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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님의 서재입니다.

어덜트 베니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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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작품등록일 :
2021.09.13 15:06
최근연재일 :
2021.11.11 13:3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633
추천수 :
41
글자수 :
256,851

작성
21.10.23 16:55
조회
26
추천
1
글자
10쪽

어선

.




DUMMY

6월 30일.


“꼴 봐라..”


성찬이가 부쩍 핼쓱해진 내 얼굴을 보며 질린다는 듯 표정을 찡그렸다.


“뒤진다.. 진짜로..”


“월이는?”


“자..”


“많이 힘드냐?”


“내 얼굴 안보여..?”


“으음- 그래. 그렇지.”


“그래서 찾았어?”


“네가 한 번 봐봐.”


성찬이가 옆에 있던 지도를 펼쳤다. 지도는 총 두가지의 색깔펜으로 루트가 표시되어 있었다. 최단 루트는 빨간색, 빨간색보다 두배 정도 길어보이는 건 파랑색이었다.


성찬 : “빨간건 여기서 제일 빠르거고, 파랑은 훨씬 긴데 상대적으로 안전할 법한 길.”


수아 : “안전할 법한 길이라···”


제형 : “고속도로인건 두개 다 마찬가지야. 어차피 완전한 안전이 보장되는게 아니면 그냥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이용하는게 낫지 않겠어?”


수아 : “빨간길은 서울을 지나거나, 너무 가까워. 서울은 근처에도 안가는게 나아.”


제형 : “도시에서 살아남은 애들이 있을까?”


수아 : “서울 학생 인구만 대강 90만이야. 걔네가 다 죽었겠어? 그 도시바닥에서도 꼭 살아남는 또라이같은 놈들은 꽤 있을 거야. 지금까지 도시에서 살아남은 독한놈들이랑 마주치는 건 안 좋아.”


성찬 : “아 그리고 이거 류아린이 같이 보라네.”


성찬이가 책갈피가 끼워져 있는 책을 넘겼다. 우리나라 인구 분포에 관련된 책으로 안에는 지역별 인구 수나 학생수, 노인수까지 깔끔히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책을 옆으로 펼치고 지도에 표시된 목적지와 비교했다.


수아 : “고성군. 학생 수가 2000명도 안되네.”


성찬 : “2000이 안 된다고?!”


수아 : “그러게 말이다. 남양주는 초등학생을 빼도 5만명이나 되는데.”


제형 : “고성군 해수욕장 전까지는 고속도로만 이용하고.. 이정도면 괜찮네.”


수아 : “이걸로 하자. 인원은 대충 20명. 임산부랑 애들은 다 두고 갈거야.”


제형 : “월이는 어쩌게?”


수아 : “아린이한테 물어봤는데 1달도 안된 신생아를 장시간 차에 태우는 건 무리가 있다네. 아가한텐 미안하지만 하루나 이틀 정도는 떨어져야 할 것 같아. 애들도 이미 월이 돌봐주겠다고 했고.”


제형 : “.. 꼭 당장 가야겠어? 내년에도 갈 수 있잖아. 그럼 다른 애들 출산도 끝나있을 거고.”


수아 : “무슨일이 또 생기기 전에 최대한 빨리 움직이는게 나아. 2000명 밖에 안되던 곳에서 살아남는 애들이 몇이나 되겠어.”


제형 : “······.”


백제형은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월이와 내가 떨어지는 것을 탐탁치 않아했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일에 내가 투입 되었다가 크게 다치는 일이 일어날까봐 걱정하는 거였다. 그건 백제형의 생각만이 아니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누가 자신의 애만 두고 집을 나가고 싶어할까.


하지만 아이를 위해 안전만을 추구하다 보면 우리는 이곳에서 절대 나가지 못할 것이다. 다시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을 것이고 다시는 다른 사람들을 보지 못할 거다. 그렇게 둘 순 없는 노릇이었다.


“7월 1일 아침 7시, 인원은 20명. 기름을 아껴야 하니까 카니발 2대랑 일반 승용차 1대로 움직이는 걸로.”




성찬이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고 나는 백제형이 월이를 돌보는 사이 오랫동안 굳어진 몸을 풀기 위해 마당에 나와 몸을 움직였다. 과녁을 세우고 칼이나 손도끼를 던지는 것으로 쉘터 사람들이 흔히 하는 연습이었다.


휘리릭- 콰직-


세우둔 장작의 가장자리에 도끼가 박힌 동시에 장작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잘하는 편에 속하긴 했지만, 과녁을 맞출뿐 만점을 맞추진 못했다. 연습에서도 불안한 실력이 실전에서 제대로 발휘될 확률은 적으니 잘한다고 할 순 없었다.


도끼나 칼을 가장 잘 던지는 건 승연이와 백우였다. 10번 중 여덟, 아홉은 과녁의 중심을 뚫을 정도였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백우가 실전에서 자신의 특기를 써먹은 경험이 없단 거였다.


“잘 되가?”


“그럭저럭. 체력이 불안하긴 하지만.”


백제형이 울음을 그친 월이를 안고 마당에 나와 내 옆에 섰다.


백제형은 밭일을 나가 오전과 오후에는 월이를 돌보지 못해 자발적으로 늦은 저녁부터 새벽까지 월이를 맡아 돌봤다. 나한테 짜증 한 번 안냈으니 대단한 성실함과 체력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백제형의 몰골은 어째 나보다 더 초췌해 보였다.


“오구~ 우리 이쁜 월이. 아깐 왜 그렇게 우셨을까아~”


월이를 안아들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백제형은 내 왼쪽 어깨 뒤로 서서 우리를 보고 있었다.


“나도 가려고.”


“의외네. 월이한테서 안 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러고 싶긴 한데, 일단 여긴 안전 하기도 하고.. 너 혼자 보내면 불안해서 못 살 것 같아.”


“하하- 못 살 것까지야.”


“··· 피곤하다.”


“나도. 내일 세아가 승합차 운전 한댔으니까 거기 타자. 편하게 눈 좀 붙여야지.”


“응..”


백제형이 어깨에 이마를 비볐다. 백제형은 이렇게 잠깐 동안 애교를 부릴 때가 있는데 그 모습이 귀여울 때가 많다.








오전 7시 8분. 평소보다 이른 아침을 끝내고 주차장에 집합해 마지막으로 장비를 확인했다. 18살 여자는 대부분 임산부라 이번 탐색에 참여한 여자는 나와 세아, 희서 정도였다.


세아와 희서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뭉툭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칼집에 잘 끼워 넣었지?”


“당연하지.”


어젯밤 이 둘에게는 따로 한가지 지시를 내렸다. 꽉 조이는 스포츠 브라를 입고 등과 맞닿은 곳에 작은 칼 하나를 넣어두는 것이었다. 우리가 무기를 빼앗겼을 때를 대비한 거였다. 아무래도 포박이 될 경우에 등을 확인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다.


고성군에 있는 대표적인 6개의 항구 중, 우리가 갈 곳은 사람의 왕래가 가장 적어보이는 곳이었으니 차가 길을 막는 일도 많이 없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의 목표는 오늘 자정 전까지 돌아오는 거였다.



고성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나와 백제형은 깊은 수면을 취했다. 비좁은 곳에 몸을 욱여넣고 잔게 그렇게 편한 수가 없었다.


“어이, 둘 다 좀 일어나 봐. 바다 보인다.”


“으응..”


중천에 떠 뜨겁게 우리를 비추는 햇빛이 눈을 찔렀다. 머리를 기대둔 창문 넘어는 그 햇살을 거울 마냥 반사하는 바다가 보였다.


“와아..”


1년이 넘도록 산에만 갇혀 산 우리에겐 이 평범했던 풍경이 감탄을 자아낼 만큼 색다르게 느껴졌다.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고 챙겨온 망원경을 꺼내 조금 더 먼 곳까지 살폈지만 사람들이 사는 주택가는 보이지 않았다. 예상컨대 성찬이가 우리가 다닐 길을 조사하면서 일부로 읍내와 마주치지 않는 길을 모색한 것 같다.


선두로 달리던 차가 멈추자 뒤따라 가던 우리의 차도 속력을 줄였다. 선박이 여럿 모여있는 항구였다.


“으으- 뻐근하네.”


차에서 내려 기지개를 했다. 우두둑 우두둑, 몸의 뼈들이 다시 재배치 되는 듯한 시원함이 느껴졌다.


“야아~ 임성찬 너 길 잘 찾는다?”


“크큭- 이제 알았냐?”


“근데 항구는 여기가 다야?”


“아니. 고성은 동해 항포구만 6개래. 여기에 사람이 제일 없을 것 같아서 온 것 뿐이야.”


“헤에-. 일단 애들이랑 주변 좀 살피자.”


성찬이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애들을 불러 모았다. 간단히 주변을 조사할 팀을 정하기 위함이었다.



텅그렁—!! 드르르..


뒤의 선박장에서 갑자기 깡통이 떨어져 큰 소음을 냈다. 우리 모두 그 소리에 놀라 칼을 집어 들고 깡통이 떨어진 곳을 응시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세아 : “뭐야, 바람인가?”


승연 : “바다니까 그럴지도. 일단 한 번 확인하고 올게.”


세아 : “굳이?”


승연 : “확실하면 좋잖아.”


승연이가 칼을 쥔 손을 편하게 내리고 깡통이 떨이진 곳으로 다가갔다.


“악!!”



탁탁탁—


승연이가 향하던 곳에서 한 남자가 튀어나왔다. 순간 당황한 승연이는 크게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생존자였다.


“잡아!!! 칼 쓰면 절대 안돼!!”


승연이를 가로질러 우리의 반대편으로 뛰어가는 사람을 붙잡기 위해 차 앞으로 둥그렇게 모인 애들이 뛰기 시작했다. 아직 차 근처에 서있는 애들은 나와 함께 사람이 숨어있던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 배들은 너무 깨끗하지 않아? 저 배들은 완전 녹이 슬었는데.”


백제형이 놈이 나왔던 곳 주변의 어선들을 가르켰다. 가장 왼쪽에 있는 것부터 총 7 척 빼고 나머지 배들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고 방치돼 보였다. 딱 이것들만 사람의 손을 타 꾸준히 관리가 됐던 배들인 거다.


“7척을 혼자 1년 넘게 관리했을 리는 없어. 동료가 있는게 맞아.”


“이거 완전 물바다네. 바다를 나갔다 왔나본데?”


“무전 같은건 없어?”


“있는 것 같긴 한데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아.”


세아가 배에 올라가 내게 배 내부를 설명했다.


“야아! 이새끼 잡았어!”


김진호가 남자의 두 팔을 뒤로 포박한 후 자신의 앞에 세워 우리에게로 향했다. 남자는 진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 했다.


“난 당신을 헤치려고 온게 아니야, 서로에게 이익이 되려 온거지.”


“믿을 것 같아?”


“뭐, 그런 반응일 줄 알았지.”


“윽!”


남자는 나와 이야기하는 틈을 타 진호의 손에 힘이 빠질 때를 노려 포박을 풀어보려 했지만, 진호가 재빨리 놈의 손목을 비틀어 잡는 탓에 남자가 벗어날 수 없었다.


“태우자. 큰 마을도 아니니 우리가 찾는게 빨라.”


“야아! 너 우리 애들한테 뭘 하려고!”


“아무것도 안한다니까.”


승연이가 가방에 넣어둔 로프를 꺼내 놈의 사지를 결박했다.


저항하지 못하는 남자는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 때문인지, 정말로 우리가 자신의 동료에게 다가가는 것에 공포를 느꼈는지 우리에게 육두문자를 끊임없이 날렸다. 말이 통하지 않는 놈이었다.


처음에는 무시할까 생각했지만 저렇게 시끄럽게 두다간 차 사고가 일어날 듯 하여 테이프로 놈의 입을 막고 꽁꽁 묶인 몸을 끌어 트렁크에 넣었다. 약간 강압적이긴 했지만 물리적인 피해는 없으니 앞으로 쌓아갈 우리의 관계에 큰 해방을 놓진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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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정리 21.11.11 21 0 19쪽
48 드럼통 속 고기 21.11.09 20 0 11쪽
47 백병전 21.11.07 23 0 11쪽
46 남양 쉘터 침입 21.11.05 26 0 11쪽
45 비상 21.11.04 26 1 11쪽
44 헤어짐 21.11.01 24 1 12쪽
43 혈연 (2) 21.10.31 25 1 11쪽
42 혈연 21.10.30 30 1 10쪽
41 협상 21.10.26 27 1 10쪽
» 어선 21.10.23 27 1 10쪽
39 백 월 21.10.22 26 1 10쪽
38 저수지 투신자살 21.10.19 29 2 15쪽
37 죽어 마땅한 인간 21.10.18 26 1 14쪽
36 감각 21.10.17 40 1 16쪽
35 일상 21.10.16 33 1 14쪽
34 관계 21.10.15 32 1 12쪽
33 스파크 21.10.14 30 1 11쪽
32 신뢰 21.10.13 29 1 10쪽
31 25+14+2 21.10.12 31 1 10쪽
30 사각사각 21.10.10 31 1 10쪽
29 본능 활성화 21.10.09 30 1 11쪽
28 제안 21.10.07 33 1 11쪽
27 거절 21.10.05 34 1 13쪽
26 새로운 무리 21.10.04 29 1 11쪽
25 두번째 불행 21.10.03 33 1 11쪽
24 시체유기 21.10.03 27 1 11쪽
23 고민 21.10.02 32 1 11쪽
22 화재발견 21.10.02 29 1 12쪽
21 해충 21.10.01 27 1 11쪽
20 체제 21.09.28 3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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