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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님의 서재입니다.

어덜트 베니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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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작품등록일 :
2021.09.13 15:06
최근연재일 :
2021.11.11 13:3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632
추천수 :
41
글자수 :
256,851

작성
21.10.13 20:38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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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0쪽

신뢰

.




DUMMY

8월 26일.


새로운 무리가 쉘터에 섞여 지낸지 3주가 지났다. 아직 서로에게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건 사실이지만 나이대가 비슷한 애들끼리 모여서 그런지, 빠르게 친해지는 애들도 있었다.


나는 윤후와 윤일이를 집중적으로 보살피고 있다. 윤일이는 부끄럼이 많은 성격이라서 친해지는데 좀 오래 걸렸지만 이제는 내게 언제든 안길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윤후는 한 달 동안 빠르게 철이 들어버린 건지 아이스러운 모습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윤일이는 아직도 말을 할 순 없었지만 눈이 마주치면 달려와서 안기든, 손가락으로 볼을 찌르는 등 엄청난 애교쟁이였다. 그와 반대로 윤후는 윤일이 뒤에 가만히 서 우리를 바라보기만 했다. 애교가 많던 내 동생을 신기하게, 또는 부럽게 바라보는 어렸던 나 같았다.


그래서 윤일이가 내게 와서 안기면 나는 윤일이를 안아들고 윤후를 안았다. 윤후는 거부하지 않았다.


아린 : “아 맞다. 니네 오늘 산 좀 올라갔다 와라. 이따 리스트랑 사진 넘겨줄 테니까 보면서 찾으면 쉬울거야.”


성찬 : “이따 민영이나 현성이한테 말하는게 낫지 않아? 어린 애들은 산 타는거 배워야 하기도 하고.”


아린 : “아~ 그럼 되겠네.”


우주 : “이따 1호 들려야 하니까 제가 전할게요.”


본진 + 2호, 1호 + 5호, 3호 + 4호

인원이 많아진 후 우리는 이렇게 본진, 1호, 3호 세곳으로 모여 밥을 먹게 됐다. 본진과 2호를 합쳐도 요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는데 백제형이 자진해서 내 일을 돕겠다고 했다.


요리를 할 줄 아는건 없어 보조에 가까웠지만, 아주 기본적인 것들은 할 줄 알았고 배우는게 빨랐다. 백제형은 취사를 제외하고는 밭일을 했다. 일꾼이 늘어난 덕에 나는 원래 내 담당이었던 내부일 관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수아 : “가파른 쪽은 가지말라고 해주라. 장난치다 넘어지면 대형사고 나니까.”


제형 : “나 같이 가도 돼? 여기 산은 안가봐서 궁금한데.”


수아 : “너 오늘 어디 담당이지?”


성찬 : “나랑 승연이랑 밭일인데 그리 바쁘진 않은 날이야. 그냥 가도 돼.”






오후 4시.


수업을 끝낸 아이들이 바구니를 들고 산으로 향했다. 현성, 민영, 제형 총 3명이 그들의 보호자로 동행했다. 나는 아린이와 함께 지하창고에 박혀 늘어난 인원에 맞춰 물풀들을 재구성했다.


“아아!!! 왜 안 끝나는데!!! 더럽게 많네 진짜!!”


지하창고에 들어온 지 1시간이나 흘렀다.


“아닠ㅋㅋ 당연하지. 이거 정리하는데만 몇 시간은 걸렸다고.”


“갑자기 집이 6채로 늘어나니까 옮길 물건이 너무 많아..”


“그래도 이따 각 호 애들이 와서 짐 가져가기로 했으니까 좀 다행이지.”


아린이는 내가 꺼낸 물건들을 폴딩박스에 옮겨담고 있었다.


“걔네는 좀 어때. 마음에 들어?”


“생각보다는··· 괜찮은 애들 같아.”


“봐봐~ 내가 말했잖아! 괜찮은 애들 같다고.”


“알았어 알았어. 빨리 그거나 넘겨.”


아린이가 손을 뻗어 내 행동을 재촉했다.


“애들은?”


“윤후 윤일이?”


“응. 어때?”


“귀여워 죽겠어. 맨날 심장이 박살 나는 중..”


“몇 번째 말하는거야-. 그거 말고 특이한 점들은 없어?”


“딱히. 말은 여전히 안하는데 뭐··· 원래 말을 할 줄 알던 애니까 말도 잘 알아듣고 수업도 잘 받는 중.”


“흐음-. 백제형은?”


“아! 계속 눈을 피한다니까? 손 끝이 살짝만 스쳐도 휙 피해. 걔 여자 싫어하나..?”


“너한테만 그렇다니까. 나랑 애들이랑은 눈도 잘 마주치는데.”


“하~ 남자의 마음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네.”


“크큭- 다음주 쯤인가.. 다다음주 쯤인가. 너희 둘이 새벽 보초니까 친해져 봐.”


“응. 그래야겠어.”


그 외에도 나와 아린이는 물건과 농담을 주고 받으며 종종 키득거리곤 했다.




“야 류아린!!! 빨리 이리 좀 올라와!!”


아까 아이들과 산에 올랐을 현성이가 지하 계단에서 소리를 질렀다.


아린 : “뭐, 뭐야. 너 왜 여기 있어?”


현성 : “빨리 올라와! 백제형이 산에서 굴렀어!”


아린 : “뭐?!”


아린이는 자리를 박차고 빠르게 위로 올라갔다.


수아 : “야 걔가 애도 아니고 산에서 왜 굴러?”


현성 : “애들 몇명이 딸기 따온다고 예전에 갔던데를 먼저 올라갔는데 발을 헛디뎌서 윤일이가 떨어지는걸 백제형이 감싸고 떨어졌어.”


수아 : “감싸고 떨어져?”


현성 : “어. 나랑 민영이는 손 쓸 틈도 없었는데 걔가 뛰었어.”


수아 : “······.”




수아 : “어디 크게 다쳤어?”


아린 : “등에 멍이 좀 심하게 들었는데 다행히 어디가 부러진 것 같진 않아. 기다리면 깰거야.”


수아 : “···다행이네.”


아린 : “윤일이는?”


수아 : “지금 현성이한테 혼나고 있어.”


몸 군데군데 크고 작은 상처를 달고 있는 백제형과는 다르게 윤일이는 정말 아무 상처도 없이 깨끗했다. 백제형은 정말로 몸을 던져 아이를 지켜내보였다.


아린 : “아이고야..”


수아 : “···일단 나는 애들 밥 준비하러 갈게. 잠깐만 여기 있어주라. 애들 오면 내가 지켜볼게.”


아린 : “응.”


방문을 조용히 닫고 거실로 나왔다. 아직 애들이 돌아올 시간이 되지 않아 거실에는 현성이가 윤일이를 혼내고 있었다. 나를 본 현성이가 말을 멈추자 윤후와 윤일이가 내게 다가왔다.


윤후 : “형 죽는 거야..?”


수아 : “아니~ 그럴 일 없어. 곧 있으면 깨어 날거야.”


윤후와 윤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윤일이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울고 있었다.


수아 : “그만 울어 윤일아~ 정말 괜찮을 거야.”


윤일 : “······.”


윤일이가 입을 뻐끔거렸다. 처음으로 말할 수 없는것에 불편해 보였다.


나는 윤일이를 품에 안고 달래기 시작했다.


수아 : “괜찮아, 울지마 윤일아. 이따가 형아 깨면 고맙다고 하러 가자. 응? 그만 울자~ 뚝.”


윤일 : “······.”


수아 : “방에 들어가서 형아 손 잡아줄래? 자니까 조용히 있어야 하지만..”


윤일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아 : “누나는 밥하러 가야하니까 잠깐만 아린이 누나랑 있자?”


윤일이는 또 고개를 끄억였다. 내가 윤일이를 다시 바닥에 내려두자 윤후는 윤일이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음식을 준비하는 내내 백제형이 신경 쓰였다. 산에서 구르면 크게 다칠걸 뻔히 알았을텐데, 그 짧은 시간 동안 고민하지 않고 바로 뛰어드는게 쉬운 일일까.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다라···..”


얼굴만은 무슨, 그 외에 것 전부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오후 7시.


백제형의 소식을 듣고 친구들이 백제형이 자고 있는 방에 찾아와 그가 잠시 기절한 것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금은 모두 저녁을 마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즐기는 상태였다.


수아 : “오늘 여기서 자게?”


윤후 : “그래도 돼?”


수아 : “응 돼.”


쉘터의 사람들은 자신이 머무는 집의 거실에 이불을 깔고 다같이 잔다. 적이 침입 했을 때 빠르게 대처하고 후레쉬와 양초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오늘밤은 할머니 침대 옆에 이불을 깔았다.


아이들은 12시가 되기도 전에 모두 잠들었다. 둘을 나란히 눕히고 이불을 덮었다.


12시 03분. 7시간 만에 백제형이 깼다.


“어지러워?”


“··· 아니.”


“움직일 수 있어?”


“···응.”


백제형이 몸을 일으켜 침대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몸이 아픈지 백제형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


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나는 꽤 외향적인 성격이라 사람들과 이런 분위기를 풍기는건 흔치 않았는데 왜 백제형만 이렇게 어색한 지 모르겠다.


“고마워.”


“··· 너였어도 그랬을 거야.”


“으음.. 뭐 그거야 그렇겠지만.. 하여간 고마워.”


“윤일이는 괜찮아?”


“보다시피.”


고개를 아래로 꺾어 아이들을 가르켰다. 백제형이 둘의 모습을 살폈다.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애들은 그냥 여기서 재워줘. 내일 울면서 들러붙어도 좀 받아주고.. 부탁할게.”


“응.”


짧은 대화가 끊겼다. 나는 머뭇거리는 태도로 백제형에게 손을 흔들었고 방문 손잡이를 잡았다.


“가?”


백제형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꽤 다급한 질문이었다.


“그럼 안 가?”


“아, 아니.. 윤후랑 윤일이랑 같이 잤잖아.”


“거실에서 잘 때는 그랬지. 너 불편하지 않겠어?”


“별로. 여기서 자도 괜찮아.”


“어?”


“여기서 자도 괜찮다고. 윤후랑 윤일이는 네 껌딱지잖아. 옆에 있어줘.”


백제형이 이찬혁같은 놈은 아니니 한 방에서 같이 자도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을 건 확실했다. 윤후와 윤일이를 옆에 두고 자는게 습관 들어 거실에서 혼자 자는 건 외로울 게 뻔했다. 잠들기 전의 어색함만 참으면 평소와 똑같은 밤이 될 테니 그냥 남기로 했다.


윤후 옆에 눕고 후레쉬를 껐다.


“······.”


“······.”


“어린 애들을 좋아해?”


백제형이 내게 물었다.


“한 때 유치원이나 보육원 원장이 꿈이었을 정도로 좋아해.”


“안 힘들어? 초등학생 이하 애들이 12명이나 있는데.”


“별로. 솔직히 애들을 제일 많이 보살피는건 민영이랑 윤아랑 현수니까. 일은 내가 벌리고 수습은 걔네가 하는 꼴이지.”


“큰 반대가 없었나보네.”


“응. 다들 착해서 다행이었지.”


“··· 윤후랑 윤일이를 특히 아끼는 이유는 뭐야?”


“자기 형제 제외하고 다른 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아무도 없잖아. 다른 사람들은 서로 소중한 타인이 있는데 얘네만 없어. 그런거··· 별로 좋은 일은 아니니까.”


“··· 동생이랑 같은 집에 살고 싶지 않아? 왜 다른 집으로 보냈어?”


“믿을만 하잖아. 만약 너희쪽 누군가 배신해도 권세아는 바로 처리할 수 있을 거야.”


“그건 좀 무섭네.”


“······.”


“아직도 우리가 신뢰되지 않아?”


솔직히,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신뢰가 크게 쌓였다. 너무 괜찮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리잡았기에 이 방에 남은 것이기도 하다.


“아니. 믿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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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드럼통 속 고기 21.11.09 20 0 11쪽
47 백병전 21.11.07 23 0 11쪽
46 남양 쉘터 침입 21.11.05 26 0 11쪽
45 비상 21.11.04 26 1 11쪽
44 헤어짐 21.11.01 24 1 12쪽
43 혈연 (2) 21.10.31 25 1 11쪽
42 혈연 21.10.30 30 1 10쪽
41 협상 21.10.26 27 1 10쪽
40 어선 21.10.23 26 1 10쪽
39 백 월 21.10.22 26 1 10쪽
38 저수지 투신자살 21.10.19 29 2 15쪽
37 죽어 마땅한 인간 21.10.18 26 1 14쪽
36 감각 21.10.17 40 1 16쪽
35 일상 21.10.16 33 1 14쪽
34 관계 21.10.15 32 1 12쪽
33 스파크 21.10.14 30 1 11쪽
» 신뢰 21.10.13 29 1 10쪽
31 25+14+2 21.10.12 31 1 10쪽
30 사각사각 21.10.10 31 1 10쪽
29 본능 활성화 21.10.09 30 1 11쪽
28 제안 21.10.07 33 1 11쪽
27 거절 21.10.05 34 1 13쪽
26 새로운 무리 21.10.04 29 1 11쪽
25 두번째 불행 21.10.03 33 1 11쪽
24 시체유기 21.10.03 27 1 11쪽
23 고민 21.10.02 32 1 11쪽
22 화재발견 21.10.02 2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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