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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님의 서재입니다.

어덜트 베니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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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립밤
작품등록일 :
2021.09.13 15:06
최근연재일 :
2021.11.11 13:39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1,624
추천수 :
41
글자수 :
256,851

작성
21.11.01 11:00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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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헤어짐

.




DUMMY

“······.”


월이가 울음을 그치자 집은 세상과 단절된 듯 조용했다. 밖에서 언성을 높여 싸우던 모습을 본 애들이 아까 집에 와 나를 격려 했지만 그게 위로가 되진 못했다.


우울감과 배신감이 마구잡이로 섞여 나를 집어삼키는 듯 했다.


“으읍..흑, 아아- 씨,,발 진짜.. 왜 쳐 울고, 지랄이야.. 흡.”


나를 지나쳐 여자에게 안긴 윤일이의 모습, 우리가 고성에서 돌아왔을 때 윤후가 처음으로 반긴 사람이 그 여자였던 것. 1년 같이 살았다고 부모라도 되는양 둘에게서 배신감을 느끼며 감정에 져버린 내가 너무 한심했다.



띡띡띡띡- 띠리릭— 철걱.


“흡-.”


누군가에게 열린 현관문 소리에 급하게 눈물을 닦아냈다.


“누구야?”


“누, 누나.”


우울한 날의 밤손님은 윤후였다.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걸 힘들어할 윤후를 위해 집 벽에 데롱데롱 걸어둔 앵두전구를 켰다.


“윤후 왜? 뭐 두고 갔어?”


“으응..”


윤후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현관문을 잡고 주춤거리고 있었다.


“누나 신경 안 써도 돼 윤후야~ 가서 편하게 누나랑 놀다 와.”


“혜인 누나는 윤일이 있어. 누나는 혼자잖아.”


“아냐~ 월이도 있고 괜찮아.”


“거짓말! 누나 울었잖아! 나도 그정도는 알아..”


“······.”


“윤일이도 혜인 누나도 내 가족이지만, 누나도 내 가족이야. 나는 누나랑 같이 있고 싶어..”


“······.”


“······.”


“우리 윤후, 오랜만에 누나랑 같이 잘까?”


“응!”


윤후는 내가 긍정적인 답을 내놓자 붙잡고 있던 문을 놓고 내게 달려와 안겼다.


사람 마음이란게 정말 귀찮고도 벅차다. 나보다 한참이나 작은 아이가 이렇게 품에 안기는 것 만으로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울 정도의 감사함과 사랑스러움이 피어난다.








8월 1일.


“밥 먹자 애들아.”


애들방으로 들어가 둘을 깨우자 윤후와 윤일이가 부엌으로 들어가 식탁 앞에 자리를 잡고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누나 나갔다 돌아오기 전까지는 1호에 있어야해?”


“응! 근데 나 혜인 누나 집에서 놀면 안돼?”


“혜인 누나? .. 가고 싶어?”


“가고 싶어!”


“.. 알겠어, 갔다 와. 대신 언제나 조심해서 놀기야?”


“알겠어!”


윤일이 때문은 아니지만, 가끔은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사람을 저리 해맑게 웃으며 좋아하는 애들에게 사랑받는 그 여자에게 샘이 날 때가 있다. 혹시라도 그년이 정말 아이들을 데리고 가려 하고, 윤후와 윤일이가 그년을 따라가기로 결정하면 깊은 상처를 받을게 확실하다.



오늘은 고성에 있는 우리 애들을 불시에 확인을 하러 가기로 정한 날이다. 이런 바쁜 시기에 여러명을 빼는건 무리라 이번에는 나 혼자 고성에 가게 됐다.


평소보다 빠른 속력으로 운전해서 그런지 3시간을 조금 넘기자마자 고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만난 건 강지협이었는데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폐공장 같은 곳이었다.


“뭐야? 왜 이런데서 나와?”


“알 거 없어.”


“뭐하는 건물인데?”


“그냥 건물 확인차 온거라고. 너가 여긴 왜 있어?”


“내 친구들 좀 보러 왔지.”


“그렇게 우리한테 신뢰가 없어서 거래는 어떻게 하겠어?”


“신뢰 때문이 아니야. 좀 우울해서 말이지.”


“.. 네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형편 없는 이유네.”


“하하-.”


“저 2층짜리 민박집 보이지? 각 방에 한명씩 들어가서 살고 있으니까 방에 들어가서 기다려. 곧 배에서 내릴거야.”


“교육은 잘 되가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는 중이야.”


“흠. 나도 배에 탈 수 있나?”


“..별로 상관은 없는데. 그럼 해 질 때까지 기다려야 해.”


“그정도면 괜찮네. 하루정도 묶고 갈지도 모르겠어.”


애들이 머물고 있다는 민박집으로 가 방을 하나씩 열어봤다. 방 안의 상태만 봐도 누구의 방인지 뻔히 보여 백제형의 방을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나는 항구가 보이는 쪽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 애들의 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40분 쯤 지났을까, 어선 2척이 항구로 들어왔다. 다들 바쁘게 자기 할 일을 하고 있기에 그들이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애들은 배의 밧줄을 묶고 바다에서 낚은 것들을 옮기고 환복을 마치고 나서야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백제형은 뭘 그리 열심히 쓰는지 앞을 보고 걷지도 않았다.


수아 : “일은 좀 할만 하신가~?”


성찬 : “뭐야 너! 여긴 왜 있어?”


제형 : “어?”


세아 : “뭐야? 언니만 옴?”


수아 : “애들 바빠. 나도 겨우 시간 내서 온거야.”


약 1달만에 본 애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백제형은 놀란 표정이었는데 곧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바뀌고 내가 애들과 인사하는 동안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인사를 마치고 하나둘씩 각자 방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백제형은 애들이 모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자 내 손을 잡고 빠르게 방으로 향했다.


“뭐야? 아깐 조용 했으면서.”


쾅-


방문이 닫히고 백제형이 나를 꽉 안았다. 1달 밖에 안됐는데 벌써 이 품이 ‘그리운 품’이라고 느껴졌다.


“잘 지냈어?”


“보고 싶었어..”


“하하.”


“······.”


“언제까지 이러고 있는거야?”


“조금만 더.”


“흠, 뭐 좋아.”


“··· 여긴 왠일이야?”


“너희 상태 확인 겸 기분 좀 풀려고.”


“무슨 일 있었어?”


“······.”


“그 여자구나.”


“응..”


“그거 말곤 없어? 혼자 애를 셋이나 봤잖아.”


“피곤했어.”


“오구~ 수고했네.”


“······.”


이렇게 능글맞고 친절히 대해주면 마음은 쉽게 약해지나 보다. 지금까지 눌러둔 눈물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그 년 진짜 마음에 안들어.. 나 스트레스 받아.. 흑, 으응..”





“우리 애들이 어선 조종하게 해봐. 그래야 애들이 제대로 기술을 배운 건지 확인이 가능하지.”


“하.. 대신 우리쪽 애 한 명은 혹시 몰라 같이 태울거야.”


“마음대로.”


나를 포함해 총 6명이 탄 어선이 항구를 떠났다. 우리 애들과 고성 애들이 탄 어선에 올라 애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애들은 티비에서 보던 어부들처럼 어선에 구비된 기계를 이용해 대량으로 잡아들이지 않고 통발이나 뜰채를 이용했다.


“이건 왜 안 써?”


“그거까지 쓰면 연료 낭비가 너무 심하대. 사용해 봤자 양이 너무 많아서 자기들이 다 못 먹기도 하고.”


“아하. 그럼 어선에 관련된 건 조종 정도가 단 가?”


“응, 대부분 배낚시 하는 법이나 방파제, 얕은 바다에서 낚시하는 걸 많이 배웠어.”


“확실히 그게 더 실용적이기는 하겠네. 우리애들도 배우기 쉬울 거고. 근데 물고기 이름을 다 외울 수 있어?”


“이거.”


백제형이 옷 안에서 두꺼운 수첩을 꺼냈다.


수첩에는 다양한 생물이 폴로라이드 사진기로 인화되어 가지런히 붙어있었다. 한 쪽에 사진 한 장 씩 있었는데 그 옆에는 생물의 이름과 특징, 어획 장소, 조리법 등이 빼곡히 써있었다. 그 외에도 어선의 여러 버튼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와, 이걸 언제 썼어?”


“그냥 시간 날 때.”


“근데 이걸 저 애들이 머리에 다 외우고 다니는 거야?”


“과반수는 걔네가 알려준 거고 나머지는 책에서.”


“헤에~, 책도 뒤졌어? 성실한데?”


“오늘 돌아가?”


“아마 그러지 않을까, 이 배 언제 항구로 돌아가는데?”


“빨라도 3시간 후에?”


“..지금 8신데? 나 집가면 새벽 2시 넘잖아..?”


“그냥 자고 가.”


“..그래야겠다.”







8월 15일.


고성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중간에서 고성 쉘터와 식품 거래가 있는 날이다. 고성에서 기술을 배운 애들이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고 쉘터의 구성원이 바뀌는 날이기도 하다.


6주 만에 쉘터 사람을 다시 만난 애들은 각자 자신의 짝을 찾아 긴 포옹과 인사를 나눴다. 백제형은 정말 오랜만에 만난 월이를 꼭 껴안고 내게 붙었다.


“가자 애들아.”


그 년이 애들을 데리고 고성 쉘터 애들이 모인 쪽으로 넘어갔다. 윤후는 내가 끝까지 마음에 걸리는지 그녀의 손을 잡고도 내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드는 정도의 인사만 보냈다.



탁탁탁-


윤후가 여자의 손을 놓고 내게 안겼다.


“내가 저기 가도 꼭 보러 올거지? 우리 꼭 보러 와야해!”


“그럼~ 당연히 보러 가지. 윤일이랑 잘 지내기야?”


“응..”


“오구~ 이뻐! 누나 잊으면 안돼?”


“안 잊어!”


“응응 알았어. 이제 가.”


윤후와 윤일이가 탄 차는 우리보다 먼저 이곳을 떠났다. 차가 시야 밖으로 사라지자 강지섭이 내게 왔다.


“생존 조건이 뭐야.”


“··· 임신.”


“임신?”


“생일 당일 전까지 임신하면 돼.”


“2주 밖에 안 남았잖아!”


“······.”


“지금 장난하냐?”


강지섭이 내 멱살을 잡아 올렸다.


“삼 일 뒤에 그 여자 배란일이 시작돼.”


“무조건 된다는 보장이 어딨는데?”


“없지. 그년 팔자야.”


“이게 진짜!”


내 가까이로 온 놈의 목을 손으로 세게 밀어붙였다. 내 멱살을 잡고 그대로 뒤로 넘어뜨리려는 놈의 행동을 저지한 거였다.


“크윽-.”


“감히 누구 맘대로 내 몸에 손을 대.”


“······.”


“내가 제시한 기한을 아무 의심없이 받아들인건 너야. 친절히 그년 가임기까지 계산해서 돌려보내준 거면 우리 서비스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말을 마치고 놈에게서 손을 떼자 놈도 쥐여잡은 내 옷을 놨다. 그리곤 나를 불쾌한 표정으로 쳐다보더니 자신이 타고 온 차에 타 자신의 무리와 고성으로 돌아갔다. 싱거운 대화였다.


“병신 새끼.”


주름 진 목덜미 부분의 옷을 매만지며 주름을 폈다. 백제형이 다가와 옷 정리를 마무리하고 내 어깨를 감싸 손바닥으로 어깨를 쓰담았다.


“가자 수아야.”


“응.”







8월 31일.


우리의 농사가 작년과 같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농사를 지어본 적 없는 애들이 아무리 공부를 하고 열심히 한다 해도 바로 실력이 늘 수는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그동안 아끼고 모아둔 비축 식량이 남아 당장 우리가 굶거나 거래를 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었다.


제형 : “어때? 좀 괜찮겠어?”


수아 : “면이랑 밥이랑 돌아가면서 먹으면 딱 우리가 먹을 양은 채워지겠어. 근데 내년에도 농사가 망하면 위험할 거 같아.”


아린 : “옥수수, 고추, 상추, 대추.. 뭐 이런 것들은 괜찮은데 주식으로 쓸 만한 벼나 감자, 고구마가 문제야.”


수아 : “하··· 이번 년도에는 겨울에도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제형 : “얼마 전에 비닐하우스 이야기 했잖아. 그건 어떻게 되고 있어?”


아린 : “현수네가 알아보고 있어. 아무래도 남양주 가장자리에 농장이 많으니까 그쪽에서 빼오려고 하나봐.”


수아 : “그 비닐로 된거?”


아린 : “아니, 유리라던데?”


수아 : “와.. 설치하기 좀 힘들겠는데. 그거 분해한다고 해도 머리로 외워서 다시 설치해야 하잖아.”


제형 : “그래도 성공하면 20년 넘게 쓸 수 있을걸? 유리는 생명이 기니까.”


수아 : “흠, 최대한 빨리 만들어야겠어. 나는 현수한테 좀 다녀올 테니까 나머지 계산 좀 부탁해.”


아린 : “어야.”


식량 저장 창고를 나와 공고 애들이 일하고 있는 밭으로 향했다.



애들이 고성으로 간 이후로 나는 애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여름에는 주에 한 번, 겨울에는 2주에 한 번 거래를 하는데, 어제가 바로 그 거래날이었다. 나와 애들이 만나는 걸 그년이 싫어할 건 알았지만, 역시 아이들을 보지 못하니 기분이 나빴다.


이제는 벌써 2주나 흘러 아이들이 떠난 것에 크게 스트레스 받고 있진 않다. 이런 일 하나하나에 감정을 쏟으면 내 주변, 특히 백제형이 피곤해지니 더 이상 감정적으로 있는 것도 민폐였다.


“우리 월이한테 좋은 형아들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치 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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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드럼통 속 고기 21.11.09 20 0 11쪽
47 백병전 21.11.07 23 0 11쪽
46 남양 쉘터 침입 21.11.05 26 0 11쪽
45 비상 21.11.04 26 1 11쪽
» 헤어짐 21.11.01 24 1 12쪽
43 혈연 (2) 21.10.31 24 1 11쪽
42 혈연 21.10.30 28 1 10쪽
41 협상 21.10.26 27 1 10쪽
40 어선 21.10.23 26 1 10쪽
39 백 월 21.10.22 26 1 10쪽
38 저수지 투신자살 21.10.19 29 2 15쪽
37 죽어 마땅한 인간 21.10.18 26 1 14쪽
36 감각 21.10.17 39 1 16쪽
35 일상 21.10.16 33 1 14쪽
34 관계 21.10.15 32 1 12쪽
33 스파크 21.10.14 29 1 11쪽
32 신뢰 21.10.13 28 1 10쪽
31 25+14+2 21.10.12 31 1 10쪽
30 사각사각 21.10.10 31 1 10쪽
29 본능 활성화 21.10.09 30 1 11쪽
28 제안 21.10.07 33 1 11쪽
27 거절 21.10.05 34 1 13쪽
26 새로운 무리 21.10.04 29 1 11쪽
25 두번째 불행 21.10.03 33 1 11쪽
24 시체유기 21.10.03 27 1 11쪽
23 고민 21.10.02 32 1 11쪽
22 화재발견 21.10.02 29 1 12쪽
21 해충 21.10.01 27 1 11쪽
20 체제 21.09.28 3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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