뜨거운 열에 찌들어가는 소리에 주변 소음이 싹 사라졌다.


수아 : “아린아.”


아린 : “어?”


수아 : “나 고성에서 일주일 정도 있을 거야. 식량 좀 싸줄 수 있어? 간단한 거면 돼.”


아린 : “짐 싸는 거야 쉬운데.. 왜 일주일이야?”


수아 : “할 일이 좀 있어서.”


아린 : “.. 총 몇 명 갈 것 같은데?”


수아 : “나랑 세아랑 승연이, 우진이, 오빠는 무조건 갈 거고.. 나머지는 마음대로 해도 돼.”


성찬 : “나도 가.”


제형 : “나도.”


백우 : “저도 가면 안되요?”


수아 : “··· 별로 좋은 경험은 아닐 것 같은데 괜찮겠어?”


민영 : “뭘 하려 그래?”


수아 : “고문.”


민영 : “4명은 그렇다 쳐. 근데 나머지 10명은 애들이랬잖아. 걔네들은 어쩌게?”


수아 : “잘 모르겠어. 가서 결정하게. 이쪽으로 데려오진 않을 거야. 걱정 마.”


아린 : “··· 언제 갈거야?”


수아 : “지금.”










오후 6시 36분.


고성 쉘터 근처의 산에 올라 쉘터를 살폈다. 바다와 근접한 옛날 건물들은 대부분 반쯤 부숴져 있었고, 마을 내부에 위치한 주택도 창문이 깨지는 등 피해가 컸다. 놈들의 농장 중간중간에는 커다란 간판이나 쇠덩이가 날아와 박혀 있기도 했다.


제형 : “쑥대밭이네.”


성찬 : “그러게.. 근데 왜 사람이 전혀 안보이지?”


수아 : “······.”


제형 : “··· 저거, 연기가 오르는 건가?”


일몰 중에 하늘로 오르는 검은 연기를 구별 하기란 쉽지 않았다.


성찬 : “··· 맞는 것 같기도 한데.. 저쪽에 뭐가 있지? 마을에서 꽤 떨어졌는데.”


수아 : “줘 봐.”


수아는 내 망원경을 받아들고 내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곳을 봤다.


수아 : “··· 폐건물.”


제형 : “뭐하는 덴 줄 알아?”


수아 : “아니. 물어봤는데 답을 안 하더라고.”


성찬 : “산 넘어에 있어서 건물 피해가 없는거 아냐?”


수아 : “··· 가보자.”





우리는 건물과 좀 떨어진 곳에 차를 숨기고 조용히 걸어서 이동했다. 수아는 처음부터 총을 잡았다.


창문너머로 건물의 내부를 살폈다. 고성 애들을 건물 중앙에 장작을 쌓고 캠프파이어를 하는 것 마냥 불을 짚히고 있었다. 창이 너무 더러운 탓에 정확히 뭘 먹는지 알 순 없었지만, 분명히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콰아앙-.


놈들이 먹는데 정신이 팔린 사이 성찬이와 동시에 폐건물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탕- 탕탕-.


수아가 덩치가 큰 사람 4명 중 3명을 총으로 쏴죽였다. 어린 애들의 비명소리가 건물을 울렸다. 밖으로 도망가려는 아이들을 백우가 막아서고 문을 지켰다.


“오랜만이야.”


수아가 여자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죽지 않은 한 명, 이혜인이었다.



“사, 살려줘.”


“애들 어딨어.”


“저기, 저기 있어.”


이혜인이 불빛이 닿지 않는 구석진 곳을 가리켰다. 후레쉬를 비추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윤후가 보였다.


“윤후야!!!”


윤후를 똑바로 눕히고 전신을 살폈다. 아무런 상처도 없었고 숨도 제대로 쉬고 있었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윤후의 생사를 확인하고 급하게 주변을 둘러봤다. 윤일이가 없다.


수아 : “윤일이 어디있어.”


혜인 : “몰라, 정말이야. 나는 정말 몰라..”


수아 : “어디 있냐고!!”


혜인 : “나는 모른다고! 정말이야. 제발 내 말 좀 믿어줘..”


수아 : “잡아.”


세아와 승연이가 여자를 바닥에 엎고 무릎으로 찍어 고정했다. 수아는 강지섭 때와 같이 손 하나를 빼 도끼로 여자의 손가락 마디를 툭툭 건들였다.


“제발, 제발 하지마.. 난 정말 모른다고, 그만둬, 그만.. 으아악!!!”


쾅.


“윤일이 어딨어.”


“난 아니야, 나는 아니라고!! 제발 그만해.. 끄윽, 끕..”


쾅.


“뭐가 아니야?”


“저, 저거. 내가 한게 아니야, 저 자식들이 했어! 제발 나는 살려줘. 나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


이혜인이 또 다시 구석을 가르켰다. 이번엔 녹슨 드럼통 몇 개가 모여있었다.


“장난해?”


“저기 있다고!! 제발 그만해, 죽을 것 같아. 제발 그만해..”


“······.”


수아가 내게 고갯짓을 했다. 윤후를 안고 후레쉬를 챙겨 반대편 구석으로 향했다.



“···으, 으, 우읍.. 끄.. 아아악!!!”



드럼통은 피에 젖은 살코기와 가죽이 제대로 손질되지 않고 신체의 일부 부위가 그대로 남아 채워져 있었다. 내 손 크기와 비슷할 것 같은 어린 아이의 발, 손가락 길이만 할 것 같은 아이의 두 손이 댕강댕강 잘려 사람의 내장과 섞여 있었다.


윤일이는 눈을 감고 시신의 살점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 핏물이 빠지지 않은 살점 사이에 묻혀 있는 작은 머리만이 내가 윤일이를 알아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 으, 우웩, 우욱.”


토악질이 난다. 내가 본 것이 과연 나와 같은 사람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믿을 수 없다.


수아가 달려온다.



“아, 아안, 안돼, 안돼, 안돼안돼.. 윤일아.. 윤일아!!!!!”


수아가 사람의 살코기가 가득한 드럼통을 헤집었다.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수아가 윤일이의 두 뺨을 감싸 위로 들어올렸다. 수아는 너무나도 가볍게 들리는 윤일이의 머리에 중심을 잃고 뒤로 자빠졌다.


“아아.. 아, 윤일아.. 안돼, 윤일아아!!! 안된다고!!! 아아아!!!”


새빨간 피가 윤일이의 머리부터 씌워져 언제나와 같은 하얀 피부는 보이지 않았다. 수아는 그 작은 아이의 머리통을 가슴에 품고 울부짖었다.


“아아아아아!!!!!”



털썩.


비명이 끊기는 동시에 수아의 몸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수아가 버틸 수 있던 한계의 선이 깨졌다.


제형 : “수아야!!!”


성찬 : “시발, 시발, 시발!!!!”


세아 : “설마, 너희가 먹던 저거..”


혜인 : “아니야!! 내가 아니라고!! 나는 가만히 있었어, 저 자식들이 한거야!!!”


세아 : “이 씨발년아!!! 그렇다고 어떻게 사람을 먹어!!! 너는 윤일이 누나잖아!!”


승연 : “안돼··· 안돼, 완전히 미쳤다고..”


세아 : “죽어, 죽어!!!”


혜인 : “아악!!”


성찬 : “권세아! 그만해, 놔!!”


세아 : “죽여 버릴거야. 죽여 버릴거라고!!! 이거 놔!!!”


우진 : ”이건 아니야.. 안돼.. 이러면 안되잖아.. 안돼..”


세아 : “아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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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정리 21.11.11 21 0 19쪽
» 드럼통 속 고기 21.11.09 20 0 11쪽
47 백병전 21.11.07 23 0 11쪽
46 남양 쉘터 침입 21.11.05 26 0 11쪽
45 비상 21.11.04 26 1 11쪽
44 헤어짐 21.11.01 23 1 12쪽
43 혈연 (2) 21.10.31 24 1 11쪽
42 혈연 21.10.30 28 1 10쪽
41 협상 21.10.26 27 1 10쪽
40 어선 21.10.23 26 1 10쪽
39 백 월 21.10.22 26 1 10쪽
38 저수지 투신자살 21.10.19 29 2 15쪽
37 죽어 마땅한 인간 21.10.18 26 1 14쪽
36 감각 21.10.17 39 1 16쪽
35 일상 21.10.16 33 1 14쪽
34 관계 21.10.15 32 1 12쪽
33 스파크 21.10.14 29 1 11쪽
32 신뢰 21.10.13 28 1 10쪽
31 25+14+2 21.10.12 31 1 10쪽
30 사각사각 21.10.10 31 1 10쪽
29 본능 활성화 21.10.09 30 1 11쪽
28 제안 21.10.07 33 1 11쪽
27 거절 21.10.05 34 1 13쪽
26 새로운 무리 21.10.04 29 1 11쪽
25 두번째 불행 21.10.03 33 1 11쪽
24 시체유기 21.10.03 27 1 11쪽
23 고민 21.10.02 32 1 11쪽
22 화재발견 21.10.02 29 1 12쪽
21 해충 21.10.01 27 1 11쪽
20 체제 21.09.28 3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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