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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님의 서재입니다.

어덜트 베니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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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작품등록일 :
2021.09.13 15:06
최근연재일 :
2021.11.11 13:3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625
추천수 :
41
글자수 :
256,851

작성
21.10.30 12:18
조회
28
추천
1
글자
10쪽

혈연

.




DUMMY

오후 5시 42분.


저수지의 입구를 지나 우리가 가꾸는 농장을 지났다. 우리의 앞뒤로 운전을 하고 있는 놈들은 속도를 줄여 작물이 자라고 있는 넓은 밭을 유심히 보며 우릴 기다리는 애들이 모인 본진의 앞으로 향했다.


이 차에 나를 포함해 탄 9명의 인원은 모두 무기를 소지하고 있다. 놈들이 이곳에 식량이 충분한 것을 확인하면 바로 돌아가겠다는 놈의 말에서 얻어낸 것이었다. 저쪽은 총 15명인데도 우리에게 무기를 허락한 것을 보면 정말 확인 차 온 것이 맞는 것 같다.


선두를 서던 놈들의 차가 모여있는 우리 애들 앞으로 멈췄다. 나란히 이곳에 들어온 3대의 차에 탄 사람들이 내렸다. 쉘터의 어린애들은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는 애들 뒤로 서 일정한 경계선이 생겼다. 3살이 되지 않은 애들은 없었다.


“누나!”


윤일이가 애들의 틈새로 내게 뛰어와 안겼다. 언제나 키가 쑥쑥 크는 윤일이를 이리 안아드는 것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윤후는 윤일이를 따라 조금 빠른 걸음으로 경사를 내려오고 있었다.


“누나..?”


“응?”


“누나..!!”


윤후의 부름은 내가 아니었다. 윤후는 나를 뒤로하고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며 뛰었다.


“윤후야!”


“혜인 누나!”


‘이혜인’. 윤후와 윤일이의 사촌 누나 이름이다. 약 2달 가량 한 집에서 살다 다음날 아침 감쪽같이 사라진 여자. 윤후와 윤일이가 약 1달 가량을 떠돌이 개 마냥 살도록 방치한 망할 인간.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윤일이가 내게서 벗어나 여자에게로 뛰어갔다. 자기들을 버린 여잔데 아무렇지도 않게 말이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장육부가 뒤틀어 지는 분노가 파도 덮쳐오는듯 나를 쓸어버렸다.


“..이.. 개같은..”


“참아.”


백제형이 내 바로 앞을 막아서고 두 팔목을 잡아내렸다. 힘이 실려있었다.


“지금은 참아. 지금 싸우면 안돼.”


“······.”


백제형이 나를 붙잡지 않았다면 나는 저년의 머리끄덩이를 잡고 벽에 쳐박았을 거다. 힘이 들어간 팔이 제지되자 팔을 넘어 어깨까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씨이..발. 씨발 진짜..”


“.. 조금만 더 지켜보자.”


백제형이 내 머리와 어깨를 짧게 감싸 안고 떨어졌다.


“이정도면 우리가 너희랑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건 알았지?”


“만족해. 이제 품목만 정하면 되겠네.”


“··· 따라와.”







아린 : “우리가 너희랑 거래할 수 있는 건 이것들이 다야. 이제 너희가 우리랑 거래할 것들을 말해.”


지협 : “시기에 따라 달라지 지만 보통 문어, 오징어, 조개류, 게 정도.”


아린 :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지협 : “속초 위로는 우리밖에 없었으니까 포획량 자체가 적어. 모자랄 일은 없어.”


제형 : “너희 말고도 다른 애들이 있어? 주택에 있던건 대충 20명 정도였어. 그 사람 수로 바다에서 일하는게 가능해?”


지협 : “··· 10명은 바다에 있어. 너희들이 온 시간은 마침 애들이 나간 시간대였고.”


제형 : “평균 나이는?”


지협 : “17 정도.”


제형 : “가장자리에 있는 데 치곤 생각보다 규모가 크네.”


지협 : “같은 학교에 다니던 애들이 모여서야. 원래는 40명 가까이 있었어.”


제형 : “······.”


지협 : “첫 번째 거래는 끝났고, 두 번째 거래 이야기를 해볼까? 우선 너희가 19살을 무사히 넘긴걸 증명해 봐.”


거실에 자리를 잡기 전, 아까 할머니 방 옷장에 꽁꽁 넣어둔 우리들의 학생증이나 민증이 든 파우치를 꺼내 놈의 앞으로 쏟아냈다. 무리의 대표가 되어 우리와 협상하는 ‘강지협’은 그것들을 보며 우리의 신분을 확인했다.


수아 : “됐지?”


지협 : “어떻게 넘긴거야.”


수아 : “그건 나중에. 너희가 우리랑 거래를 잘 유지하는게 판단되면 그때 알려주지.”


지협 : “뭐?”


수아 : “우리가 너희 기술을 배우는 데까지 필요한 시간이 있잖아. 그 동안은 우리도 보험이 필요하니까.”


혜인 : “장난해?! 우리 쪽에는 생일이 코 앞인 애들도 있어! 걔네는 다 죽으라는 거야?”


수아 : “······.”


실소가 나왔다. 어찌저리도 뻔뻔할 수 있는 건가.


수아 : “그쪽 사람들은 중요한가봐? 윤후랑 윤일이랑은 다르게.”


혜인 : “뭐..?”


수아 : “윤후랑 윤일이가 어떻게 살아있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지?”


제형 : “수아야. 지금 싸우려고 모인거 아니잖아.”


수아 : “······.”


속에서 불화가 났지만 옆에서 말리는 백제형의 말에 감정을 다시 억눌렀다.


수아 : “곧 생일인 애 생일이 언제야.”


지협 : “2달.”


수아 : “그럼 6주 안으로 우리 애들한테 모든 걸 가르쳐. 너희가 할 수 있는 모든걸 말이야.”


혜인 : “무리야. 왕복이 8시간이나 걸려.”


수아 : “머리를 굴려 너희가.”


혜인 : “뭔-.”


지협 : “몇 명을 가르쳐야 해?”


수아 : “7명.”


지협 : “그럼 그 7명은 6주 동안 우리랑 같이 살게 해.”


강지협이란 놈은 자신의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잘 생각해 냈다. 옆에선 망할 년과는 달리 이야기 진행이 빨랐다.


수아 : “그럼 너희쪽 사람 6명을 이쪽으로 보내. 이정도는 되야 말이 맞지.”


지협 : “···좋아.”


수아 : “오늘은 돌아가서 바꿀 애들을 정하고 이틀 뒤에는 고속도로 중간에서 첫 번째 거래, 그리고 애들을 보내는 걸로.”


강지협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지협이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했다. 뭔 중2병스러운 짓인가 생각했지만 놈의 장난에 맞추기로 하고 손을 뻗었다. 거래가 성립됐다.









오후 11시 12분.


한 명도 빠짐없이 이곳으로 무사히 돌아와 본진에 모였다. 고성에서 6주간 살게될 인원은 속전속결로 정해졌다. 세아, 제형, 성찬, 성진, 쌍둥이들, 희서가 모레에 고성으로 가게 됐다.


수아 : “너희가 무기를 가지고 있단 걸 알면 심하게 경계할 테니까 간수 잘해.”


세아 : “가지고 가지 말란겨?”


수아 : “미쳤냐? 당연히 안들키게 숨기는 거지. 여자는 브라 안으로, 남자는 발목 뒤나 신발 아래로 숨겨.”


성찬 : “뭘 거래하기로 했어?”


수아 : “우리는 물이랑 계란, 옥수수. 걔네는 홍게랑 오징어, 조개.”


성찬 : “물?”


수아 : “근처는 바닷물 밖에 없어서 물 구하기가 많이 어려웠대. 빗물이나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방법으로 식수를 구했나 보더라고.”


성찬 : “와.. 그건 그것대로 대단하네.”


세아 : “계란은 수가 모자르지 않아?”


수아 : “거래 며칠 전부터 양조절 하면 충분히 가능해. 해산물을 먹으면 굳이 계란이 필요하지 않잖아?”


성찬 : “뭐.. 그건 그렇네.”


수아 : “가서 너희가 배울 수 있는 건 다 배워. 있는대로 쪽쪽 빨아먹어야지.”


세아 : “윤후랑 윤일이는?”


수아 : “.. 몰라. 그 썅년이 여기서 산다고 할텐데 생각하니까 존나 빡치네. 뻔뻔한 년, 콱 뒤지기나 하지.”


세아 : “윤후랑 윤일이는 어쩔거냐고. 자기 사촌누나랑 살겠다고 땡깡 부릴지도 모르잖아.”


수아 : “몰라.”


세아 : “그럼 보내주게?”


수아 : “···자기 유일한 가족한테 돌아가겠다는데 내가 막을 순 없잖아.”


세아 : “어휴~ 드응신.”


수아 : “씨발..”


아린 : “진짜 보내게?! 그 책임감 없는 사람한테?! 안돼! 막아야지!”


수아 : “나 강요 싫어하는 거 알잖아.. 애들이라고 해서 멋대로 강요하면 안되지..”


아린 : “너 바보야!? 뭔 일 나면 갠 애들 버릴 거라니까!”


수아 : “······.”


만약 윤후와 윤일이가 정말 그년을 선택한다고 해도 나는 막지 못할 것이다. 강요가 싫을 뿐더러 그것이 정말 윤후와 윤일이가 원하는 것을 내가 막을 명분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년처럼 피가 섞인 가족도 아닌 그저 1년을 함께 보낸 사람 정도였으니 말이다.


성찬 : “뭐- 아직 정해진거 아니잖아. 일단 그 얘긴 나중에 해. 아린이랑 민영이는 우리 가면 혼자 남는데 어쩔래?”


민영 : “난 아린이랑 1호에서 살면 돼. 너흰 거기 가서 살 준비나 열심히 해.”


세아 : “그럼 다 정해진거지? 난 피곤하니까 집에 가서 좀 자고 싶어..”


승연 : “나도.”


수아 : “해산하자. 내일 밭일 끝나고 저녁쯤에 다시 본진으로 모여, 마지막 회의 하게.”


거의 12시가 되어서야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흩어질 수 있었다.



할아버지 방은 이제 윤후와 윤일이의 방이 되어 이층 침대와 책상, 옷장이 구비됐다. 나나 백제형이 함께 자는 날은 상관 없었지만, 윤후는 윤일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둡고 조용한 방을 싫어했다.


윤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예상해보면, 그 망할년이 사라지고 배고픔과 두려움에 울어대는 윤일이를 재우고 혼자 밤을 지새운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자신들이 자는 사이에 사라지거나 죽지 않을까 걱정을 했던 거다.


애들 방으로 들어가자 얼마전 천장에 붙여둔 야광 별들이 빛을 내고 있었다. 요즘은 저게 윤후의 무드등 역할을 하고 있다.


윤후와 윤일이의 눈이 빨갛게 부어있었다. 그년이 다시 고성으로 떠난다고 하자 며칠 뒤 다시 오겠다는 그년의 약속에도 심하게 울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자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방을 나와 이제는 완전히 내 차지가 된 할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백제형은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뭐해?”


“고성 쉘터 정보 정리.”


“흐음~. 깔끔하네. 짐은 내일 싸자, 피곤하다.”


“응, 근데 나 가도 되는거 맞아?”


“.. 그럼 안돼?”


“나 없는 사이에 너 그 여자랑 싸울 것 같은데.”


“내가 분노조절장애냐!”


“아마 조금은.”


“아오!”


“싸워도 몸으로 싸우지는 마.”


“예~ 예~.”


백제형이 뒤에서 내 어깨와 허리에 팔을 두르고 침대에 누웠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 이런 스킨쉽도 아무렇지 않게 됐다.


“으에엥—!!”


우리의 잠이 또 뒤로 밀려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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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정리 21.11.11 21 0 19쪽
48 드럼통 속 고기 21.11.09 20 0 11쪽
47 백병전 21.11.07 23 0 11쪽
46 남양 쉘터 침입 21.11.05 26 0 11쪽
45 비상 21.11.04 26 1 11쪽
44 헤어짐 21.11.01 24 1 12쪽
43 혈연 (2) 21.10.31 24 1 11쪽
» 혈연 21.10.30 29 1 10쪽
41 협상 21.10.26 27 1 10쪽
40 어선 21.10.23 26 1 10쪽
39 백 월 21.10.22 26 1 10쪽
38 저수지 투신자살 21.10.19 29 2 15쪽
37 죽어 마땅한 인간 21.10.18 26 1 14쪽
36 감각 21.10.17 39 1 16쪽
35 일상 21.10.16 33 1 14쪽
34 관계 21.10.15 32 1 12쪽
33 스파크 21.10.14 29 1 11쪽
32 신뢰 21.10.13 28 1 10쪽
31 25+14+2 21.10.12 31 1 10쪽
30 사각사각 21.10.10 31 1 10쪽
29 본능 활성화 21.10.09 30 1 11쪽
28 제안 21.10.07 33 1 11쪽
27 거절 21.10.05 34 1 13쪽
26 새로운 무리 21.10.04 29 1 11쪽
25 두번째 불행 21.10.03 33 1 11쪽
24 시체유기 21.10.03 27 1 11쪽
23 고민 21.10.02 32 1 11쪽
22 화재발견 21.10.02 29 1 12쪽
21 해충 21.10.01 27 1 11쪽
20 체제 21.09.28 3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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