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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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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령
작품등록일 :
2019.04.01 21:32
최근연재일 :
2019.07.3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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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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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916

작성
19.07.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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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9

DUMMY

켈로스의 외성이 바라다 보이는 깊은 숲속.

대낮의 태양이 뜨겁게 내리 쬐고 있었지만, 숲 속에는 마치 한 밤처럼 어둠이 내려있었다.

어둠으로 덮인 숲 안으로, 어디선가 달려온 복면인 하나가 몸을 날린다. 그리고는 나무 가지들을 밟고 빠르게 도약해 앞으로 나아갔다.

한참을 달려 숲속 깊은 곳으로 들어온 복면인이 높은 나뭇가지에서 가볍게 몸을 날려 내려선다. 그리고는 금새 나무 그늘 속으로 사라졌다.

곧, 또 다시 정적이 찾아오고 잠시 술렁였던 숲속에 평화가 찾아온다.



“아리오스가 켈노스를 완전히 장악했습니다.”


빼곡하게 들어 찬 굵은 나무기둥 사이에서 낮지만 굵은 사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와 함께 건너 다른 나무 그늘 속에서 목소리가 답을 했다.


“듣던 것 보다 더 대단하군.”


남자의 말을 끝으로 다시 침묵이 흐른다.

곧 짙게 드리워진 나무 기둥들 사이로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검은 복면인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수는 모두 열 명.

그중에서 단 한 명, 검은 색 망토를 두르고 있는 사내가 다시 입을 열었다.


“확실히 소드마스터가 분명하군.”


“저 젊은 나이에 어찌 소드마스터에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요?”


망토의 사내가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긴다.

사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소드마스터가 특출 난 존재이며, 아무나 쉽게 이룰 수 없는 경지이기는 하나, 그런 걸출한 영웅들이 나타나 세상을 놀라게 하는 일이 아주 없는 일은 아니니까.

그러나 그것보다 놀라운 것은 저 아리오스의 영주가 가겔이라는 자를 이용해 켈노스성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대담성이었다.

아무리 소드마스터라도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한 지역의 성을 도모할 수는 없다.

아니 차라리 그가 그의 무위를 드러내 영주성의 군대를 모두 섬멸해 버렸다면 더 간단하게 설명이 가능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간단한 방법으로 적의 사기를 꺾고 성의 군대에게서 항복을 받아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저 나이 때의 인물이 저런 과감함을 보일 수 있는 것일까?

아리오스의 핏줄이라 다른가?

아니 아무리 유서 깊은 가문을 이은 자라고 하나 그래봐야 이런 소국의 공작가문.

어찌보면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는 있으나 전 세계, 저 대제국에 비하면 정말 티도 나지 않을 자들이지 않은가?

아니면 정말 뛰어난 군사라도 곁에 있은 것일까?


리아크라님도 저자에게 당했겠군.


“우선 그의 동선을 놓치지 말도록 유의해. 이번 일은 특급이니 한치의 실수도 용납할수 없다.”


그의 지령에 고개를 숙인 복면인들이 다시 하늘 위로 몸을 날려 흩어져 사라졌다.


* * *



켈로스의 영주성.


영주 집무실에 마련된 작은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을 바라보며, 레이진이 가운데 자리에 가서 앉는다. 자신의 앞에 놓인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를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인 그가 마침 집무실 안으로 들어서는 베네크와 루아에게 손짓을 보냈다.

집무실 안으로 들어서던 두 사람이 잠시 눈빛을 교환하고는 자리에 앉자 레이진이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어보이며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오늘 아침 베니아에서 수백의 병사들이 출발했다고 해요.”


“루아, 지금은 점심 먹을 시간이니까 우선 밥부터 먹어.”


들고 온 작은 가방 안에 서류들을 뒤적이던 루아가 짧은 한숨과 함께 입을 연다.


“대체 절 왜 데려오신 거예요?”


요즘 표정이 부쩍 다양해졌다.

레이진이 씹고 있던 고기를 급히 넘기고서 말했다.


“보통 전장에 나가면 전략을 짜줄 군사랑, 군대를 이끌 지휘관은 다들 데리고 기던걸?”


말을 마치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서 고기를 썰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니까 공작님께서는 구색을 맞추기 위해 저를 데리고 왔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녀의 고개가 베네크에게로 향했다. 앞에 놓인 와인 잔을 들어 목을 축이려던 베네크가 그런 루아의 시선을 받고는 동작을 멈춘다. 그리고는 잠시 레이진을 바라보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잔을 들어 마셨다.


“베네크는 어때?”


그런 베네크에게 레이진이 물었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정말···.”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내단이 모두 치유 되려면 얼마간 더 조심을 해야겠지만, 그만큼 또한 완전히 몸이 나았을 때의 자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어딘가 감회에 젖어 생각에 빠져드는 베네크를 바라보다 루아가 고개를 저었다.

원래가 측근 중에 한 사람이었으니 그에게 무얼 바란다는 것 자체가 잘 못된 일.

고개를 저은 그녀가 포크를 내려놓고서 가방을 들었다. 금방이라도 자리에서 일어설 것 같은 그녀에게 레이진이 예의 그 무덤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켈로스 주변 영지의 움직임을 파악해줘. 베네크는 최대한 빨리 켈노스성 내 주민들을 안정시켜주고, 그 동안 나는 리트나와 베일론을 둘러보고 올 생각이야.”


리트나와 베일론은 켈노스 주변의 영지로 대부분 옛 루드간 백작의 영지에 속에 속한 곳이었다. 지금은 그 크기도 세력도 예전에 비할 바가 못되어 딱히 위협이 될 만한 것은 없었으나 한 번쯤은 정비를 해둘 필요는 있었다.


“짧으면 짧을수록 좋겠지만, 난 5일 후에는 데일로트로 향할 생각이야.”


“그렇게 빨리요?”


루아가 조금 전까지 받았던 자존심의 상처는 잊은 채 목소리를 높였다.

데일로트의 도한백작은 원래부터 파이완공작의 사람이었다. 즉, 이제부터는 정말 제대로 된 싸움이 시작 될 상황인 것이다.

원래 파이완이 권력을 잡기 전부터도 제법 튼튼한 내실을 가기고 있던 데일로트는 파이완이 집권한 이후 그 몸집이 더 커졌을 것은 당연했다. 또한 파이완 공작도 이제부터는 이렇게 대충 방관만 하고 있지는 않을 터였다.

말을 마치고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고기를 씹고 있는 레이진을 바라보며 더 말을 붙이려던 루아가 입을 다문다.

정말 거침이 없다.

마치 혼자 파이완의 수도로 달려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듯, 조금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이지?


“아! 그리고 그 용병들 말이야. 그들을 만나서 회유해 봐. 어차피 포로로 잡힌 자들이니 오히려 멍청이 같은 신념으로 파이완에 붙어 고집을 부리는 귀족들보다는 그 용병이 쓸모가 있을 거야.”


루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생각하고 있었어요. 상급 용병들을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요. 특별히 중범죄를 짓고 도망치는 사람들만 아니면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요.”


“아니 중 범죄자라도 괜찮아. 쓸 수 있으면 써 그들은 용병이니까.”


“그래도 돼요?”


“어, 상관없어.”


루아가 새삼스러운 얼굴로 레이진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레이진의 관심은 이미 방금 집어든 둥근 호밀 빵에 온통 쏠려있었다.


분명 이번 전투에서 그녀 자신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었다.

그러나 결과로 보면 레이진 혼자 날뛰는 바람에 아리오스의 군대는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첫 전투를 마쳤다.

그의 무위가 뛰어나고, 적들과의 실력차이가 월등했다는 것도 이유가 있겠지만, 사실 속을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자신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용병들 중에 오러검사가 무려 셋이나 있었다.

그러니 전면전을 펼쳤다면 분명 어느 정도 희생은 따랐을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지금 레이진에게 적극적으로 따지고 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레이진의 전투방법은 그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깃이니.

그녀는 그 모든 것들이 영지민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로에나에 대한 애국심, 영지민에 대한 애정, 그런 것들이 그의 가슴속에 자리한다고 생각했다.


“범죄자들이라도 상관없다는 말씀이세요?”


“자꾸 물어보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이렇게 종잡을 수가 없어서야.

고개를 젓던 루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리트나와 베일론은 병력을 얼마나 준비할까요?”


레이진이 눈가를 찌푸리며 고개를 들었다.


“나 혼자 다녀올거야. 다른 이들은 필요 없어. 그 동안 루아는 데일로트로 향할 군대와 물자들을 준비해 둬.”


루아의 깊은 한숨 소리를 끝으로 짧은 대책회의는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 * *



“왕후, 아리오스의 소영주가 켈노스로 진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오.”


휘장 속, 유난히 작아 보이는 여성의 실루엣이 고개를 움직인다.


“그 이야기를 왜 저에게 하시나요?”


“왕후가 아니면 내가 누구와 상의를 한단 말입니까?”


아무 말 없이 목석처럼 가만히 앉아있는 시에린을 바라보는 파이완의 주름진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들은 아마 이곳으로 양동 작전을 벌일 모양이요.”


“양동작전이요?”


파이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부의 루지아트와 서북부의 아리오스가 양쪽에서 이곳으로 치고 올라오겠다는 작전 아니겠소?”


“꽤 괜찮은 방법이네요.”


건조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시에린도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요?”


시에린의 물음에 파이완이 득달같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 나는 그자들에게 길을 내어줄 생각입니다.”


“아, 이곳으로 유인을 해오겠다는 말인가요?”


“그렇소. 그러니 그때 대황제폐하의 마스터께서 힘을 조금 보태주실 수 있을지 부탁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다시 잠시의 침묵이 흐른 후. 휘장 속에서 시에린이 대답했다.


“당연해요. 내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요. 하지만 그는 마스터가 존재할 때 참가할 거예요. 적들에게 마스터가 없다면 그는 움직이지 않을 거예요. 마스터도 없는 패잔병들 정도는 폐하께서 충분히 막아내실 수 있으라 믿어요.”


“그 정도면 됩니다. 과하지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잦아들기를 기다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제 침소에 들어야겠어요. 다음에 이야기해요.”


“아, 어서 주무시구려. 귀한 시간을 빼앗았군.”


그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허둥지둥 문밖으로 사라졌다. 닫힌 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시에린의 곁으로 그림자 하나가 나타나 다가와 입을 열었다.


“라이프스에서 그들을 섬멸하겠다? 그 방법도 나쁘지는 않겠군요.”


“공왕이나 그의 측근들 모두 군대가 넉넉한 편은 아니니. 양쪽으로 분산해 전쟁을 길게 가져가는 것보다는 이렇게 유인해 와 한 번에 처리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겠지요. 잘하면 그의 숨겨둔 군대도 노출하지 않을 수 있고.”


복면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에 아루카가 합류하고 내가 돕는다면 설혹 아리오스공작이 마스터에 근접해 있다고 해도 힘을 쓰지는 못하겠구요.”


시에린이 작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게 가능하다면···. 그렇지요?”


검은 그림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곧 소식이 들어 올 겁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확인 시켜주세요. 다행히 아리오스의 소영주가 겁 없이 날뛰고 있는 듯하니.”


“걱정 마십시오. 제 제자들이 실패한 경우는 황제폐하뿐이요. 이제 스무 살짜리 어린아이는 그들의 손을 피할 수 없소.”


그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시에린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레이··· 그의 앳된 얼굴이 떠올랐다.

그가 검을 휘두르던 모습.

그와 함께 하늘을 날았던 그날.


“그를 꼭 데려와야 해요. 그래야 공왕이 루지아트와의 전투에 전력을 쏟을 테고 그의 힘을 빼낼 수가 있어요. 아시죠? 그는 루지아트와의 전투에서 죽어야 해요.”


그리고 나면 이곳 파이완공국은 자신의 것이 된다.

그때는 아바마마도 인정해 주시겠지.


“만약 아리오스공작이 레이, 그가 맞다면 그는···.”


그는 나의 편이 되어 줄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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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0 +2 19.07.19 499 15 13쪽
»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9 +1 19.07.16 515 11 12쪽
76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8 +1 19.07.12 541 12 17쪽
75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7 +1 19.07.12 560 12 14쪽
74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6 +1 19.07.09 561 1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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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4 +1 19.07.04 698 12 14쪽
71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3 +2 19.07.03 769 13 13쪽
70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2 +1 19.07.01 697 16 12쪽
69 제 10 장 - 타노아의 작은 일상들 - 1 +1 19.06.29 820 20 12쪽
68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10 +2 19.06.27 794 20 10쪽
67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9 +2 19.06.25 799 17 12쪽
66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8 +1 19.06.23 853 17 14쪽
65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7 +1 19.06.22 836 18 11쪽
64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6 +1 19.06.21 817 17 12쪽
63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5 +1 19.06.19 920 19 13쪽
62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4 +1 19.06.18 908 17 13쪽
61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3 +1 19.06.18 962 21 16쪽
60 제9장 - 반격을 시작할 때 - 2 +1 19.06.14 1,000 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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