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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님의 서재입니다.

어덜트 베니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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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작품등록일 :
2021.09.13 15:06
최근연재일 :
2021.11.11 13:3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635
추천수 :
41
글자수 :
256,851

작성
21.10.02 22:05
조회
32
추천
1
글자
11쪽

고민

.




DUMMY

수아 : “일단 따라오는 놈은 안 보였으니까 여기를 들킨 것 같지는 않아. 그래도 앞으로 며칠간은 긴장 해 둬. 무기 까먹지 말고, 혼자 다니지 말고.”


승연 : “그럼 이제 짐 옮길까요? 곳 비 올 것 같은데.”


수아 : “응. 빨리 옮기자. 기름은 그냥 주차장에 쌓아두자. 어차피 주차장들은 다 지붕 있어서 괜찮을 거야.”


아린 : “오늘 챙겨온 거 창고에 넣으면 빡빡할 것 같은데 그냥 기름 다 주차장에 넣으면 안돼?”


수아 : “그럼 철문이 있는 주차장으로 넣자. 누가 침입해도 기름을 빼앗길 수는 없으니까 조금이라도 감춰둬야지.”


성찬 : “그럼 남자 2호 애들이랑 나는 창고에 있는 기름 빼올게. 기름 뺀 나머지 자리에 저 짐들 넣게.”


수아 : “어야. 나머지는 차에 짐 빼는 것 점 도와줘!”


식료품을 제외한 짐을 지하로 옮기는 데만 30분이 걸렸다. 현성이와 민영이는 주방에서 식료품을 정리했다. 나와 아린이는 애들이 옮겨준 짐들을 정리하고 1호부터 3호까지 보낼 물건들을 따로 상자에 모았다.


“불이 왜 났을까.”


아린이가 물건을 옮기며 말했다.


“으음- 자살은 아닐 것 같은데··· 스스로를 화형 시키는 건 이상하니까. 그렇다고 자기가 열심히 꾸민 집을 태우는 또라이는 없을 거고···”


“다른 무리랑 싸운 거 아닐까.”


“응. 내가 생각해도 그래. 단순한 사고 화재는 아닌 것 같아. 보통 사람이라면 불을 무서워 하기 마련이니까 작은 불씨라도 보였으면 처음부터 진압 했을 거야.”


“불을 지를 정도의 싸움이었으면 꽤 큰 싸움이었을 텐데···”


“뭐- 너무 걱정하지는 마. 그게 진짜 싸움이었으면 두 무리 다 피해가 클테니까 우리가 유리할 거야.”


“······”


“아, 아까 가져온 일산화탄소 경보기다. 나 이거 위에 애들한테 좀 주고 올게.”






쏴아아아—


현성 : “이 정도 비면 아까 그 화재는 진압 되겠다. 큰일은 안나겠어.”


수아 : “그러네. 산불 날까봐 걱정했는데.”


현성 : “크큭- 난 보초 서러 간다~”


아까 승연이가 말한데로 비가 내렸다. 6월 후반부부터 장마가 시작 됐던 건지 요즘은 적어도 이틀에 한 번 씩 이렇게 비가 내린다.


보초를 서던 애들은 비가 오면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들고 있어야 해서 꽤나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오늘부터는 그러지 않아도 됐다. 아침에 캠핑용품점에서 챙겨온 방수 타프를 건물 옥상에 설치한 덕에 비나 눈을 맞을 일이 없었다. 역시 우리 공대 친구들, 남들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설치를 잘했다.


아까 화재가 있던 곳에 정말로 사람이 있었다고 해도 이 비 때문에 어딘가에 차를 세우고 재정비를 할 테니 당장은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 이곳이 그리 쉽게 발견 되는 곳도 아니고.


현수 : “아! 형!!”


세아 : “아하핰- 오빠 이겨라!”


성찬 : “호오- 지금 나한테 도전 하시겠다?”


보통이라면 점심을 먹고 바로 밭으로 나가 애들의 일을 도왔겠지만 이렇게 비가 오면 우리는 밭에 나가지 않았다. 비가 오면 일을 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큰 이유 중 하나는 감기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더이상 우리에게 예방 접종이란 것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니 조심에 조심을 하자는 거였다.


전기도 인터넷도 안되는 세상에 비까지 와 한가한 날에는 저렇게 애들끼리 모여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린이는 지하에 내려가서 아까 챙겨온 LED랜턴에 건전지를 넣고 책을 읽고 있고 몇몇 사람은 저번에 챙겨온 만화책을 읽거나 잠을 잔다. 승연이는 오늘 도서관에서 애들이 챙겨온 만화책이 재밌는지 벌어진 입을 닫지도 않고 책을 보고 있다.




4/4을 기점으로 나는 살아남는 데에만 온 신경이 집합해 다른 것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뭐,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겠지만.


갑자기 시작된 서바이벌에 살아남겠다는 의지 하나로 웬만한 감정들은 뒤로 했다.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이나 역겨움, 스스로의 잔인함에 대해서는 일절의 시선조차 보내지 않았다.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고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하기에 거기에 대한 마음의 짐은 없지만, 어느순간 사람으로서의 인간성을 잃게 될까 봐 두려운 건 있다.


정확히는 생기고 있다에 가까운 건가.


3개월 동안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순간들을 보내고 안정기에 들어서자 눌렀던 감정이나 감성들이 하나씩 올라오는 것 같다. 쉘터 이외의 인간을 보면 아마 이렇지 않겠지만 우리 쉘터의 애들과 함께 있으면 감정이 많아진다. 오늘은 그게 심한 날인지 평소에는 잘 보이지도 않던 다른 애들의 생활까지 감상하는 것 보면 확실히 그렇다.



세아 : “엥? 언니 어디가?”


수아 : “언니들 좀 보러.”


세아 : “아, 오키. 근데 오늘 비 안 멈추겠는데 일 나갈 수 있을까?”


수아 : “어두워질 때까지 비오면 그냥 쉬지 뭐. 나 간다~”


지하로 내려가 우산을 챙기고 1호로 향했다. 손에는 아까 성진이가 챙긴 씨앗들이 든 가방을 쥐었다.


민영 : “어? 여긴 어쩐 일이야?”


수아 : “언니들 좀 보려고 왔지.”


“언니!”


“수아 누나!”


수아 : “오구~ 우리 이쁜 아가들. 비 오는데 안 심심해?”


“심심해! 그래서 카드게임 하고 있었어. 언니도 하자!”


수아 : “알겠어. 그럼 나 잠깐 언니들 좀 빨리 보고 올게. 하고 있어.”


“응!”


아이들을 뒤로 하고 3층으로 올라갔다. 언니들이 머무는 방이 있는 곳이다.



똑똑-


“언니, 들어가도 돼요?”


끼익- 문이 열렸다. 민지 언니였다.


“서희가 지금 자고 있어서 옆 방에서 이야기 할래?”


“네. 상관없어요.”


우리는 서희 언니가 자고 있는 방의 옆 방으로 옮겨가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괜히 조용한 곳에 둘이 있으니 어색하다.


“서희 언니는 어때요?”


“몇 시간 동안 울다가 지쳐 잠들었어. 계속 난폭한 상태고.”


“손은 왜 그래요?”


“아, 아까 서희가 던진 화병 조각 치우다가 베인거야.”


“아-“


“비도 오는데 여긴 어쩐일이야?”


“이것 때문에요.”


“응? 씨앗이네?”


“네. 아까 나갔을 때 챙겨온 거에요. 이것들은 집 마당에서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와- 꽃도 있네. 방울 토마토나 딸기는 아이들이 키우기도 쉬울거고.”


“네, 그래서 챙겨왔는데 애들한테 키우는 법 좀 알려줄 수 있어요?”


“응. 어렵지도 않고. 이 꽃 마당에서 키워도 돼?”


“그럼요. 일에 지장이 없다면 모든지 가능해요.”


“하하-“


언제 들어도 참 조곤조곤한 말투다. 꽤나 큰 일이 일어났음에도 너무 차분한 것 같아서 좀 걸리지만 말이다.


“언니는 꽤 침착 하시네요.”


“···뭐··· 어쩔 수 없었으니까.”


“언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야 당연히 싫지. 근데 아이가 잘못 한 건 아니니까 아이한테 화낼 건 아니잖아.”


“겁탈 당해서 생긴 앤데··· 그정도의 화 밖에 없다고요?”


“······”


“낳을 거에요?”


“잘 모르겠어.”


“······”


“아이가 생긴 상황은 지금 떠올려도 몸이 벌벌 떨릴 정도로 싫은데, 내가 약한 탓에 생긴 아이를 죽이는 건 더 나쁜 기억이 될 것 같아.”


“그건 언니가 약한게 아니라 그 개자식들이 문제였어요.”


“하하. 근데 내가 이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남은 9달을 제대로 버틸 수 있을 지도 모르겠고 만삭에 가까워 질 수록 너희한테 폐를 끼칠 거야.”


“······”


“어른도 아닌 애들이 애를 받는다니, 너무 어려운 일이지.”


“언니는 마음이 기울었네요.”


“응··· 그런 것 같아. 하지만 너희 동의 없이 일을 결정 하지는 않을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임신 4개월에 임신안정기에 들어서고 임신 5개월 차에 본격적인 안정기에 들어서요. 이미 한 달은 지났으니 안정기에 들어서기까지 3개월 남았으니 그 중 2개월. 우리 2개월만 고민해 보죠.”


“강요하지는 않는구나.”


“저희한테 위협이 될 만한 사람들은 상관없지만 저도 죄 없는 사람한테 해코지 하고 싶진 않아요.”


“하하- 이해해줘서 고마워.”


“서희 언니는-“


“응. 아마 지울거야.”


“저희가 방법을 찾을 때까진 언니가 잘 보살펴 줘요.”


“당연하지.”


“그럼 저는 이만 내려 갈게요. 애들이랑 놀기로 해서요.”


“응, 가 봐.”






밤 10시. 각자 할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간이다. 아린이는 지하에 박혀 살다시피 지하에서 보내는 시간이 긴데 요즘은 언니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방법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있다.


“아린쓰, 아직도 책 봐?”


“응.”


“안 피곤해?”


“피곤해- 허리 아프고..”


“크큭- 고생이 많네. 어때, 진전은 좀 있어?”


“대강 정리 되기는 했어.”


“오, 말해봐 듣고 싶어.”


“일단, 우리가 오늘 찾은 책들은 임산부 몸에 해로운 것들이 너무 많아서 거의 피해야하는 방법 밖에 없었어. 근데 언니들은 아직 임신 1개월 차 밖에 안됬으니까 자연 유산될 확률이 높은 사람들이야.”


“그치.”


“그럼 직접적인 유산 방법을 찾는 것보다는 간접적인 방법을 지속적으로 쓰는게 낫겠어. 우리가 책을 더 뒤져도 자연 유산을 유도 하는 방법이 쓰여진 책은 못 찾을 것 같아.”


“간접적이라고 하면 어떤거?”


“왜 그런거 있잖아. ‘유산 방지하는 법’이나 ‘임신 초기시에 주의 사항’같은 거. 너무 불확실하고 성공 확률이 낮을 것 같아서 확실한 방법을 찾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책에 나와 있는 모든 유의사항을 다 시행할 수 밖에 없겠어.”


“으음.”


“뜨거운 물에 장시간 있는 거라던지, 무거운 짐을 들게 하고 심한 운동을 시키는 거.”


“···아이를 낳는 방법은, 자료가 많아?”


“···어···?”


“민지 언니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


“세게 주장하지는 않았어. 우리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으니까 확실하게 낳겠다는 결론이 나온 건 아냐.”


“뭐라 했어?”


“임신안정기에 들어가기 아직 3개월 정도 남았으니까 2개월 동안만 생각해 보자고 했어.”


“하··· 그건 또 그거대로 문제네···”


“그러게 말이야.”


“아이가 나오면 우리처럼 전문적이고 확실한 예방 접종도 못 받을 거고, 우리처럼 병원에서 제대로 된 검사들도 못 받을텐데··· 뭐 인류는 그런거 없이도 꾸준히 수가 불어났으니까 무사히 태어나기만 하면 된다는 거려나···”


“뭐, 그렇겠지.”


“···아아악! 짜증나. 너무 어렵단 말이야··· 나도 애는 죽이기 싫어··· 진짜 짜증난다고···”


아린이가 자기의 머리를 손으로 헤집더니 엉망이 된 머리를 붙잡고 바닥을 향해 말을 읊조렸다.


“시발··· 그 개새끼들 때문에···”


“···며칠은 고민 좀 해보자. 오늘은 이만 올라가서 자자.”


“너는, 어째야 할 것 같아?”


“··· 모르겠어. 언니 말대로 아이를 미워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애 때문에 산사람이 손해보는 건 싫어.”


“······”


“올라가자.”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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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정리 21.11.11 21 0 19쪽
48 드럼통 속 고기 21.11.09 20 0 11쪽
47 백병전 21.11.07 23 0 11쪽
46 남양 쉘터 침입 21.11.05 26 0 11쪽
45 비상 21.11.04 26 1 11쪽
44 헤어짐 21.11.01 24 1 12쪽
43 혈연 (2) 21.10.31 25 1 11쪽
42 혈연 21.10.30 30 1 10쪽
41 협상 21.10.26 27 1 10쪽
40 어선 21.10.23 27 1 10쪽
39 백 월 21.10.22 26 1 10쪽
38 저수지 투신자살 21.10.19 29 2 15쪽
37 죽어 마땅한 인간 21.10.18 26 1 14쪽
36 감각 21.10.17 40 1 16쪽
35 일상 21.10.16 33 1 14쪽
34 관계 21.10.15 32 1 12쪽
33 스파크 21.10.14 30 1 11쪽
32 신뢰 21.10.13 29 1 10쪽
31 25+14+2 21.10.12 31 1 10쪽
30 사각사각 21.10.10 31 1 10쪽
29 본능 활성화 21.10.09 30 1 11쪽
28 제안 21.10.07 33 1 11쪽
27 거절 21.10.05 34 1 13쪽
26 새로운 무리 21.10.04 29 1 11쪽
25 두번째 불행 21.10.03 33 1 11쪽
24 시체유기 21.10.03 27 1 11쪽
» 고민 21.10.02 33 1 11쪽
22 화재발견 21.10.02 30 1 12쪽
21 해충 21.10.01 27 1 11쪽
20 체제 21.09.28 3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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